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문의 비극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 5
고사카이 후보쿠 외 지음, 엄인경 옮김 / 이상미디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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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느 가문의 비극-일본의 추리 소설 시리즈 추천



한국에서 추리, 공포, 스릴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셜록 홈즈, 괴도 뤼팽, 일본추리소설에 대한 책들은 빼 놓을 수 없다. 특히 일본작가들이 쓴 추리 소설은 그들만의 특유의 느낌이 있다. 북미 쪽이나 유럽쪽 추리 소설들과 분명히 다른, 게다가 북미쪽 소설들은 대부분 신화나 정신의학을 이용한 심리 스릴러로 가고 있어서 더욱 그 차이가 심화되었다. 일본도 역시 현대 문명에서 트릭만을 이용한 추리 소설을 쓰기엔 한계를 느꼈는지(한국에서 완벽한 트릭을 사용한 살인이 가능한지 모르겠다, 워낙 블랙박스와 방법카메라 등이 많아서) 초능력과 추리, 사이코패스, 변태적인 취향을 가진 범인 등을 등장시킨 소설이 늘고 있는데 그 특유의 느낌은 완전히 다르다.

 


이쯤에서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은 좀 취향이 갈린다. 판타지든 정신분석학이든 이것저것 넣어서 흥미를 끄는 추리소설로 취향을 넓히거나 아니면 여전히 트릭만을 이용한 추리 소설만을 파거나. 특히 후자의 취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일본 특유의 추리 소설 느낌을 좋아한다면 이상출판사에서 나온 '일본 추리 소설 시리즈'의 <어느 가문의 비극>을 강력히 추천한다. 물론 고사카이 후보쿠, 고가 사부로, 오시타 우다루, 쓰노다 기쿠오는 일본 추리 소설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소설가들이라 이미 다 읽었을 수도 있다.


고사카이 후보쿠는 한국에도 잘 알려진 추리 소설가 '에도가와 란포'의 스승, 역시 도쿄대학 의학부 출신인 고가 사부로와 도쿄대학 화학부 오시타 우다루도 탐정 소설의 거성이고 쓰노다 기쿠오 또한 홈즈 느낌이 나는 명탐정을 탄생시켰다. 일본 전역에 탐정 소설의 붐을 일으킨 <어느 가문의 비극>은 마지막 쓰노다 기쿠오의 작품이다.


<어느 가문의 비극>은 전형적인 일본 탐정 소설처럼, 명탐정과 등장인물의 기묘한 첫만남으로 시작한다. 등장인물은 우리의 명탐정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이후 이상한 사건이 전개된다. 처음 이런 사건들은 단순한 것처럼 보이지만 파면 팔 수록 새로운 비밀이 드러나고 이 명탐정은 이 비밀을 캘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이 살인 사건에는 언제나 깊은 사연이 있으며 주인공이 사건의 진상을 하나씩 밝혀간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탐정과 거의 동일한 단서를 받는다.(최근에는 독자에게 일부러 중요한 단서를 숨기는 소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에 불만이 많다면 이 시기의;19세기 후반~20세기 탐정 소설을 추천한다.)독자도 탐정이 되어 주인공과 함께 범인을 추리해나갈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매력이 상당해서 아직까지도 이런 소설만을 찾는 독자들이 꽤 있다.


추리소설은 분명 서양에서 시작되었지만 일본은 일본만의 특유의 추리소설 판을 만들었다. 어둡고 암울하고 기괴한 느낌을 넣어, 그리고 트릭은 여전히 살려 자신들의 것으로 소화해 버린 것이다. 물론 한국에서도 추리소설들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일본이나 다른 나라에 비하면 공포, 추리, 스릴러, 판타지 등 장르소설의 입지가 약한 편이다. 장르 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로서, 사람들이 푹 빠져서 헤어나올 수 없는 재미있는 장르 소설이 한국에도 판을 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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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 살인사건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3
에드거 월리스 지음, 허선영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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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수선화 살인사건-킹콩의 원작자 에드거 월리스의 추리소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커다란 킹콩이 아름다운 금발머리의 여인을 바비 인형 쥐듯이 한 손에 쥐고 고층 건축물을 기어 오르는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에드거 월리스는 바로 이 '킹콩'의 원작자이다. 그는 극작가 겸 소설가였기 때문에 희곡과 수많은 단편 소설, 장편 소설들을 남겼다. 또한 에드거 월리스는 영국추리작가 협회에서 선정한 '100대 추리소설'에 이름을 올리기도 하였다. 도서출판양파에서는 에드거 월리스가 쓴 추리소설들을 하나씩 한국어판으로 출판하고 있는데 <수선화 살인사건>은 <트위스티드 캔들>, <네 명의 의인>을 이은 3번째 작품이다.


