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한테 해석이 필요 없는 정보를 잔뜩 집어넣거나 속이 꽉 찼다고 느끼도록 ‘사실‘들을 주입시켜야 돼. 새로 얻은 정보 때문에 ‘훌륭해‘졌다고 느끼도록 말이야. 그리고나면 사람들은 자기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느끼게 되고, 움직이지 않고도 운동감을 느끼게 될 테지. 그리고 행복해지는거야. 그렇게 주입된 ‘사실‘들은 절대 변하지 않으니까. - P1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떤 책이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으려면 그 작품이 그 누군가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담고 있어야 한다는 것. 위로는 단지 뜨거운 인간애와 따뜻한 제스처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람이 나를 위로할 수는 없다. 더 과감히 말하면, 위로받는다는 것은 이해받는다는 것이고, 이해란 곧 정확한 인식과 다른 것이 아니므로, 위로란 곧 인식이며 인식이 곧 위로다. 정확히 인식한 책만 정확히 위로할 수 있다. - P38

한 인간이 어떤 과거에 대해 ‘주체‘가 아니라 ‘대상‘이 되어버리는 이런 고통이 얼마나 참혹한 것인지 당사자가 아닌 이들은 짐작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이 공부하고 더 열심히 상상해야 하리라. 그러지 않으면 그들이 ‘대상으로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잊는다. 그걸 잊은 사람들이 그들에게 말한다. 이제는 정신을 차릴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더 이상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지 말라고. 이런 말은 지금 대상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주체가 될 것을, 심지어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주체가 될 것을 요구하는 말이다. 당신의 고통이 나를 불편하게 한다는 말은 얼마나 잔인한가. 우리가 그렇게 잔인하다. - P4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쓰는 만큼 내가 된다 - 매일의 순간이 모여 내일의 내가 되는 일에 대하여
리니 지음 / 더퀘스트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떤 날은 마음이 너무 복잡해서 말로 다 설명되지 않습니다. 생각은 많은데 정리가 되지 않고, 감정은 분명 있는데 이름을 붙이기 어렵습니다. 누군가에게 털어놓기에는 아직 이르고, 혼자 품고 있기에는 조금 무거운 마음들도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종종 쓰기 시작합니다. 잘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싶어서입니다.


리니의 『쓰는 만큼 내가 된다』는 바로 거기로부터 시작합니다. 저자에게 ‘쓰는 시간’이란 엉켜 있는 내면의 언어를 종이 위에 꺼내놓는 일입니다. 그 언어들의 순서를 바꾸어가며 천천히 들여다보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쓰기는 나라는 낯선 세계를 정성스럽게 해석하려는 노력입니다.


“쓰는 만큼 내가 된다.” 이 말에는 위로가 담겨 있습니다. 완성된 문장을 써야 한다는 요구가 아니라, 오늘의 나를 있는 그대로 한 줄이라도 적어보라는 초대입니다. 하루를 잘 정리하지 못해도, 의미 있는 문장을 남기지 못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듯합니다.


이 책이 말하는 기록은 오늘의 기분 하나, 스쳐 지나간 불안 하나, 마음에 남은 장면 하나를 붙잡아두는 일입니다. 그렇게 적다 보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불편해하는지 조금씩 알게 됩니다. 어떤 말에 오래 머무는지, 어떤 장면 앞에서 마음이 흔들리는지도 보이기 시작합니다. 기록은 지나간 시간을 보관하는 일이면서, 동시에 나를 알아가는 일입니다.


또한 이 책은 매우 실천적이라는 것입니다. 저자는 스무 가지 기록법을 소개합니다. ‘불호 채집’, ‘걱정 분리수거’, ‘생각 주차장’, ‘좋은 사람 도감’, ‘선불 행복 일기’처럼 매우 구체적인 방법들이 이어집니다. 이름만으로도 마음의 긴장이 조금 풀리고, 기록이 어렵지 않은 일처럼 느껴집니다. 무겁게 마음먹지 않아도 오늘의 나를 붙잡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줍니다.


그래서 이 책은 쓰기를 어려워하는 사람에게도 친절합니다. 우리는 글을 쓴다고 하면 자꾸 잘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게 보여줄 만한 문장, 정리된 생각, 아름다운 표현을 먼저 떠올립니다. 그러나 이 책이 권하는 쓰기는 그보다 훨씬 작고 가까운 일입니다. 오늘 내 마음이 어디에 있었는지, 무엇이 나를 힘들게 했는지, 무엇이 나를 살짝 웃게 했는지를 적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기록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 건네는 환대입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살피는 일에는 익숙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다정하게 바라보는 일에는 서툴 때가 많습니다. 기록은 그 서툰 마음을 조금씩 배워가는 시간입니다. 나를 몰아붙이기보다, 내 안에 일어난 일을 천천히 듣는 시간입니다. 그렇게 쓰다 보면 나조차 낯설었던 내 마음이 조금씩 읽히기 시작합니다.


