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하는 고고학자 - 고대 인류 문명의 모습과 소리, 냄새, 맛을 재현하는 과학자들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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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충격적(?)입니다. 고고학에서 실험을 할 수 있다니! 벽돌책이라서 더 반가운, 펼치지 않을 수 없는 내용일 거라 기대합니다.


 

* 고고학: 물리적 흔적을 남긴 사람들에 관한 학문.

 


실험고고학은 (...) 능동적으로 과거를 재현한다. (...) 일부 지지자들은 이 분야를 (...) ‘경험고고학, 심지어는 살아 있는고고학이라고 부른다.”

 

좋은 책은 사는 재미를 되찾게 해준다. 덥고 힘들고 낙관하기 어려운 소식들도 많은 여름에, 제목이 흥미로워서 읽고 싶은 책은, 그 기대를 훨씬 넘어선 즐거움을 주었다. 사람들 - 고대인들 포함 - 과 삶에 다시 흥미로워졌다.

 

내용과 문장이 좋기도 하고, 아프리카에서 출발해서 마치 인류가 확산한 속도와 방향으로 - 인류가 단순직선 확산을 하진 않았지만 - 나 역시 시공간을 여행하듯 간접 체험하듯 느끼며 읽었다. 더구나 오류 정정한 팩트들도 다양해서, 살아 있는 동안 좋은 책들 더 많이 읽고 배워야지, 하는 의지도 불쑥 솟게 해줬다. #강추

 

곡물을 기반으로 만든 맥주 (...) 일부 고고학자들은 그것이 역사상 최고의 복잡한 문명이 탄생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까지 생각한다.”

 

물론 저자는 학자답게 겸손하다. 일부가 지지하는 개념이다, 주류 학계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점이다 등등, 실험 고고학자들과 그 지지자들의 이야기가 일리라는 것을 과장하지도 부정하지도 않고 솔직히 언급한다. 실험 고고학만이 아니라, 세상 모든 지식이 결국 한정적 진리라고 생각하는 나는 그래서 더 거부감 없이 편히 즐겼다.

 

인류의 정착 농경 문명의 탄생을 맥주 만들기와 연결시키는 것은 아예 낯선 것은 아니지만, 상세 설명이 더해져서 더 재밌고, 로마 멸망을 더 자극적으로 만들기 위해, 먹고 토하는 로마인 설정은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그 외에도 도토리를 수천 년간 수많은 이들이 먹어왔다는 것도 놀랍고, 그로 인해 참나무 소유권 분쟁 - 전쟁 - 이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고고학이 과거에 살았던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드러내겠다는 약속을 진정으로 이루려면, 그들이 실제로 경험한 것 - 그들의 하루와 생활을 채웠던 순간들 - 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책의 구성도 독특하다. 실험 설명과 결과만 보고하는 대중과학서가 아니라, 고고학에 엄청난 상상력이 필요한 것처럼, 이야기도 소설처럼 공을 들여 재구성했다. 덕분에 정말 소설을 읽는 듯 몰입했고, 정서적 반응도 다양하게 경험했다. 목차의 각 대륙마다 어떻게 이렇게 재밌게 소재를 과학적으로 활용하는지 감탄만 나온다.

 

분량이 많지만, 아주 재밌어서 빠르게 읽을 것도 같았는데, 상상하는 시간이 길어서 한참 읽었다. 그래도 더 천천히 읽고 싶었다. 나도 최대한 상세하고 치밀하게 상상하고 재구성하고 싶었다. 실험 고고학! 완전 재밌다.

 

