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다 좋아서 하는 거잖아요 - 이곳은 도쿄의 유일한 한국어 책방
김승복 지음 / 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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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지치고 쓰러지는 순간이 많습니다. 다시 일어날 힘이 도무지 나지 않을 때도 있지요. 그런데도 우리는 또다시 하루를 시작합니다. 왜일까요? 아마도 그 밑바탕에는 ‘좋아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이 책은 바로 그 마음이 우리를 어떻게 다시 일으켜 세우는지를 담담히 보여줍니다.


저자는 도쿄 진보초의 한국어 책방 ‘책거리’를 10년째 운영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누군가 “그런 일이 가능하겠느냐”고 묻기도 했고, 가까운 이들은 걱정하며 말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단순히 “없으면 우리가 하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했고, 돌아보니 그 길을 끝까지 붙들게 한 힘은 결국 ‘좋아함’이었습니다.


책에는 화려한 성공담 대신, 매일의 사소한 실천이 담겨 있습니다. 일기를 쓰고, 작은 시도를 하고, 내 마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 같은 것들입니다. 이 소박한 행동들이 쌓여 삶을 오래 버티게 하고, 때로는 지쳐 무너진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됩니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언제나 즐겁기만 한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좋아하기 때문에 더 오래 붙들게 되고, 그 과정에서 더 큰 고단함을 겪게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다시 돌아와 일을 이어가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좋아함’이란 결국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이기 때문입니다.


읽다 보면 좋아하는 마음이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삶의 태도이자 근력임을 알게 됩니다. 고난의 순간에도 다시 발을 내딛게 하고, 의미 없어 보이는 일상 속에서도 기쁨을 발견하게 하는 힘, 그것이 바로 좋아하는 마음입니다. 그래서 작가는 행복을 외부의 인정이 아니라 내면의 만족과 연결합니다.


책장을 덮고 나면 독자는 자연스레 자신에게 묻게 됩니다. 나는 지금 무엇을 좋아해서 붙잡고 있을까? 혹은 남들의 시선이나 책임감 때문에 억지로 이어가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책은 이 질문을 조용히 건네며, 내 마음이 원하는 길을 한 번 더 바라보도록 이끕니다.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작가의 인터뷰를 보면 그가 책에서 말한 태도를 실제로 어떻게 살아내는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떠오르면 직원들을 기다렸다가 아침에 바로 이야기한다는 모습은, ‘작은 시작을 미루지 말라’는 메시지의 생활 속 증거이기도 합니다. 책 속 이야기가 현실과 이어질 때 독자의 공감은 더 깊어집니다.


이 책은 결국 좋아서 하는 일이 어떻게 공동체와도 연결되는지를 보여줍니다. 좋아하는 일을 오래 붙들다 보면, 그 길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 걷는 길이 됩니다. 책방의 손님들이 이야기를 보태고, 팀이 힘을 합치며, 작가 자신도 “합시다, 제가 도울게요”라는 말을 습관처럼 내뱉습니다. 좋아하는 마음이 결국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낳는 셈입니다.


저 역시 책을 읽으며 제 삶을 돌아보았습니다. 힘들어도 다시 글을 쓰는 이유, 새벽마다 책과 만나는 이유, 또다시 기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했습니다. 결국 좋아서입니다. 좋아하는 마음이 삶을 지속하게 하고, 작은 시작이 내일의 길을 엽니다.


『결국 다 좋아서 하는 거잖아요』는 우리 모두에게 속삭입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고, 좋아하는 일을 붙드는 바로 그 자리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다고. 그래서 오늘도 우리는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그 단순한 진실이 이 책의 가장 큰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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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기록법 - 읽고 싶은 콘텐츠를 만드는 에디터 10인의 노트 자기만의 방
김지원 외 지음 / 휴머니스트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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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펼치면 각 장의 첫머리마다 컴퓨터 단축키와 함께 에디터들의 한 문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마치 기록이라는 행위가 단순한 글쓰기 기술을 넘어, 삶을 다루는 키보드 명령어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지원(인스피아 발행인)은 “나의 글쓰기는 오늘만 산다”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Ctrl+N, 새 문서를 여는 단축키처럼, 그의 기록은 어제에 머무르지 않고 매일 새롭게 태어납니다. 기록은 오늘을 살게 하는 도구이자, 내일을 열어가는 시작이 됩니다.


