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쉬지 못해도 괜찮아 - 나는 날마다 숨을 선물 받습니다
김온유 지음 / 생명의말씀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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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쉬는 일을 멈추지 않는 한, 우리는 살아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너무 당연해서 평소에는 내가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지내니까요. 아침에 눈을 떠 무의식적으로 깊은숨을 들이마시는 그 순간이 사실은 놀라운 기적이라는 것을, 우리는 자주 잊고 살아갑니다. 솔직히 저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김온유 작가의 『숨 쉬지 못해도 괜찮아』를 읽고 나면, 당연하게 여겼던 공기의 흐름이 전혀 다르게 다가옵니다. 은혜라는 말 말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먹먹함으로 말입니다.


이 책은 참 아픕니다. 열네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의료사고를 겪으며 스스로 숨 쉴 수 없는 몸이 된 한 청년의 기록이기 때문입니다. 감기인 줄 알고 찾아간 병원에서 오진과 잘못된 수술이 반복되었고, 결국 갈비뼈가 사라지고 척추가 무너져 내렸다고 합니다. 목에 구멍을 뚫고 인공호흡기에 의존해야 하는 삶.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턱 막히는 일입니다. 한창 세상을 향해 뛰어놀아야 할 나이에 침대 위가 세상의 전부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책의 초반부를 읽어 내려가는 일은 솔직히 꽤 고통스러웠습니다. 고통이 너무 생생하고 구체적이어서 몇 번이고 멈추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이 책은 독자를 깊은 절망의 늪에 계속 가두어두지 않습니다. 오히려 묘한 온기를 전합니다. 저자는 혼자서는 단 1초도 숨을 쉴 수 없습니다. 누군가 수동식 호흡 보조기구인 ‘앰부백’을 손으로 눌러주어야만 생명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부모님의 부르튼 손이 그의 숨이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그의 곁으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렇게 ‘릴레이 온유’라는 자원봉사 공동체가 생겨났습니다.


24시간 동안 여러 사람이 번갈아 가며 그의 숨을 돕는 일. 1초에 한 번씩 손을 움직이는 일이 말은 쉽지만, 사실 한 사람의 생명을 문자 그대로 손으로 붙드는 일입니다. 그런데 그 무거운 공간이 시간이 흐르면서 웃음소리가 나고, 시시콜콜한 수다가 오가고, 따뜻한 기도가 흐르는 사랑방으로 변해갑니다. 병실이라는 닫힌 세계가 오히려 열린 소통의 공간이 된 셈입니다. 고통의 한복판에서 이런 공동체가 만들어진다는 것은 참 신비로운 일입니다.


책을 읽으며 가장 큰 울림을 받았던 것은, 저자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었습니다. 현실은 그를 ‘인공호흡기에 매달린 환자’로 분류했지만, 그는 자신을 그렇게만 정의하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숨 쉬지 못하는 몸일지라도, 자신이 여전히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존엄한 존재라는 사실을 붙들었습니다. 이 믿음이 고통을 마법처럼 없애주지는 않았습니다. 여전히 아프고, 여전히 제한이 많았으니까요. 그러나 그 믿음은 고통이 그의 인생 전체를 집어삼키지 못하도록 붙들어주었습니다.


