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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행의 순례자 캐드펠 수사 시리즈 10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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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추리작가협회에서 수여하는 에드거 앨런 포 상과 영국 추리 작가 협회에서 주는 실버 대거 상을 받고 영국 문학에 기여한 공로로 훈장을 수여받은 작가 엘리스 피터스! 엘리스 피터스가 무려 60대 중반에 쓴 <캐드펠 수사>시리즈는 여러 나라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을 뿐 아니라, <장미의 이름>으로 유명한 움베르트 에코가 큰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완간 30주년 기념으로 최근 개정판이 나왔는데 1권부터 쭉쭉 출간되어 벌써 10권 <고행의 순례자>까지 나왔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모든 소설을 꼭 차례대로 읽을 필요는 없지만 역사적 사건 전개 과정이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왕이면 초반부 책인 1~5권까지는 반드시 순서대로 읽는 것을 추천한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팬이라면 아예 1~10권 리미티드 블랙 에디션을 박스 세트로 구매하여 소장하는 방법도 있다.


<캐드펠 수사>시리즈는 매력적이고 인간적인 수사 '캐드펠'이 주변에서 일어난 다양한 살인 사건들을 해결하는 전통적인 느낌의 추리물이다. 실제로 영국에 위치하고 있는 중세 수도원인 슈루즈베리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을 배경으로 하는 것이 특징이며, 당시 영국의 역사적 상황은 물론이고 중세 시대 사회 문화와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내 주변인들이 작품을 쓰기 위해, 또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중세 유럽에 대한 배경지식이 필요하다고 고민한다면 <캐드펠 수사>시리즈를 추천할 정도이다. 오죽하면 움베르트 에코도 이 소설의 영향을 받아 <장미의 이름>을 집필했겠는가.


이 모든 흥미로운 사실을 제쳐놓더라도 <캐드펠 수사>시리즈는 그 자체로 정말 재미있는 소설이다. 무엇보다 피 튀기고 잔혹하며 뒷맛이 왠지 모르게 찝찝한 현대 추리소설이나 영화에 현기증을 느끼게 되었다면 <캐드펠 수사>시리즈를 적극 추천한다. 살인 사건을 다루지만 캐드펠 수사의 인간적인 모습, 주변인들의 따뜻한 마음 등이 돋보이는, 요새 보기 드문 타입의 힐링 추리소설이기 때문이다. 살인 사건이 나오지만 훈훈하고 마음이 든든해지는, 그런 류의 소설 책이다.


10권 <고행의 순례자>에서는 앞 권인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에서 상세히 다뤄졌던 성 위니프리드 유골을 수도원으로 옮긴 후, 유골 이장을 기념하는 축제를 준비하면서 시작된다. 따라서 이 책을 읽기 전에 최소한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을  읽어야만 <고행의 순례자>에서 자주 언급되는 내용이 쉽게 이해된다. 


<고행의 순례자>에서는 여전히 영국의 왕권을 두고 치열한 다툼이 진행되고 있다. 스티븐 왕과 모드 항후는 서로 영국의 왕이 되기 위해 각자의 진영을 확보하고 정치적 싸움을 하고 있으며 그 사이에 낀 백성들은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었다. 슈롭셔 행정 장관은 휴 베링어로, 똑똑하고 신중한 성격이다. 그의 아내는 '얼라인'인데 이들의 결혼에 캐드펠 수사도 지대한 역할을 한 적이 있다. 지난 2월 스티븐 왕이 링컨 전투에서 패배한 뒤 브리스틀 성에 갇히게 되었다. 황후와 왕의 상황이 뒤바뀌게 된 것이다. 아직 황후는 왕위에 오르지 못했고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입성하지도 못했으나 스티븐 왕의 가신이자 왕의 치하에 놓인 슈롭셔주의 행정 장관인 '휴 베링어'로서는 황후에게 유리한 형세가 불안할 따름이다.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소도원에서는 수도원장님이 윈체스터로 호출되어 가고 부수도원장인 로버트가 그 틈을 타서 이런저런 지시 사항을 내리고 있었다. 캐드펠 수사도 성 위니프리드 축제 준비에 여념이 없는데, 위니프리드 성녀의 '매장'에 관련된 진실은 캐드펠 수사와 일부가 알고 있는 비밀이다. 캐드펠 수사는 성녀가 고향에 묻히고 싶어 했을 거라 믿고 감쪽같은 기술을 이용하여 마을 사람들이 자신들의 수호성인과 함께 할 수 있게 조치를 취했다. 마을 사람들 또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들 모두가 조력자가 되어 행동했다. 캐드펠 수사는 이 비밀을 친구가 된 휴 베링어에게 시원하게 털어놓고 저녁 식사와 기도를 끝낸다. 