<수선화 살인사건>에는 어디선가 본 듯한 등장인물들이 나온다. 허영기 가득한 시인이자 백화점의 주인인 손튼 라인, 아름다운 외모에 손튼 라인의 구애를 매몰차게 거절한 백화점 경리 오데트 라이더, 손튼 라인이 트로피처럼 옆에 두었던 전과자 샘 스테이, 백화점 공금을 훔치며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한 백화점 매니저 밀버그 마지막으로 정의로운 탐정 탈링까지. 책에서 묘사하는 분위기는 저자가 살았던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판의 영국이라, 이 특유의 배경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수선화 살인사건>을 보면서 정감을 얻을 수 있다.


<수선화 살인사건> 특유의 분위기는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는 호주 드라마 <미스 피셔의 살인 미스터리>를 떠올리면 적절한 것 같다.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추리소설이나 로맨스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은근 있다.) <미스 피셔의 살인 미스터리>는 호주 드라마이지만, 이 시대에는 많은 영국인들이 호주로 이주했기 때문에 영국 악센트까지 들을 수 있어 더더욱 소설과 유사한 느낌을 준다. 앞뒤가 딱딱 맞아떨어지면서 복잡한 논리적 구조를 가진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적당한 악당들이 등장하고 쉽게 즐길 수 있는 미스터리물이다. 게다가 복잡한 인간의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멋지고 정의로운 탐정 주인공에 아름다운 여성 용의자가 나온다는 점도 그렇다.


https://www.abc.net.au/tv/programs/miss-fishers-murder-mysteries/


재미있는 것은 <수선화 살인사건>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털링의 조수가 중국인이라는 점이다. 털링은 당시 중국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그의 중국인 조수 또한 뛰어난 능력을 가진 현명한 사람으로 나오는데, 당시 영국인들이 동양인에게(특히 중국인에게) 가지고 있는 인식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사건 초기 단서도 한자로 된 사자정어이다.


19세기 느낌의 가벼운, 그리고 전형적인 추리소설을 읽고 싶다면 <수선화 살인사건>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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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찰살인 - 정조대왕 암살사건 비망록
박영규 지음 / 교유서가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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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밀찰살인-정조대왕 암살사건


 


정조 대왕의 삶과 죽음은 영화, 드라마, 소설 등으로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다. 아버지였던 '사도 세자'가 할아버지였던 '영조 대왕'의 명으로 뒤주에 갇혀 죽음에 이른 것부터 시작하여, 마지막 죽음에 이르기까지 그의 삶은 단 한순간도 평탄하지 못했다. 그 와중에도 학문, 정치 등 여러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여 커다란 업적을 남겼다. 정조 대왕의 죽음에 대한 의견은 여전히 분분한데, 그가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했을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 그를 죽이고 싶어했던 사람이 한 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밀찰 살인> 또한 정조대왕이 암살당했을 거라는 전제 하에 작가의 상상력이 펼쳐진 작품이다.


<밀찰 살인>은 거지들이 모두 동사할 정도의 혹한이 불어닥친 조선 땅에 일어난 한지 장인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우포청 포도부장인 오유진은 처음 이 사건이 '자살'처럼 보이지만 뭔가 미심쩍은 부분을 찾게 된다. 그는 당대의 천재이자 의학과 검시에 밝기로 소문난 정약용에게 도움을 청한다. 정약용은 이전에도 몇 건의 살인 사건의 해결책을 알려준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귀신같이 방법을 알려준다. 정약용은 송나라의 기록을 통해 이 사건에서 자살로 위장한 타살인지, 아니면 진짜 자살인지 구분할 수 있는 방도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밀찰 살인>은 정약용을 전면에 내세우고 그 외에 오유진, 박제가, 백동수, 심환지 등을 등장시키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처음엔 전혀 상관 없던 것처럼 보이는 살인사건이 정조 대왕의 병증과 맞물리고, 그의 정적과 연결된다. 보통 조선시대라고 하면 현대와 같은 유전자 감식 등의 과학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과학적으로 살인사건을 해결했을 거라 생각하기 힘든데, 이 책에서는 꽤나 합리적인 방법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살인을 자살처럼 보이게 만드는 기술, 자살처럼 보이는 타살을 밝혀내는 기술, 목을 매달아 자살을 시도했을 때 남는 흔적 등 생각했던 것보다 더 논리적이었다. 이러한 당시의 의학 지식과 정치적인 관계가 함께 얽히고, 독자는 책 속으로 순식간에 빨려들어간다. 아쉬웠던 점은 생각보다 책의 초반부에 암살의 전모가 나온다는 것이다. 추리물을 여러 번 읽어본 사람들은 전후관계를 예측하기 쉽고, 스토리는 그 방향으로 전개된다. 조금 더 죽음에 대한 트릭을 천천히 밝혔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정조대왕의 미심쩍은 죽음을 주제로 한 추리물이라는 점에서 취향에 맞는 독자들이 꽤 있을 것 같다. 또한 정조대왕을 암살하려고 범인이 쓴 방법이 참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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