문장은 편안하고, 구성은 산뜻하며, 내용은 일상의 기록법을 중심으로 흘러갑니다. 바로 이 편안함이 이 책의 힘입니다. 지친 하루 끝에 펼쳐도 부담이 크지 않습니다. 읽다 보면 어느새 노트를 꺼내 오늘의 마음을 한 줄이라도 적어보고 싶어집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글쓰기란 나를 잃어버리지 않으려는 작은 태도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빠르게 지나가는 하루 속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흘려보냅니다. 감정도, 생각도, 기쁨도, 상처도 그냥 지나갑니다. 그러나 적는 순간, 흘러가던 것들이 잠시 멈춥니다. 그 멈춤 속에서 나는 나를 조금 더 알아차리게 됩니다.


『쓰는 만큼 내가 된다』는 쓰는 일을 내 마음 곁에 조용히 놓아줍니다. 잘 쓰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합니다. 길게 쓰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합니다. 다만 오늘의 나를 그냥 지나치지는 말라고 권합니다.


마음이 복잡한 사람에게 이 책은 정리의 시간을 건네줍니다. 일상이 흐릿하게 지나가는 사람에게는 오늘을 붙잡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자신을 조금 더 이해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조심스럽지만 다정한 길이 되어줍니다. 쓰는 일은 나와 조금 더 가까워지는 일입니다. 이 책은 그 사실을 따뜻한 목소리로 전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 - 활자중독자 김미옥의 읽기, 쓰기의 감각
김미옥 지음 / 파람북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읽을 수 없을 때 읽습니다. 몸이 아프고, 마음이 무너질수록. 도저히 읽을 수 없는 상황이 될수록 말입니다. 신기하게도 글을 만나면 읽을 수 있는 힘을 줍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읽을 수 있습니다. 문장이 문장을 부릅니다. 어느 순간, 처한 상황보다도 더 큰 무언가를 느끼게 됩니다.


쓸 수 없을 때 씁니다. 도무지 글이 진도가 안 나갈 때, 무력할 때 씁니다. 신비하게도 글쓰기는 슬픔과 불안의 명확한 이유를 명명해 줍니다. 흐릿하여 호명하기 어려울 때는 닥친 상황에 잠식됩니다. 하지만 글을 써 내려가다 보면 머리는 냉정해지고, 가슴은 뜨거워집니다.


읽고 쓰는 사람인 김미옥은 탁월하고도 꾸준한 서평으로, 책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책에 대한 그동안의 열정이 이 책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날카롭고도 따뜻한 저자의 서평은 책 자체를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무엇보다 다채로운 배경지식은 한 차원 높은 독서의 세계로 독자를 안내합니다. 그 책의 저자와 그 책이 가진 맥락을 쉽게 설명하기 때문에, 입체적인 책 읽기가 가능합니다. 장르를 가리지 않는 폭넓은 책 읽기를 통한 깊이와 넓이는 한 책을 통해 저자의 의도를 보다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김미옥은 독서가 위태로운 청춘을 무사히 건네게 해주었고, 글쓰기가 자신을 일으켜 세웠다고 고백합니다. 글은 살아있음을 표현하는 수단이었으며, 동시에 살 수 있게 해준 도구였습니다. 글을 통해 저자는 회복과 치유를 경험했고, 힘겨울수록 더욱 쓰기에 힘썼습니다.


보통 독서를 많이 하게 되면 허영이나 교만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특정한 출판사를 기피하거나, 편집이나 내용, 번역에 대해 말을 보태기도 합니다. 저자 또한 젊은 날의 치기를 정직하게 말합니다. 문체와 가독성에 치중하여 작가를 읽어내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을 반성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을 견디고 이겨낸 저자의 모습은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본받아야 할 모습입니다. 마음 다해 책을 읽고, 사랑 담아 서평을 적는 것이지요. 부족한 모습이 보일지라도 그 책을 쓴 저자의 마음에 잇닿으려고 노력합니다. 사람 자체를 읽으려고 최선을 다합니다.


많은 독자들이 그러하겠지만 깊은 독서의 세계에 들어갈수록 겸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무지와 무감각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더 넓은 책의 세상으로 초대됩니다. 모르기에, 느끼지 못하기에, 아파하지 않았기에 더 읽습니다.