로버트 부수도원장이 수사를 찾아와 수도원장이 모드 황후 편에 섰던 라이날드 보사르 기사의 영원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사실을 전해준다. 캐드펠 수사는 기도를 올리며 안젤름 수사가 "라이날드 보사르, 라이날드 보사르..."라고 흥얼거리는 것을 듣는다. 묘하게 음산하고 불온한 웅얼거림... 유골 이장에 참여하기 위해 온 순례자들이 하나둘 수도원에 모인다. 이들 모두가 순수하게 성녀를 추모하기 위해서 모인 것은 아니었다. 나름의 속셈이 있는 자들도 섞여 있고, 성 위니프리드의 성스러운 기적과 함께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이러한 사건 뒤에는 어떤 사연이 숨겨져 있는 걸까?


이 험난한 상황 속에서도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믿음과 사랑을 지키고, 어떤 이들은 그렇지 못한다. 10권 <고행의 순례자>에서도 우리는 사건을 명쾌하게 해결하는 캐드펠 수사의 모습과 함께, 그에 대한 엄청난 비밀을 하나 더 알게 된다. 그 비밀을 알고 싶다면 꼭 10권을 읽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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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건 죽음
앤서니 호로위츠 지음, 이은선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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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장르는 추리소설과 판타지 소설, 2023년 에드거상 수상 작가이자 코넌 도일 재단에서 새로운 <셜록 홈스>시리즈 소설을 쓰는 작가로 지정되었다는 작가의 작품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이미 <셜록 홈스 : 실크 하우스의 비밀>과 <셜록 홈스 : 모리어티의 죽음>을 집필하고 <미드소머 살인 사건>, <푸아로> 등 여러 드라마 제작에 참여했다고 한다. 아동서 <다이아몬드 브러더스>, <펜터그램>, <다섯의 힘> 시리즈와 제임스 본드 소설인 <제임스 본드>시리즈를 썼다고 하니 어마어마한 이력을 가진 작가이다. 거기다 여러 나라의 작품을 읽고 영화, tv시리즈까지 본 결과 미스터리, 스릴러, 공포 쪽은 묘하게 영국 것이 재미있는 경우가 많다. 비가 많이 내리고 우중충한 영국 특유의 날씨 때문일까, 묘사하는 분위기가 항상 이 장르랑 찰떡처럼 어울린다.

<숨거진 건 죽음>은 영국 아마존 베스트셀러인 호손과 호로위츠 시리즈 두 번재 권이라고 한다. 호손은 천재적인 추리능력의 소유자이며 전직 형사, 작가 호로위츠는 그의 수사과정을 소설로 집필한다. 이 둘은 미스터리를 하나씩 밝히며 살인사건을 파헤치는데, 이 두 콤비가 셜록 홈즈의 등장인물과 묘하게 겹치는 느낌이 들었다.

