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다닐 거면 나부터 챙깁시다 - 매일같이 털리는 직장인에게 필요한 멘탈 스트레칭 에세이
불개미상회 지음 / 허밍버드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직장인들의 삶에 대한 에세이를 간혹 읽습니다. 압박과 스트레스를 홀로 감당하기 힘들 때, '을'의 삶을 사는 사람들과 연대하는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혹여나 놓칠 수 있는 그들의 삶의 면면을 보고 싶어서입니다. 나의 힘겨움에 집중하다 보면 다른 사람이 보이지 않으니까요.



특히나 웃음과 해학으로 풀어나가는 직장인들의 삶은 그 안에 깊은 진솔함이 배여있습니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고통을 그림과 글을 통해 승화시키는 느낌입니다. 과장이 있을 수 있으나, 실제로는 더한 일이 비일비재하니까요. 평생 욕 한번 안 하고 살았는데 욕을 해야만 분이 풀릴 것 같은 사건이 참 많습니다.



참 많은 상사들은 자신의 (크고도 많은) 실수는 덮어두고 직원의 소소한 실수는 크게 들추어내는지요. 메꾸어주고 다듬어주어 최선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에 대한 인지나 인정이 없는지요. 공과 사의 구분 없이 자신의 일을 맡기면서도 마땅하고 당연하다 생각하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그러면서 저 또한 돌아보게 됩니다. 어쩌면 '을'이라고 생각하며 오랫동안 살아왔으니까요. 혹여나 주변 사람에게 부탁이나 요청을 할 때 윽박지르지는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그게 꼭 직장뿐일까요. 가정에서 자녀들에게 사실 이외의 감정을 폭발하지 않았나 돌이켜봅니다.



불개미상회의 『어차피 다닐 거면 나부터 챙깁시다』는 직장인들의 삶을 그림과 짧은 글로 솔직하게 표현합니다. 함께 울고 웃다 보면 어느새 스트레스가 풀립니다. 스트레스를 멘탈 스트레칭으로 풀어내는 것이지요. 이렇게 공감은 참으로 큰 힘과 위로가 됩니다.



나 혼자 경험하고 있다는 외로움과 막막함은 두려움과 회피를 가져다줍니다. 급기야 현실을 포기하고 싶고, 막연한 새로움을 쫓게 됩니다. 사실 이곳이나 저곳이나 비슷할 텐데 말입니다. 과한 요구나 심한 압박을 견디다 못해 터져버리려고 하는 것이죠.



그렇기에 소소하게 행복을 찾아야 합니다. 스트레스를 관리하면서 말입니다. 현실에 발붙이고 있으면서 이상을 살아내야 합니다. 누군가가 나와 비슷한 자리에서 최선의 삶을 살고 있다는 의식은 좌절하고 있는 우리에게 큰 용기를 줍니다.



많이 흔들립니다. 힘겹습니다. 누군가는 말 못 할 괴로움과 아픔으로 가슴치고 있습니다. 내가 힘든 이상으로 당신은 참으로 많이 울고 아파했습니다. 모든 것을 다 알지 못하고, 그 이야기 들어주지 못하지만, 함께 걸어가고 싶습니다. 함께 울겠습니다. 당신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와 산책 말들의 흐름 4
한정원 지음 / 시간의흐름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들은 참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 좋아합니다. 그 '말'이라는 게 개입하고 참견한다는 것입니다. 어려운 상황 가운데서도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는 사람에게 그러한 말 한마디는 비수가 됩니다. 애당초 배려와 공감에는 서툰 것 같아 이해를 해보려고 합니다.




사실 모든 문제 해결의 열쇠는 본인입니다. 자신만 잘하면 됩니다. 그러면 변합니다. 주변도 변하고 세상도 변합니다. 최선으로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생뚱맞은 자신의 철학을 주입시키려 해서는 안 됩니다. 그저 마음을 헤아려주면 됩니다. 그 사람들은 변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마음을 헤아린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따뜻함일까요? 함께 하는 것일까요? 공감일까요? 아무튼 이 책 『시와 산책』은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책입니다. 무엇인가를 강요하지도 않고, 변화를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옆에서 함께 있어주고, 자신이 해야 할 바를 묵묵히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관심을 줍니다. 살짝 손을 건네는 느낌이랄까요? 어루만져 주고 쓰다듬어줍니다. 한정원 작가의 글은 시와 가까이한 사람이 표현할 수 있는 아름다운 노래입니다. 한 문장 한 문장이 군더더기 없습니다. 시와 같은 산문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저자와 함께 걷다 보면 어느새 고요해집니다. 숙연해집니다. 따뜻해집니다. 얼음장같이 차가웠던 마음에 조금씩 졸졸 물이 흐릅니다. 조금 지나다 보면 그 물소리는 더 커지겠지요. 우리네 마음은 소중합니다. 그 누구도 강제할 수 없습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우리를 살립니다.




그러고 보니 똑같은 '말'이네요. 사람을 죽이기도, 살리기도 하는 것이 말입니다. 살리는 말, 감싸는 말, 생동감 넘치게 하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마음에 폭풍우가 휘몰아칠 때, 그러한 말을 건네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이 책의 작가처럼 깊은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따듯한 말 한마디 보태고 싶은 새벽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엔도 슈사쿠의 동물기
엔도 슈사쿠 지음, 안은미 옮김 / 정은문고 / 201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설가가 쓴 에세이를 좋아합니다. 대부분 작가들이 자신의 소설에서는 본인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습니다. 소설에서는 작가보다 등장인물들의 감정에 더 집중됩니다. 그것이 이야기에 푹 빠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들의 서사에 몰입되어 이야기의 세상 안으로 들어갑니다.



