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바꾸기로 했다 -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나를 위한 성장 심리학_꿈과 성장
우즈훙 지음, 이에스더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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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도 몇 개인가의 탄원서에 서명을 했지만 오늘도 무탈하고 안전하게 살았다. 멸종은 두렵지만 생존에 관한 일상적인 고민을 할 필요가 없으니 내 자신만 좀 관리하며 부끄러운 모습은 안 보이고 살면 된다. 그런 고민을 하는 이들을 위한 심리학 저서들은 충분히 많다.

 

자기 마음을 학대하지 말라. 내면의 나쁨이 주도하더라도 경계와 주관을 바로 세워야 한다.”

 

이 책의 제목은 딱 내가 감당할 주제이다. 종종 왜 화를 내는지 이유가 부끄러운 삶이라서 나는 내가 큰 걱정이다. 위인을 못 되어도 좋은 사람은 되고 싶었는데. 이해와 수용이 폭이 좀처럼 넓어지지 않는다. 그러니 좀 더 경계한다.

 

개념으로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면 거짓된 세계에서 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들은 쉽게 짜증낸다. 현실의 자극이 자신의 이성적 범위에서 벗어나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미성숙하다는 증거이다.”

 

모든 문장에 동의할 수는 없지만 경계의 내용으로 삼을 것도 있다. 개념으로 만든 세계가 모두 거짓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짜증이 울컥거리는 건 미성숙의 증거가 맞기도 하다(내 얘기). 통제를 바라는 심리 또한 부정할 수는 없다. 나는 통제광control freak이란 평도 들었다.

 

내 생각엔 겁쟁이라서 그렇다. 돌발, 낯섬, 새로움이 무섭고 불편해서, 유연하게 대처할 능력이 부족해서 가능한 변수를 줄이고 싶은 것이다. 그런 시간이 길어지니 대인 면역력도 약해졌다. 모두 다 다르다는 걸 알면서도 어찌할 바를 몰라서 곤란하다.

 

관계 맺음은 서로의 거울이다. (...) 스스로 거울을 내면화해 자신과 다른 사람을 관찰하게 된다.”

 

관계라는 것도 종류가 너무 다양해서 갈수록 관계의 정체나 깊이를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이합집산, 목적과 필요에 따라 만나고 멀어지고. 그런 관계가 나쁘다는 게 아니다. 삶 전체를 친밀한 관계를 채워 살 수도 없고 할 수 있는 일도 드물다.


 

오늘처럼 감정이 끼어들 때 - 사람들이 함께 하는 모든 시공간에 발생하는 보편타당한 일 - 스스로의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 비로소 상대에 대해 정리해보게 된다. ‘기능담지자로 생각한 이가 존엄성을 해치면 안 되는 존재로 보인다. 동시에 우리가 표면적superficial으로 살아가며 채우는 관계들이 삶에 얼마나 많은지를 절감하게 된다.

 

자기감정을 되찾지 않으면 모순적 관계에서 자신의 자아를 영원히 상실하게 된다.”

 

이 정도는 아니지만, 현대사회의 모든 계약에는 감정을 감추고 자아를 내세우지 않으며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조건들이 즐비하다. 그러니 우리는 자신을 잃었다 잊었다 찾았다 하는 분열을 견디며 버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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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 분노에 답하다 - 분노라는 가면을 쓴 진짜 감정 6가지
충페이충 지음, 권소현 옮김 / 미디어숲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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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책을 적지 않게 읽고 살았다. 누군가를 이해하고 싶었다거나 학문적 관심이 아니라 자기 관리가 안 되는 상황을 못 견뎌서 그랬던 것 같다. 주입된 가치관이다. 감정적인 상태가 난감하다. 내 감정에 휘둘리는 일도 가능하면 피하고 싶다.

 

최근에 읽기 시작한 뇌과학에서는 분노가 둘레계통 내에 있는 신경섬유의 집합체이며 뇌 양쪽에 있는 해마의 앞쪽 끝에 위치한 편도체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이후 대뇌겉질의 심리적 해석을 거친 분노가 더해진다. 그러니 분노란 화를 내야 할 때만 화가 나는 이성적 반응이 아니다.

