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익의 그리스 신화 : 영웅과 전쟁 2 - 알파에서 오메가까지 김원익의 그리스 신화
김원익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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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학 관련 책들은 대체로 번역본인데 ()세계신화연구소 소장이신 김원익 저자가 직접 쓴 책이라 특별합니다.

 

고화질 이미지들 덕분에 꽤 무겁습니다. 도록처럼 펴서 보고 읽으니 어딘가의 미술관인 듯합니다. 시작부터 페르세우스와 조지프 캠벨Joseph Campbell이 등장!

 

인간의 원형archetype’인 남성영웅과 처지대상 괴물 - 메두사 - 불길한 능력자 여성 구도가 쓰지만 남성이 권력을 독점한 시절을 고쳐 쓸 도리는 없지요.

 

서늘하고 어두워질 가을이 깊어지는 밤마다 신화의 세계로 숨어들기에 무척 좋은 고혹적인 책입니다.




신화 사전이면서 아름다운 도록이면서 멋진 이야기책입니다. 재밌게 천천히 읽고 즐기고 집에 모셔두고 거듭 읽어도 좋겠습니다. 현재 1, 2권 두 권 출간되었고, ‘영웅과 전쟁편은 2권입니다.


 

신화를 궁금해하고 재밌어 하고 읽는 이유는 예전과 비슷합니다. 옛 이야기 자체의 재미도 있고, 달라지는 해석과 추가되는 정보가 궁금하고, 놀랍게도 현대인과 현실 삶과의 많은 유사점들을 통해 깨닫고 배우고자 합입니다.

 

이 책에서도 이런 세 가지 목적을 채워주는 내용들을 만났습니다. 새롭게 배운 점과 기억하고 싶은 것들 중 일부를 기록합니다. 방대하고 흥미진진한 내용이니 아름다운 이미지들과 함께 찬찬히 읽어보시기를 바랍니다.


그리스 신화에 여자 영웅이 없다고, 남성 원형이라 아쉽다고 했는데, 기록된 한 명을 만났습니다. ‘예외라서 아쉽지만 흥미로워서 기쁘게 읽었습니다. ‘달리기 시합에서패배하고 결혼한 뒤 사자로 변신한 아탈란테

 

아탈란테는 그리스 신화 최초의 여자 영웅입니다. 우리가 아마존 여성들을 떠올릴 법한 읶숙한 이미지입니다. 멧돼지 사냥에 참여하고, 자신을 겁탈하려는 치한 두 명을 화살 두 발로 해치우네요. 활의 명수입니다. 아마존 여전사들 역시 활쏘기에 능숙했지요.

 

버려졌다 영웅이 되는 페르세우스와 삼국시대 신라의 탈해의 이야기가 많이 닮았습니다. 탈해는 상태로 궤짝에 넣어 바다에 버려졌습니다. 페르세우스도 궤짝을 타고 세리포스 섬에 도착해서 어부의 도움을 받니다. 탈해는 알에서 부화한 상태로 노파에게 발견됩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이야기의 설정을 제외한 세부 사항들과 당대 사람들이 듣기 원했던 메시지는 다릅니다. 테세우스의 신화보다 석탈해의 신화가 더 낯설어서 반성을 했습니다. 문화와 예술 분야에서 거듭 활용된 그리스 신화에 비해 우리 신화는 언급이 적어 많이 아쉽습니다.

 

그리스 신화를 읽고 있으니, 그리스 문화권 전체에 대한 명칭을 기록해 봅니다.

 

현재 그리스에서도 헬라스그리스라는 의미로, ‘헬렌의 후손이라는 뜻을 지닌 헬레니스Hellenes’그리스인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그리스의 공식 명칭도 사실 그리스 공화국이 아니라 엘리니키 디모크라티아Ελληνική Δημοκρατία’, 다시 말해 헬라스 공화국이다.

