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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 단편선 ㅣ 소담 클래식 6
에드거 앨런 포 지음, 임병윤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9월
평점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마침내,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눈을 번쩍 떠 보았다.
정말 두려워했던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새까만 오둠만이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애드거 앨런 포-
서양문화권에서 공포소설이나 미스터리 하면 반드시 언급되는 작가 '에드거 앨런 포'. 최근 넷플릭스에서 시즌2가 방영되어 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던 팀 버튼 감독의 <웬즈데이>에서도 그의 이름과 작품에 대한 내용이 주인공의 입을 통해 종종 나온다.
팀 버튼이 어릴 적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을 읽고 많은 영향을 받았기 때문인지 그의 시 중 하나인 '갈까마귀'는 <웬즈데이>를 포함한 여러 작품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팀 버튼을 포함하여 왜 많은 사람들이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에 푹 빠져드는 걸까?
에드거 앨런 포는 1809년 미국의 보스턴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버지는 집을 나가고 어머니는 세상을 떠나고 만다. 부유한 양아버지 아래서 비교적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사립학교를 다녔지만 방탕한 생활로 퇴학을 당하고 만다. 보스톤에서 첫 시집을 내지만 호응을 얻지 못하고 궁핍한 생활을 이어나가다 미국의 육군 생활을 한다. 군인의 길을 가려고 사관학교에 입학했으나 이번에도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퇴학,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14세 사촌 누이동생 버지니아와 비밀 결혼을 하고 행복한 생활을 꿈꾼다. 그러나 이마저도 심각한 알코올 중독자였던 그 때문에 아내는 심하게 고생을 하게 된다. 그는 이를 보고 뉴욕에 정착하여 소설을 쓰기 시작하고 잡지사의 일급 편집자로도 인정받는다. 여기서 여러 단편을 발표하여 대중 작가로서 성공하지만 아내 버지니아는 폐병을 앓기 시작한다. 사랑하는 아내의 병으로 인해 포는 극도의 불안감과 우울감을 느끼고 이는 그대로 작품에 반영되기도 한다.
이번에 소담 출판사에서 출간된 <포 단편선>에는 에드거 앨런 포의 대표작 『검은 고양이』를 비롯하여 『어셔가의 몰락』, 『적사병의 가면』, 『모르그가의 살인』 등이 실려 있다.
이 중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은 『검은 고양이』이다. 작품 안에는 실제 '에드거 앨런 포'가 자신의 모습을 반영하여 묘사한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무절제한 폭음으로 인해 극도로 과격해 버린 성격, 날이 갈수록 침울해지고 스스로 화를 돋우며 다른 사람의 감정 따위는 안중에 없는 모습 등이 서술된다. 그리고 어느 날 밤, 폭음으로 인해 자신이 정말 좋아했던 고양이 '플루토'를 학대하기까지 이른다. 조끼 주머니에서 조그만 칼을 꺼내어 목을 틀어쥐고 눈알을 도려내고 다음 날 후회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잔혹하고 사악한 마음이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그 스스로도 설명할 수 없는 충동과 분노에 휩싸여 어느 날 아침 '나'는 고양이를 올가미에 걸어 죽이고 만다.
이후 '내'가 스스로 자초하여 겉잡을 수 없이 이어지는 비극에 대한 이야기가 서술된다.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에서는 '나' 자신도 몰랐던 잠재의식 속의 잔인함과 공포, 사악함이 불쑥 튀어나온다.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하며 망가지고 괴물이 되어가는 모습을 그려낸다.
현대의 미스터리, 공포소설, sf 등 여러 장르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작가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 세계를 이해해 보고 싶다면 <포 단편선>부터 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