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숲
니콜 크라우스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데카르트 이후 지식은 거의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권능을 부여받았다.

하지만 결국 지식은 그가 상상한 대로 자연을 장악하고 소유하는 데 이르지 못했고,

장악하고 소유했다는 환상만 초래했을 뿐이다.

결국우리는 자발적으로 지식이라는 병을 얻었다.

 

의식하며 살아가는 삶과 나란히 존재하는 그러나 형태가 잡히지 않고 이름이 없는 다른 삶,이란 무엇일까. 본격적으로 읽기 전부터 저자의 상상력이 상상 이상으로 자유로워야함은 물론 독자 또한 그 상상력의 갈피를 잘 잡고 따라가야 할 듯 긴강이 된다. 다행히 숨을 멈추고 읽는 긴장을 느슨하게 해주는 유머어두운 유머가 등장할 때마다 쉼터를 만난 듯 잠시 쉬어 갈 수 있었다.

 

정말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이제 없나싶게 신기한 것들이 모두 소멸하고 궁금한 것들도 다 시시해지는구나,하는 기운 빠지는 기분이 들 때에 나를 제외한 다른 이들에게 유명한하지만 나로서는 처음 만나는 작가들이 등장한다잠시 놀라고 오래 반갑다더구나 한 작품도 읽지 못한 작가인데 그 작가의 기량이 정점에 서 있다는 작품을 가장 먼저 만나는 일은 뭔가 운좋게 지름길로 들어선 것마냥 신이 난다.

 

친절하지 않아서 미스터리의 시작으로 곧장 들어가는 듯한 도입이 흥미롭다문장들을 읽는 것만으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장소들과 장면들을 꽤나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다사는 장소만으로 인물들을 극단적으로 대비시키는 구도사전정보 없이 읽는 이야기의 시작이 무척 재미있다아무도 방문한 적 없는 고적하고 낡은 공간에 살면서 친척에게는 상당한 돈을 후원하고 한밤중에 서성이다 감쪽같이 사라진 아버지. 그 인물의 삶의 구체적인 내용과 사라진 확실한 이유가 그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수만큼이나 궁금하다.



실종이란 단어만큼 관심과 질문을 증폭시키는 것도 없을 것이다인물의 중요도에 따라 다르겠지만아버지의 실종 신고 이후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나서고 대통령에게 보고되는데그 나라의 시스템이 이런 구조인지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사건이 복잡하고 커질 것이란 기대는 확실해진다마지막 행선지가 교차로라니유적지와 자연 보호 구역 중간의 교차로단초를 제공하는 듯하면서도 행방을 더욱 모호하게 만드는 장치이다텅 빈 서류가방 역시 같은 기능을 한다시신도 목격자도 보고도 없는 부재사라지기 전에 희미했던 존재가 부재로 인해 확실해지는 반전. 역시 재미있다.

 

이런 상황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지만 결국에는 더없이 적절한 마무리처럼 보였다엡스타인에게 죽음은 너무 하찮았다돌이켜 생각해보면 실제적인 가능성도 아니었다생전에 그는 공간을 꽉 채우는 사람이었다몸집이 컸다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도 오롯이 담기지 않았다는 의미에서그의 존재는 너무 컸고 항상 넘쳐흘렀다모든 것이 쏟아져나왔다열정분노열의사람들에 대한 경멸과 전 인류에 대한 사랑그는 언쟁이라는 배양액 속에서 길러졌고 살아 있음을 알기 위해 언쟁이 필요했다그는 친해진 사람들의 사분의 삼과 사이가 틀어졌고남은 이들은 잘못이라고는 저지를 수 없는 사람들로서 영원히 엡스타인의 사랑을 받았다그를 안다는 것은 그에게 사정없이 뭉개지거나 터무니없이 부풀려지는 일이었다그의 묘사 속에 등장하는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그를 따르는 후배들이 긴 줄을 이루었다엡스타인은 그들에게 자기 자신을 불어넣었고 그가 사랑하기로 택한 모든 이들이 그렇듯이 그들은 커지고 또 커졌다마침내 그들은 메이시스백화점의 퍼레이드 행사용 풍선 인형처럼 날아다녔다하지만 그러다가 어느 날 엡스타인이 추구하는 윤리의 높은 가지에 걸려 펑 터지기도 했다그때부터 그들의 이름은 저주의 대상이 되었다부풀리는 습관이 있다는 면에서 그는 뼛속까지 미국적이었지만경계에 대한 존중 부족과 동족 의식이라는 면에서는 그렇지 않았다그는 또다른 무엇이었고그 다른 무엇이 끊임없이 오해를 낳았다.