 

저는 세창출판사의 철학서들을 좋아하고 덕분에 많이 배웠습니다. 이 책에서도 철학자들이 언급되어 반갑고 재밌었습니다. 신화가 교양, 문화, 학문의 배경이 되는 환경이 여전히 조금 부럽습니다. 역사의 연속성도 그렇구요. 플라톤의 <항연>에서 파이드로스Phaidros’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은 죽음을 불사하는 사랑인데 파트로클로스에 대한 아킬레우스의 사랑이 바로 그런 사랑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제 저는 출전하겠어요! 사랑하는 사람을 죽인 헥토르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말이에요. 제 운명은 신들의 왕 제우스와 다른 신들께 맡기겠어요.” - 인용된 아킬레우스의 말 중에서

 

<계몽의 변증법>에서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는 오디세우스를 철학적으로 재조명하고, 그가 이성과 발전을 대변하는 상징적인 인물이며 서양사상 최초의 계몽주의자라고 봅니다.

 

오디세우스가 세이레네스와 만나는 장면에서 자신의 몸을 묶고 부하들의 귀를 막고 노 젓는 일에 집중하라고 한 지시가, 현대의 공장주와 노동자들과 유사하다고 합니다. , 생존을 위해 유혹을 이겨내고 할 일을 해내는 것!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는, “결국 계몽은 모든 것을 합리화시키는 문명과 같은 동시적 개념이며 오디세우스는 시민적 개인의 원형이라고 정의합니다.



 

그런데 사이렌의 불쾌한 경고음과 그토록 고혹적인 세이렌(레네)의 목소리는 얼핏 불화합니다. 사이렌 소리는 너무나 싫은데, 세이렌의 노래는 무척 궁금합니다.

 

아주 많은 멋진 내용 중 극히 일부입니다. 아름다운 표지와 더 아름다운 내용들이 풍성합니다. 며칠 동안 늦은 밤에 찾아간 신화의 세계에서 무척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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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로잡는 얼굴들 - 마침내 나이 들 자유를 얻은 생추어리 동물들의 초상
이사 레슈코 지음, 김민주 옮김 / 가망서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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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아래에 동물들 나이를 보다가 눈물이 났습니다. 열 몇 살, 스물 몇 살, 서른 몇 살... 본 적 없는 얼굴들에 들어 본 적 없는 나이... 볼 수 없는 얼굴들에 대해서 생각합니다. 동물을 인간을 위한 자원이나 식재료로만 생각하지 않는 시절을 희망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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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저녁 그림책이 참 좋아 24
백희나 글.그림 / 책읽는곰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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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희나 작가의 작품 중 새롭게 만나는 그림책입니다.

쌀쌀해지는 계절에 머물고 싶은 포근하고 따스한 세계입니다.

수작업으로 어쩜 이렇게 풍성한 표정, 분위기, 이야기를 다 표현하시는지.

 



스토리보다 이미지 하나하나를 계속 보고 싶어집니다.

도안이 있다면 채색도 해보고 싶습니다.

이런 아파트가 있다면 불평 없이 이사가고 싶습니다.

 

저녁 6, 퇴근이 확실해지는 좋은 시간입니다.

해가 일찍 사라지는 겨울 저녁이면 따뜻한 것들이 그립습니다.



 

생각해보면 하나의 벽을 공유하는 존재들이 이웃...

아무리 모른 척 살아도 영향을 주고받게 되지요.

그 거리가 점점 더 멀어진다는 느낌은 제 오해일까요.

 

무척 마음이 끌리는 최애가 생겼습니다.

겨울이라서 그런 걸까요.

아님, 저 털을 빗고 정리해주고 싶어서일까요?



 

북슬북슬 두터운 털을 가진 양 아줌마~

모두가 직립을 하는 것이 어색해야하는데

그런 생각을 못할 정도로 책이 좋아집니다.

 

어떤 문제라도 역시 해법은 친절한 마음, 행동, 배려... 답은 변하지 않습니다.

하루 종일 보고 있고 싶은 작품입니다.

이제야 만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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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가을 2022 소설 보다
김기태.위수정.이서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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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온 건지 안 올 건지

가버린 건지 아직 인지 모르겠다

 

가을에 온다는 식욕은 여름보다 더 없다

가을을 손에 잡아보고 싶어서 책을 샀다

 

소설보다 가을이라면서

소설만 있네...

