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쇼몬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단편선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지음, 장하나 옮김 / 성림원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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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 일본문학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으면 그 당시의 영미권 작품까지 읽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근현대 문학을 공부할 때에도 그 시대를 대표하는 일본문학을 함께 읽으면 더 다양한 관점에서 작품을 바라볼 수 있다. 문화는 국경을 넘어 돌고 도는 것, 서로에게 갖가지 영향을 미치면서 흘러가기 때문이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일본 근대 단편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인간의 내면, 불안, 욕망 등을 주제로 한 작품을 다양하게 썼다. 특히 일본 민담, 설화 등에서 모티프를 가져와 각색한 작품들이 인간의 본성에 대하여 되돌아보게 만들며 머릿속에 긴 여운을 남긴다. 1892년에 태어나 35세에 불과한 나이로 스스로 생을 마감하여 요절한 비운의 천재 일본 작가로도 알려져 있다. 아직까지 많은 이들이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작품을 사랑하고 있으며 우리가 즐겨보는 애니메이션, 일본만화나 소설 등에도 종종 등장한다. 한국 드라마를 포함하여 다양한 작품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윤동주, 김소월, 이상 등의 유명 작가들의 글이 차용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성림원북스에서 이번에 출간된 <라쇼몬>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단편선으로 보라빛 표지와 귀신의 손처럼 으스스한 나무, 요괴의 불빛처럼 걸려 있는 등잔이 인상적이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작품에 주로 담은 인간의 어둠이 표지에서부터 슬금슬금 기어나오는 듯하다. 


<라쇼몬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단편선>에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대표 단편소설 <라쇼몬>을 비롯하여 <거미줄>, <코>, <귤>, <지옥변>, <덤불 속>, <어느 바보의 일생> 등의 작품이 실려 있다. 특히 마지막에 실린 작품 <어느 바보의 일생>은 자신의 삶을 고백해놓은 듯한 글이다. 시대와 어머니로 시작하여 마지막을 '패배'로 장식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였다. 


<라쇼몬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단편선>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바로 이 책의 제목이 된 <라쇼몬>과, <거미줄>이다. 전염병과 대기근이 닥친 일본, 그 중에서 수도 교토의 성문이 바로 '라쇼몬'이다. 죽어나간 사람들이 너무 많자 시체를 제대로 처리할 수 없게 되고 사람들은 라쇼몬에까지 시체를 버리게 된다. 이런 배경에서 한 하인이 주인댁에서 쫓겨나 '라쇼몬'앞에서 비를 피하게 된다. 양심을 지켜야 하는지 아니면 인간성을 버리고 우선 먹고 살 길을 찾아야 하는지 갈등하는 모습, 인간이 인간을 존중하지 못하고 바닥까지 떨어지며 서로를 더 깊은 수렁으로 끌고 들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작품을 좋아한다면 당연히 <라쇼몬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단편선>을 즐겁게 읽을 것이고, 어두운 배경이나 주제를 중심으로 한 일본 소설 또는 애니메이션 등을 좋아하는 이들도 이 책 속에 금방 빠져들게 될 것이다. 또한 일본에서 만들어진 영화, 애니메이션, 소설 등의 작품들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소설을 꼭 읽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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