 

황혼 이혼을 하고 혼자 쓸쓸하게 살아가는 인물인가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선호도/불쾌도 분명하고 솔직하며자신을 삶의 중심으로 두는 자신만만한 인물이다자신의 호기심에 투자하고 조사하기 위해 떠난 것일까왜 아무에게도 연락하지 않았을까.

 

엡스타인은 매우 세련된 사람이었다정제되지는 않았어도그는 자신에게 있는 잡티를 모두 없애버리고 싶어하지 않았다반짝반짝 잘 닦인 사람이었다그는 쾌락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았다크고 진실한 쾌락을 느꼈고그래서 아무리 섬세한 것들 사이에서도 느긋하고 편할 수 있었다.

 

어릴 때부터 자신에 대해바라는 바에 대해 정확히 알고 원하는 것은 노력해서 차지하고 세계관이 흔들림없이 확실하고 설득력도 강한 사람그러나 집착이 강하거나 안간힘을 쓰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잘 만나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인물처럼 느껴진다그렇다면 실종은 자발적으로 사라지겠다는 결정,이었을까.

 

하지만 마지막에는 표류라고 할 만한 현상이 나타났다나중에자식들은 아버지에게 벌어진 일을 이해하고자 당시를 돌아보며 그에게 변화가 시작된 시점을 쾌락에 관심을 잃었을 때라고 특정할 수 있었다엡스타인과 그의 왕성한 욕구 사이에 무언가가 열렸다욕구는 한 남자가 내면화한 인식의 지평 너머로 물러갔다그때 그는 자신이 사들인 섬세한 아름다움과도 결별하고 살았다그 모든 것을 조화롭게 융합할 능력이 부족했거나그렇게 하겠다는 야심이 시들해졌다중략그의 안에서 뭔가가 변했다엡스타인의 존재를 이루는 거센 기후가 더는 밖으로 휘몰아치지 않았다급격한 기상학적 사건들이 생기기 전에 그러하듯이사방에 거대하고 부자연스러운 고요가 내려앉았다그러더니 바람이 바뀌며 안으로 방향을 틀었다.

 

한 순간 급작스런 내면의 변화를 겪는 이들이 드문 것은 아니지만궁금한 지점은 그 계기가 된 것이다문화적 차이일까아버지가 자신이 이룬 재산을 기부하는 행동을 자식이 모욕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 무슨 심정인지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이따금 밤에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줄 때사람들이 수백수천 년간 전해온 똑같은 동화와 성서 이야기와 신화를 그대로 반복하면서 나는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빼앗는다는아이들의 정신에 케케묵은 인과의 경로들을 그토록 일찍그토록 깊이 각인시킴으로써 세상을 이해할 무한한 가능성을 강탈한다는비뚤어진 생각이 떠오르곤 했다밤이면 밤마다나는 아이들에게 관습을 가르치고 있었다제아무리 아름답고 감동적인 이야기라도 그것은 언제나 관습이었다.

 

짧고 속도감 있는 문장들이 마치 속구만 던지는 투수의 경기를 보는 듯하지만한 구 한 구가 묵직하다어떤 복잡한 미스터리 장치라도 소설이라면 인물의 행동에 모든 이유가 있어야 하고결국에는 마지막 구성 단계에서 그 동기가 드러나야 할 것이다설마 이 소설이 이를 모두 배반하는 무정형이라고는 생각지 않으면서 계속 읽는다장면들이 바뀌는 속도만큼 두서없고 무질서하고 흐릿한 모든 부분들이 더욱 섬세하게 처리될 과정이라고 믿는다그러다 카프카가 등장하면서 독자인 나를 위로하는 이 모든 생각과 믿음이 흐트러질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프카처럼 철저히 문턱에 머물러 산 사람도 없었다행복의 문턱저 너머로 가는 문턱가나안의 문턱우리에게만 열려 있는 입구의 문턱에서탈출의 문턱변신의 문턱에서거대하고 최종적인 이해의 문턱에서거대하고 최종적인 이해의 문턱에서그런 일을 카프카처럼 잘해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런데도 카프카가 결코 불길하거나 허무주의적이지 않다면그것은 문턱까지 이르는 데도 희망에 대한 민감성과 강렬한 갈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문은 있다올라가거나 건너가는 길은 있다우리가 이 삶에서 거기에 도달하거나그 문을 알아보거나통과하지 못할 것이 거의 확실할 뿐.