 

어느 순간부터 심리학 분야의 새로운 이론을 알고 싶은 욕구는 없어졌다. 대중 독자인 내게 큰 의미가 없고, 이론을 내 현실에 정확하게 대입하는 일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신 심리학의 통계 자료는 늘 궁금하다. 10년간 상담 사례들에 기반을 둔 이 책도 궁금했다.

 

저자는 분노는 진짜 감정이 아니므로 그 배후에 존재하는 다른 감정들의 음모(?)를 밝혀야 한다고 제안한다. 억울함, 무력감, 심판, 기대, 자기 요구, 감정의 연결, 두려움, 사람 중 내 분노가 기반을 둔 감정은 어느 것인지, 혹은 여러 것인지 궁금해 하며 읽었다.

 

자동적 사고는 찰나에 완성될 정도로 매우 빠르다. 자극을 받아서 분노할 때까지 많은 사고 활동이 일어난다. 자동적 사고는 많은 가공을 거쳐 사실과 멀어진 결론을 얻는 사고의 사슬이다.“

 

누군가에게 내린 이기적이다’, ‘우둔하다’ ‘믿을 수 없다’, ‘냉정하다와 같은 평가는 우리의 대뇌가 만들어낸 사실이지 객관적인 사실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이 개인적인 평가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객관적인 사실이라고 오해한다.”

 

10여 년간 심리상담을 하며 저자가 만난 수많은 내담자들은, 배우자, 부모, 자녀, 상사, 동료, 그리고 낯선 사람들, 그러니까 거의 누구에게나 인간이 분노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준다. 주목할 점은 대부분은 화를 내거나 참았다고 하니, 다른 방식은 모른다는 점이다.

 

나를 포함해서 경중의 차이가 있을 뿐 분노에 대한 인간의 반응은 저자가 정리한 세 가지로 거의 다 정리된다. ‘스스로 분노를 억누르는 유형, 참지 못하고 쏟아내는 유형,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분석하는 유형.’ 그리고 소수가 분노를 에너지 삼아 도구로 활용한다.


 

상담사인 저자는 훈련 단계와 방법이 중요하다고 여긴다. 이 책의 구성은 매 장이 끝날 때마다 <내 마음 속 분노 살펴보기> 질문들을 통해 분노를 분석하고 이유를 찾아본다. 마지막에는 자신의 분노를 분석할 수 있도록 <분노 분석표>를 담았다.

 

나는 분석표를 통해 몇 가지 눈에 띄는 점을 발견했다. 활용도는 생각하고 판단하고 변화하고자 하는 내 태도에 좌우될 것이다. 궁금해 하는 다른 독자에게도 잘 알지 못해 답답했던 내용을 선명하게 밝혀 줄 내용이 있기를 바란다.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의 마음은 강대하다. 그런 사람은 (...) 타인의 평가를 배척하지 않는다. 이들은 상대방이 맞다고 생각하면 과감히 인정하고 상대방이 틀렸다고 생각해도 변명을 늘어놓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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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빨간 공
서은영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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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개, 낡은 공, 할머니... 모두 좋아한다. 내게도 안팎으로 평화로운 이런 시절이 올까 싶어 미리 그립기도 하다. 우리 모두 그저 살다 사라진다. 사는 동안의 풍경이 아름답기를, 사라진 후의 남은 풍경도 그러하기를.

 

요즘 해질녘마다 아름답고도 두렵고 찬란한 빛과 색을 만난다. 제주 사는 그리운 친구가 보내 준 사진 속 색감도 그렇다. 태어나 자란 이 지구가 순간 아찔하게 낯설어지는 기분. 완벽하고 아름다운 지구를 만끽하다 쓰레기 없이 떠나고 싶다.


 

에든버러 바닷가에 살던 시절 시작된 이야기라는데, 내가 만난 대서양의 색감과 풍경과 분위기와 느낌이 아주 다르다. 시절이 달라서일까. 발끝이 얼어붙는 듯 차가워서 여름에도 들어갈 수 없었던 바닷물, 뿌옇게 흐린 기억은 그 풍경 앞에서 늘 울었기 때문이다.

