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업무 보고가 만들어 낸 진짜 성과는 데이터의 완벽함이 아니라 그 소모적인 과정 속에서도 기어이 스스로를 지켜 낸 당신의 단단한 중심입니다. 그래요, 당신은 참, 내진 설계가 잘 된 사람입니다. 그 정밀한 설계 덕분에 당신이라는 세계는 오늘도 무너지지 않고 한 겹 더 견고해졌습니다.

•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 중에서 - P9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수많은 탈락은 끝이 아니라, 우리를 더 근사한 곳으로 이끌기 위해 인생이 준비한 정교한 길 안내일지도 모릅니다. 한 자리에 머물지 못하게 했던 그 수많은 어긋남은 삶이 더 우아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신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P4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특강 히브리서 - 창조부터 종말까지, 순종으로 오늘을 살다 ㅣ IVP 특강 시리즈
이지혜 지음 / IVP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믿음으로 살아도 삶이 버거울 때가 있습니다. 하나님을 의지하는데도 두려움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고난이 길어지면 우리가 받은 사랑까지 의심하게 됩니다. 하나님의 자녀라는 고백과 오늘의 현실 사이가 멀게 느껴집니다. 『특강 히브리서』는 그 사이에 있는 이들에게 말을 건넵니다.


히브리서는 익숙한 구절이 많으면서도 전체 흐름을 붙잡기는 어렵습니다. 천사와 모세, 제사장과 성막 이야기를 따라가다 길을 놓치곤 합니다. 이지혜는 그 길을 ‘하나님의 자녀’라는 주제로 연결합니다. 맏아들이신 예수님과 그분을 따라가는 자녀들의 이야기가 하나로 이어집니다. 예수님이 누구신지 알아 가는 일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밝혀 줍니다.


“끝은 처음의 완성이다”(11쪽). 이 짧은 문장에 책의 방향이 담겨 있습니다. 저자는 제2성전기 유대 문헌을 바탕으로 창조와 이스라엘의 역사와 종말을 함께 읽습니다. 에덴에서 시작된 안식의 이야기는 하나님께서 완성하실 안식으로 이어집니다. 인간의 실패에도 창조의 뜻을 포기하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신실하심이 그 흐름을 붙듭니다.


이러한 해석은 오늘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깊이를 더합니다. 하나님은 자신이 지으신 세계를 회복하시고 그 백성과 함께 거하시기를 원하십니다. 우리의 몸과 관계와 일상도 그 약속 안에 놓여 있습니다. 종말을 소망하는 믿음에는 오늘을 신실하게 살아갈 이유가 담겨 있습니다. ‘순종으로 오늘을 살다’라는 부제가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그 여정의 중심에는 먼저 고난을 지나신 예수님이 계십니다. 예수님은 죽음의 두려움 속에서 순종하셨고, 뒤따르는 자녀들에게 길을 열어 주셨습니다. 우리를 위해 자신을 내어 주신 구원자께서 우리가 걸어갈 삶의 모범이 되십니다. 그분의 은혜로 살아가는 사람은 그분의 걸음을 배웁니다. 구원의 고백은 오늘의 태도와 선택으로 이어집니다.


고난의 문제는 특히나 쉽게 해석하기 어렵습니다. 누군가의 고통에 성급하게 이름을 붙이기 전에, 그 곁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함께 붙들고 싶습니다. 저자가 말하는 성숙에는 자녀를 끝까지 돌보시는 아버지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광야를 걷는 동안에도 우리는 그 사랑 안에 있습니다.