 

두려움과 불안과는 다르게 카프카의 등장 이후 가독성이 더 증가한다커튼을 아무리 밀어내도 여전히 어둑한 공간처럼 내 안의 어두운 숲을 향해 동시에 전력질주하는 기분이 든다숲이 끝나는 장면에서는 비가 쏟아질 것인지 빛이 쏟아질 것인지 모를 일이다한 번에 모두 다 쏟아 붓듯이 어느 한 페이지를 잘라 소개할 방법이 없다놀랍게도 카프카의 이야기가 이 혼돈과 어두운 숲길을 빠져나오는 가장 강력하고 확실한 안내판이다이렇게 쓰고 보니이 말이 정확히 맞는 말임에도 불구하고 수수께끼처럼 들린다길잡이가 된 카프카이렇게 모순되고 유쾌한 역할이라니.

 

번역의 힘을 빌려 읽은 책이지만유대인 문화역사종교갈등을 다루는 시대의식이 빼곡하고 짙으니 문학상 소식에 자주 오르내릴 작품이 되지 않을까하는 순전히 자의적인 예언을 덧붙인다.

 

왔던 방식 그대로 돌아가리라

오던 길을 되짚어서

이제는 어둠도 잠긴 사페드의 거리를 지나고

이제는 어두워진 산비탈을 내려가 어두운 계곡을 뚫고 어둡게 빛나는 바다를 따라

모든 것을 아까 전과 반대로

유한한 세상에서 사는 건 바로 그런 거니까

그렇지 않은가?

대립쌍들로 이루어진 삶?

행동하거나 돌이키고

여기이거나 여기가 아니고

있거나 있지 않고

평생 있지 않은 것을 있게 하며 살아왔다

안 그런가?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할 수 없는 것을 몰아붙여 생생한 존재로 만들었다

인생의 정상에 서서 얼마나 자주 그렇게 느꼈던가?

...

충만한 인생

비존재에서 존재를 향해 그칠 줄 모르고 씨름한 인생

...

그 안의 세상이 너무도 완전해서 그는 모두지 믿을 수가 없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리마스터판)
은희경 지음 / 창비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모든 단편들이 다 이토록 쓸쓸한 느낌을 남기다니. 내 선입견이 간직한 은희경 작가의 작품답다고 해야 할까……덕분에 볕도빛도바람도 좋은 날이었는데 내내 암막으로 가려 둔 실내에 머무는 기분이다.

 

비너스를 보며 나는 생각했었다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들은 나를 멸시한다고.

The Birth of Venus. Sandro Botticelli

야생동물한테 먹이를 주면 안 돼.

스스로 먹이를 찾지 않고 점점 남의 것을 뺏으려 하거든.

아니면 구걸을 하거나훈련된 곰을 야생에 풀어놔봐.

적응을 못하고 먹이를 얻기 위해서 등산객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놈이 반드시 나오지.

인간이든 곰이든 마찬가지야.

친구가 되려고 하면 안 돼.

타인으로 대하는 게 서로 살아남는 길이야.

 

아아인생은 얼마나 많은 암호로 가득 차 있으며 우리는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수수께끼를 풀어야 하는 것일까.

청소년기에 비가역적인 충격을 가한 사건들 중 하나가 암흑 우주 속에 떠 있는 지구 사진을 본 일이었다그러니 <유리 가가린의 푸른 별>이란 단편 제목은 그 시절 어느 오후에 느껴졌던 공기 속을 떠도는 향기마저도 남김없이 떠올리게 하는압도하는 놀라움과 반가움으로 다가왔는데이 단편은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쓸쓸하다.

 

그래도 난 말이야.

앉은 채로 끝나버리고 싶지는 않았어.

한번쯤은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봐야 하는 거 아냐?

아직 그 정도 시간은 남아 있겠지?

