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과 함께 - 고대 근동의 눈으로 구약의 하나님 보기
이상환 지음 / 도서출판 학영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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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진일보를 이루기 위해서 넘어야 할 장벽이 많습니다. 먼저는 객관적 정보를 알아야 합니다. 이를 통해 관계는 시작됩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관계를 통한 주관적 정보가 쌓입니다. 이러한 정보는 다른 누군가가 대신 알려줄 수 없습니다. '너와 나'가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자연스레 얻을 수 있는 선물과 같습니다.



하나님과의 관계도 동일합니다. 화석화된 정보는 관계의 시작점은 되지만, 거기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더 깊은 친밀함을 누리기 위해서는 하나님 이야기에서 하나님을 발견해야 합니다. 이해되고 설득된 하나님은 추상적이거나 객관적인 실체로 머무르지 않습니다. 나에게 다가오며, 나의 삶에 개입하십니다.



『신들과 함께』의 이상환 저자는 이러한 과정에서 중요한 사실을 주장합니다. 관계의 시작점인 암기의 영역에서 머물렀던 하나님에 대한 이해를 탈박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즉 암기의 영역에서 벗어나 이해의 영역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구약성경의 시대적 배경을 살펴봅니다. 흔히 '고대 근동'이라고 명명하는 공간입니다. 언약 백성이었던 이스라엘을 둘러싼 역사적 배경입니다. 특히 고대 근동의 다신관과 이스라엘 하나님의 '오직-야훼-신앙'과의 비교를 통해 하나님의 속성을 파악하고자 합니다.



저자는 고대 근동의 신관을 다신론이라 합니다. 그 이유는 고대인들이 생각하는 신은 존재할 수 있는 범위나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한 신이 모든 우주를 다스린다는 것에 대해서는 그들의 사고 밖의 일이라는 것입니다.



당시의 눈으로 본다면 야훼 하나님은 매우 독특하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그 이유는 성경이 우주 만물을 주관하시는 무소부재한 하나님으로 묘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초월성, 전능하심, 무소부재하심을 성경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 책은 학문적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 신학 서적과 신앙 서점의 중간 어디쯤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고대 근동의 신'에 대한 이야기를 아주 쉽게 저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고대 근동의 신들과 야훼 하나님과의 비교를 통해 우리의 신앙을 고취하기 때문입니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고대 근동의 신에 대한 다양한 책과 병행하여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좀 더 폭넓게 고대 근동의 문화와 배경을 알아야 합니다. 저자가 강조하듯 암기의 영역이 아닌 이해의 영역으로 가기 위해서는 더욱 세심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구약성경은 신약성경에 비해 아무래도 진입장벽이 높아 보입니다. 그럼에도 구약을 '하나님 이야기'로 읽어나가다 보면 신약과는 다른 풍성하고 다채로운 하나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고대 근동에 대한 선지식입니다. 구약을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책들이 나오는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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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만나, 그 사계절 이야기
김진호 지음 / IVP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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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농촌에서 목회를 하시는 아버지. 개척 초기에 아버지의 목회를 위해 휴학을 하고 돕기도 했습니다. 신학 공부도 하지 않은 일반대 학생임에도 찬양인도와 새벽 기도 설교까지 맡기셨습니다. 서툰 사역이었지만 어르신들이 참으로 좋아해 주셨습니다.



시골에서 사역을 하면 도시와는 또 다른 맛이 있습니다. 시골의 정이라는 것을 목회 현장에서 고스란히 느낍니다. 물론 어려움 또한 많습니다. 작은 곳이다 보니 잘못된 소문이 순식간에 퍼집니다. 오해를 다잡으려고 하지만 한번 돌아간 민심을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힘들수록 말씀을 붙들려고 노력했습니다. 강해서를 읽으며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말씀이 성도들의 삶 가운데 뿌리내릴 수 있게 할까 고민했습니다. 지치고 힘들어 많이 울었습니다. 매일 저녁마다 가족이 둥글게 앉아 기도하며 찬양했습니다.



김진호 목사님의 『하루 만나, 그 사계절 이야기』를 읽으니, 그 시절이 많이 떠오릅니다. 마음 따뜻했던 기억들. 거침없지만 순수했던 모습들. 부어주고 나눠주기를 반복했지만, 외면당하고 무시당했던 경험들. 그럼에도 결국 사랑은 켜켜이 쌓여 서로의 진심을 확인했던 순간들.



저자의 삶과 고백은 마치 하나님의 말씀이 육화하여 우리에게 나타난 듯합니다. 구체적인 일상 가운데 하나님을 경험합니다. 소소하지만 영광스러운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살아내는 이야기는 거창하지 않지만 오롯이 하나님을 드러냅니다.



저자의 글은 따뜻한 바람과 같습니다. 그의 글을 읽노라면 마음이 녹아내립니다. 움츠려졌던 몸이 펴지고, 이완됩니다. 사계절의 풍경이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울고 웃으며 마음을 나눈 글을 통해 함께 울고 웃게 됩니다. 진심과 전심을 다하는 저자의 태도에 숙연해집니다.