소설은 작가 호로위츠가 드라마 촬영장에 나가는 순간부터 시작한다. <포일의 전쟁> 일곱 번재 시리즈의 오프닝 장면을 촬영해야 하는데 장소가 바로 런던의 거리(1947년)낮이다. 간단한 장면이지만 엄청난 난관이 예상되는 장면, 이유는 바로 런던의 거리에서 신을 찍어야 하기 때문이다. 런던 촬영은 어마어마한 돈이 들고 난관이 많아서 도시 전체가 모든 능력을 동원해 촬영을 막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아니나다를까 날씨부터 시간 제한까지 촬영은 처음부터 삐끄덕거리기 시작한다. 급기야 촬영장에 난데없이 등장한 하얀색과 노란색의 21세기 신형 택시, CG로 보정할 수도 없는 색인데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노래도 큼지막하게 나온다. 거기서 나오는 사람은 대니얼 호손, 탐정이자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탐정인 대니얼 호손은 꼭 셜록 홈즈처럼 호로위츠의 신상을 파악한다. 늦잠을 자고 휴대전화를 일어버린 것을 알아챘으며, 휴대전화가 대략 어디쯤 있는지, 배우가 대본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는 것까지 모두! 심지어 <포일의 전쟁> 주인공과 열띤 논쟁을 벌인 것은 아내에게밖에 말한 적이 없는데 호손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살인사건이 또 벌어졌다는 것을 알려주는 호손. 사실 소설을 쓰게 된 것은 호손의 제안이었다. 표지에는 호로위츠의 이름만 넣되 수익을 50대 50으로 나누자고 했고 호로위츠는 그 설득에 넘어가 첫 책의 원고를 탈고하고 출간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심지어 앞으로 세 편의 책까지 계약해 버린 상황, 자신의 책은 자신이 통제하고 싶다고 생각했으나 결국 부추김에 넘어가 버린 것이다.


어쨌든 다시 살인 사건으로 넘어가서, 살해당한 사람은 리처드 프라이스. 이혼 전문 변호사로 신문에 자주 소개되었고 유명한 의뢰인 또한 많았다. 라디오에서 들은 보도에 따르면 자택에서 와인병에 맞았다고 했으며, 헤더 밀스와의 이혼 소송에서 폴 매카트니의  변호를 맡은 유명 변호사였다. 호손은 변호사가 죽은 장면의 사진을 보여준다. 와인이 가득 든 병으로 이마와 전두부를 가격당한 이혼 변호사, 그러나 사인은 전두부의 타박상때문이 아니었다. 범인이 삐쭉빼쭉하게 깨진 병 주둥이를 칼처럼 휘둘러 목을 찌른 것, 병 주둥이가 빗장밑 정맥을 관통하고 심장에 발생한 공기 색전증으로 사망했다. 당시 프라이스는 무려 1천만 파운드가 걸린 소송을 맡고 있었는데 상대즉이 유명한 소설가이자 시인인 안노 아키라였다.


안노 아키라는 프라이스의 머리에 와인을 붓고, 식당 한복판에서 병으로 치겠다고 협박까지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가 현재 어디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범인은 프라이스를 때려눕힌 후 인테리어 공사중이라 현관 앞에 있던 붓을 집어 벽에 메시지를 남겼다. 숫자 182, 아직 아무도 그 의미를 모른다. 호로위츠는 별 거 아닌 사건이라 생각하지만 호손은 특별하다고 말한다. 범인이 쓴 와인병은 1982년산 샤토 라피트 로트실드 포야크, 이 와인 가격이 최소 2천 파운드인데 리처드 프라이스는 금주자였다고 한다.


두 사람은 카라 그룬쇼 경위의 집에 찾아간다. 바로 사건 현장을 조사한 사람이기 때문, 프라이스를 발견한 사람은 불가리아 출신의 청소부였다. 주방에 아침을 차려놓고 서재로 들어갔더니 죽어 있었다고 한다. 사건 현장, 책꽂이 사이 벽에 초록색 페인트로 급하게 휘갈긴 숫자 182가 있었다. 살해된 시각은 8시에서 8시 반 사이, 살해 전날 밤 프라이스는 혼자 있었고 남편은 다른 곳의 세컨드 하우스에 있었다. 범행에 사용된 와인은 병도 따지 않았고 생산 년도는 1982년산, 9만 빼면 동일하다. 다른 이의 지문은 전부 닦였고 오직 프라이스의 지문만 남아있다. 프라이스를 죽인 범인은 누구이고, 이 살인 사건에는 어떤 사연이 얽혀 있는 걸까?