 

덕분에 예전 일기장을 들춰보듯흑백텔레비전의 장면을 복기하듯 그 시절을 떠올려본다인류 최초로 지구 상공의 우주궤도를 돌고 귀환한 시간은 108분이다유리 가가린은 1961년 4월 우주발사기지와의 교신에서 지평선이 보인다하늘은 검고 지구 둘레에 아름다운 푸른색 섬광이 비친다고 전했다암흑으로 가득한 우주에서 지구는 푸르다고 처음 알려온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태양계의 항성, star는 태양 하나 뿐이지만하나의 은하계는 약 1,000억 개의 항성으로 이뤄져 있고우주에는 은하계가 약 1,000억 개가 있다고 한다약 137억 년 전에 하나의 점이 엄청난 폭발을 하며 탄생한 우주는 지금도 계속 팽창하고 있다약 130억 광년 떨어진 은하가 관측되고 있으니 관측이란 빛이 인간의 시신경에 도착해서 정보를 얻는 일 -, 이 빛은 약 137억 년 전에 떠난 빛(1광년 94,608×137)이고지금 우주의 길이와 넓이는 훨씬 더 커졌고더 커질 것이다우리의 단 하나의 운명은 서로 멀어지며 식어가다 사라지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6월 15크리스토퍼 콘셀리스 영국 노팅엄대학교 천체물리학과 교수가 우리 은하계에 모두 36개의 외계 문명이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한 일이다유일한 지적 생명체라는 진저리쳐지는 절대 고독이 아니라고다른 문명이 36가지나 더 있을 수 있다고나는 기사 제목을 보고 새로운 문명 게임이 출시된 소식을 본 것 마냥 현실감이 들지 않았다일요일 아침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면~ 이란 주제곡이 흘러나올 때처럼 가슴이 마구 떨렸다외롭지 않다는 기분이 번지기 전에 복통처럼 두려움이 번졌다.

 

천문대를 방문한 지도 백만 년 전인 듯하고내 낡은 천체망원경은 언제나 달 표면만을 비춰주고 있으니차라리 세종대왕이 모델인 지폐를 꺼내 뒷면을 바라본다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지폐 바탕 그림과 문양은 전 세계에 없을 것이다나는 바탕을 이루는 천상열차분야지도각석(天象列次分野之圖刻石)’의 이름을 아직 못 외우고 있으며익숙한 오늘날의 광학망원경 옆의 혼천의 또한 설명을 들어도 그 원리를 배우지 못했다.



소설을 읽다가 몇 문장을 적다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또 다시 갈피도 두서도 없는 글이 되었다. 6개의 단편 모두가 완독 후 쓸쓸함으로 회류하는 탓이라고 해둔다.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날씨와 생활

지도 중독

고독의 발견

유리 가가린의 푸른 별

의심을 찬양함

 

* 해당 논문은 < #천체물리학저널 (The Astrophysical Journal)>에 실렸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이 수를 놓는 마당에 시를 걸었다
공상균 지음 / 나비클럽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인의 산문집시처럼 간결하면서도 마음을 울리는 문장들이 시인의 세상살이와 더불어 환하게 펼쳐지는 글이 아닐까 그런 따뜻한 상상을 해본다구체적으로 그리워하는 고향은 부재한 상태로 살지만고향이란 단어를 늘 휴식처로만 소비하는 좁고 얕은 감상이 부끄럽기도 하다그런 점에서 삶의 터를 잡고 단단하고 올곧게 사시는 분이 이야기는 늘 듣고 싶다읽기만 한다고 더 좋은 사람이 되지는 못하겠지만 더 못난 사람이 되지도 않겠지.

 

천천히 둘러 보듯 읽는 시간, 가장 처음 등장한 이상국 시인의 <국수가 먹고 싶다>를 읽으며 퇴직하고 집에 머무는 시간을 힘들어하시던 아버지와 비빔국수를 함께 먹던 기억이 난다마음에 쌓인 힘겨운 내용은 달랐지만 아버지께도 나에게도 국수가 주는 위로가 절실했던 한 시절이 있었다.

 

30편이 되는 시도 산문도 모두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함께 하는 푸르른 사진들을 보며 흐린 일요일 아침여기저기에서 느껴지는 몸의 통증을 잠시 잊어본다코로나가 진정되고 나면 시인이 계시는 곳에 가서 한동안 머물 수 기회가 언젠가는 그런 생각도 슬며시 마음에 품어 본다참 아름다운 세상살이농사와 시작을 함께 어울려낸 삶이 부럽고 존경스럽다.

 

다감하고 포장 없는 글 내용에 부럽기도 하고 낯설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다특히나 이런저런 이유들로 아주 친밀한 일차적인 관계를 만들지 못해서 누군가에게는 판단할 새도 없이 가장 가깝게 느껴진다는 관계들이 때때로 낯선 내 일상의 순간들이 자꾸 떠오른다나 빼고 다들 있는 것같은 사소하고 구체적인 그리움과 애착이 부족하구나하는 생각이 짙어지는 때엔 사회적 고아가 된 기분잋 찾아와 나는 참 추억이 가난한 어른이 되어 살고 있는 것 같다추억이란 자주 미화되고 왜곡되지만 한 시절 완벽하게 안전하고 편안했던 그 세계는 사라져 버렸다이제는혹은 이미 오래 전에 다른 이들을 안아 주고 맛난 것도 대접하며 살아야 하는 시간이 왔을 텐데나이만 들고 제대로 된 어른이 되지 못해 지혜보단 후회가 가득 한 세월이 쌓여만 간다.



