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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원고 2025
이준아 외 지음 / 사계절 / 2025년 3월
평점 :
본 리뷰는 사계절출판사의 도서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꾸준히 걸어가야 할 미래에 관한 내용들이 이 앤솔러지에 꼭꼭 채워져 있을 거란 기대. 주제어들* 대부분은 어렵고 힘겹지만, 풀어갈 문제라고 생각하면 접근하는 기분의 무거움이 조금은 덜어진다.
* #부실공사 #재건축 #집값상승 #자영업 #임차인성공스토리 #폐업사유 #스무살 #자살하는가재 #바퀴공포증 #동호회 #그럼에도 #유머사수 #일상사

“원래 정말 예쁜 것들은 조금씩 불쌍하기 마련이거든.”
앤솔로지를 읽는 4월 주말이 변덕스럽지만 진짜 봄인가 싶기도 하고, 산다는 건 봄을 기다리기만 하는 일 같기도 하다. 간절한 것들을 기록으로 만들어 나누면 힘이 된다. 때론 현실보다 더 진한 세계가 되기도 한다.
울렁증과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일상이라는 부채와 그에 더해진 시국이란 오염물, “온 세상이 휘청거리는 듯한 이 어지럼증은” 언제 그칠까. 정말 “안정된 시기라는 게 찾아오긴 할까” 싶다.
일상적인 소재들과 관계들이 현실에 너무 밀착한 다른 세계처럼 묘한 무섬증과 지나친 생생함을 줘서, 오랜만에 단편소설의 소재와 구성이 주는 매력에 오싹한 매력을 느끼며 아끼지 못하고 홀홀 다 읽었다.
“우린 다 괜찮을까?”
다들 괜찮은지, 읽는 당신은 괜찮은지, 안부를 묻는 이야기들 같다. 괜찮은 척 하며 버티는 이들, 괜찮지 못한 이들, 외면하지 못하고 남의 사정에 신경 쓰는 이들, 어떤 상황도 데우고 밝히는 애정을 가진 이들을 만난다.
나는 이익편취와 무관한 어떤 거짓말은 고백처럼 느끼기도 한다. 무언가를 목격했다는 어떤 이야기들도 현실이 되길 간절히 바라는 기도 같을 때가 있다. 살아서 보고 싶은 것들이 있는 이들은 자주 유채색 꿈을 꾼다.
“과거니 미래니 하는 것들은 너무 이상해. 난 그냥 하루씩만 살아가는 건데. 딱 하루만큼만.”
기억은 순식간에 흐려지고 꿈을 꾸기엔 여유도 뭣도 없다. 그렇지 않아도 결국 우리가 경험하는 유일한 삶은 ‘지금, 여기’ 뿐이지만, 실망과 후회를 감당할 수가 없어서, 무엇도 좋아하지 않고 사는 매일이란 또 무엇일까.
안부를 묻는 이야기들은 늘 마음을 휘젓는다. 실체를 모르는 그리움은 녹지 않는 앙금처럼 매번 떠오른다. 함께 시공간을 나누던 기억인지 미화된 상상인지 모를 사람들과 불러온 <두 번째 원고 2025>를 봄에 만나, 아프고 기쁘다.
“나에겐 아직 나누지 못한 마음들이 많았다. 한심한 밤들, 그러나 다시없을 그런 밤들을 보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