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이아 - 오디세우스의 방랑과 모험 아우구스테 레히너의 서양 고전 시리즈
아우구스테 레히너 지음, 김은애 옮김, 호메로스 원작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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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인간의 증오와 잔인함, 탐욕이 초래한 끔찍한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십 대에 처음 읽었을 때는 서양 전래 동화처럼 읽었고 관심사가 아니었던 스토리라 딱히 큰 재미가 없었다. 20대에 재독을 시도했는데, 내 탓인지 번역 탓인지 잘 읽히지가 않았다. 영화로 만들어졌대서 편하게(?) 서양 고전을 다시 만나보자 싶었고, 내 기억보다 훨씬 단순해진 주인공 캐릭터에 살짝 지루하고 재미가 덜했다.

 

전공자가 아니라 훼손 없는 원작 그대로를 고집할 이유는 없어서, 독일에서 교과서로도 사용된다는, 사건들이 순차적으로 재구성된 이 번역서가 끌렸다. 결과는... 원작 완역서보다 영화보다 더 재밌었다. 번역에 대한 저항 없이 엄청 재밌게 읽었다. ‘아우구스테 레히너김은해조합으로 출간된 시리즈를 다 읽어보고 싶다. #강추

 

병사들은 (...) 제발 계속 항해나 하자고, 이제 더 이상 괴물의 화를 돋우지 말아달라고 간청했다.”

 

나이 덕분인지 호기심에 호승심에 자만심까지 가득한 오디세우스라는 인물이 이번엔 잘 보였다. 친구가 되고 싶진 않지만, 이런 성향인들이 세상을 덜 지루하게 만든다는 생각도 한다. 물론 그 대가가 주변인들의 엄청난 피해와 희생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나는 현재의 상황이 그런 성격 - 성향 -을 거의 자제하고나 저항하지 못한 인류의 선택이라고 파악한다. 어떤 아이디어의 위험성을 아무리 누군가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고 해도, 대개 인간은 듣지 않는다. 혹은 듣지 못한다. 오래 전, 유전공학 학회에서 연구자들이 하나같이... 어떤 파국이 있더라고 일단 실험을 해보고 싶다고 하는 발언들을 들으며 모골이 송연해지던 기억이 난다.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들 중 불사의 여신과의 결혼을 통해, 자신도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을 마다할 자가 도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이 작품에서 오디세우스는 인간 중 가장 현명한 자로 불린다. 그에 걸맞게 오디세우스는 반성도 결심도 할 줄 안다. 문제는 새로운 상황에서 또 잊고 또 유혹당하고 또 결과가 좋지 못한 선택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답다. 내 모습과도 내가 경험한 다른 인간의 모습과도 흡사해서 허탈하게 웃다보면 정감이 가기도 한다.

 

아주 오래 전부터 다 알고 있던 사실들을 다시 짚어가며, 인간이란 생명체의 디자인은 정말 쉽게 바뀌지 않는구나 싶다. 그때도 지금도 인간이 중요한 것들을 망각하게 하고 하고자 하는 걸 멈추게 만드는 것은, 고통이나 불행보다 쾌락과 편안이다. 고난이 심할수록 오디세우스는 재빨리 상황을 탈출한다. 귀가 시간이 이토록 늦어진 대부분의 이유는 고통을 동반하는 악재 때문이 아니다.

 

내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더 이상 만날 수 없게 된다면, 영원한 생명과 젊음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이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에겐 각자의 이타카가 간절할 지도 모른다. 모든 시기 누구에게나 목적목표가 반드시 선명하게 존재해야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다만... 한번뿐인 삶에 있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그리로 향하고 마는 무언가가 있을 수 있다. 끈질긴 질문과 지향은 인간만의 특징이기도 하니까.

