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의 메시지는 명백하게 통일과 화해의 메시지이다. 실재하는 그 무엇도 추방하지 않고, 그 안에서 모든 것이 정당한 대우를 받고, 그 궁극적인 의미를 깆는, 모든 것을 포용하는 적극적인 계시이다. - P11

성서가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주장의 기본은, 그것이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권위 때문에 맹목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데 있지 아니하고, 그 변혁하고 자유하게 하는 힘을 인식하는 데 있다. "하나님의 말씀"은 구체적인 경험 속에서 인식되게 마련이다. - P18

성서에서 전개되는 가장 기본적인 진리 가운데 하나는, 단순히 하나님은 항상 옳고 인간은 항상 그르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과 인간이 진실한 대화 속에서 서로 마주 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화는 서로 상대방의 권리와 자유를 충분히 존경하는 두 인격 사이의 참된 상호 관계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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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서 먹어라 이것은 내 몸이다 - 2024 사순절 묵상집
한국YWCA연합회 외 엮음 / 대한기독교서회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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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사도들이 강조했던 복음입니다. 십자가의 여정이 담겨 있는 사순절 기간은 예수님의 순종과 고난을 묵상하는 기독교의 핵심적인 절기입니다. 우리는 이 기간을 통해 주님의 순종과 고난에 동참하며, 부활절을 고대하게 됩니다.



물론 교단 차원에서 사순절을 지키지 않는 곳도 있지만, 고난주간의 확장으로 생각하며 주님이 걸어가셨던 그 여정을 함께 묵상하는 것은 소중한 경험일 것입니다. 매일의 삶이 주님과 잇대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렇기에 이 기간만큼이라도 더 깊이 그리스도를 묵상해 보는 것입니다.



이 책 『받아서 먹어라 이것은 내 몸이다』는 좀 더 깊은 묵상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매일의 짧은 묵상 글과 기도문을 통해 우리는 주님의 고난에 동참합니다. 하나님의 말씀 앞에 철저하게 순종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길을 함께 걸어가게 됩니다.



CBS 유튜브 채널 '잘잘법'을 통해 널리 알려진 김학철 교수는 성경의 내용을 쉽게 풀어서 설명하는 탁월한 교사입니다. 매일의 묵상 글을 통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간 사순절의 의미와 해당 본문의 친절한 해설은 사순절을 기리는 영적 여정에 큰 힘과 도움이 됩니다.



또한 주일에 배치된 기도문과 음악 묵상은 우리의 영적 여정이 지적 희열로 끝나지 않도록 우리를 다잡아줍니다. 공동기도문을 통해 교단과 교파를 초월해 함께 마음 모아 기도합니다. QR코드를 통해 직접 음악을 묵상하며, 온몸을 감싸는 영적 충만함을 경험합니다.



설 연휴가 지나면 곧 사순절입니다. 자칫 들뜬 마음으로 인해 정신없이 그 기간을 맞이할 것만 같습니다. 얇지만 강력한 묵상집은 우리를 다시금 주님 앞으로 붙들어주는 도구가 될 것입니다. 공교회가 한마음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묵상한다는 것은 참으로 감격스러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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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 주세요, 주님!
지푸.최재욱.이창수 지음 / 이야기가있는집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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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많은 장벽이 존재합니다. 역설적이게도 교회에 더 많은 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언제부터인가 교회에서 '거룩'이라는 단어는 좀 더 정제되고 점잖은 표현이나 태도를 뜻하게 된 듯합니다. 기존의 문화와 다르면 재빨리 선을 그으며, 세속적이라 비난할 때도 있습니다.



그 틈을 메우려 했던 사람들 중에서도 성속의 이분법을 완전하게 넘어서지 못한 사람들이 보입니다. 가령 힙합이라는 도구를 사용하지만, 언어는 부드러워야 하며, 내용은 복음적이어야 한다는 식으로 말입니다. 물론 아직도 힙합이나 랩이라는 도구를 불편해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생경한 문화에 대해서는 자연스럽지 못합니다. 특히 뭔가 거친 표현들은 여전히 저를 움츠려들게 합니다. 이 책 『비트 주세요, 주님! 』을 읽으며, 혹여 저의 시선으로 재단하여 타인을 판단한 적은 없었는가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이 책을 위해 그리스도인이면서 힙합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그리하여 그동안 보이지 않게 그어져있던 힙합과 복음의 선을 지우려 합니다. 이러한 주제는 어디든 적용할 수 있습니다. 교회 안에서 존중받지 못하는 어떤 문화와도 대입할 수 있습니다.