반면 에세이는 작가의 감정이 고스란히 표현됩니다. 그의 세계를 알 수 있습니다. 어디에 사는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하루 종일 무엇을 하는지와 같이 말입니다. 소설이 이야기에 몰입되었다면, 에세이는 문장 하나하나에 집중됩니다. 작가의 일상이 새로운 옷을 입고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특별히 소설가의 에세이는 독특합니다. 소설에서 경험하지 못한 작가들의 내밀한 세계를 엿보는 느낌이랄까요. 더불어 문장이 예술입니다.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힘도 힘이지만, 문장 자체가 가진 완성도에 놀랍니다. 문장을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엔도 슈사쿠의 동물기』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엔도 슈사쿠의 에세이입니다. 동물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마음이 듬뿍 담긴 책입니다. 네. 맞습니다. 그 엔도 슈사쿠입니다. 『침묵』, 『예수의 생애』, 『깊은 강』의 저자입니다. 그래서 더 놀랍습니다. 이게 정말 엔도 슈사쿠가 쓴 글이야? 하고 되물어보면서 읽습니다.



왜냐하면 소설과는 다르게 이 에세이는 매우 명랑합니다. 작가에게 이런 면모가 있다니. 아이와 같은 천진난만함을 곳곳에서 마주합니다. 이 에세이에서의 엔도 슈사쿠는 유쾌하며, 따뜻합니다. 물론 이러한 섬세함이 그의 소설의 등장인물들에게 우리가 몰입하는 이유이기도 하겠지만 말입니다.



무엇보다 작가는 동물뿐만 아니라 모든 생물을 사랑합니다. 개와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많지만, 원숭이와 너구리, 새와 식물에 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저자가 얼마나 동물을 아끼고 사랑하는지, 그의 애틋한 마음이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반대로 동물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사람이 동물에게 느끼는 어떠함이라는 일방적인 이야기가 아니라서 흥미진진합니다. 동물들의 행동과 감정의 변화를 보면서 잔잔한 웃음을 짓다가, 눈물을 훔칠 때도 있습니다. 동물과의 서사가 있는 독자에게 많은 것을 불러일으키는 책임에 틀림없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곁에.서. - 상처받아 아픈 아이가 없는 세상을 바라며
권일한 지음 / 새물결플러스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에 대한 휘황찬란한 미사여구들.

'사랑'만큼 정의하기 힘든 단어가 있을까.



우리는 어느샌가

긍정적이고 아름답고 좋은 것만 보려고 한다.



하지만 삶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며 엮여있다.



사랑은 가슴 뛰고 즐거운 일이지만,

견디고 감내하는 오랜 시간과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사도 바울조차 사랑을 정의하면서

제일 첫 문장에 '사랑은 언제나 오래 참고'를 적었을까?



사랑으로 아이들 곁에서 온 마음을 다하고 있는,

읽고 쓰며 가르치는 권일한 선생님.



저자는 말로만 떠드는 사랑이 아니라,

몸소 그 사랑을 보여주고 실천한다.



그러하기에 이 사랑은 울리는 꽹과리가 아닌,

깊고 넓고 오랫동안 묵묵하게 흐르는 살아있는 사랑이다.



그 사랑은 고달프고 힘겹다.

꿋꿋이 애쓰며 눈물을 삼킨다.



어려운 상황 가운데 놓여있지만,

그곳이 진정 사랑과 기쁨, 평안이 필요한 곳이다.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던지는 선생님.

그러한 선생님을 통해 사랑을 경험하고 변화하는 학생들.



저자의 이야기는 두루뭉술하고 이상적이며 명제뿐인 '사랑'을 해체하고,

구체적인 삶의 실존 가운데서 '사랑'을 정의하는 몸부림이다.



마음을 살피고 어루만진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행위가 한 사람을 회복하고 치유할 수 있는 힘이 있음을 보게 된다.



함께 울고 웃고, 마음을 졸이며 책장을 넘긴다.

여전히 세상에 '사랑'은 절실하다. 그 사랑은 참으로 위대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 의사의 코로나
임야비 지음 / 고유명사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알 수 없는 것들이 참으로 많다.



진실은 교묘하게 왜곡되고

우리의 눈이 닿지 않는 곳은 잊혀 간다.



아무도 찾지 않는 곳, 모두가 피하는 곳이었지만

사랑은 여전히 살아있어 한 생명을 존재로 여겨준다.



전직 의사이자 현직 작가인 임야비.

이 책은 그의 이야기이자 실제 했던 현장의 참상이다.



치열했던 병원에서의 분투와

부모님의 상황이 교차되며 전개된다.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상황 가운데

그럼에도 '한 사람'들을 위하고자 했던 '그 사람'들..



무너진 시스템과 마인드.

잘못된 관행은 계속되고 있다.



사람을 살려야 하는 곳에서

정작 사람은 빠져있는 아이러니한 곳.



코로나 상황의 그곳뿐이겠는가?

지금도 정작 사람이 빠져있는 곳이 얼마나 많은가?



'그들'을 위한다는 명분에

'그들'은 온데간데없다.



'사람'이 빠진 곳에 사람을 위한 그 어떤 것도 겉치레다.

'사랑'으로 채워야만 '사람'이 '사람'다워지지 않을까.



*이 리뷰는 고유명사(@proper.book)으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