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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기록법 - 읽고 싶은 콘텐츠를 만드는 에디터 10인의 노트 ㅣ 자기만의 방
김지원 외 지음 / 휴머니스트 / 2025년 3월
평점 :

책장을 펼치면 각 장의 첫머리마다 컴퓨터 단축키와 함께 에디터들의 한 문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마치 기록이라는 행위가 단순한 글쓰기 기술을 넘어, 삶을 다루는 키보드 명령어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지원(인스피아 발행인)은 “나의 글쓰기는 오늘만 산다”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Ctrl+N, 새 문서를 여는 단축키처럼, 그의 기록은 어제에 머무르지 않고 매일 새롭게 태어납니다. 기록은 오늘을 살게 하는 도구이자, 내일을 열어가는 시작이 됩니다.
김혜원(캐릿 편집장)은 Ctrl+F, 찾기 기능을 이야기합니다. “메모와 메모 사이를 산책하듯 누비며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을 찾는다.” 기록은 잊힌 것을 붙잡는 행위가 아니라, 내 삶 속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찾아내는 과정이라는 고백입니다.
도헌정(폴인 팀장)은 Print Screen 키에 자신의 생각을 겹쳐 놓습니다. “본 것은 달아나지 않는다.” 기록은 사라질 것 같은 순간을 붙잡아 영원히 남기는 스크린샷과 같습니다. 우리가 본 것, 경험한 것은 기록 속에서 새로운 증거가 되고, 다시 살아납니다.
허완(뉴닉 에디터)은 언어 전환 키를 떠올립니다. “어려운 걸 쉽게 쓰는 건 어렵다. 에디터의 모든 고통은 거기에서 시작된다.” 기록은 단지 정보를 전달하는 일이 아니라,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낯선 것을 친근하게 바꾸는 번역의 과정이라는 점을 일깨웁니다.
조성도(오렌지레터 발행인)는 Ctrl+O, 열기의 의미로 기록을 말합니다. “매주 월요일 아침, 뉴스레터가 한 주를 시작하는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기록은 혼자의 일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을 열어주고 함께 시작하게 하는 나눔입니다.
김희라(어피티 편집장)는 “기록은 어떤 식으로든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해준다.”라고 말합니다. Ctrl+P, 인쇄라는 단축키처럼 기록은 보이지 않던 것을 드러내고, 추상적인 것을 구체로 바꾸며, 머릿속에만 있던 것을 세상 밖으로 끌어냅니다.
오별님(무신사 에디터팀)은 Ctrl+X, 잘라내기를 통해 기록을 설명합니다. “흩어져 있던 파편들은 필요할 때 다시 모여 유용하게 쓰인다.” 기록은 단절이 아니라 재조립입니다. 잘라낸 조각조각은 새로운 문맥에서 다시 살아나, 또 다른 의미를 만들어 냅니다.
윤성원(프로젝트 썸원 콘텐츠 오너)은 Ctrl+B, Bold를 이야기합니다. “읽고 쓰고 보고 듣고 말하는 일이 왜 중요한가? 이게 우리의 삶을 정밀하게 살아가게 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기록은 삶을 두텁게 하고, 더 선명하게 살아내도록 강조표시를 해 줍니다.
김송희(빅이슈 편집장)는 Ctrl+A, 전체 선택에 마음을 둡니다. “뭐든지 그냥 스쳐 지나가지 않고 내 것이 되도록 모은다.” 기록은 흩어지는 것을 붙잡아 내 삶의 일부로 만드는 일입니다. 모든 순간을 선택해 모아낼 때, 비로소 그것이 내 것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손현(전 토스 콘텐츠 매니저, 에세이 작가)은 Ctrl+S, 저장을 떠올립니다. “내 시간을 끌어당기는 대상에 더 관심과 정성을 기울여본다.” 기록은 흘러가는 시간을 저장하는 행위입니다. 관심과 정성을 쏟는 순간이야말로 기록될 가치가 있다는 그의 말은, 기록이 곧 사랑의 표현임을 알려줍니다.
이처럼 『에디터의 기록법』은 기록을 단순히 ‘남기는 기술’이 아니라, 삶을 더 깊이 살아내는 단축키로 보여줍니다. 각 에디터의 문장과 단축키는 저마다 다르지만, 그 안에 흐르는 메시지는 같았습니다. 기록은 오늘을 새롭게 하고, 흩어진 것을 모으며,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고, 결국 삶을 저장하는 길이라는 것.
우리의 삶에도 어떤 단축키가 필요할까요? Ctrl+N으로 오늘을 새로 열고, Ctrl+S로 사랑하는 순간들을 저장하며, Ctrl+A로 삶의 모든 것을 모아내는 일. 기록은 누구나 누를 수 있는 단축키이자, 우리 삶을 다르게 살아가게 하는 방법임을 이 책은 따뜻하게 일깨워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