김혜원(캐릿 편집장)은 Ctrl+F, 찾기 기능을 이야기합니다. “메모와 메모 사이를 산책하듯 누비며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을 찾는다.” 기록은 잊힌 것을 붙잡는 행위가 아니라, 내 삶 속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찾아내는 과정이라는 고백입니다.


도헌정(폴인 팀장)은 Print Screen 키에 자신의 생각을 겹쳐 놓습니다. “본 것은 달아나지 않는다.” 기록은 사라질 것 같은 순간을 붙잡아 영원히 남기는 스크린샷과 같습니다. 우리가 본 것, 경험한 것은 기록 속에서 새로운 증거가 되고, 다시 살아납니다.


허완(뉴닉 에디터)은 언어 전환 키를 떠올립니다. “어려운 걸 쉽게 쓰는 건 어렵다. 에디터의 모든 고통은 거기에서 시작된다.” 기록은 단지 정보를 전달하는 일이 아니라,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낯선 것을 친근하게 바꾸는 번역의 과정이라는 점을 일깨웁니다.


조성도(오렌지레터 발행인)는 Ctrl+O, 열기의 의미로 기록을 말합니다. “매주 월요일 아침, 뉴스레터가 한 주를 시작하는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기록은 혼자의 일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을 열어주고 함께 시작하게 하는 나눔입니다.


김희라(어피티 편집장)는 “기록은 어떤 식으로든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해준다.”라고 말합니다. Ctrl+P, 인쇄라는 단축키처럼 기록은 보이지 않던 것을 드러내고, 추상적인 것을 구체로 바꾸며, 머릿속에만 있던 것을 세상 밖으로 끌어냅니다.


오별님(무신사 에디터팀)은 Ctrl+X, 잘라내기를 통해 기록을 설명합니다. “흩어져 있던 파편들은 필요할 때 다시 모여 유용하게 쓰인다.” 기록은 단절이 아니라 재조립입니다. 잘라낸 조각조각은 새로운 문맥에서 다시 살아나, 또 다른 의미를 만들어 냅니다.


윤성원(프로젝트 썸원 콘텐츠 오너)은 Ctrl+B, Bold를 이야기합니다. “읽고 쓰고 보고 듣고 말하는 일이 왜 중요한가? 이게 우리의 삶을 정밀하게 살아가게 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기록은 삶을 두텁게 하고, 더 선명하게 살아내도록 강조표시를 해 줍니다.


김송희(빅이슈 편집장)는 Ctrl+A, 전체 선택에 마음을 둡니다. “뭐든지 그냥 스쳐 지나가지 않고 내 것이 되도록 모은다.” 기록은 흩어지는 것을 붙잡아 내 삶의 일부로 만드는 일입니다. 모든 순간을 선택해 모아낼 때, 비로소 그것이 내 것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손현(전 토스 콘텐츠 매니저, 에세이 작가)은 Ctrl+S, 저장을 떠올립니다. “내 시간을 끌어당기는 대상에 더 관심과 정성을 기울여본다.” 기록은 흘러가는 시간을 저장하는 행위입니다. 관심과 정성을 쏟는 순간이야말로 기록될 가치가 있다는 그의 말은, 기록이 곧 사랑의 표현임을 알려줍니다.


이처럼 『에디터의 기록법』은 기록을 단순히 ‘남기는 기술’이 아니라, 삶을 더 깊이 살아내는 단축키로 보여줍니다. 각 에디터의 문장과 단축키는 저마다 다르지만, 그 안에 흐르는 메시지는 같았습니다. 기록은 오늘을 새롭게 하고, 흩어진 것을 모으며,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고, 결국 삶을 저장하는 길이라는 것.