 

“‘이상이라는 단어는 너무 많은 것을 지시해서 거꾸로 아무것도 의미하지 못하는 듯도 했다.”

 

나도 저런 때가 있었던가? 저들도 지금 자신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를까. 무심할까. 원희는 한동안 그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들이 무지하기를 바랐다. 실수를 반복하고 좌절하기를. 그리고 후회하기를. 내가 그랬던 것처럼.”

 

나는 마흔이 넘었고, 여전히 꿈을 버리지 못했다. 사람들은 나를 마흔 개의 다리가 달린 개미처럼 쳐다본다. 그런 존재는 있을 수 없다는 듯이.”

 

언제쯤, 어디에 발을 내릴지 모른다는 것은. 일단 발을 내려야 그다음을 떠올릴 수 있을 테니까.”


 

그래도 가을색감의 종이를 꽉 잡고 시간을 보냈더니

불안이 가라앉고 호흡이 골라졌다

 

올 해가 가기 전에 이런 색과 맛의 가을을 만나게 될까

허무함이 진한 맛이라는 걸 올 해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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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아이 버리기 - 초등교사의 정체성 수업 일지
송주현 지음 / 다다서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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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형성된 무엇을 바꾸라는 건 성공하기가 참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버리기라면 더 그렇다는 생각에 읽기 전에 좀 겁이 났다.

 

경애하는 김중미 작가님의 추천이라 용기가 났고, 작년에 <어린이라는 세계>를 읽고 느낀 바가 격려가 되었다.

 

조금이라도 더 어른답고 사람다워지는 공부가 어린이의 세계를 통해서 더 극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경험.

 

열심히 배운다는 자세로 읽기 시작했는데, 어라... 왜 이렇게 재밌게 잘 읽히지... 다 읽었는데 정말 다 읽은 건가. 중간에 빼 먹었나. 진짜 이렇게 생생하고 선명하고 다 이해할 듯한 느낌이 맞는 건가. 두렵고도 즐거웠다.



 

정체성에 대해 설명해보라면 입이 꾹 닫힐 주제라서, 그 정체성을 건강하게 만들어 가는 과정을 지켜보고 성장을 돕는 일이 얼마나 고되고 어려울까 짐작이 거대했다.

 

31년 초등교사로 살아오신 시간이 모두 필력이 되셨나보다. ‘싱겁고 막연한초고였을 거라 생각할 수는 없지만, 글을 책으로 만들어 전해주신 노고에 독자로서 더불어 깊이 감사드린다.

 

너무 혼란스러워 하지만 말고, 나도 아이들의 직설적인 표현처럼, 저자의 다정하지만 확실한 조언처럼 나의 정체성 - 선택과 결정의 가장 중요한 근거가 되는 그 무엇- 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외면하지 않고 살아보고 싶다.

 

내 또래 집단은 한 시공간에서 함께 하는 일이 드물지만, 가족, 친지, 친구, 지인, 랜선이웃 등 모든 분들이 소중하다. 거의 매일 그들을 통해 배우고 생각과 고민의 재료를 얻는다. 우리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나의 어린 시절을 상기할 수밖에 없어서, 아무도 안 보는 시간에 조금 눈물이 났다. 그건 매순간 있어주지 못한, 필요한 모든 도움을 주지 못한 부모를 원망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도 그럴 수 없고 그렇다 하더라도, 성장하면 우리가 문득 느끼던 결핍과 부족과 외로움은 어쩔 수 없으니까. 그리고 그 틈 사이로 (어쩌면) 우리는 자신만의 성장을 이루니까.

 

읽고 나니 편집장 김남희님이 써주신 편지글의 문장들이 다시금 이해된다. 뭉클해서 며칠 간 생각 속에 담아 두었다. 기꺼이 전해주신 다정한 마음을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품어본다.

 

우리 모두 어른이 되느라 참 고생했지요. 그 힘든 어린 시절을 이겨내고 무사히 어른이 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지금 지니고 있는 어린 시절도 부디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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