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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새끼손가락은 수식으로 연결되어 있다 - W-novel
사쿠라마치 하루 지음, 구수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리뷰]우리의 새끼손가락은 수식으로 연결되어 있다-라노벨 청춘로맨스
그녀가 사랑한 이유가 '사람'이 아니라 '핸드폰 번호' 때문이었다니, 굉장히 이상한 문구로 소개되는 책이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라이트노벨에 대한 거부감이 없고(오히려 웰메이드 라노벨은 좋아하는 편이다, 부기팝 시리즈 등등) 위즈덤 하우스에서 처음으로 출판하는 라노벨이라는 소개를 듣고 강한 호기심이 생겼다.
<우리의 새끼손가락은 수식으로 연결되어 있다>라는 굉장히 긴 제목의 이 소설은, 굳이 말하자면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류와 좀 유사한 로맨스 쪽의 라노벨이다. 학교에서 아웃사이더로 통하는 두 고등학생 남녀의 청춘 로맨스이며 그 시작은 좀 기괴하다. 수학 천재에 수학을 그 무엇보다 사랑하는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의 핸드폰 번호를 보고 반한 것! 바로 그 핸드폰 번호가 친화수이기 때문이다. 여자 주인공인 '아키야마 아스나'는 굉장히 특이한 병을 앓고 있었는데 바로 전향성 건망증. 어제 읽었던 일본의 호러 소설에서도 전향성 건망증을 가진 주인공을 보았는데 연속 이틀동안 그 병을 앓고 있는 주인공을 보고 있노라니 조금 이상했다. 최근 일본 소설계에서는 '전향성 건망증'이 유행이라도 하고 있는 걸까? 우연으로 연속 이틀 같은 병명을 본 나에게는 '전향성 건망증'이라는 소재가 좀 식상했지만 이 병을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는 꽤 인상 깊었으리라 본다. 참고로 어제 읽은 소설과 <우리의 새끼손가락은 수식으로 연결되어 있다>가 전향성 건망증을 이용하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
전향성 건망증을 가진 아키야마 아스나는 그 병 때문인지 꽤 예쁜 얼굴을 가지고 있는데도 여자아이들에게 이런저런 비난을 듣고 있었다. 남자 주인공은 그녀가 그런 희귀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처음엔 곧이 곧대로 믿지 않지만 그녀와 지내면서 그녀의 병명이 사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자신이 아니라 핸드폰 번호, 생일 등 친화수 때문에 마음에 든다는 아키야마 아스나에게 남자는 실망하지만 동시에 호기심을 느낀다. 전향성 건망증 때문에 매 월 기억이 리셋되지만 남자 주인공이 가진 친화수와 온갖 재미있는 수(여자 주인공이 정수론에 굉장히 관심이 많은 듯 하다)들 때문에 다시 그를 좋아하게 되는 여자 주인공, 그 여자주인공에게 매 달마다 새로 접근하는 남자 주인공. 새로운 소재, 이상한 만남으로 시작하는 라노벨 로맨스를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꽤 좋아할만 하다. 그래도 역시 아직 나에게는 <너의 이름은>이 이제까지 본 일본 라노벨 풍의 로맨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앗! 이 책을 마지막까지 읽는다면 알게 되는, 숫자 뒤에 숨겨진 특별한 의미가 있다. 참신한 소재로 시작한, 전형적인 일본 로맨스 소설이며 청춘 로맨스의 아름다움과 풋풋함을 흠뻑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