 

간결하고 아름다운 번역 문장들 위로 삶과 죽음이 어지럽게 교차하고, 친절과 환대와 폭력과 피가 구분할 수 없이 섞인다. 신의 말씀에 복종하고자 하지만, 인간 자신의 광기에 사로잡히면 감각도 판단도 리셋 되고 만다. 이런 것이 삶... 무시무시하다. 그러니 우리는 이 짧은 삶을 사는 동안 한 번 더 애써서 서로에게 친절해야할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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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우습게 봤겠지만
베라 쿠리안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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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두부처럼 익을 것 같아 두려운 매년 여름... 서늘한 이야기가 필요하다. 읽지 않은 스릴러... 표지만 봐도 설렌다.



 

사람들이 심리학을 사랑하는 건 자기애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이코패스로서 나는 유달리 자기애가 강했다.”

 

사이코패스 진단 받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스릴러인데, 재밌고 사랑스럽다. 누구보다 더 애써서 정상으로 보이고 살아가고자 애쓰는 인물이 애처로울 정도이고, 사이코패스 진단이 무색하게 철저히 약자와 피해자로 살아온 인물이 또 잘못될까 마지막까지 걱정하며 읽었다.

 

전형적인 악인으로 가해자로 사이코패스 진단자를 소비하는 않는다는 것이 반가운 문학이다. 비난할 대상을 하나 만들어 세상만사를 그 탓으로 돌리는 게으른 악의를 현실에서도 지겹도록 무수히 목격하고 산다. ‘인간이란 대채 무엇이며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는 역시 문학을 만나는 체험 시간이다.

 

복수란 차갑게 냈을 때 가장 맛있는 요리라는 건 알고 있다. (...) 복수가 완벽하기를 바랐다. 기다려야 한다.”

 

유행이니 트렌드니 가볍고 경쾌한 이름으로 불리지만, 마치 다수가 정답을 제시하고 그 시류나 무리를 따르지 않으며 곧 조롱과 차별의 대상으로 삼는 일은 폭력이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일이다. 신뢰성이 없는 테스트를 근거로, 'T' 성향을 욕설과 멸칭으로 소비하는 유행도 바로 얼마 전 일이다.

 

끝없이 닥치는 크고 작은 문제들 앞에서, 현실 수습을 위한 합리적 판단과 냉정하고 담담한 태도, 동요하지 않기,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먼저 하기, 그리고 내 감정/감수성은 혼자 감당하기와 같은 성격적 특성은 나도 좋아하고 편안해하는 것들이라서, 소위 공감보다 냉랭한 판단이 자연스러운 작품 속 인물들을 응원하고픈 기분이다.

 

해가 뜨는 대로 내가 늘 해왔던 일을 할 작정이었다 - 적응하고, 재정비하고, 다음 수를 두는 것.”

 

인간은 모두 제각각이고 그래서 누구도 함부로 배제시키면 안 된다. 현실은 그랬던 적이 없고, 지성과 성찰보다는 선동과 악의에 늘 격렬한 반응을 보이지만, 적어도 이렇게 멋진 작품 속에서, 부당한 이미지와 편견을 오랜 연구로 차분히 반박하려는 어른들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제껏 인류가 만들어낸 시스템이 완벽과는 거리가 너무 멀어서, 가치를 실현하거나 지켜내는 데에도 부족해서, 온갖 형태의 사적 정의 구현이 더 많이 표현되고 유통되는 듯하다. 원칙을 거론하는 것 외에는 딱히 논리적으로도 결과적으로도 반박할 수 없어서 서글프고 두렵다.

 

다만, 자신의 단점들을 잘 알고 있는 주인공이 혹시 후속편에 다시 등장해서, 한층 더 많은 고민을 거친 상상력 -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능력 - 으로 새로운 함께 살기의 방식을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한다. 재밌고 안타깝고 유익한(?) 소설,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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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수거에 진심인데 왜 지구는 뜨거워질까? - 친환경 생활의 역설
마이클 마니아티스 지음, 김지혜 옮김 / 황소걸음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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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생활을 지속한다는 것은 기후 위기 대응에 대한 서로 간의 문제의식이 공명하고 사회 구조적 해법을 요구하는 파장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분리배출, 수거, 재활용... 단계가 진행될수록 목표보다 실행율은 낮아진다. 더 큰 문제는 이 과정이 완벽해진다고 기후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속상한 것은, 뭐라도 해야 하니까,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는 이들이 겪는 일상의 좌절이다.

