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타운
문경민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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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아르 사회파 추리소설 장르를 재미있어 하고, 한국 작가의 작품이라 좀 더 반갑고, 주제가 토지불로소득이라 기대가 컸다. 내가 사는 사회를 배경으로 하지만 경험하지 못한 낯선 주제이니 그 괴리가 흥미를 더 키웠다.

 

두려웠던 것만큼 폭력적인 세계이고, 이익이 걸린 일 - 혹은 범죄 - 에 자비란 없다는 알고 있던 사실을 쓰게 거듭 확인한다. 어둡고 생생하고 잔인하고 살벌하다. 조폭, 경찰, 형사, 사기꾼 등등이 주인공인 영화나 드라마를 거의 안 보는데도 자극적인 이미지가 떠올랐다.

 

가독성은 아주 좋다. 멈출 외부 요인이 없다면 펼친 자세 그대로 결말까지 읽게 될 것이다. 저자가 아는 이들인가 싶게 인물들은 현실적이고 입체적이다. 어딘가 현실이 존재할 듯해서 조금 무섭다. 원톱 남성 주인공이 끌어가는 스토리가 아닌 다양한 인물들의 등장도 좋았다.

 

토지불로소득이라는 소재를 알고 있지만, 가치판단을 조금 미루고 냉정하게 벌어지는 판을 보면, 우리 대다수가 대체로 그렇게 살 듯, 등장인물들도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각자 열심히 움직인다. 개별 선택과 행동이 수렴되어 결과적으로 악몽 같은 그림이 완성된다.


 

인간의 감정과 욕망을 다루는 철학, 사회학, 뇌과학 책을 읽다 보면, 애쓰는 일의 허약함에 충격을 받거나 무기력에 빠지기 쉽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류는 이성, 합리성, 도덕, 철학, , 윤리 등등, 관리하고 제어할 여러 장치들을 마련했지만, 모두가 부족한 기분...

 

참 많은 사건들의 동기가 허망할 정도로 1차적인 욕망과 감정에 동기화되어 있다. 오래 전 제 식량을 더 확보하기 위한 탐욕과 폭력처럼. 탐욕에 기인한 현대 범죄들은 고안과 방법이 정교해졌을 뿐이라는 느낌이다. 이런 우울감은 그저 세상 이해가 얕은 내 탓이라 믿고 싶다.

 

추리소설이라 스포일러를 할 수 없어 일반적인 단상과 감상이 이어지는 글이다. 이익과 정의가 충돌한다고 느낄 때 매번 정의를 선택할 수 있을까, 결국엔 나와 내가 사는 세상을 돌아보게 만드는, 그런 메시지와 힘을 가진 작품이다.

 

특수학교요? 저도 반대는 안합니다. 어딘가에는 있어야죠. 하지만 그게 우리 아파트 앞에 들어서는 건 솔직히 싫습니다.”

 

! ‘장부라는 단어가 정겹고도 낯설었다. 장부에 내막과 비밀을 적어 비밀금고에 보관하고, 그 장부가 노출되어 파멸에 이르는 일이 정말로 여전히 현실에 존재할까. 아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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