셜록 홈즈와 비슷한 성격의 대니얼 호손, 셜록 홈즈의 유일한 친구 왓슨과 닮은 작가 호로위츠(그리고 다들 눈치챘겠지만 이 책 작가의 이름이 앤서니 호로위츠이다), 그리고 판타지 요소 없이 독자와 정정당당하게 추리능력을 겨룰 수 있는 소설 스타일. 초반에 이 모든 것이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를 떠올리게 하지만 읽으면 읽을 수록 앤서니 호로위츠의 다른 매력이 드러난다. <셜록 홈즈>시리즈를 좋아한다면 무조건 <숨겨진 건 죽음>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판타지나 다른 요소가 들어가지 않은 정통 추리 소설로 요새 드물게 찾아볼 수 있는 스타일이다. 그동안 이런 스타일에 어찌나 굶주렸는지 <숨겨진 건 죽음>을 보고 뛸 듯이 반가울 정도였다. 주어진 단서로 작가와의 줄다리기를 하면서 범인이 누구인지 생각해보는 <숨겨진 건 죽음>은 많은 추리소설 매니아를 만족시킬만한 소설이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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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자일스의 나환자 캐드펠 수사 시리즈 5
엘리스 피터스 지음, 이창남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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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 수사는 수도원 문지기실을 나서면서 이상한 예감을 받는다. 다시 수도원으로 돌아오기 전에 불길한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 그는 수도원에서 800미터밖에 되지 않는 세인트자일스 병원에 가는 길이었고 슈루즈베리에서는 곧 성대한 결혼식이 열릴 예정이었으므로 상식적으로는 말이 되지 않는 생각이었다. 세인트자일스는 나환자를 돌보는 곳으로 캐드펠 수사가 허브 치료제를 정기적으로 가져다주기도 하고, 그의 충실한 조수인 마크 수사가 그곳에서 봉사를 하고 있었다.

​슈루즈베리 마을은 네 주를 관할하는 휴언 드 돔빌 남작과 그에 못지 않은 재산을 가진 상속녀의 결혼을 앞두고 분주했다. 세인트자일스로 가는 길목에 있는 저택에 신랑 쪽 사람들이 머물고 신부 쪽 사람들은 수도원 접객소에서 묵기로 되어 있었다. 평화로운 한 때처럼 보였지만 주교가 저택을 남작에게 빌려준 뒷사정, 여러 사람이 갖고있는 불안감 등 모드 황후와 스티븐왕의 내전의 영향이 곳곳에 미쳐 있었다. 캐드펠 수사가 세인트자일스에 도착하자 마크 수사가 연주창을 앓는 여윈 소년을 데리고 반갑게 맞이한다. 세인트자일스에서도 두 귀족들의 결합을 두고 들뜬 분위기가 이어지고 나병 환자들도 이 결혼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신랑 돔빌은 무료 50미터에 달하는 행렬을 이끌고 마을에 도착한다. 신부는 이제 막 유모 품을 벗어난 열여덟 소녀라는데 돔빌 남작은 이미 젊은 시기를 훌쩍 지나 벗어진 정수리에 곱슬 거리는 은발, 회색 수염을 가진 남자였다. 이미 한두 명의 부인을 가지고 있을만한 나이, 거기다 성미도 고약한지 행렬을 구경하러 온 나환자들에게 거침없이 채찍을 휘두른다. 결국 다리가 불편한 환자가 채찍을 맞고 쓰러지고 마크 수사가 허겁지겁 달려가 다시 닥칠 채찍질을 막는다. 위니프리드 성녀를 찾아 새로 왔다는 그 환자는 70대 노인으로 왼손에 집게손가락과 가운뎃손가락이 없었으며 나머지 세 손가락도 두 마디밖엔 남아있지 않았으나 침묵 속에서도 당당한 풍모와 존재감이 있었다. 환자의 이름은 라자루스, 마크 수사의 부축을 뿌리치고 혼자 꿋꿋이 선다. 캐드펠 수사는 무언가를 알아보고 마크 수사에게 그 환자에 대해서 꼬치꼬치 캐묻는다.

휴언 드 롬빌의 행렬과 달리 신부의 행렬은 소박했다. 마흔 다섯쯤 보이는 숙모와 숙부 내외 사이에 작고 앳된 여자 하나가 움츠린 채 여성용 말에 올라앉아 있었다. 호화로운 옷에 갇힌 듯한 가녀린 옷, 얼굴은 섬세한 이목구비에 커다란 눈이 돋보였지만 시선은 멍하니 허공만 응시하고 있었다. 젊고 아름다운 아가씨가 슬픔에 빠져 모든 것을 체념하고 어두운 표정으로 인형처럼 앉아 있었다. 그러나 나환자인 꼬마 브란이 미소를 띤 모습을 보고 본인도 미소를 지으며 동전을 한 움큼 쥐어 던져준다. 그런 신부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라자루스, 이들 사이엔 어떤 비밀이 있는 것일까?