특히 아침마다 침대 위에서 자신을 단정하게 꾸민다는 대목에서는 코끝이 찡해졌습니다. 환자복을 입고 누워 지내지만, 마음까지 초라해지게 두지 않겠다는 몸짓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외모를 꾸미는 일이기 전에, 창조주 앞에서 자신의 삶을 함부로 대하지 않겠다는 신앙의 예의처럼 보였습니다. 무너진 몸과 제한된 환경이 자신을 다 설명할 수 없다는 믿음. 하나님이 지으신 존재의 존엄을 끝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고백이 그 안에 담겨 있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기적이라고 하면 문제가 한순간에 해결되는 일을 떠올립니다. 병이 씻은 듯이 낫거나, 꼬였던 상황이 극적으로 풀리는 일처럼 말입니다. 물론 그것도 기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은혜의 또 다른 얼굴을 전합니다.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고난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그런데도 매 순간 타인의 손을 통해 전달되는 숨을 ‘선물’로 받아들이는 삶. 원망보다 감사가 더 깊이 흐르는 삶.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자주 놓치고 있던 기적의 모습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오늘 쉰 수많은 숨을 얼마나 당연하게 여겼는지,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을 바라보느라 이미 내게 주어진 은혜를 얼마나 자주 외면했는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강한 사람이 고난을 멋지게 극복해 낸 영웅담이 아닙니다. 매일 은혜를 선물 받아 살아가는 사람이, 어떻게 그 하루를 사랑할 수 있는지 들려주는 신앙의 기록입니다. 오늘따라 제 가슴으로 들어왔다 나가는 이 공기가, 유난히 무겁고도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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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가 그렇게 살아가려 하고, 살 수 있는 이유는 결코 나의 강함 때문이 아니었다. 그저 두려워질 때마다 나와 함께 계시는 분의 말씀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분이 자기의 형상을 본떠서 나를 만들었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나는 어떠한 실망스런 순간에도 나 자신이 전능하신 그분을 쏙 빼닮은 무한한 존재임을 믿었다. 분명히 이 세상의 어떤 창조물보다 고귀한 존재라 하셨으니, 현실이라고 불리는 주변의 환경 따위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어진 사람을 달리 정의할 수 없는 일이라고 굳게 믿었다.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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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폭력을 통해 피상적으로 타인을 다루는 삶은 강해 보이지만 사실은 가장 외롭고, 취약하고, 금방 허물어질 것처럼 텅 비어 있다. 그에게는 진짜 정보, 지식, 앎이 없고, 위선과 거짓으로만 삶이 채워져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해와 수용으로 타인을 대하는 삶은 꽉 찬 사람이 된다. 그는 진심으로 엮인 삶의 힘을 이해하고, 구체적인 관계 속에서 삶의 깊이를 받아들인다. - P92

그래서 이해는 때로 위험하다. 그 사람을 깊이 이해하면 이해할수록 그 사람을 용서할 수 밖에 없고, 사랑할 수밖에 없다. 명백하게도 이해는 사랑과 직결된다. 이해한다는 것은 그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본다는 뜻이고, 그의 몸 곳곳에 새겨진 상처의 흔적을 마치 ‘그가 된 것처럼‘ 경험한다는 뜻이다. 성경의 저 오랜 구절대로 타인을 내 몸과 같이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럴 땐 원수마저도 사랑할 수 있게 된다. - P96

삶이란 온콩 완벽함을 가장하는 타인들 속에서, 서로에게 여린 사람들 간의 연대를 만들어나가는 일이다. 그런 연대 속으로 진입할수록, 약해질수록 사람은 강해진다. 이미 약함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삶은 쉽게 부서지지도 않는다. 그런 관계와 삶은 유리 같음과 반대 편에 있는 진흙 같음이다. 진흙 같은 삶과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바로 강해지고 온당해지는 길임을 갈수록 믿게 된다.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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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손쉬운 판결과 매도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 흥미로운 소문들은 늘 손쉽게 누군가를 악인으로 만들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그런 가운데 누군가의 이야기를 가만히 이해하려는 시도 자체가 이런 몰이해의 세상에서는 하나의 해독제가 될 수도 있다. ‘찬찬히 들어보고 이해하기‘만큼 이 시대가 품은 ‘몰이해의 독‘을 치료해가는 효과적인 해독제는 없을 것이다.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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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트만의 교회론은 개인의 실존적 체험, 시대의 고통, 세계 교회의 현실을 바탕으로 하나님 나라를 향한 공동체로서의 교회를 그려낸 신학적 응답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의 교회론은 조직이나 제도로서의 교회가 아니라, 고난의 현실 속에서 하나님을 증언하는 생명의 공동체를 추구합니다. - P85

몰트만은 힘으로 군림하는 통치가 아니라, 자유로운 교제와 소통이 중심이 되는 나라로서 하나님 나라를 이해하려고 합니다. 그는 ‘하나님의 나라‘를 ‘하나님의 통치‘로 번역할 때 생길 수 있는 신정 정치적 오해를 피하고, 그보다는 안식과 사랑, 기쁨이 가득한 공동체로서 하나님 나라를 강조합니다.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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