 

이 책은 조금은 조심스럽게 차분히 읽어야 한다. 빠른 읽기와 긴 오해가 팬데믹처럼 온라인을 휘몰아치는 요즘은 더 그렇다. 저자의 입장과 주안점은 확실하다. ‘기후 위기는 구조의 문제이고 따라서 구조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 그렇다고 친환경 생활양식이 완전한 실수거나 무의미하다거나 오히려 해악이라는 것도 아니다.

 

느리지만 꾸준히 그리고 효과적으로 행동해보자. 나에게만 수렴하는 실천이 아니라 타인과 사회에 발산하는 행동이 필요하다.”

 

다만, ‘개인적 실천만이 유일하다거나 중요하다고 미화하고 선전하는 유행의 태생을 정확히 파악하고, 결국 소비를 증가시키고 판매 수익을 올리기 위한 기업의 계책과 이를 문제 삼지 않고 환경 문체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의지도 없는 정부관료들을 똑바로 파악해야한다.

 

어떤 멋진 친환경 제품이라도 소비가 줄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환경에 유해하다. 그리고 개인으로서의 어떤 노력도 개별적으로는 당면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없다. 위기 상황을 바꿀 진짜 해결책은 이런 생활양식을 시민 행동으로 가는 진입로로 삼을 때 나타나고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진다.

 

인간이 실천을 지속하지 못하는 건 인간 본성의 결함 때문이 아니다. 의지가 강한 사람마저 나가떨어지게 하는 소비 사회의 강력한 힘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환경 문제는 인간이 마주친 문제들 중 그 스케일이 가장 크다. 따라서 사소한노력으로는 해결기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어떤 실천들이 나를 구성하고 규정하기 때문에 계속한다. 그리고 이런 실천은 소중하다. 나는 어떤 사상이든 일상의 실천이 없는 거대 담론가의 말을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

 

어떤 일이든 일단 시작하고 꾸준히 하고, 그 과정에서 더 깊고 넓은 학습이 필요하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한계를 돌파하고 변화를 이끌 방법은,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갈 수 있는 실천과 능력에 달려 있다. 변화는 학습과 행동에서만 태어난다.

 

사람들이 넋이 나가 있을 때도, 환경을 향한 마음이 흔들릴 때도 자동으로 환경보호를 실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 책의 장점은 이 거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료 시민, 이웃, 친구, 가족을 사소한 비실천만으로 비난하거나 배제하거나 적대시하지 말자는 내용이다. 중요한 지적이다. 전 세계 모든 사람을 친환경적으로 바꾸기 보다는, 일상의 구조가 자연스럽도록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빠르고 중요하다. 삶은 정치적 결정들로 재구성된다.

 

감시와 비난의 대상은 힘이 있으면서 사회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기업, 정부 관리자였다.”

 

사회적 변화를 꿈꾸는 상상력은 빈약해지고, 일상의 피로감은 커지고, 이익추구집단의 세력은 더 공고해지는 듯하지만, 그래도 빈틈은 어디에나 있다. 문제는 우리가 그 빈틈을 알아볼 수 있는지와 실천으로 변화에 필요한 크기로 틈을 넓힐 수 있는가이다.

 

부연 같지만, 환경 위기는 어떤 일부를 해결한다고 전환되지 않는다. 개인적이고 고립된 실천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학습으로 개인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지치거나 포기하지 않도록, 유쾌하고 끈질기게 노력해야만 한다.

 

공공 정책은 마트에서 파는 물건이 아니다. 수백만 명이 친환경 소비를 열심히 실천하면서 정치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인다면, 친환경 소비자 증가는 오히려 절망적인 일이 될 수 있다.”

