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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건 죽음
앤서니 호로위츠 지음, 이은선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8월
평점 :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장르는 추리소설과 판타지 소설, 2023년 에드거상 수상 작가이자 코넌 도일 재단에서 새로운 <셜록 홈스>시리즈 소설을 쓰는 작가로 지정되었다는 작가의 작품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이미 <셜록 홈스 : 실크 하우스의 비밀>과 <셜록 홈스 : 모리어티의 죽음>을 집필하고 <미드소머 살인 사건>, <푸아로> 등 여러 드라마 제작에 참여했다고 한다. 아동서 <다이아몬드 브러더스>, <펜터그램>, <다섯의 힘> 시리즈와 제임스 본드 소설인 <제임스 본드>시리즈를 썼다고 하니 어마어마한 이력을 가진 작가이다. 거기다 여러 나라의 작품을 읽고 영화, tv시리즈까지 본 결과 미스터리, 스릴러, 공포 쪽은 묘하게 영국 것이 재미있는 경우가 많다. 비가 많이 내리고 우중충한 영국 특유의 날씨 때문일까, 묘사하는 분위기가 항상 이 장르랑 찰떡처럼 어울린다.
<숨거진 건 죽음>은 영국 아마존 베스트셀러인 호손과 호로위츠 시리즈 두 번재 권이라고 한다. 호손은 천재적인 추리능력의 소유자이며 전직 형사, 작가 호로위츠는 그의 수사과정을 소설로 집필한다. 이 둘은 미스터리를 하나씩 밝히며 살인사건을 파헤치는데, 이 두 콤비가 셜록 홈즈의 등장인물과 묘하게 겹치는 느낌이 들었다.
소설은 작가 호로위츠가 드라마 촬영장에 나가는 순간부터 시작한다. <포일의 전쟁> 일곱 번재 시리즈의 오프닝 장면을 촬영해야 하는데 장소가 바로 런던의 거리(1947년)낮이다. 간단한 장면이지만 엄청난 난관이 예상되는 장면, 이유는 바로 런던의 거리에서 신을 찍어야 하기 때문이다. 런던 촬영은 어마어마한 돈이 들고 난관이 많아서 도시 전체가 모든 능력을 동원해 촬영을 막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아니나다를까 날씨부터 시간 제한까지 촬영은 처음부터 삐끄덕거리기 시작한다. 급기야 촬영장에 난데없이 등장한 하얀색과 노란색의 21세기 신형 택시, CG로 보정할 수도 없는 색인데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노래도 큼지막하게 나온다. 거기서 나오는 사람은 대니얼 호손, 탐정이자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탐정인 대니얼 호손은 꼭 셜록 홈즈처럼 호로위츠의 신상을 파악한다. 늦잠을 자고 휴대전화를 일어버린 것을 알아챘으며, 휴대전화가 대략 어디쯤 있는지, 배우가 대본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는 것까지 모두! 심지어 <포일의 전쟁> 주인공과 열띤 논쟁을 벌인 것은 아내에게밖에 말한 적이 없는데 호손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살인사건이 또 벌어졌다는 것을 알려주는 호손. 사실 소설을 쓰게 된 것은 호손의 제안이었다. 표지에는 호로위츠의 이름만 넣되 수익을 50대 50으로 나누자고 했고 호로위츠는 그 설득에 넘어가 첫 책의 원고를 탈고하고 출간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심지어 앞으로 세 편의 책까지 계약해 버린 상황, 자신의 책은 자신이 통제하고 싶다고 생각했으나 결국 부추김에 넘어가 버린 것이다.
어쨌든 다시 살인 사건으로 넘어가서, 살해당한 사람은 리처드 프라이스. 이혼 전문 변호사로 신문에 자주 소개되었고 유명한 의뢰인 또한 많았다. 라디오에서 들은 보도에 따르면 자택에서 와인병에 맞았다고 했으며, 헤더 밀스와의 이혼 소송에서 폴 매카트니의 변호를 맡은 유명 변호사였다. 호손은 변호사가 죽은 장면의 사진을 보여준다. 와인이 가득 든 병으로 이마와 전두부를 가격당한 이혼 변호사, 그러나 사인은 전두부의 타박상때문이 아니었다. 범인이 삐쭉빼쭉하게 깨진 병 주둥이를 칼처럼 휘둘러 목을 찌른 것, 병 주둥이가 빗장밑 정맥을 관통하고 심장에 발생한 공기 색전증으로 사망했다. 당시 프라이스는 무려 1천만 파운드가 걸린 소송을 맡고 있었는데 상대즉이 유명한 소설가이자 시인인 안노 아키라였다.
안노 아키라는 프라이스의 머리에 와인을 붓고, 식당 한복판에서 병으로 치겠다고 협박까지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가 현재 어디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범인은 프라이스를 때려눕힌 후 인테리어 공사중이라 현관 앞에 있던 붓을 집어 벽에 메시지를 남겼다. 숫자 182, 아직 아무도 그 의미를 모른다. 호로위츠는 별 거 아닌 사건이라 생각하지만 호손은 특별하다고 말한다. 범인이 쓴 와인병은 1982년산 샤토 라피트 로트실드 포야크, 이 와인 가격이 최소 2천 파운드인데 리처드 프라이스는 금주자였다고 한다.
두 사람은 카라 그룬쇼 경위의 집에 찾아간다. 바로 사건 현장을 조사한 사람이기 때문, 프라이스를 발견한 사람은 불가리아 출신의 청소부였다. 주방에 아침을 차려놓고 서재로 들어갔더니 죽어 있었다고 한다. 사건 현장, 책꽂이 사이 벽에 초록색 페인트로 급하게 휘갈긴 숫자 182가 있었다. 살해된 시각은 8시에서 8시 반 사이, 살해 전날 밤 프라이스는 혼자 있었고 남편은 다른 곳의 세컨드 하우스에 있었다. 범행에 사용된 와인은 병도 따지 않았고 생산 년도는 1982년산, 9만 빼면 동일하다. 다른 이의 지문은 전부 닦였고 오직 프라이스의 지문만 남아있다. 프라이스를 죽인 범인은 누구이고, 이 살인 사건에는 어떤 사연이 얽혀 있는 걸까?
셜록 홈즈와 비슷한 성격의 대니얼 호손, 셜록 홈즈의 유일한 친구 왓슨과 닮은 작가 호로위츠(그리고 다들 눈치챘겠지만 이 책 작가의 이름이 앤서니 호로위츠이다), 그리고 판타지 요소 없이 독자와 정정당당하게 추리능력을 겨룰 수 있는 소설 스타일. 초반에 이 모든 것이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를 떠올리게 하지만 읽으면 읽을 수록 앤서니 호로위츠의 다른 매력이 드러난다. <셜록 홈즈>시리즈를 좋아한다면 무조건 <숨겨진 건 죽음>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판타지나 다른 요소가 들어가지 않은 정통 추리 소설로 요새 드물게 찾아볼 수 있는 스타일이다. 그동안 이런 스타일에 어찌나 굶주렸는지 <숨겨진 건 죽음>을 보고 뛸 듯이 반가울 정도였다. 주어진 단서로 작가와의 줄다리기를 하면서 범인이 누구인지 생각해보는 <숨겨진 건 죽음>은 많은 추리소설 매니아를 만족시킬만한 소설이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