시인이 공들여 기억하는 늘 따끈하고 배부른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참 좋기도 하고 아프기도 한 글을 찬찬히 읽으며 만나는 연둣빛이 펼쳐진 풍경이 많은 위로가 된다특히 도서관을 좋아해서 직접 만들고 '달빛 도서관'이라 이름 지은 작명 사연이 들려오는 일화가 마음을 떨리게 한다농사란 달보다 해와 더 가까운 일이 아닐까 했던 선입견이 부서진다그래서 밝은 시간 읽는 글이 한 밤에 읽고 있는 듯이 고요하고 아련하다.

 

시인이 직접 만들어 많은 이들에게 대접했다는 뻥튀기와 녹차 식혜를 읽으며 허기가 차오른다세상에서 하나 밖에 없는 1초 느린 더 맛있는 뻥튀기가 태어나던 그 길목에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위안과 웃음과 즐거움을 주셨을 거라 생각하니가본 적 없이 사라진 그 시간과 공간이 몹시 그립다.



글보다 그림에 머무는 시간을 더 많이 마련해주는 이 책에 감사하며 단아하게 서 있는 소나무와 풍경을 한참 바라본다과문하여 그 모양새가 떠오르지 않는 자운영과 독새풀을 찾아가며 다시 보고 다시 읽는다참 쉬운 말로만 써 주신 글을 쉬고 멈추고 천천히 읽을 수 있는 시간이라 더 좋다이렇게 느리게 사는 일이 글도 인생도 더 맛나게 한다.

 

대학 시절 내내 점심밥과 바꿔도 그리 억울하지 않고 마음을 가득 채우던 시집들이 자주 눈에 띄었고욕심을 한껏 부려 아직도 곁에 두고 산다시인이 올려 주신 시들에 그리운 시인들도 다시 읽고 싶은 시집들도 있어서 처음인 듯 매양 반갑다얼마나 연습을 하면 부들부들 떨지 않고 차분해질까 절망스러운 손글씨시인의 필체가 참 아름답다소곤거리고 팔랑팔랑 거리는 생명체처럼 보인다한국 사람으로 평생을 살아도 한국어를 참 모른다는 생각이 꾸준히 든다그래서 시를 읽다 새로운 단어들을 배우는 기회가 반갑다.

 

한결같이 개울물이 조용히 흐르듯 정갈하게 갈무리된 이야기들만 들려주시는 것 같지만그래도 여전히 갈등이 존재하고 그럴 경우 분투도 하실 터인데반드시 그 충돌 에너지가 원하시는 꿈을 이루시는 길로 흘러가길 기원한다화려하거나 남에게 손해를 끼치면서 나아는 길이 아님에도 각자의 꿈 하나 이루는 일이 왜 이라 어렵고 좌절이 많나 사는 일이 참 고되다는 생각도 든다.

 

공시인의 시들이 높이 날아 놀라 축하받으며 출간하실 때그 소식을 저도 늦지 않게 들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그 구절들에는 달빛과 바람과 나무와 흙과 고운 사람들이 잔뜩 채워져 있을 거라 행복한 상상을 해봅니다


사박사박

장독에도

지붕에도

대나무에도

걸어가는 내 머리 위에도

잘 살았다

잘 견뎠다

사박사박

 

<윤금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 형은 제시카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15
존 보인 지음, 정회성 옮김 / 비룡소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존 보인 작가의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을 영화로 먼저 보고 원작을 읽었다예민한 내용들을 더할 수 없이 섬세하게 차분하게 들려주는 원작의 내용도 감동적이고상상해보던 장면을 아름다운 영상으로 재탄생 시켜 준 영화 또한 부족함이 없었다철조망이라는 차가운 소재를 사이에 두고 독일 국적과 유태인 소년들이 나누는 대화들이 아련하면서도 아름답다쉽게 잊혀질 작품은 아니지만 그 감동이 조금이라도 더 사라지기 전에 신작 소식을 들어 정말 반갑다.