 

절망과 죄책감과 불안에 시달리는 중에 이 책을 만나 좋았다. 이렇게 서로 힘을 나누는 모든 기회가 다음 순간을 더 버티게 돕는 중요한 힘이 되어 준다. 나의 태도와 희망에 어떤 균형점을 다시 조율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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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거짓말 - 기원석 산문
기원석 지음 / 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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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쉽고 가볍게, 마치 재밌고 즐거운 농담인 양 사람 안 변한다고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몸이 확 굳어지는 저항감이 든다. 그렇다면 양육과 교육과 기타 등등... 함께 살기 위해 애쓰는 모든 노력들은 무슨 헛짓거리란 말인가.

 

매번 불쾌하고 부당하다고 느낀다.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반갑다. 어떤 내용일지 기대가 크다.



 

서른 살의 나에게 연애도, 관계도, 학업도, 꿈도, 열정도 이렇다 할 증언을 해주지 않았다.”

 

저자의 이력이 흔치 않다. 나는 절대 알 수 없는 다른 직업과 관련된 에세이 읽기는 매번 흥미롭지만, 교정직은 낯선 만큼 놀랍고 강렬했다. 일상 속 숙고를 전하는 내용일 거란 짐작이 빗나가서, 두근거리며 읽었다.

 

갇힌 이들과 그들을 관리하는 이들의 대화, 관계, 사건들은 조마조마하게 읽는 스릴러 같기도 했다. 물론 우리와 그들이라고 완전 분리된 존재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읽을수록, ‘인간에 대해 질문해 온 나의 의문들과 닮은 내용들이 많아졌다.

 

본질적으로 사람은 변할 수 있을까? 범죄를 저지른 대가로 수용되어 갖은 고생을 하며 살고 나면, 사람이 바뀔까?”

 

“202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모든 범죄에 대한 삼년 이내 재범률은 약 22퍼센트라는 것은 반가울 만큼 희망적이다. 그래서 더 궁금하다. ‘변화란 어떤 조건 속에서, 어떤 영향 하에서 싹을 틔우게 되는 걸까.

 

어쩌면 정답도 공식도 없을지 모르겠다. 책 속 에피소드들만 보아도, 각자의 사연과 사정은 각자의 것으로 남고, 해결이나 해소를 위해 타인이 접근 가능한 정도도 확연하다. 그러니 최대보다 최소에 더 집중해서 누군가의 변화를 방해하는 일만은 없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 교정矯正과 교화敎化란 그저 수형자들이 다음에는 나쁜 선택을 하지 않도록함께 궁리해보는 일이었다.”

 

온라인이라는 무한 공간에서, 마치 재밌는 놀이처럼 번지는 현상, “타인의 삶을 재단하고 평가하고 지적하고 혐오하는 일은 누구도 돕지 못하고 필요도 없는 독성물질이다.

 

그런 이들이, 누가 보지 않아도 선하고 사람다운 삶을 살기 위한 고단한 선택을 할 리가 만무하다. 유혹이 강할 때라도 나쁘고 악한 선택을 하지 않으려고 애쓸 리가 없다. 그리고 그렇게 노력하는 누군가를 방해하고 좌절시킬 가능성도 있다.

 

수형자들과의 상담에서도 나는 (...) 더 들어야 한다고 되뇐다. 날카로운 말보다 부드러운 침묵이 지닌 힘을 믿으며.”

 

100%라고는 영원히 장담할 수 없겠지만, 나는 사람은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그런 시각을 포지하지 않을 것이다. 고민과 질문이 진지하고 복잡할수록, 간단명료한 정답은 없지만, 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시인의 글로 만날 수 있어서, 천천히 기쁨이 스며드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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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하는 고고학자 - 고대 인류 문명의 모습과 소리, 냄새, 맛을 재현하는 과학자들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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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충격적(?)입니다. 고고학에서 실험을 할 수 있다니! 벽돌책이라서 더 반가운, 펼치지 않을 수 없는 내용일 거라 기대합니다.


 

* 고고학: 물리적 흔적을 남긴 사람들에 관한 학문.

 


실험고고학은 (...) 능동적으로 과거를 재현한다. (...) 일부 지지자들은 이 분야를 (...) ‘경험고고학, 심지어는 살아 있는고고학이라고 부른다.”

