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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리커버) - 지나온 집들에 관한 기록
하재영 지음 / 라이프앤페이지 / 2020년 12월
평점 :
품절
학창 시절에는 작은 동네를 벗어나지 않았다.
시내로 들어가는 것도 버스를 타고 1시간 걸리니.
대학교를 들어가고부터는 이사의 연속이다.
대학 4년만 해도 기숙사와 원룸 등으로 옮겨 다녔다.
직장을 다니다 대학원에서 공부할 때는 더했다.
김해와 대구, 서울에서의 주거지는 매번 변했다.
공간이 주는 추억이 있다.
그 공간을 떠올릴 때의 복잡 미묘한 감정.
직장과 학업으로 인해 없는 돈을 나누어,
집을 두 군데 구해야 했던 기억도.
삶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이 아프면 혹여나 그런 환경 때문일까 늘 미안했다.
왜 그렇게 살아야 했나 후회스럽지만,
그 순간 최선을 다했다 생각한다.
하재영 작가는 특유의 섬세함으로
자신이 지나온 공간을 떠올리며 묘사한다.
그저 부유하는 인생 같지만,
집은 우리에게 그 순간 삶의 자리에 안착할 수 있게 돕는다.
공간은 거주로 국한되지 않고,
사회구조적인 문제와 밀접하게 잇닿아 있다.
작가는 소소한 기억들을 세세하게 그려낸다.
그 추억은 정치적 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어떤 자리는 삶의 공간을 뜻하고,
물리적 자리는 상징적 자리와 연결된다.
나의 공간은 시대와 공유하는 자리이며,
그렇기에 결코 나만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작가의 서사는 자신의 삶을 드러내는 동시에,
우리 사회에 감추어진 교묘한 문제들을 여실히 드러낸다.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이지만
함께 울며 웃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