우리와 먼 과거의 사람들을 통합하는 공통점을 드러내고, 그들 역시 우리와 다르지 않은 평범한 사람이었다는사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아주 오랫동안 꿈이 지구여행가였다. 이왕 지구에서 태어났으니 최대한 많은 곳곳을 여행하다 길에서 죽어도 좋을 듯했다. 가장 큰 이유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가 궁금해서였다. 그런 여행은 못 했지만, 10여 개국을 방문하고 더러 오래 머물고 일 하고 공부하고 여러 해 살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동시대의 여행 경험이었다. 이 책을 통해,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것처럼, 낯선 공간들을 방문했다. 문자 속 여행이라 안전하고, 최고의 가이드가 있는 것처럼, 많이 배웠다. 그리고 새삼 다시 확인했다. 우리가 지금 존재하는 것은, 우리 이전의 모든 존재가 애쓰며 살아온 덕분이라는 것을.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은 그들의 조건에서 그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쉬운 것, 당연한 것은... 사는 동안 사실 아무 것도 없다. 물리적 실체 - - 이 있는 존재가 삶의 본질을 경험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행동하고 경험하는 것이다. 이 책은 아주 감각적인 체험과 깊이 있는 이해를 돕는 훌륭한 지적 체험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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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만든 천재들 - 광기와 창조성은 어떻게 연결되는가
마리오 데 라 피에드라 월터 지음, 성소희 옮김 / 흐름출판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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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 창조성, 천재성, 창의성, 예술, 뇌과학, 인공지능... 모두 흥미롭고 연결되면 더 궁금할 내용들입니다. “미쳤다는 건 어떻게 해석되고 유의미해 지기도 할까요. 미쳐야 할 수 있는 것들에는 뭐가 있을까요.



 

우리는 이해하지 못하는 대상은 죄다 광기라고 부르는 듯하다. 정말로 실패한 것은 그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의 논리다.”

 

뇌과학과 예술, 한 분야도 쉽지 않은데, 어떻게 연결되고 설명될지 궁금했다. 대중과학서도 아니고 의학사도 아니고 예술 서적도 아니고, 이상하게 그 모든 것 같기도 하다. 품이 넓은 방식의 주제 선정과 글쓰기랄까. 그 낯섦이 재밌다.

 

구석기 후기 동굴벽화에 관해 처음 배울 때, 외계인 얘기처럼 신기했다. 그러니까... 그 시절에도 인간은 예술 작업을 했구나. 어쩌면 생존과 번식이라는 유전자의 명령을 따르는 행동을 제외한 활동이 인간만의 고유함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했다.

 

그때 이후로 인류 문명은 발전(?)했다고 자평하지만, 욕망에 휘둘리고 성과에 급급하여 효율성을 따지는 팍팍하고 비예술적인 삶의 방식이 칭찬받는 내용 - 인문학이나 예술의 무용성 주장처럼 - 을 보면 오히려 인간다움에서 멀어진 퇴행 같기도 하다.

 

뇌는 감각의 제약을 받으며, 외부 정보를 걸러내 현실을 구성한다. (...) 예술 역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 않으며, 우리가 인식하는 세상을 반영한다.”

 

이 책을 통해, 광기와 창의성이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서 좋다. 그런 이야기가 오래 불편했다. 공감각을 가진 예술가들도 있고, 광기라기보다는 정신질환으로 분류된 - 현재에 와서는 약물 치료가 가능한 - 어려움을 가진 이들도 분명 있다.

 

그러나 천재성이란 그 한계들로 인해 자동발현되는 게 아니라, 그것들을 예술적 표현의 도구로 활용하며 어려운 상황과 조건에서도 노력한 그 점에 있지 않을까. 정신 질환이 있어도 의학 진단을 받지 못한 예술가들이 있으며, 질환이 없이도 천재적인 예술 작품을 인정받은 이들도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증상이나 어려움이 아니라, 그것을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혹은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게으른 뇌가 선택하는 판단 방식, 협소한 세계관, 각자의 편견, 없는 간극을 굳이 만들고 넓히는 허구, 과학과 예술처럼 연결되고 이야기될 수 있는 분야들의 분리 등.

 

우리 뇌가 구성할 수 있는 현실은 감각 기관의 능력에 제한받는다. 우리는 생물학적 장벽에 갇혀 제한된 세상에서 살아간다.”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사고의 유연성을 넓히고 시야를 확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여러 내용, 여러 인물들을 만나면서, 그렇게 편안한 기분으로 저자의 제안과 설명을 즐겼다. 과거로부터 미래에 이르기까지 내내 흥미로울 분야들 - 과학과 예술 -이다.

 

누가 예술을 만들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예술을 만드는 주체는 누구인가 혹은 누구여야만 하는가에 관한 내용이 흥미롭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서 만든 작품은 예술이 아닐까. 그 기술이 그저 도구일 뿐이고, 프로그램 활용에는 여전히 인간의 창의성이 필수 요소라는 주장은 타당할까.