 

좋은 책은 사는 재미를 되찾게 해준다. 덥고 힘들고 낙관하기 어려운 소식들도 많은 여름에, 제목이 흥미로워서 읽고 싶은 책은, 그 기대를 훨씬 넘어선 즐거움을 주었다. 사람들 - 고대인들 포함 - 과 삶에 다시 흥미로워졌다.

 

내용과 문장이 좋기도 하고, 아프리카에서 출발해서 마치 인류가 확산한 속도와 방향으로 - 인류가 단순직선 확산을 하진 않았지만 - 나 역시 시공간을 여행하듯 간접 체험하듯 느끼며 읽었다. 더구나 오류 정정한 팩트들도 다양해서, 살아 있는 동안 좋은 책들 더 많이 읽고 배워야지, 하는 의지도 불쑥 솟게 해줬다. #강추

 

곡물을 기반으로 만든 맥주 (...) 일부 고고학자들은 그것이 역사상 최고의 복잡한 문명이 탄생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까지 생각한다.”

 

물론 저자는 학자답게 겸손하다. 일부가 지지하는 개념이다, 주류 학계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점이다 등등, 실험 고고학자들과 그 지지자들의 이야기가 일리라는 것을 과장하지도 부정하지도 않고 솔직히 언급한다. 실험 고고학만이 아니라, 세상 모든 지식이 결국 한정적 진리라고 생각하는 나는 그래서 더 거부감 없이 편히 즐겼다.

 

인류의 정착 농경 문명의 탄생을 맥주 만들기와 연결시키는 것은 아예 낯선 것은 아니지만, 상세 설명이 더해져서 더 재밌고, 로마 멸망을 더 자극적으로 만들기 위해, 먹고 토하는 로마인 설정은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그 외에도 도토리를 수천 년간 수많은 이들이 먹어왔다는 것도 놀랍고, 그로 인해 참나무 소유권 분쟁 - 전쟁 - 이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고고학이 과거에 살았던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드러내겠다는 약속을 진정으로 이루려면, 그들이 실제로 경험한 것 - 그들의 하루와 생활을 채웠던 순간들 - 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책의 구성도 독특하다. 실험 설명과 결과만 보고하는 대중과학서가 아니라, 고고학에 엄청난 상상력이 필요한 것처럼, 이야기도 소설처럼 공을 들여 재구성했다. 덕분에 정말 소설을 읽는 듯 몰입했고, 정서적 반응도 다양하게 경험했다. 목차의 각 대륙마다 어떻게 이렇게 재밌게 소재를 과학적으로 활용하는지 감탄만 나온다.

 

분량이 많지만, 아주 재밌어서 빠르게 읽을 것도 같았는데, 상상하는 시간이 길어서 한참 읽었다. 그래도 더 천천히 읽고 싶었다. 나도 최대한 상세하고 치밀하게 상상하고 재구성하고 싶었다. 실험 고고학! 완전 재밌다.

 

우리와 먼 과거의 사람들을 통합하는 공통점을 드러내고, 그들 역시 우리와 다르지 않은 평범한 사람이었다는사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아주 오랫동안 꿈이 지구여행가였다. 이왕 지구에서 태어났으니 최대한 많은 곳곳을 여행하다 길에서 죽어도 좋을 듯했다. 가장 큰 이유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가 궁금해서였다. 그런 여행은 못 했지만, 10여 개국을 방문하고 더러 오래 머물고 일 하고 공부하고 여러 해 살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동시대의 여행 경험이었다. 이 책을 통해,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것처럼, 낯선 공간들을 방문했다. 문자 속 여행이라 안전하고, 최고의 가이드가 있는 것처럼, 많이 배웠다. 그리고 새삼 다시 확인했다. 우리가 지금 존재하는 것은, 우리 이전의 모든 존재가 애쓰며 살아온 덕분이라는 것을.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은 그들의 조건에서 그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쉬운 것, 당연한 것은... 사는 동안 사실 아무 것도 없다. 물리적 실체 - - 이 있는 존재가 삶의 본질을 경험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행동하고 경험하는 것이다. 이 책은 아주 감각적인 체험과 깊이 있는 이해를 돕는 훌륭한 지적 체험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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