이 책은 순종을 강조합니다. 더하여 그 순종을 가능하게 하는 은혜를 거듭 짚습니다. 우리는 날마다 은혜의 보좌 앞에 나아가 걸어갈 힘을 얻습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두 가지 유익을 얻습니다. 히브리서를 이해하는 기쁨과 자신의 믿음을 진지하게 돌아보게 되는 유익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약속된 안식을 향해 걷고 있습니다. 두려움이 남아 있고 걸음이 더딘 날도 있습니다. 그 길에 먼저 걸으신 예수님이 계십니다. 그분을 바라보며 오늘 주어진 순종을 배우고 싶습니다. 광야에서도 우리는 사랑받는 자녀이기 때문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유배지에서 만난 하나님 - 혼돈의 시대를 건너온 한 신학자의 비망록
김기현 지음 / 복있는사람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슨 이런 책이 다 있나. 도대체 어디에 분류해야 하나. 놀라워서 정신이 혼미하다.


육신의 아버지를 잃은 사람이 하나님을 아바로 부르고, 마침내 누군가의 아버지가 되어 가는 이야기인가. 몸으로 살아내는 세계관과 책과 공부에 관한 이야기인가. 아니면 치열한 삶과 교회, 용서와 소명의 기록인가.


이 책에는 그 모든 것이 담겨 있다. 그래서 분류하기 어렵다. 자서전이면서 신학서이고, 영성서이면서 한 사람의 신앙적 비망록이다.


아버지를 잃은 소년이 하나님을 아바로 부르기까지의 여정이 첫 물길을 낸다. 그러나 그 여정은 개인적인 치유에 머물지 않는다. 고아와 나그네의 하나님을 만난 경험은 그를 삶의 가장자리로 이끈다.


교회의 제자 훈련과 1980년대 거리의 사회 참여 사이에서 흔들리던 그는 세계관을 세상을 보는 안경이 아니라 예수를 따라 걷는 몸으로 다시 배운다. 정의는 피해자에게 용서를 강요하는 명분이 될 수 없지만, 처벌만으로 상처와 관계가 회복되는 것도 아님을 고백한다. 그렇게 신학은 권력을 대하고, 약자를 환대하고, 원수와 다시 관계 맺는 삶의 방식이 된다.


읽고 공부하는 일은 그에게 유배를 견디는 법이자 아버지의 부재를 건너는 길이었다. 그러나 하나님을 말하면서 정작 하나님을 잃어버릴 만큼 몰두한 끝에, 앎이 기도와 몸과 삶을 살리지 못하면 아무것도 아님을 배운다. 여러 스승에게서 건네받은 질문도 마침내 남의 이론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낼 신학이 된다.


책을 읽고 쓰는 일은 밥벌이이자 목회가 되고, 이중직은 부끄러운 차선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또 하나의 소명이 된다. 건물과 프로그램을 내려놓은 가정집 교회에서는 둥글게 앉아 말씀을 나누고 함께 밥을 먹는 일이 교회의 본질을 되묻게 한다. 위기 청소년과 사회적 약자에게 책을 읽히고 글을 쓰게 하는 희망의 인문학 또한 강단 밖의 설교가 된다.


이 책에서 유배는 실패하거나 밀려난 자리의 다른 이름만은 아니다. 도망치고 싶던 변방은 끝내 평안을 구해야 할 선교지가 되고, 숨으신 줄 알았던 하나님은 떠나가는 등이 아니라 앞서 걷고 업어 주는 등으로 발견된다. 유배가 끝나는 대신 사명이 시작된다.


책과 함께했기에 쓰러지지 않았고, 끊임없이 고민했기에 견딜 수 있었다. 벼르고 벼른 앎은 삶과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저자의 문장은 따뜻하면서도 냉철하고, 묵직하면서도 섬세하다.


독자는 저마다 다른 자리에서 이 책과 만날 것이다. 한 사람의 스승을 만날 수도 있고, 오래 묻어 둔 자기 삶의 질문과 마주할 수도 있다. 단 한 줄의 문장 안에도 여러 권의 책과 한 사람의 오랜 삶이 포개져 있으니, 오래 읽고 오래 생각하고 끝내 살아낸 사람의 문장은 역시 다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교회는 옳은 말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공동체가 아니라 복음을 함께 살아내는 사람들의 공동체다. 서로를 견디고, 용서하고, 자기편을 내려놓고, 하나님 나라의 방식으로 다시 관계 맺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 P14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