읽을수록 쓰고 싶습니다. 쓰면 구체화되고 명확해지기 때문입니다. 기억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쓰는 것만큼 나의 몫이 됩니다. 책의 내용만이 아니라 저자와 그 배경에 대해 더 살피게 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러할 때, 조금 더 저자의 마음과 의도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김미옥의 책 읽기는 작가의 마음을 헤아리며 그의 세계에 잠기는 독서입니다. 그녀의 서평은 작가의 관점과 세계에서 미처 독자들이 읽지 못했던 부분을 포착하는 쓰기입니다. 이러한 독서와 글쓰기는 예리하고도 넉넉하며, 진정으로 책과 작가를 사랑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어떤 누구든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습니다. 마음 담고, 세상을 품을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외로움에 몸부림칠 때, 그 누구도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할 때, 예상하지 못한 힘겨움 가운데서도 일상을 살아낼 수 있습니다. 다시금 묵묵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킬 수 있습니다. 보다 더 넉넉해진 품을 가지고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읽기의 힘, 듣기의 힘
다치바나 다카시.가와이 하야오.다니카와 순타로 지음, 이언숙 옮김 / 열대림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읽기와 듣기는 큰 차이가 있는 듯하지만 비슷하기도 합니다. 눈으로 읽는 것과 귀로 듣는 것은 분명 다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한 사람에 대한 이해를 하고자 할 때 그 사람의 전부를 읽고 듣습니다. 가령 그 사람의 행동이나 태도, 열정 등을 읽고 듣습니다.


읽기와 듣기는 이해하는 행위입니다. 읽고, 듣기 위해서는 만남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너'를 깊이 알기 위해 '너'를 위한 시간과 공간을 마련합니다. 그것은 관심이며 열정입니다. '너'를 읽고 듣는 시간을 통해 조금 더 깊게 '너'를 만나게 됩니다.


이 책 『읽기의 힘, 듣기의 힘』은 다른 영역에서 탁월한 성취를 이룬 세 명의 강연과 대담을 엮었습니다. '읽기'와 '듣기'라는 주제 아래 융 심리학자인 '가와이 하야오', 저널리스트 '다치바나 다카시',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가 자신의 생각을 풀어내고 있습니다.


'가와이 하야오'는 자신의 상담 경험을 토대로 '들음'의 본질을 파악하려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지만 실제로 온전하게 끝까지 듣지를 못합니다. 상담자는 내담자가 하는 모든 말을 들어야만 합니다. 묵묵하게 듣는 행위이지만 내담자의 언어에서 그 사람의 가능성에 주목합니다.


이러한 행위는 큰 긴장과 에너지를 필요로 합니다. 하야오는 '읽기'의 행위도 결국 몰입하여 읽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온몸으로 듣고 읽는 자세가 필수적입니다. 이러한 태도는 표면적인 메시지 이상의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듭니다. 더욱 깊은 이해를 갖게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80여권의 책을 써낸 '知의 거인'이라 불리는 사람입니다. 그는 다양한 분야의 글을 씁니다. 그에게 있어서 읽고 듣기는 새로운 결과물을 창작할 수 있는 필수적인 행위입니다. 그는 관련된 분야에서 100권의 책을 읽어야지만, 1권 정도의 제대로 된 글을 쓸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다카시의 경험에서 '듣기'라는 '읽기'의 연장입니다. 과학 분야의 논문일 경우 연구의 극히 일부분만 실리게 됩니다. 따라서 그 사람을 직접 만나 진행하고 있는 연구에 대해 심층적인 질문을 해야만 연구의 규모나 진행 과정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게 됩니다.


시인인 '다니카와 순타로'는 읽기와 듣기 대한 자신의 시를 빼곡하게 실어놓았습니다. 시로 표현된 '읽음'과 '들음'은 또 다른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논리보다는 감성을 자극하지요. '책'과 '음악'에 대한 이야기는 그의 언어로 끝나지 않고 우리의 이야기로 확장됩니다. 잊어버린 책과 음악에 대한 기억을 떠오르게 합니다.


효율성을 강조하는 시대입니다. 빠르게 무엇인가 해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겠지만, 그만큼의 풍요와 깊이를 포기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읽기'와 '듣기'라는 급하게 달려갔던 우리를 잠시 멈추게 합니다. 생각하게 하고 돌아보게 하며, 기억하게 합니다.


결국 '읽음'과 '들음'은 '만남'입니다.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배려이자 관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혜는 갑작스럽게 주어지지 않습니다. 지혜는 오랜 시간 분투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축적되는 것입니다. 읽고 듣는 아주 작은 행동은 이후에 우리에게 크나큰 선물을 안겨줄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