사건이 일어날 때는 몰랐겠지만, 하나님의 손길이 곳곳에 있음을 알게 됩니다. 순수한 믿음의 고백에 함께 감사를 올려드립니다. 말씀과 삶, 찬양과 기도가 자연스레 하나가 되는 곳. 짧지만 강력한 글을 통해 저의 마음에도 온유와 겸손이 가득하길 기도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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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애굽기 본문이 묘사하는 야훼 하나님은 파라오가 가정했던 고대 근동 신관에 들어맞지 않는 신이었다. 야훼께서는 이집트의 만신전에 포함되지 않은 타자의 신으로 등장하시지만 마치 본인의 영토에서 싸우시는 것처럼 이집트에서 놀라운 능력을 나타내셨다. 야훼께서는 피지배 민족의 약한 신으로 등장하시지만 마치 지배 민족의 신처럼 이집트 영토에서 막강한 기적과 이사(異事)를 행하셨다. 어떻게 이럴 수 있었을까? 야훼 하나님은 땅과 연결되어 있지만 땅에 귀속되지 않고, 피지배 민족과 연결되어 있지만 민족의 약함에 귀속되지 않는 초월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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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별 분식집
이준호 지음 / 모모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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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막합니다. 외로움을 이기기엔 삶이 너무 무겁습니다. 흘러가는 대로 놓아주자니 마지막 남은 소중한 기회조차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애써 숨기며 미소 지어보지만 삶은 만만찮습니다. 무엇을 잘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작은 힘을 내어 다시 시작해 보려 하지만 금세 지치고 넘어집니다.



이준호 작가의 『여우별 분식집』은 이렇게 무기력한 모습의 제호를 보여줍니다. 어디 이 소설의 주인공뿐이겠습니까? 많은 사람이 실패와 절망으로 무력감을 호소합니다. 언제부터인가 꿈과 희망이라는 단어는 아스라이 사라집니다. 우리의 최선은 세상의 높은 벽에 초라해 보입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소망은 가까이 있습니다. 불현듯 찾아옵니다. 신기하게도 빛은 내 의지와 무관하게 비춥니다. 신비란 그렇게 갑작스레 다가옵니다. 거창하지 않습니다만 시간이 지나갈수록 내 삶의 전부가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이 소설에서 세아의 존재와 비슷합니다.



그럼에도 삶이 쉽게 진전되지는 않습니다. 아주 더딥니다. 약간의 희망을 보았지만, 또 다른 시작일 뿐입니다. 그러합니다. 결국 상황은 영원히 우리 편이지 않습니다. 다시 좌절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달라졌습니다. 그 환경에 맞닥뜨리는 나의 존재가 단단해졌습니다.



우리에게 새로운 시각이 필요합니다. 선물 같은 인생입니다. 내 안의 작디작은 방에 갇혀 있다면 나와 주변의 사람은 풍성함을 누리지 못합니다. 조금만 더 당신의 품을 허락하면 좋겠습니다. 사소한 태도와 행동이지만 그것을 통해 다시금 소망을 얻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이 리뷰는 모모북스(@momo_books__)으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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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바이블 전도서 - 성숙한 신앙을 위한 지혜 더바이블 인사이트
송민원 지음 / 감은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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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하고 치열하게 살았지만, 변한 것은 없는 듯 보입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한 셈에 바쁩니다. 자신에게 유익이 되거나, 자신보다 강자라고 여겨지는 사람에게는 한없이 관대합니다. 반대로 손해를 끼칠 것 같거나, 약한 사람에게는 비판적입니다.



정해진 삶의 법칙대로 최선을 경주하지만, 우리의 삶은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도 우리의 노고를 알아주지 않습니다. 심지어 악한 사람이 더 많은 것을 얻을 때도 있습니다. 악한 사람은 약한 사람을 이용하여 자신의 영광과 명예를 얻는데 말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규범적 지혜'에 익숙해져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정해진 법칙에 따라 세상이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세상은 복잡하며, 하나님께서 우리를 이끌어 가시는 방법도 다양합니다. 규칙에는 예외가 있으며, 다른 관점으로의 접근이 필요합니다.



『더 바이블 전도서: 성숙한 신앙을 위한 지혜』의 송민원 교수는 이러한 예외적 규칙을 '반성적 지혜'라 명명합니다. 규범적 지혜의 전제들을 반성적 시각으로 되짚기 때문입니다. 특히 전도서는 규범적 지혜가 규정하는 선과 악의 이분법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더하여 전도서는 하나님과 인간의 극명한 차이를 부각합니다. 하나님은 무한하며, 인간은 유한하다는 것입니다. 짧은 인생 가운데 우리가 얼마나 하나님의 뜻을 완전하게 알겠습니까? 전도서는 이렇게 인간의 한계를 철저하게 드러내며, 하나님의 크심을 보여줍니다.



이 책은 전도서를 원어로 세세하게 분석합니다. 더하여 가장 걸맞은 우리의 언어로 표현합니다. 단어와 문맥, 배경을 총망라하여 하나님의 말씀이 온전하게 전달되기를 원하는 저자와 출판사의 마음이 가득 담겨있습니다. 그리하여 본문에 대한 해설 한 줄 한 줄 버릴 것이 없습니다.



직역과 해설로 구성된 '더바이블 오리지널 전도서'의 특정 부분을 읽은 뒤, 책의 뒤쪽에 있는 "더바이블 전도서"를 읽으면 히브리어 원문의 본래 의미를 새롭고도 깊게 알 수 있습니다. "더바이블 전도서"는 새롭게 풀어 쓴 본문인데, 책의 내용 즉 이전의 주석과 해석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며 '규범적 지혜'가 아닌 '반성적 지혜'로 세상을 대하게 됩니다. 인간의 한계와 나약함을 바라보는 것이 뼈아픕니다. 하지만 우리의 삶에 더욱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삶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더불어 하나님의 크심을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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