 


이별하지 않는, 떠나지 않는, 변하지 않는, 머물고 싶은... 존재와 장소. 아직도 여기가 아닌 것 같은 내 미숙함 탓에 자주 마음이 울렁거린다. 언제쯤이면 여기다, 이거다, 싶은 걸 알아볼 깜냥이 생기는 것인가. 이토록 미련할 수가.

 


여름에는 가을에 이사를 가고 싶고, 9월이면 10월에 이사를 가고 싶다, 는 생각만 한다. 아직 뭔가 하고 싶다는 게 있어서 여전히 살고 싶다는 얘기처럼 들려 기분이 좋기도 하지만, 이사란 곧 삶을 혁명처럼 바꾸는 일이라서. 생각 중, 생각만 하는 중.


 

아무리 짐을 줄여도 내 생은 이제 너무 무거워졌다. 나는 더 이상 홀가분하게 내 몸 하나 옮길 수가 없다. 부디 내가 가진 건 여행가방 하나에 다 들어가길 바랐고, 길 위에서 걷다 떠나기를 바랐던 젊은 시절은 오래 전에 묻혔다.


 

내게도 애착을 가지고 따라갈 빨간 공이 없지 않았을 텐데.

머물고 싶은 곳이 어딘가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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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원샷, 매일이 맑음 - 시각장애인 유튜버 원샷한솔의 유쾌한 반전 라이프
김한솔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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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유명하다는 유튜브 방송보다 책을 먼저 만났다. 시각장애가 있는 분의 점자책도 아닌 책을 읽고, 내가 쓰는 글도 점자처리가 안 되면 모를 것이란 사실에 기분이 묘하고 복잡하다. 그렇지만 어떤 방식이든 장애 유무에 관계없이 동료시민인 우리가 서로를 알아가는 모든 기회가 중요하다고 믿는다.

 

여러 멸칭이 있었고, 지금은 장애인이란 표현이 공식이지만, 이것조차 참 좋은 표현이란 생각은 안 든다. 여러 복잡한 능력과 취향과 생각과 형태를 가진 사람들이 복지카드에 등록 가능한 장애하나로 장애를 가진 사람으로 분류된다는 것이 부당한 과장이라 느낀다.

 

여러 심신장애가 출몰하지만 등록이 안 되어 비장애인인 독자로서 말도 생각도 잠시 미루고 끝까지 읽어보았다. 모두 다른 삶을 사는 모두 다른 존재인 우리에게 수많은 위계적/차별적 분리가 왜 이리 많이 필요한지 생각이 불쑥거렸다.


​​​​​​​ 

내 경험이 아님에도 강렬하게 느껴진 내용이 있다. 학교 마치고 귀가하는 버스 안에서 잠시 자다 깨었는데... 세상이 보이지 않았다는 그 갑작스러운순간. 저자는 레베르 시신경병증이란 희귀병 진단을 받았고, 차례로 두 눈의 시력을 잃었다.

 

무엇을 해도 막을 수 없는 빛이 사라지는 시간, 어떤 심정이었을지. 여러 요인으로 중도장애가 생긴 분들은 통계상으로 우리 짐작보다 더 많다. 잠시 표지의 저자 사진을 본다. 어떻게 저 환한 웃음을 갖게 되었을까 궁금하고 아팠다.

 

"장애는 극복의 대상이 아니다."

 

이후의 모든 선택은 곧 용기이다. 사람이 필요하지만 사람을 만나기가 두렵고 말 걸기가 어렵고. 그러니 도움과 지원이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사람들이 충분히 계셔야 한다. 기꺼이 돕는 일을 직업과 소명으로 삼아 살겠다는 많은 분들이 계신다. 정책과 예산이 늘 부족할 뿐이다.

 

이렇게 환한 웃음을 웃는 용기 있는 저자도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서로를 겪고 나서야 상호 이해가 가능했다. 그러니 우리는 함께 어울려 살아야 한다. 사회란 원래 모두 다른 사람들이 같이 살아가는 곳이고, ‘장애가 분리와 배체의 이유일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미디어 속 삶과 사람들은 현실과 다르다. 우리가 보고 즐긴 미디어 속 장애인들의 삶이 보기 좋았다면, 현실도 그렇게 만들자고 생각하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누구나 늙고 아프기도 한다는 사실이 과장도 협박도 아니라는 걸 기억하면서.