 

혹은 더 나아가, 인공지능이 의식*을 갖추게 되면 어떻게 될까. 의식 활동을 하는 존재가 만든 작품이 사고를 촉진하고, 감상자에게 충분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면 창의성을 수반한다고 인정할 수 있을까. 그래도 창작은 인간의 전유물일까. 그리고 그 근거는 무엇일까.

 

* “생물학에서 의식consciousness(결합을 뜻하는 라틴어 'con'과 지식을 뜻하는 ‘scientia’의 합성어)을 각성 상태(전반적인 반응 상태), 자각(현재와 즉각적인 경험에 대한 인식), 자극에 반응하려는 동기의 존재로 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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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웃음과 눈물의 낙원 올-타임 1
전경린 지음 / 김영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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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웃음이 있는 곳은 틀림없이 낙원이겠지요. 고운 눈물이 메마르지 않은 곳도 그렇고요. 그리운 시절을 가만히 꺼내보거나, 꿈으로 재현해서 재회하는 일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다른 이의 유년 시절을 만나는 일은 조금 설레고 많이 궁금합니다. 읽다 보면 잊힌 제 유년의 상세함도 조금 더 채워지리라 기대합니다.



 

세월이 흐르고 흐르면서, 내 기억의 가장 깊은 바닥에 깔린 감꽃들은 보석인 양 휘황하게 빛나고 있어.”

 

어릴 적에는 애벌레에서 번데기 과정을 거쳐 성체로 변신하는 불연속적인 삶을 사는 존재들이 신비로웠습니다. 인간은 연속적인 성장 곡선을 유지한다고 이해했고요. 그런데... 막상 살아보니 외향은 그렇게 성장하고 노화될지 모르나, ‘존재는 꼭 그런 방식이 아닌 듯합니다.

 

어릴 적 를 기억해보면, 지금의 나와 동일한 존재라고 확신할 수가 없습니다. 더 생각해보면, 삶의 여러 순간들에 나들은 어떤 의미로 이전과는 다른 존재로 살아가기로 선택하기도 하고, 그로 인해 변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기억이 재구성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내내 그리워하는 습성이 더 신기하기도 합니다.

 

세월이 지나 왜 나는 다른 내가 아니고 지금의 내가 되었을까. 나선형의 기억을 따라가면 여기서부터 거기에 갈 수도 있을까.”

 

개천 자맥질, 넓적 바위 위 미용실, 세상 이치가 그렇다고 말해주는 어른, 온동네 어른들이 마당에 멍석을 깔고 이야기하는 저녁, 온동네 아이들이 불을 피워 야간 놀이하는 마을, 바랭이풀 우산, 풀꾹새, 홍시의 맛이 주는 위로…….

 

어른 전경린이 기억처럼 풀어 낸 어린 새별이의 세상에는, 저는 몰라서 부러운 것들이 아주 많습니다. 상상하고 시기하느라(?) 작고 가벼운 책을 오래 읽었습니다. 완벽한 세상이 없다면 낙원도 없는 거겠지만, 불편하고 아프고 불온해도, 성격도 결점도 제각각이라도, 이 풍경 속 사람들은 서로를 헤아리고 알아가며 함께 살아가고 필요할 때 돌봅니다.

 

가만있는 사람이나 산 생물을 잘못되게 하고 , 마음 상하게 하는 짓이 해코지다.”

 

반짝반짝 새별이는 크게 울기도 잘합니다. 맹랑한 소리도 잘 해서 멋집니다. 그 새별이의 기분과 생각을, 어른 전경린의 더없이 감각적이고 자연과 공명하는 방식의 글이 아름답고 안타깝게 그려냅니다.

 

그런 문장들을 만날 때마다, 나는 어려서 몰랐던, 내게는 없었던 순간들과 존재들을 또 부러워하며, 함께 두려워하고 외로워하고 슬퍼하고 서러워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잊고 산 어떤 기억들이 살그머니 떠오르기도 합니다.

