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바다에 미래가 있다 - 10대를 위한 해양과학 이야기 ㅣ 창비청소년문고 45
이고은 외 지음 / 창비 / 2025년 10월
평점 :
인간이 적응할 수 없는 속도로 변화하는 기후는 생존과 관련된 심각한 문제다. 그 심각성과 중요성을 가르치는 과학 선택 과목*이 신설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맘 같아선, 필수 과목이 되어도 부족하지만. * 기후 변화와 환경 생태
지구의 바다는 - 지구가 아니라 수구라 불러야 생태적으로는 더 정확하겠지만 - 인간이 발생시키는 열과 탄소의 대부분을 저장하고 있다. 그 바다의 온도가 점점 올라가서 전 세계 산호의 80%가 백화 되었다. 얼마나 더 기후를 식혀줄지...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기후 환경 생태를 학과목으로 배우지 못한 세대로서, 10대 두 명의 미래가 문득 문득 두렵도록 염려되는 가족으로서, 반갑게 읽고 잘 배우고 싶은 책이다.

* 출판사 제공 도서입니다.
“심해는 아직 인류가 겨우 5%만 알고 있는 미지의 세계입니다. (...) 동시에 너무나 민감하고 섬세한 생태계라 인간의 탐욕에 의해 쉽게 훼손될 수 있는 곳이기도 해요.”
심해가 우주보다 낯선 것은 적어도 심정적으로는 맞는 듯하다. 사실, 외계인의 여러 형태들보다 심해 생명체들이 더 이질적이기도 하다. 동시에 ‘닮지 않았다’는 점이, 생명의 경이와 진화의 무작위성과 다양성과 가능성을 실증해주는 듯해서 반갑고 안도가 되기도 한다.
“심해는 우리가 익히 아는 광합성 기반 생태계가 아니라, 지구 내부의 화학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생태계예요. (...) 열수분출공 주변에선 황화 박테리아 같은 미생물이 황화수소를 분해해 에너지를 만들며 생태계의 기초를 담당하죠.”
이렇게 낯선 생태계가, 인류의 생존을 결정하는 ‘존재’라는 것이 또한 신비롭고 두렵다. 인간은 무엇이든 유용성의 시각에서 평가하지만, 바다는 단연 자원의 저장고 따위가 아니다. 지구 산소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고 이산화탄소의 대부분을 흡수해서, 기후 자체를 조절하는 이 행성 생태계의 최종 결정권자다.
이 놀랍도록 쉽고 편하게 읽히는 책을 통해서, 독자는 왜 모든 생물의 초기 분화 세포의 형태가 ‘어류’처럼 보이는지를 이해할 수 있고, 진화의 관점에서 인류(포유류) 역시 고대 물고기의 후손이라는 점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고나면 바다는 멋진 풍경만이 아니다. 이토록 복잡하고 차라리 경건하게 느껴지는 생명의 발생 시스템, 그 균형에 해악을 끼치는 존재인 인류를 돌아보게 된다.
“과학적으로 보면, 지구의 열, 물, 탄소를 가장 많이 담고 있는 건 대기가 아니라 바다입니다. (...) 바다는 대기보다 약 1,000배 많은 열을 저장하고 있는데, 질량이 약 250배 크고, 비열도 약 4배나 높기 때문입니다. (...) 지구의 거대한 ‘열 저장고’ 역할을 해 온 거예요. (...) 인간이 배출한 온실기체로 지구에 갇힌 열 중 약 91%를 바다가 흡수했고, 대기가 받아들인 건 고작 1%뿐입니다.”
이미 집 - 마을, 국가, 섬, 육지 - 이 물에 잠기는 재해는 발생했고 진행 중이다. 바다의 포용력과 순환 속도도 한계에 다가서고 있다. 더 효율적인 과학기술로 해양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에너지 공급원l 커질 때마다 비례하거나 과도하게, 아니 낭비적으로 인류는 소비 생활 방식을 확장시켰다. 궁극적으로는 게임머니에 지나지 않을 먹지도 못할 자본 수익을 위해서.
“과학이 알려 주는 메시지는 단순해요. 바다와 기후의 문제는 결국 ‘절약’ 없이는 절대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죠.”
멸종되지도 않는 가짜정보는 여전히 유통되고 있고 - 지구가 평평하다거나, 기후문제는 사기라거나, 혐오와 차별과 폭력은 결집해서 세를 과시하고 있다. 이럴 때 느린 듯 하지만 근본적이고 필수적인 것은, 정보가 아닌 ‘과학적으로 생각하는’ 방법과 태도를 경험하는 기회로서의 교육이다. 과학적 이해 없이 직면한 문제들에 관한 정확한 판단은 불가능하다. 그러니 계속 힘을 내자.
“과학을 이해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미래를 바꿀 힘이 있다는 것을요. 지금 우리가 함께 배우고 이해하려는 작은 마음이, 언젠가 큰 변화를 만드는 시작점이 될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