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마이너리티 히어로 안전가옥 앤솔로지 6
범유진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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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히어로가 되고 싶었습니다. 갖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현실이 녹록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영웅을 꿈꾸었습니다. 세상은 가진 사람이 더 많이 갖는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조금이라도 더 정의롭고 공평한 사회를 기대했습니다.



이제는 히어로를 고대합니다. 사랑 많고 정의로운 누군가가 영웅처럼 세상을 변화시켜주기를 말입니다. 하지만 어떤 영역의 사람들도 그 기대를 채워주지 못했습니다. 사랑이 많으면 능력이 없었고, 권력이 강하면 온정이 없었습니다. 여전히 세상은 영웅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천선란 작가의 작품을 살펴보다 안전가옥 출판사와 메가박스가 주최한 공모전 수상 작품집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 공모전은 히어로물이어야 하며, 그 히어로는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마이너리티 한 존재여야 합니다. 그리하여 선정된 다섯 작품은 각각이 독특하면서도, 큰 틀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다섯 작품의 주인공은 모두 언뜻 보면 지극히 평범한, 아니 오히려 주변에서 거들떠보지 않는 인물입니다. 심지어 자신들이 가진 힘도 볼품없게 보일 수 있습니다. 물에서 숨을 쉰다거나, 화장실에 가고 싶은 상태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등의 능력입니다.



보잘것없다고 생각했던 자신들의 존재는 특정한 사건을 통해 사회에 유익이 되는 능력으로 부각됩니다. 자신도 잘 알지 못했던 존재의 이유를 외부의 변화를 통해 알게 됩니다. 하지만 성장은 고통이 뒤따르는 법입니다. 열매를 얻는 과정은 눈물과 아픔이 함께 합니다.



세상은 여전히 영웅을 필요로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나의 존재가 어떠한지 잘 알지 못합니다. 특별한 사건은 우리를 새롭게 발견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혹은 연대와 소통을 통해 자신의 존재 목적이 더욱 뚜렷해질 때도 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이 세상에 꼭 필요한 존재가 되어갑니다.



다섯 이야기는 작지만 큰 깨달음을 던져 줍니다. 각자가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능력으로 최선을 살아가며, 서로 돕고 함께 할 때 사회는 조금 더 희망을 품을 수 있다는 것을 말이죠. 비록 그 과정은 힘겹습니다. 그럼에도 매우 가치 있고 소중합니다. 그러니 포기하지 말고 함께 꿈을 꾸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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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가 우리에게 제시하는 그리스도교는 과거와 단절할 수 있는 신앙, 낡은 관습과 확신을 떨쳐 버리고 특권주의(particularism)을 거부하며 다른 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신앙이다. 바오로는 그리스도교를 정통 이론(orthdox)이나 정통 실천(orthopraxis)의 측면으로가 아니라, 새로운 정치政治(politeia)로, 말하자면 사람들과 사회들 사이의 새로운 소통 방식으로 제시한다. 바오로가 이스라엘의 울타리를 넘어 ‘민족들‘(이방인들)을 찾아 여행을 시작한 것이 교회 역사 전체의 패러다임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그리스도교다운 면모다! 교회는 끊임없이 그리스도교의 과거에서 벗어나 자신이 받은 ‘유산‘의 상당 부분을 과감하게 두고 떠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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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서소 씨의 일일
서소 지음, 박현주 그림 / SISO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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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일상을 한 번씩 들추어 봅니다. 요즘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떤 생각에 빠져 있는지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일상의 소소한 에세이를 읽으며 나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삶의 활력을 잃어버리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곤 합니다.




많은 사람이 평범한 삶을 원합니다. 살아보니 평범한 것이 비범한 것이었습니다. 순탄하게 사는 것만큼 힘든 것이 없습니다. 제때 먹고, 정해진 시간에 잠을 잔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알게 됩니다. 어쩌면 일상의 작은 기쁨을 바라보며 살아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회사원 서소 씨의 일일』은 서소 씨가 회사를 잠시 쉬면서 경험한 일상을 기록한 에세이입니다. 우리의 일상에서 만나볼 수 있는 작은 일들이지만, 그 가운데 웃음과 해학이 있고 통찰이 숨어 있습니다. 저자의 솔직하면서도 유쾌한 글쓰기는 보는 내내 웃음을 머금게 만듭니다.