우리의 삶에도 어떤 단축키가 필요할까요? Ctrl+N으로 오늘을 새로 열고, Ctrl+S로 사랑하는 순간들을 저장하며, Ctrl+A로 삶의 모든 것을 모아내는 일. 기록은 누구나 누를 수 있는 단축키이자, 우리 삶을 다르게 살아가게 하는 방법임을 이 책은 따뜻하게 일깨워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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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는 작가가 아니다. 글을 직접 쓰는 일도 있지만, 콘텐츠 기획자에 가깝다. 사람과 사람, 콘텐츠와 사람을 연결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에디터로서 남들이 다 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신선하고 널리 회자되는 기획을 하려면? 우선 내가 보는 정보의 양이 많아야 한다. 그래서 기록보다 중요한 건 무언가를 꾸준히 보는 습관이다.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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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일 - 생각을 편집하고 삶을 디자인하다 북저널리즘 (Book Journalism) 93
김담유 지음 / 스리체어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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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자마자 언어의 숨결이 느껴졌습니다. 에디터를 언어에 탐닉하는 사람이라 정의하는 문장은 그 자체로 고백처럼 다가왔습니다. 언어를 사랑한다는 것은 곧 삶을 사랑하는 또 다른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가 말하는 에디터는 단순히 원고를 고치는 직업인이 아닙니다. 발견하고, 연결하고, 대변하는 존재로서의 에디터는 더 입체적인 얼굴을 가집니다. 언어와 사람을 잇는 이 다리의 역할에 묘한 경외감마저 들었습니다.


책 속 네 가지 주제인 욕망, 감별, 연결, 노동은 삶의 무게와도 닮아 있습니다. 욕망은 우리를 움직이고, 감별은 길을 밝히며, 연결은 함께 걷게 하고, 노동은 길 끝까지 지탱하게 합니다. 그 모든 것이 에디터의 일에 자연스럽게 스며 있습니다.


“무대를 만들고 관객을 불러들이는 사람도 주목받는다”는 말은 오래 여운을 남겼습니다. 배우만이 아니라 장을 여는 이의 존재를 바라보는 시선은 지금 우리의 시대를 설명합니다. 가까운 일상에서 특별함을 발견하는 능력이 곧 오늘의 감각임을 깨닫습니다.


책은 결국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왜 우리는 글을 쓰고 책을 만들까. 저자의 대답처럼 그것은 인간만의 일이자 가장 인간다운 일이기 때문이라는 말은 마음 깊은 곳에 내려앉습니다.


책이란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임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글이 원고가 되고, 원고가 책이 되며, 독자를 만나 완성되는 여정은 삶의 순환과도 닮아 있습니다. 결국 책은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발견하는 자리입니다.


때때로 이 일은 외롭고 고단합니다. 그러나 원고를 붙잡는 순간 다시 중심을 찾는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텍스트는 에디터를 지탱하는 뿌리이자 다시 나아가게 하는 숨결입니다.


사람과의 만남 속에서 얻는 지혜 또한 깊습니다. 목적을 분명히 하고, 작은 장점을 찾아내며, 가능하면 얼굴을 마주해야 한다는 말은 단순한 기술을 넘어 삶의 태도로 다가옵니다. 관계를 가꾸는 일이야말로 결국 책을 만드는 일과 다르지 않습니다.


원고에 대한 개입의 정도는 독자와 저자 사이의 거리에 따라 달라집니다. 학술서는 저자의 고유한 목소리를 존중해야 하고, 교양서는 독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다듬어야 합니다. 에디터는 그 사이에서 길을 내는 안내자가 됩니다.


책을 덮고 나서 저는 ‘일의 주권’이라는 말을 오래 곱씹었습니다. 삶이 흔들리고 주저앉을 때에도, 다시 일어나 걷는 것이 인간의 일이라는 고백이 마음을 붙잡았습니다. 얇지만 단단한 이 책은 책을 사랑하는 우리 모두에게 오래 머무는 울림을 전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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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는 세상에 존재하는 무수한 언어들에 탐닉하는 사람이다. 언어로 집을 짓고 자신만의 세상을 창조하는 존재들을 알아보고 발견하는 일에서 보람과 기쁨을 느끼는 종족이다. - P17

시대는 변한다. 단절이 상수였던 오프라인 사회에서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배우들이 주목받았다. 그러나 언제 어디서나 누구와도 연결되는 디지털 초연결 사회에선 ‘무대를 만들어 배우를 세우고 관객을 불러들이는 일‘을 하는 사람도 관심의 대상이 된다. 나와 비슷한 사람, 익숙한 이웃에게서 남다름을 발견할 때 오히려 환호한다. - P50

왜 우리는 글을 쓰고 책을 만들까? 저마다 곡진한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이 행위가 인간만의 일이자 가장 인간다운 일이라고 여긴다. -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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