저자들의 자전적 이야기는 참으로 유쾌하게 진행됩니다. 하지만 교회 내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 문드러진 문제를 직시하게 만듭니다. 주인공 진배의 찌릿한 아픔은 우리가 관심 갖지 못한 누군가의 고통이며 슬픔입니다. 진배를 바라보는 교회의 냉소적 시선은 우리의 차가움과 닮아있습니다.



하나님의 손길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발견됩니다. 우연을 가장한 필연일까요? 상처 입은 영혼에게 가장 적실한 사람을 곳곳에 배치하시는 하나님의 섬세함을 보게 됩니다. 가슴 한편에 분노가 여전하지만, 그럼에도 예수님을 포기하지 못하게 만드는 하나님의 적절한 개입을 경험합니다.



문제의 해결은 예수님의 마음과 태도로까지 가보는 것입니다. 정말로 주님이 차별과 편견으로 다른 사람을 배제하시는 분이신가에 대한 고민입니다. 이 책의 백미는 바로 이 지점입니다. 예수님의 성육신과 낮아지심은 우리를 하나 되게 하고 이해하려 하신 행동이었다는 점입니다.



모든 장벽을 무너뜨리려 하시는 예수님. 그 주님이 바로 힙합입니다. 가난하고 찌들어 있는 삶의 장소였던 게토의 삶을 부정하지 않고, 그것을 자신의 정체성이자 자랑으로 삼는 힙합. 예수님도 중심이 아닌 주변부에서의 삶을 감추지 않고 오히려 갈릴리에서 더 많은 사랑을 베풀어 주십니다.



예수님은 잘나가고 힘 있는 사람들 편이 아니라, 낮고 가난하며 연약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친구가 되어주십니다. 동일한 아픔과 고통 가운데 있는 사람들을 진심으로 감싸주십니다. 불의 앞에서는 불처럼 화를 내시며, 싸워야 될 때는 물러섬이 없는 모습. 이것이 바로 힙합의 정신과 매우 흡사합니다.



결국 본질이 중요합니다. 어떤 형식과 도구를 사용하는가 보다 그 안에 담겨 있는 정신이 핵심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마음을 보십니다. 더불어 자유롭게 서로를 존중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표현으로 주님께 나오기를 원하십니다.



이 책의 이야기는 감동적으로 이 모든 것을 아우릅니다. 주인공 진배가 쓴 그동안의 고민과 아픔, 성숙의 과정을 담은 랩을 읽으며 많이 울었습니다. 촌철살인과 같은 언어의 향연에 빠져듭니다. 이 음원은 책과 함께 출시되어 더 큰 감동을 선사합니다. 이제 비트에 몸을 맡길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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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거룩하게 - 망가진 존재 속에서 반짝이는 은총의 순간들
나디아 볼즈웨버 지음, 윤종석 옮김 / 바람이불어오는곳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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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 대해 고민이 많아지는 요즘입니다. 교회는 무엇이며, 어떠한 모습이어야 할까요? 정답은 보이지 않는 듯합니다. 다양한 이론만큼이나, 실재하는 교회는 저마다 다른 모습입니다. 우리는 교회에서 은혜를 누리기도 하지만, 실패와 좌절을 맛보기도 합니다.



중요한 요소들이 많이 있겠지만, 교회에 무엇보다 우선되는 것은 죄인을 환대할 수 있는 은혜의 능력일 것입니다. 소외된 이웃, 불편한 사람일지라도 너끈하게 감당하며 포용할 수 있는 모습 말입니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교회조차도 깨어진 죄인들의 모임이니까요.



결국 죄인이 죄인을 수용하고 사랑해야 하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실마리를 풀기가 어렵습니다. 부족하고 연약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니, 불협화음은 끊이지 않습니다. 잘못을 했지만 미안해하기보다 억울해할 때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변화의 시작은 실제로 교회답게 살아내는 교회를 찾는 데 있습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목회자, 죄인을 수용하는 교회를 통해 추상적 명제가 아닌 실제 하는 이야기를 듣는 것입니다. 그런 서사가 우리에게 쌓이다 보면 희망의 빛을 쫓아 우리 또한 한걸음 내디딜 수 있을 것입니다.