롬빌은 숙소에서 술을 홀짝이며 과연 신부의 숙부이자 후견인, 그리고 자신에게 이 거래를 어떤 방향으로 만족스럽게 마무리지을 것인지 생각한다. 돔빌의 세 향사 중 하나인 조슬린 루시는 롬빌의 무자비한 행동을 비난하지만 나이 많은 향사 사이먼이 그를 말린다. 조슬린은 신부와 사연이 있는지 막 도착한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둘만의 비밀 행동을 주고 받는다. 신부 이베타와 조슬린은 비밀리에 산책길에서 만나 다음을 약속하고 캐드펠 수사는 그 밀회를 목격한다. 캐드펠 수사는 위기에 처한 두 남녀를 구해주고 조슬린에게서 신부의 사연을 듣는다.

다음날 조슬린은 향사 자리에서 해고되고 고드프리드 피카르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롬빌 영주에게 좋지 않은 이야기를 하여 쫓겨난 것이다. 사건은 겉잡을 수 없이 커진다. 조슬린은 수도원장에게 사정을 이야기하며 신부를 구해달라고 간청하고 롬빌은 조슬린을 붙잡기 위해 쫓아온다. 그리고 결혼식 전날 밤 처참하게 살해된 신랑 롬빌, 캐드펠 수사는 진실을 찾기 위해 사건의 진상을 파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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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베드로 축일 캐드펠 수사 시리즈 4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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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캐드펠 수사의 활약으로 시원하게 마무리되는 추리소설 <캐드펠 시리즈>, 모드 황후와 스티븐 왕 사이의 내전으로 여러 피해를 입은 슈루즈베리, 2권과 3권에서는 이 내전과 관련된 이야기를 다뤘다. 3권에 이어 4권에서도 여전히 영국의 정치 상황은 어수선하다.


4권 <성 베드로 축일>은 베네딕토회 소속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의 수도사 평의회에서 시작한다. 성 베드로의 이름을 내건 '성 베드로의 탈옥 축일'은 종교적으로도 수익 사업으로서도 굉장히 중요한 행사이다. 캐드펠 수사는 평소처럼 허브 밭에서 식물들을 손질했고 축일장과 관련해서는 어떤 임무도 맡지 않았다. 재미있는 점은 중요한 일을 상의하기 위해 수사들이 대회의실에 종종 모이는데, 캐드펠 수사는 항상 여기서 조용히 졸다가 누가 갑자기 질문을 던지면 아무렇지 않은 듯 일어나 대답한다. 1권부터 쭈~욱 이어져 온 캐드펠 수사의 습관이다.


3권에서 내전의 여파로 인해 원래 있던 유순한 해리버트 수도원장이 물러나고 대신 새로운 수도원장 라둘푸스가 임명되었다. 슈루즈베리 시와 상인들 또한 내전의 영향으로 많은 손해를 입었고 그들은 그 손해를 메우기 위해 수도원에서 축일장의 수익 중 1할을 떼어주기를 원한다. 그러나 라둘푸스 수도원장은 온화하면서도 단호하게 스티븐 왕이 수도원의 토지며 권리, 특권을 모두 인정했으며 성 베드로 축일의 사흘장에 대한 권리 또한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라둘푸스 수도원장은 다음 수도원장을 위해서라도 엄격하게 계약 조건을 이행해야 한다며 거절한다. 

온갖 장사꾼들이 축일장을 준비하기 위해 슈루즈베리시로 몰려들고, 백부에게 부려먹히다가 쫓겨나다시피 한 후 수도원에 종신서원을 하게 된 마크 수사는 그 장면을 즐겁게 바라본다. 마크 수사를 위로하며 수도원으로 향하려는 캐드펠 수사를 부르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화사한 얼굴에 자줏빛 눈을 지닌 아름다운 여인 이었다. 슈롭셔주의 행정 장관의 보좌를 담당하는 휴 베링어의 아내가 된 얼라인으로, 이 멋진 커플은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앞두고 있었다. 휴 베링어는 아직 서쪽에 모드 황후를 지지하는 세력이 많고, 들리는 소문처럼 로버트 백작과 모드 황후가 프랑스에서 힘 있는 동맹자들을 포섭하게 된다면 내전이 쉽게 끝나지 않을 거라 말한다. 덧붙여 신임 수도원장의 이번 결정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많아 수도원 사람들이 곤경에 처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준다.