인생의 중반기를 넘어갈수록 보다 안전하게 가려고 합니다. 그동안의 최선에 대한 열매를 맛보고 싶습니다. 현실에 안주하고픈 마음이 드는 것이죠.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오히려 모험과 도전을 선택합니다. 이는 평범한 일상에 새로운 자극을 줍니다.




일상을 살아낸다는 것이 만만치 않습니다. 어쩌면 우리네 삶도 거창한 그 무엇이 아니라 소소한 일상의 평범한 삶에서 진실하게 살아가는 것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누군가의 일상이 우리에게 용기와 위안이 되듯, 저의 삶도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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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명백백하게 보여 줄 수 있는 것은 신앙을 요구하지 않는다. 우리의 이성과 상상력, 감감적 경험으로 이해할 수 있는 확고부동한 확신들 앞에서는 신앙이 필요치 않다. 하느님께서 침묵하시는 차가운 밤, 우리 삶과 세상이 불확실로 가득 찬 어스름한 순간에 신앙이 필요하다. 그럴 때 신앙이 하는 일은 확실성과 평안에 대한 목마름을 달래 주는 것이 아니라 신비와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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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다닐 거면 나부터 챙깁시다 - 매일같이 털리는 직장인에게 필요한 멘탈 스트레칭 에세이
불개미상회 지음 / 허밍버드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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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의 삶에 대한 에세이를 간혹 읽습니다. 압박과 스트레스를 홀로 감당하기 힘들 때, '을'의 삶을 사는 사람들과 연대하는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혹여나 놓칠 수 있는 그들의 삶의 면면을 보고 싶어서입니다. 나의 힘겨움에 집중하다 보면 다른 사람이 보이지 않으니까요.



특히나 웃음과 해학으로 풀어나가는 직장인들의 삶은 그 안에 깊은 진솔함이 배여있습니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고통을 그림과 글을 통해 승화시키는 느낌입니다. 과장이 있을 수 있으나, 실제로는 더한 일이 비일비재하니까요. 평생 욕 한번 안 하고 살았는데 욕을 해야만 분이 풀릴 것 같은 사건이 참 많습니다.



참 많은 상사들은 자신의 (크고도 많은) 실수는 덮어두고 직원의 소소한 실수는 크게 들추어내는지요. 메꾸어주고 다듬어주어 최선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에 대한 인지나 인정이 없는지요. 공과 사의 구분 없이 자신의 일을 맡기면서도 마땅하고 당연하다 생각하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그러면서 저 또한 돌아보게 됩니다. 어쩌면 '을'이라고 생각하며 오랫동안 살아왔으니까요. 혹여나 주변 사람에게 부탁이나 요청을 할 때 윽박지르지는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그게 꼭 직장뿐일까요. 가정에서 자녀들에게 사실 이외의 감정을 폭발하지 않았나 돌이켜봅니다.



불개미상회의 『어차피 다닐 거면 나부터 챙깁시다』는 직장인들의 삶을 그림과 짧은 글로 솔직하게 표현합니다. 함께 울고 웃다 보면 어느새 스트레스가 풀립니다. 스트레스를 멘탈 스트레칭으로 풀어내는 것이지요. 이렇게 공감은 참으로 큰 힘과 위로가 됩니다.



나 혼자 경험하고 있다는 외로움과 막막함은 두려움과 회피를 가져다줍니다. 급기야 현실을 포기하고 싶고, 막연한 새로움을 쫓게 됩니다. 사실 이곳이나 저곳이나 비슷할 텐데 말입니다. 과한 요구나 심한 압박을 견디다 못해 터져버리려고 하는 것이죠.



그렇기에 소소하게 행복을 찾아야 합니다. 스트레스를 관리하면서 말입니다. 현실에 발붙이고 있으면서 이상을 살아내야 합니다. 누군가가 나와 비슷한 자리에서 최선의 삶을 살고 있다는 의식은 좌절하고 있는 우리에게 큰 용기를 줍니다.



많이 흔들립니다. 힘겹습니다. 누군가는 말 못 할 괴로움과 아픔으로 가슴치고 있습니다. 내가 힘든 이상으로 당신은 참으로 많이 울고 아파했습니다. 모든 것을 다 알지 못하고, 그 이야기 들어주지 못하지만, 함께 걸어가고 싶습니다. 함께 울겠습니다. 당신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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