 

복잡한 일과 복잡한 기분을 싸안고 견디다 보면, 문득 탁 떨어뜨려서 차라리 깨버리고 싶은 못된 기분도 듭니다. 그런데 이 소설이... 그런 약골인 존재지만 인간으로 살아가는데 크게 모자람이 없다고, 그런 토닥임을 건네는 듯해서 살짝 눈물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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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집 - 재일 이주 여성의 자리를 엮다
조경희 지음 / 사계절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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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 내부에도 얼마나 많은 실금과 빗금들이 있을까, 상상할 때마다 꼼짝 없이 그 줄에 걸린 듯 답답합니다. 다른 한편 상상할 필요조차 없이 굵고 단단한 줄들, 그 경계 밖에 존재할 것을 강요받은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낮고 작은 목소리들을 선명하게 기록한 책이 반갑고 감사합니다. 귀한 배움의 기회로 삼아 일신의 불평을 잠시 놓고 찬찬히 읽습니다.




 

디아스포라에게 고향은 결코 돌아갈 수 없는 신화적 장소이다. 귀환은 정체성의 결여를 채우는 종착점이 아니라 새로운 경계와 마주하는 또 하나의 시작이다.”

 

성장이란 건, 양육자를 떠나, 생가를 떠나, 고향 혹은 제 나라도 떠나 살게 될 수도 있는 사건이다. 떠나서 좋은 이들도 있겠지만, 일련의 이별은 그리움을 품게도 한다. 내 그리움의 성격은 대개 homesick보다는 nostalgic이었다. 부재를 선명히 인지하지만 그리운, 그 인지로 인해 아슬아슬하게 슬퍼지는.

 

재구성을 거듭하는 기억 속 고향은 내게는 빛나고 행복한 내용일 수 있으나, 그렇게 기억될 수 있게 한 많은 수고는 한국 사회의 가부장제와 불평등에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모든 수고를 감당한 분들이 가장 애틋하게 그립다.

 

떠난 분들을 강렬하게 기억하고 때로 재현해보는 내 기억 속 고향은, 그래서 부재와 상실의 다른 이름이다. 나는 현실의 어디로도 귀환할 수가 없다. 그 비숫한 고향의 복원이란 현존하는 이들이 친밀하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새로운 시공간을 만드는 노력뿐이다.

 

한국 거주 재일조선인, 재한 자이니치라는 낯선 삶의 제도적 조건과 일상의 경험에 대해 말하려 한다.”

 

나의 상실과 부재를 몇배나 농축해서 느낄 것 같은 이들을 이 책에서 만난다. 선명한 공간적 경계를 넘나들며 축적된 경험, 그 경험으로 인해 평생 어디서 산다고 해도 진짜 한국인이 되기는 어려운 이들 - 그럴 필요도 없지만.

 

이분들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혐오 정동, 실패를 보장하는 갖가지 정책들을 경험한 역사의 증인이다. 동시에 낡고 그릇된 절대화와 치명적 좌절을 경고하고 되짚어 재사유와 질문을 이어가는 이들이다.

 

한국에서는 반공주의나 가부장제(여성혐오)의 영향이 짙게 반영되었다면, 일본에서는 식민주의/인종주의(혐한)가 역사적으로 형성된 이데올로기의 핵심이었다.”

 

지극히 사적인 경험도 있겠지만, 혐한 - 혐오 - 은 그렇지 않다. 혐오는 감정이지만, 그 분출은 타자 집단을 위계로 누르는 장치로 작동한다. 게다가 혐오 - 증오 - 는 감정이지만, 즉발적인 표현 행위가 아니라, “훈련되고 양성된다.” 더구나 현대사회는 혐오발언이 무한 확산되고 무한 재생산되는 온라인 소통 방식을 갖췄다.

 

말로써도 상대를 죽일 수 있다. 심각하게 존엄성을 훼손할 수 있다. 한탄스럽게도 이를 선거 전략으로 활용하는 비열한 정치인들이 있다. 휩쓸리지 않고 저항하는 지성은 역사를 보는 방식으로도 깊어질 수 있다. 그리고 매번 정확하게 물어야 한다. “누가 누구에게 공포를 말하는가. 그것은 타당한 공포인가.”

 

타자성을 지우거나 평균의 서사로 환원하지 않고, 그 어긋남과 불일치를 견디면서 서로를 듣는조건을 마련할 수 있는가.”