성베드로 축일장이 열리고 수도원 부속 건물 관리 집사가 캐드펠 수사를 찾아온다. 웨일스어밖에 할 줄 모르는 상인이 디강으로부터 엄청난 물건들을 싣고 왔는데 도움을 요청했기 때문이었다. 그 상인의 이름은 로드리 압 휴, 그는 높으신 분들이 축일장을 이용하여 음모와 책략을 꾸미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며 물건들을 운반하고 목 좋은 지점에 있는 부스 하나를 잡는다.


축일장으로 분주한 사이 마을사람들의 탄원이 무산된 것을 알게 된 성미 급한 청년들이 모여 강한 대응을 한다. 캐드펠 수사에겐 대부분 낯익은 얼굴로 그 중 필립 코비저가 시장에서 연설을 시작한다. 수도원에서 임대료와 세금을 전혀 나눠주지 않기로 한 결정에 대해 불만을 말하지만 이득이 최상위 목적인 상인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유명한 상인 중 하나인 브리스틀의 토머스는 자신들을 방해하는 청년들을 나무라고 항변하는 필립 코비저를 지팡이로 후려치기 시작한다. 아름다운 여성 한 명이 뛰쳐나와 토머스를 외숙부라고 부르며 필립 코비저를 더 때리려는 그를 말린다. 여기저기서 난투가 벌어지자 선창 위의 작은 술통들이 우르르 쏟아지고 토머스와 그의 아름다운 조카가 위기에 처한다. 금발 청년인 이보 코르비에르는 여자를 끌어안아 구하고 캐드펠은 토머스를 부축해 안전한 곳에 옮긴다.


아름다운 여자의 이름은 에마 버놀드로 토머스 누이의 딸이자, 그의 상속인이기도 했다. 그런데 에마 버놀드가 한밤 중에 캐드펠 수사를 찾아온다. 외숙부가 부스를 보러 간지 두 시간이나 되었는데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까 에마 버놀드를 구했던 코르비에르, 캐드펠 수사가 함께 수색을 했으나 그녀의 외숙을 발견하지 못한다. 다음 날 아침 세번강을 올라온 배 한 척이 정박하여 휴 베링어를 찾는다. 애첨 부근의 만에서 건진 짐을 들고 왔다는 도기장수, 그 짐은 바로 토머스의 시신이었다. 예리한 단검이 뒤에서 박혀 심장까지 찔린 토머스, 그을 죽인 것은 과연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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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사의 두건 캐드펠 수사 시리즈 3
엘리스 피터스 지음, 현준만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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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웠던 슈루즈베리는 캐드펠 수사 시리즈 2권에서 모드 황후의 지지자들과 스티븐 왕 사이의 내전으로 커다란 상처를 입었다. 캐드펠 수사가 머무는 슈루즈베리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도 예외는 아니었지만 캐드펠 수사의 현명한 대처로 적당한 선에서 사건이 마무리되었다. 3권에서 캐드펠 수사는 평온한 마음으로 수도회 평의회에 참석하고, 슈루즈베리는 내란의 상처를 회복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해리버트 수도원장은 가을을 맞아 어딘가 불안하고 슬픈 표정이었지만 로버트 페넌트 부수도원장은 열망해 마지않는 고위 성직자의 자리를 염두에 두고 거기에 알맞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썼다. 젊은 수사 한 명이 회랑에서 기도를 필사하며 저속한 의미를 담은 노래를 부른 것이 문제되어 회의에 안건으로 올랐다. 사라센인들에게 붙잡힌 그리스도교 순례자가 연인이 헤어지면서 건네준 속옷을 가슴에 부여안고 스스로를 달래는 곡으로, 평생을 수도원에서 살아온 수사들은 경악할 내용이긴 했다.