 

작가의 작품 경향을 짐작해서 이번 주제 또한 예민하면서도 아프고 힘든 내용일 거라 짐작하면서 읽었다여러 캐릭터들을 상징적으로 돋보이게 드러내는 것이라 분노를 유발하는 내용들도 있지만 너무나 따뜻하고 유쾌한 분위기도 함께여서 조마조마한 마음 한편 재밌고 감동적으로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청소년과 성인 독자들이 함께 읽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가장 좋을 책이다선입견과 자기 성취 욕구에 강하게 몰입한 성인들의 모습과 사랑과 진심과 이해에 유연한 성장기 아이들이 대비되고 어우러지는 수작이다언제라도 기회가 되면 꼭 여러 세대의 대화를 들어 보고 싶은 주제이다.

 

국회의원을 거쳐 장관이 된 어머니와 보좌관으로 일하는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동생은 뇌에 조그만 구멍이 있어서 인큐베이터에 머물렀다동생이 태어나길 고대하고 기뻐하던 형은 네 살일 뿐인데도 그 옆을 지키고 싶어 한다문화적 차이일지 개인적 차이일지는 모르겠으나 상상 이상의 건조한 대화 내용에 나는 도입부터 이 부모가 놀랍고 충격적이다.

 

한 간호사가 말했다.

누군가 곁에서 자기를 지키고 있다는 걸 아기가 느낄 수도 있어요아기한테는 좋은 일이죠.”

 

적어도 큰애의 안전은 걱정할 필요가 없겠네요.”

엄마가 말했다뒤이어 아빠도 한마디 거들었다.

게다가 오페어에게 야근 수당을 주지 않아도 되고요.”

 

이 형제는 자신의 직업적 성공을 이뤘지만 타인에 대한 애정도 이해도 건조하기 짝이 없는 부모와 살면서 서로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키워간다특히 동생 쪽은 형이 자신을 걱정하다 생긴 흉터를 볼 때마다 자신을 가장 아끼고 사랑해주는 존재가 형이라고 느낀다.

 

제이슨 형이 열네 살이 되었을 무렵엄마는 더는 오페어를 둘 필요가 없다고 선언했다형이 축구 연습을 하지 않는 날에는 나를 학교에서 집으로 데려오면 되고축구 연습을 하는 날에는 끝날 때까지 내가 관중석에서 숙제를 하며 기다리면 된다는 것이었다형은 엄마의 제안에 찬성하면서 오페어와 똑같이 보수를 줄 거냐고 물었다그러자 아빠는 형이 이 집에 살면서 월세도 내지 않고먹는 것도 공짜로 해결하는 데다 축구화와 더러운 운동복으로 집 안을 어지르기까지 하니까 그것으로 보수를 받은 셈 치자고 말했다.

 

형이 축구를 잘 하자 부모는 그 점이 유권자들에게 어필될 것이라고 좋아하고 막상 형이 축구를 취미로만 하고 싶다고 하니 이기적이라는 막말(?)까지 한다읽을수록 참신하게 이기적인 부모라 재밌기도 하다이런 장면이 어린 동생의 시점에서 이야기되는 점이 현실감을 더한다.

 

내가 무언가를 잘한다고 해서 꼭 그 일을 죽을 때까지 하고 싶어 해야 하는 건 아니야그 일 말고 하고 싶은 일이 많을 수도 있다고.”

그날 형이 했던 말은 어린 내게도 무척이나 논리적으로 들렸다.

 

동생에게 형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다학교 글짓기 숙제에서 동생이 형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다섯 가지 이유를 적었는데정말 사랑스럽고 재미있다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형은 성정체성과 관련한 큰 변화를 겪는다일차적으로 당사자가 자신을 받아들이고 심정을 다스리고 진짜 자신의 모습대로 살아가는 일에는 수많은 어려움이 가득할 것이다그런 미래를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아프고 걱정이 많이 되지만차곡차곡 쌓이고 커나가는 동생의 형에 대한 사랑이 큰 힘과 위안이 되어주지 않을까 기대하는 마음이 커진다어쩌면 그런 대단한 존재에 대해 자신이 기대한 것과 다른 모습을 보고 더욱 반발하고 저항하게 될 지도 모르지만그렇게 되면 정말 쓸쓸한 장면을 맞닥뜨리게 될 것 같아 미리 마음이 무거워진다.