루터교 목사인 나디아 볼즈웨버(Nadia Bolz-Weber)는 한번 보면 잊지 못할 외모를 지녔습니다. 근육질의 몸은 문신으로 뒤덮여 있습니다. 자신감에 넘치는 모습이지만 과거는 정반대입니다. 깡마른 몸에 홀로 식사를 해야 해서 늘 외톨이였다고 고백합니다.



홀로 힘겨운 시절을 보낸 그녀는 자신의 고통과 상처를 분노로 풀어냅니다. 마약과 알코올 중독에 빠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그녀를 홀로 두지 않으셨습니다. 중독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통해 신학생인 현재의 남편을 만나게 되고, 자신도 루터교 목사가 됩니다.



볼즈웨버 목사는 시종일관 솔직하고 유쾌하게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여전히 입에 욕을 달고 살며, 우울증과 공황 장애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누구보다 거룩함을 추구합니다. 그 거룩은 세상과의 단절이 아닙니다. 오히려 소외된 이웃을 적극적으로 환영하는 일입니다.



그녀의 교회는 보수적인 교회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혹은 드러내놓을 수 없는) 사람들을 받아들입니다. 철저히 외면받았던 그들은 나디아 볼즈웨버의 교회에서 이웃이 됩니다. 환대 받습니다. 연약함을 인정하면서 각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합니다.



모든 교회나 목회자가 이 교회와 똑같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 교회가 품고 있는 예수님의 정신은 본받아야 합니다. 그 누구보다도 이웃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이웃이 되어줘야 합니다. 죄인들, 가난하고 소외되고 연약한 사람들 말입니다. 바로 그 사람이 우리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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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토록 평범하게 살 줄이야
서지은 지음 / 혜화동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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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평범하지 못한 인생이기에 평범하기를 갈망합니다. 대부분이 쉴 때, 일해야 하는 삶이 힘들었던 이유는 많은 가족들이 누리는 일상이 없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이 일할 때 쉬는 삶은 마치 세상에 홀로 있는 듯한 외로움을 느끼게 할 때도 있습니다.



사명이라 붙들었던 선택은 바꿀 수 없는 상황에 대한 한탄으로 변하게 되었습니다. 현재의 자리에서 메꿀 수 있는 상대방의 필요를 살펴보지 못했습니다. 삶의 배경에 대한 후회는 일상을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지금'이 없는 무채색의 삶입니다.



무던히도 '일상'을 찾아 헤매었습니다. 치열하게 '평범'을 갈구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다른 사람의 일상이 궁금했습니다. 그들의 평범은 무엇일까 들여다보게 됩니다. 그러면서 알게 된 깨달음은 너무도 다양한 삶의 배경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최선이 바로 '일상'이며 '평범'이었습니다.



서지은 작가의 『내가 이토록 평범하게 살 줄이야』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삶의 기록입니다. 하지만 성공과 희망만이 아니라 실패와 좌절이 있기에 그것이 바로 일상임을 깨닫게 됩니다. 다양한 색채로 기록된 삶의 파편들은 어느새 하나의 존재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그렇습니다. '대부분'이나 '많은'이 가진 비교의 마음은 우리가 '존재'로 살아갈 수 없게 만듭니다. 저자의 글은 '각자의 삶은 저마다의 색을 지닌다'라는 위로를 안겨줍니다. 삶의 다양함을 자신의 이야기로 풀어냅니다. 인생의 고비 또한 평범한 일상이 됩니다.



작가의 문장은 살아 있습니다. 따뜻하면서도 냉정하고, 솔직하면서도 비밀스럽습니다. 우리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 인생을 살면서 흔들리고 고뇌했던 마음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소소한 기쁨을 누렸던 삶도 말입니다.



자신의 장래 희망이 작가라고 말하는 저자의 다음 글이 무척이나 기대가 됩니다. 부디 지금처럼 존재를 담은 글을 계속 써주기를 기대합니다. 저마다의 서사가 보다 큰 소리로 울려 퍼질 때, 각자의 존재는 보다 더 단단해져서 서로에게 용기와 희망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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