교황은 스티븐 왕의 왕권을 인정하고 왕을 지원하기로 했으며 추기경이 교회 개혁을 위해 종교회의를 런던에서 개최하기로 한다. 수도원장 또한 회의에 참석하라는 부름을 받았고, 2권에서 스티븐 왕에 대한 입장을 정하지 못했던 수도원장은 교황사절 회의에서 재임명을 결정하기 전까지 수도원장직이 정지되었다고 말한다. 수도원장의 표정이 좋지 않았던 이유였으며 수도원에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수도원장이 처리해야 하는 결정을 모두 보류해야 하는 상황에서 매슈 수사는 보넬 부부가 장원을 양도하고 그 대가로 수도원 내에 거주지를 마련해주기로 했던 일을 언급한다. 보넬 부부가 하루 빨리 수도원으로 이사를 오고 싶어했던 것이다.

수도원장의 정직 사건으로 로버트 부수도원장이 수도원의 일을 총괄하게 되었고, 수도원에도 실용성의 바람이 조금씩 불게 되었다. 여러 모로 수도원은 뒤숭숭한 분위기가 되었다. 캐드펠 수사는 이런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본인이 맡은 허브밭과 농작물을 성실하게 돌본다. 캐드펠을 돕는 조수는 열여덟 살이 채 안 된 수련사 마크로, 고아가 되어 고약한 백부 밑에서 자라다가 수도원으로 쫓기듯 보내진 소년이었다.


어느 날 에드먼드 수사가 찾아와 리스 형제가 어깨와 허리 통증으로 몹시 고생한다고 말한다. 저번에 캐드펠 수사가 준 기름이 효과가 있었다고 말한다. 캐드펠은 엄청 조심스러운 손길로 유리병에 끈적한 기름을 따른 후, 외상에는 잘 듣지만 체내에 흡입되면 치명적일 수 있다고 신신당부한다. 그 액체는 바로 "수도사의 두건"이라고도 불리는 투구꽃의 덩이뿌리를 겨자기름과 아마기름에 섞은 것이었다. 독성이 강해 조금만 삼켜도 목숨이 위태롭지만, 관절염에는 아주 효과가 좋은 약으로 반드시 조심해 주라고 말한다.


에드먼드 수사와 캐드펠 수사가 이야기하고 있는 도중 찾아온 낯선 청년이 있었으니, 바로 보넬 부인의 심부름으로 온 앨프릭이었다. 요리에 쓸 허브를 얻기 위해 찾아온 청년은 이 날 바로 보넬 부부가 수도원으로 이사를 했다고 알려준다. 청년은 투구꽃 기름이 담긴 유리병을 보고 겁에 질린 듯, 캐드펠 수사에게 그것이 강력한 독인지 묻는다. 캐드펠이 보기에 이 청년은 자기 신분으로 감당할 수 없는 고민거리 여러 가지를 안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녀에 대해서 말할 때는 분명한 시기심을 느꼈지만 캐드펠 수사는 이제 막 수도원에 도착한 사람들에게 어떤 행동을 하기엔 이르다고 생각한다.


한편 리스 수사를 살펴보러 간 곳에는 리스 수사의 친척이라는 젊은 청년이 기름을 이용하여 열심히 마사지를 하고 있었다. 목수 일을 한다는 청년은 환부를 마사지하는 데에도 솜씨가 좋다. 어머니가 11년 전에 돌아가셨다는 이 젊은이에게 캐드펠 수사는 호기심을 느꼈지만 금방 마음을 접는다.


다시 앨프릭은 허브를 얻으러 찾아오고 보넬 부부가 재산을 수도원에 기부하기로 한 배경에 대해서 언급한다. 바로 부부의 자식이 영주의 친 자식이 아니라 여주인이 첫 번째 결혼에서 얻은 자식이었고, 영주는 그 자식이 자신의 뜻에 따르길 바랐지만 그러지 않아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던 와중 독살당한 영주, 그리고 독극물은 바로 캐드펠 수사가 만든 기름이었다.


잠잠한 듯, 평화로운 듯 하지만 바람 잘 날 없는 슈루즈베리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 도대체 이번엔 누가 캐드펠 수사의 독약을 이용하여 영주를 죽인 것일까? 얽히고설킨 영주의 가족사와 함께 과거의 인연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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