 

내가 형을 찾을 때형은 늘 그 자리에 있었다어린 시절 악몽을 꾸고 겁에 질린 나를 자신의 곁에서 자게 해 주고 아무 걱정도 하지 말라고 달래 주었다내가 글을 읽는 데 어려움을 느끼기 시작하자 아빠는 나를 병원에 데려갔고결국 난독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그때 매일 밤 내 옆에 앉아서 숙제를 도와준 사람도 제이슨 형이었다나는 책장에 적힌 낱말과 글자가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춤을 추는 것처럼 보였고깊은 좌절감에 빠졌다형은 그런 내게 결코 짜증을 내지 않았다아빠처럼 젠장여기 적힌 글자를 읽어 보라니까!”라며 소리를 지르는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형은 늘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거야내가 도와줄게항상 네 옆에 있어 줄게우리는 형제고아무것도 우리를 갈라놓지 못해.”라고 말했다나 역시 형의 말을 믿었다.

 

나는 맏이라서 이런 형의 모습이 대단해보이고 다소 이상적으로까지 느껴진다물론 이 이유에는 나는 동생에게 이런 정도의 시간과 정성과 인내심을 들인 적이 없어서 이기도 하다동생의 글을 통해 알려진 형의 모습은 개인으로서도 상당히 매력적이고 주관이 뚜렷하다특히나 코로나를 이유로 온라인에 머무는 시간이 더 길어진 때라 더 그렇다문득 입학도 학교 생활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지내는 아이들 생각에 마음이 아프고 안타깝다.

 

형이 페이스북트위터인스타그램스냅챗 같은 어떠한 SNS 활동도 하지 않는 이유형은 정작 제대로 체험하지는 않은 채 사진에 그럴싸하게 담는 일에 몰두하고 밤낮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요즘 사람들을 도저히 못 봐주겠다고 했다.

 

형이 열여덟 살이 되면 엄마가 소속된 당이 아닌상대 정당에 투표할 거라고 말했던 일형의 설명대로라면 엄마 쪽 사람들은 하나같이 썩었고오직 자신의 이익을 위해 모인 이들이었다.

 

이제 이야기는 형이 자신에 대해 자각하고 혼자 있는 시간을 늘리고 우울해하고 울기도 하는 내용으로 전개된다내 기분도 마치 동생의 심정에 동조된 것처럼 걱정스럽게 변한다여전히 부모는 눈치도 못 채고 엉뚱한 소리나 한다모든 체력과 시간을 다 바쳐 아이를 양육해야하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도움이 필요할 때조차 의논상대로 신뢰받지 못하는 부모의 존재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태평스럽고 무성의한 태도적당히 안전한 울타리를 제공하는 것 이외에는 다른 역할을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함부로 판단할 내용은 아니지만 저런 성격에 왜 굳이 부모가 되려 했나 싶기도 하다어쩌면 사랑하는 상대를 똑바로 바라보고 진심으로 걱정을 하는 태도의 동생과는 달리 아버지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에서 눈을 돌려 모른척하는 쉬운 길을 택한 것인지도 모르겠다더 이상 감추기만 할 수 없는 때가 오면 어떤 대화를 하게 될까 조마조마하다.

 

그리고 그 날 오후.

 

난 네 형이 아닌 것 같아아니형이 아닌 게 분명해.”

 

형이 아니라 누나 같아…….”

 

이 장면에 이르기 전에는 몹시 긴장했는데 막상 닥치니 후련하다 - 실제로는 37쪽 내용상 아주 초반이다이제 가장 걱정되는 것은 세상에서 제일 좋은 형이란 존재가 사라진다는 것을 동생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점이다.

 

영국의 정치계상류층의 삶에 켜켜이 쌓인 때로는 아무 수치심도 느낄 수 없이 노골적으로 때로는 유구한 역사만큼이나 교묘하고 은밀하게 작동하는 여러 권력 게임 전략들과 그에 동반하는 문화적 편견과 폭력성을 담은 이 책은 337페이지나 되는 분량의 가독성을 높이는데 재미난 역할을 한다영국식 블랙 유머와 특유의 비아냥거림을 싫어하지 않는 독자라면 진지한 큰 주제가 전개되는 과정에서의 이런 소소한 장면들에도 즐거워할 것이다형에게는아니 제시카에게는 매 순간 힘들고 지난했을 시간을 지나 나로서는 참 사랑스러운 결말을 암시하는 내용을 알리고 싶지만 다른 독자의 독서를 망칠 것 같아 힘껏 참아 본다.

