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도 슈사쿠의 동물기
엔도 슈사쿠 지음, 안은미 옮김 / 정은문고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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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가 쓴 에세이를 좋아합니다. 대부분 작가들이 자신의 소설에서는 본인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습니다. 소설에서는 작가보다 등장인물들의 감정에 더 집중됩니다. 그것이 이야기에 푹 빠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들의 서사에 몰입되어 이야기의 세상 안으로 들어갑니다.



반면 에세이는 작가의 감정이 고스란히 표현됩니다. 그의 세계를 알 수 있습니다. 어디에 사는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하루 종일 무엇을 하는지와 같이 말입니다. 소설이 이야기에 몰입되었다면, 에세이는 문장 하나하나에 집중됩니다. 작가의 일상이 새로운 옷을 입고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특별히 소설가의 에세이는 독특합니다. 소설에서 경험하지 못한 작가들의 내밀한 세계를 엿보는 느낌이랄까요. 더불어 문장이 예술입니다.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힘도 힘이지만, 문장 자체가 가진 완성도에 놀랍니다. 문장을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엔도 슈사쿠의 동물기』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엔도 슈사쿠의 에세이입니다. 동물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마음이 듬뿍 담긴 책입니다. 네. 맞습니다. 그 엔도 슈사쿠입니다. 『침묵』, 『예수의 생애』, 『깊은 강』의 저자입니다. 그래서 더 놀랍습니다. 이게 정말 엔도 슈사쿠가 쓴 글이야? 하고 되물어보면서 읽습니다.



왜냐하면 소설과는 다르게 이 에세이는 매우 명랑합니다. 작가에게 이런 면모가 있다니. 아이와 같은 천진난만함을 곳곳에서 마주합니다. 이 에세이에서의 엔도 슈사쿠는 유쾌하며, 따뜻합니다. 물론 이러한 섬세함이 그의 소설의 등장인물들에게 우리가 몰입하는 이유이기도 하겠지만 말입니다.



무엇보다 작가는 동물뿐만 아니라 모든 생물을 사랑합니다. 개와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많지만, 원숭이와 너구리, 새와 식물에 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저자가 얼마나 동물을 아끼고 사랑하는지, 그의 애틋한 마음이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반대로 동물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사람이 동물에게 느끼는 어떠함이라는 일방적인 이야기가 아니라서 흥미진진합니다. 동물들의 행동과 감정의 변화를 보면서 잔잔한 웃음을 짓다가, 눈물을 훔칠 때도 있습니다. 동물과의 서사가 있는 독자에게 많은 것을 불러일으키는 책임에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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