 

아무 때나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아도, 동일한 존재란 없다. 서로 다른 존재의 생존 방식은 필연코 차이를 매개로 연결되는것이어야 한다. 한 사람의 삶도 출발과 도착이라는 직선으로만 이어지지 않는다.

 

디아스포라의 삶 역시 하나의 기원에서 출발한 이산과 수난, 그리고 귀환의 서사로 환원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만남과 대화를 통해 공통의 언어를 만들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공들인 논문집 같은 이 책이 그 먼 길에 힘과 의지가 될 것이다.

 

집은 그곳으로 향하는 길 위에, 그리고 그 길에서 벗어난 이후의 삶 속에 흩어져 있다.”

 

* 본 리뷰는 사계절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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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 바꾼 지구의 역사 - 식물과 동물, 그리고 진화의 위대한 로맨스
라일리 블랙 지음, 조정남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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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고 장대한 과학적 상상력이 재구성한 이야기는 최고의 판타지 문학처럼 설렙니다. 아주 오래 기다린 설레는 주제입니다.





“지구에서 식물의 역사를 떼어놓고는 우리 행성의 생명체를 조금도 이해할 수 없다.”


한 인간 개체에 비하면, 비교불가하게 오래 된 지구... 그리고 등장한 모든 생명체들은 그 시간 동안 필연적으로 변하고 현실적으로 멸종을 맞았다. 멸종은 늘 현재 진행형이고, ‘대멸종’이라 불리는 시기처럼, 현존하는 생물 대다수가 사라지기도 한다.


기록도 화석조차 없는 아주 오래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당시의 생명체들과 서식 환경까지 이해하는 것은 그래서 ‘전적으로’ 상상력에 의존한다. 과학사 책을 읽는다고 생각했지만, 많은 내용이 마치 영화처럼, 새롭게 재구성된 다큐멘터리처럼 흐른다.


“우리의 현재 모습은 우리의 선택이나 우리 힘으로 이룬 것이 아니라, 현재도 진행 중인 식물과 함께한 상호작용의 결과이다.”


식물이 주인공처럼 들리는 제목이지만, 읽다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개별적이고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었고 있는 생명이란 없으니까. 세계사를 이해하지 못하면 자국의 역사도 제대로 알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내용은 더 흥미롭다.


산호를 만들지 않은 초기 광합성 생물들 - 광합성은 식물의 전유물이 아니다 - 이, 고대 광합성 생명체들이 1억 년 이상 바다와 땅의 경계에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놀라운 - 나만 모르던? - 내용, 그렇게 생명은 단지 행성에서 살아간 것이 아니라 지구 행성 자체를 변화시켰던 시간들, 그렇게 진화를 거듭해서, 식물은 마침내 수많은 다른 생물이 사아갈 수 있게 하는 가장 근본적인 역할을 한다.


“기후는 생명체에 일어나는 어떤 사건이 아니라, 지구의 생명체들과 자연환경 사이의 끝없는 상호작용의 일부다.”


끝없는 상호작용 - 늘 호혜적이지는 않은 - 의 일부로 오래 살아남으려면 ‘유연성’이 필요하다. 예측 불가한 미래에 대응하기 위해 진화는 ‘엉성한’ 방식을 취한다. 그 빈틈이 생존을 위한 유연성을 보장하도록.


아무리 잊지 말자고 해도, 게으른 뇌는 자꾸만 현실을 단순화시킨다. 직선적인 사고가 편한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다시 정직한 관찰로 돌아가서, 지구와 생명의 역사와 현실을 보면, 전혀 다른 무늬를 알아차릴 수 있다. 생명체들은 한 줄 서기를 하지 않는다. 완전한 분리란 불가능하게 얽혀 있다.


“나와는 너무나 다른 삶을 알아차리고, “너에게 삶은 어떤 것인가?”라고 물어보는 것. (...) 삶은 엉망이고, 기이하며, 끈질기고,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다양하다.”


종중심주의를 벗어날 수 없으니, 사고를 확장 해봐도 인간의 삶으로, 인간의 질문들로 돌아온다. 그럼에도 책 속에서 함께 한 오랜 산책이 편협한 뇌에 여러 다른 갈래의 작은 길을 만들어줬다고 생각한다. 유연한 연대... 그런 초록한 생명살이를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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