 

내가 지금의 변화를 이뤘듯, 세상 역시 더 잘 살아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변해주길 바란다면 과한 기대일까. 서로가 서로를 지지해주는 존재가 되어 좀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가기를 (...)”


 

노화로 감각기관이 약해지는 것만으로도 이미 나는 불편하다. 완전한 상실이 어떤 것인지 알 도리는 없다. 그러나 장애라는 것이 더하기 빼기로 계산되는 능력치의 변화만은 아닐 것이다. 저자의 문장마다 힘이 가득하고, 좋은 이들은 많다. 너무 빨리 절망하지 말자.

 

요즘 가을빛은 너무 찬란해서 경외, 약간의 두려움도 느끼지만, 가을볕도 좋고 바람도 멋지다. 다른 감각들로 계절을 만끽하고 변화를 받아들이고 그렇게 모두 다른 삶을 살아간다. 저자만이 아니라 모든 분들의 슬픔이 원샷할 만한 분량이길 간절히 바란다.

 

! 곧 점자로 나온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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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타운
문경민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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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아르 사회파 추리소설 장르를 재미있어 하고, 한국 작가의 작품이라 좀 더 반갑고, 주제가 토지불로소득이라 기대가 컸다. 내가 사는 사회를 배경으로 하지만 경험하지 못한 낯선 주제이니 그 괴리가 흥미를 더 키웠다.

 

두려웠던 것만큼 폭력적인 세계이고, 이익이 걸린 일 - 혹은 범죄 - 에 자비란 없다는 알고 있던 사실을 쓰게 거듭 확인한다. 어둡고 생생하고 잔인하고 살벌하다. 조폭, 경찰, 형사, 사기꾼 등등이 주인공인 영화나 드라마를 거의 안 보는데도 자극적인 이미지가 떠올랐다.

 

가독성은 아주 좋다. 멈출 외부 요인이 없다면 펼친 자세 그대로 결말까지 읽게 될 것이다. 저자가 아는 이들인가 싶게 인물들은 현실적이고 입체적이다. 어딘가 현실이 존재할 듯해서 조금 무섭다. 원톱 남성 주인공이 끌어가는 스토리가 아닌 다양한 인물들의 등장도 좋았다.

 

토지불로소득이라는 소재를 알고 있지만, 가치판단을 조금 미루고 냉정하게 벌어지는 판을 보면, 우리 대다수가 대체로 그렇게 살 듯, 등장인물들도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각자 열심히 움직인다. 개별 선택과 행동이 수렴되어 결과적으로 악몽 같은 그림이 완성된다.


 

인간의 감정과 욕망을 다루는 철학, 사회학, 뇌과학 책을 읽다 보면, 애쓰는 일의 허약함에 충격을 받거나 무기력에 빠지기 쉽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류는 이성, 합리성, 도덕, 철학, , 윤리 등등, 관리하고 제어할 여러 장치들을 마련했지만, 모두가 부족한 기분...

 

참 많은 사건들의 동기가 허망할 정도로 1차적인 욕망과 감정에 동기화되어 있다. 오래 전 제 식량을 더 확보하기 위한 탐욕과 폭력처럼. 탐욕에 기인한 현대 범죄들은 고안과 방법이 정교해졌을 뿐이라는 느낌이다. 이런 우울감은 그저 세상 이해가 얕은 내 탓이라 믿고 싶다.

 

추리소설이라 스포일러를 할 수 없어 일반적인 단상과 감상이 이어지는 글이다. 이익과 정의가 충돌한다고 느낄 때 매번 정의를 선택할 수 있을까, 결국엔 나와 내가 사는 세상을 돌아보게 만드는, 그런 메시지와 힘을 가진 작품이다.

 

특수학교요? 저도 반대는 안합니다. 어딘가에는 있어야죠. 하지만 그게 우리 아파트 앞에 들어서는 건 솔직히 싫습니다.”

 

! ‘장부라는 단어가 정겹고도 낯설었다. 장부에 내막과 비밀을 적어 비밀금고에 보관하고, 그 장부가 노출되어 파멸에 이르는 일이 정말로 여전히 현실에 존재할까. 아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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