 

어쩌면 성애를 소재로 하는 글에는 강박적인 윤리적 편 가르기나 절박한 호소 등이 가득해서 읽기가 힘들어 내키지 않아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현실에서 이미 힘든 이들의 이야기를 더욱 돋보이도록 힘들게 쓴 글은 사실 나 역시 여러 이유로 선뜻 반갑지는 않다저자는 이 책에서 단지 성 소수자’ 문제만을 비추려고 하지는 않는다한 때 퀴어 queer라는 명칭이 널리 통용된 것처럼정상과 비정상일반과 이반이라는 이분법적 질서가 공고한 현실에서 이쪽저쪽이 분명하지 않더라도 스펙트럼의 다양한 위치에 자리한 다른’ 면을 가진 이들과 세상이 이들을 대하는 잔인한 태도를 드러내고 싶었던 것같다똑같은 사람들이 아무도 없음에도 아직도 다른 것이 이상한 것으로 조롱받고 차별받는 현실은 적어도 내게는 참 이상하고 비정상인 세상이다. 


물론 그렇다고 저자가 다른 것도 무조건 받아들이고 사랑하자란 복음을 전도하는 것은 아니다아무도 아무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고 수긍할 수도 없다하지만 다른 것만을 이유로 아무런 불법행위도 피해도 끼치지 않은 이들에게 상처를 줄 권리도 누구에게도 없다우리는 완전히 이해할 수 없고 수긍할 수 없는 사람도 사랑하며 살아간다그러니 그저 남을 그대로 인정해주는 것 정도는 원래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저자는 이 소설을 쓰는 동안 젊은 트랜스젠더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한다세상은 사회는 참 냉정했지만 이들은 놀랄 만큼 용감하게 살아간다고 한다부디 열심히 고민하고 성장하는 청소년들과 적대보다는 평화로운 세상이 조금이라도 더 맘에 드는 성인 독자들이 많이 읽고 함께 대화를 나누는 기회가 있기를 다시 한 번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빌리아 이발사의 모자 - 개정판
이재호 지음 / CPN(씨피엔)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세빌리아 아저씨를 아주 우연한 기회에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순전히 형의 모자로 기인한 사건 때문이다.

 

세빌리아그놈은 크레이지야미친놈이란 뜻이야아니 그놈은 미쳤어그놈이 또 내 모자를 빼앗아갔어.”

 

그만해아멀쩡한 사람한테 왜 미친놈이라고 해네 눈으로 정확하게 본 것만 말해!”

 

세빌리아 아저씨그는 과연 누구이며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갔는가?

 

아저씨는 무슨 그림을 그리고 싶었을까?

 

1998년도에 처음 출간되었다가 2020년 개정판으로 출간된 책이라는데 그 소식은 모르고 처음 읽어 보았다어른 동화라는 부제가 있는 것이 생경하고 신기했는데실제 내용을 살펴보면 둑자인 어른이 자신의 어린 시절을 추억하고 상기할 수 있도록 짜인 구성이다연령과 성장 환경에 따라 이 책의 내용들을 자신의 추억처럼 받아들일 수 있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이색적인 제목만큼 색다르게 느낄 이들도 있을 것이다.

 

각각의 에피소드가 분량이 다르면서도 쭉 이어지는 시간 배열을 가지고 있고어떤 에피소드는 자체로 흥미로운 단편으로 여겨질 수 있을 만큼 생생하고 극적이다저자는 출간 당시 현실 감각이 부족한 작품이라는 비판을 받았다고 하는데나로서는 동의하기가 어렵다에세이라고 해도 동화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현실성과 재미난 이야기 짜임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나로서는 동감하거나 함께 추억할 소재들이 그리 많지 않지만동화라고 생각했을 때 그 부분이 꼭 아쉬울 것도 없다워낙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공간의 이동도 잦은 한국에서 살아와서 오히려 그 점이 잊히고 구전되는 옛 이야기를 오랜만에 듣는 것처럼 느껴진다.

 

문장 간의 연결이 단단하면서도 빠르고 상세하게 뒷받침되는 묘사도 흥미롭고 무척이나 솔직하게 아무 것도 치장하는 것 없이 드러나는 인물들 덕분에 자주 웃었다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살다 어느 순간 마음을 울리는 깨달음과 감동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점도 마음에 든다.

 

저자는 이런 시절의 이야기를 어떻게 이토록 실감나게 기억하고 집필하게 되었을까 어린 시절 조부모님들의 대하소설 같던 이야기들을 녹취할 생각도 못하고 잘 기억하지도 못한 것이 몹시 아쉬운 나는 읽는 순간 수간 자주 부러웠다.

 

재밌고 그리운 감정이 피어났던 시간에 대해 저자에게 감사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