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리시 - 내가 지금 가진 것들을 성장의 무기로 만드는 법
조용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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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를 하다보면 서로 다른 분야들의 책들이 의외로 유사한 입장의 주장을 한다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분리, 배제, 부정하던 대상들 역시 그 필요가 확실하다고 재긍정하는 경우도 그렇습니다.

 

이 책에서도 기존에 부정적인 명명들 - 단점이나 열등감 - 로 불리던 특성들이 가능성으로 활용되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즉 없는 것, 타인의 것을 만들기보다는 내가 가진 것을 발견하여 활용하자는 격려입니다.

 

목표가 분명한 조직생활에서 합치되는 능력인지의 여부가 문제이긴 하겠지만, 상황별로 모두 다른 문제들에 직면할 때는 모두 똑같은 생각을 하고 동일한 능력을 가진 집단보다 대처능력과 유연성이 클 것이란 생각을 합니다.

 

단 모든 것을 반짝반짝한 새 것처럼 멋지게 양성한 다음 활용하자는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 비유하자면 현상태 그대로, 에너지 레벨 그대로 쓸모를 찾자는 제안이라서 부담은 확 줄어듭니다. 동일화하지 않아야 특성이 특성으로 남겠지요.

 

무척이나 과격하고 조금은 무서운 제목 언리시unleash’*가 뜻하는 바가 이해됩니다. 훈련을 더 시켜서 챔피언 대회 같은 곳에 내보내는 게 아니라, 그저 개의 목줄을 풀어준다는 것. 그리고 뭘 할 수 있는지 관찰하고 발견한다는 것.

 

가능성과 잠재력은 누구에게나 어디에나 있다. 이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재발견하고 재정의하는 것이 바로 언리시다. 또한 언리시는 내게 없는 것을 새로 만들거나 갖추려 하는 대신 이미 가진 것을 다시 해체하고 재결합하는 일, 그리하여 아무도 보지 못한 가치와 가능성을 새로이 발견하는 일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반성이 되었던 점은, 내가 해본 일들을 시도하는 상대에게, 선의에서 비롯되긴 했지만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확신하고서, 상대가 경험하기 전에 미리 이런저런 말을 얹은 일입니다. 책 읽다가 당시의 행동의 의미를 깨닫고 너무나 미안했습니다.

 

시행착오를 줄이려는 의도임은 알겠다. 그러나 내가 실패한 아이디어니까 너도 분명 실패할것이라는 생각은 아집이자 독선이다. (...) 같은 아이디어라도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시기와 주체가 달라지면 결과도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음을 안다. 가능성 유무를 성급히 재단하지 않고 (...) 이런 사람이 리더, 교사, 부모, 동료일 때 주변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대한민국에서 사는 건 망한 일 같다’, 너무나 모호하고 불확실하고 복잡해서 예측 의지도 의미도 없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즉각적으로 공감이 되는 바도 있지만, 다시 나를 추슬러봅니다. 그건 부정이라기보다는 이 상태로도 어떻게든 살아나가는 일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죽지 못해 산다는 말이 이젠 자조로 들리지 않습니다. 그건 살아내자는 결심일 것입니다. 그렇다고 할 수 없는 일에 도전할 수는 없습니다. 어쩌면 이 시절을 생존하는 방식은 이미 방향 대전환을 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수한 스펙을 쌓는 시절을 지나, 변별력도 경쟁력도 없어진 무용한 경쟁 대신에, 예측이 불가능한 미래와 돌발이 항존하는 현실에서 지치지 말고 살아 나가자고. 그렇게 읽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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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집 우케쓰 이상한 시리즈
우케쓰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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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준 교수의 강연을 듣던 중 누군가 한 질문이 떠올랐다. 비밀공간이란 거주자가 의도한 것일 수도 있지만, 원제가 変な家, (이상하게) 변한 집이라 상상 속에서 오싹해진다. 모든 것을 노출한 평면도를 보고 비밀을 알아내는 대비가 강렬하다. 벌써 강력 추천하는 지인들이 있어서 기대가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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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쓰레기 1제로 - 지금 바로 실천하는 101가지 제로 웨이스트
캐서린 켈로그 지음, 박여진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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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노력이 복잡한 환경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는 거짓말은 못합니다. 어쩌면 이미 늦었을 수도 있겠지요. 기후학자들은 이제 연구를 멈추고 거리에서 시위를 합니다. 얼마나 더 증명해야 하는 거냐고.

​​​​​​​

 

우리의 행동이 바로 환경을 보전하지는 못하더라도 주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한 나라가 아니라 전 세계가 공동으로 판데믹 대응하듯 그렇게 행동한다면, 아마 그것이 인류가 기대할 가장 가능성 높은 희망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올지 안 올지 모르는 그 때를 기다리며 아무 것도 안 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저는 계산만하기로 했습니다. 뭐든 하면 0이 아니다. 하면 확실히 그만큼은 바뀐다. 그렇게 자잘하지만 할 수 있는 것들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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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에 새롭게 결심한 것은...(내내 후회막심이지만...) 커피를 더 이상 구매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얼마나 오래 할 지 두렵습니다. 그래도 뭘 더 하는 것도 아니고 안 하면 되는 거니까...

 

나의 대처 방법은 제로 웨이스트의 이기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것이다. “내가 이런 삶을 사는 이유는 기분이 더 좋아지기 때문이야. ‘가 더 건강한 음식을 먹고, ‘가 돈을 더 아끼게 되기 때문이야,”


 

전 세계의 물이 독성 수준의 카페인/약물 범벅이라고 합니다. 알면서도 오래 모른 척 했지요. 이제 남은 커피는... 선물 받았던 드립백 하나입니다. 마지막 커피 언제 마실까 날을 고르는 중입니다.



 

대신 여러 종류의 차tea를 마셔보는 중입니다. 기후위기는 의지로 낙관하기 참 힘들지만 뭐라도 해야겠지요. 시의적절하게 만난 책에서는 뭐할까 고민하는 이들을 위해 101가지 제안을 담았습니다. 할 수 있는 것부터 따라 해보려합니다.

 

저마다 자신에게 맞는 삶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 나는 이것을 개인의 지속 가능성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며 사람마다 할 수 있는 범위와 내용이 다르다. 자신의 일정, 의지력, 게으름 정도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결국 자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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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 - 낭만과 상실, 관계의 본질을 향한 신경과학자의 여정
스테파니 카치오포 지음, 김희정 외 옮김 / 생각의힘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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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과학과 뇌역학 연구 분야의 권위자가 저자인 책의 제목에 사랑이라니 엄청나게 궁금하고 염려(?)도 되었다. 이 주제에 대해 총체적이고 완결적인 설명을 한 이는 없기 때문이다. 분석이 불가능한 각양각색의 감정에 인간의 생사가 좌우되는 저항 불가한 매력이자 함정이다.

 

“‘사랑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는 불완전하다는 게 줄 수 있는 가장 후한 점수일 것이다. (...)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과학자라면 그냥 계속해서 양파 껍질을 벗겨 내 볼 수밖에 없다.”

 

나도 진실로 사랑에 빠진적이 있는지의 여부는 차치하고(?) 즐겁게 책을 펼쳐본다. 고해처럼 솔직히 인정하자면 근래에 신뢰하는 정답지들 중 하나가 뇌과학 분야이다. 따라서 독서 효능에 대한 기대가 아주 높다. ‘사랑자체와 그와 관련된 많은 것들에 대해 배워보리라.



 

MRI란 기계가 뇌의 단층을 촬영할 수 있게 되면서, 드디어 인류는 사랑에 빠진사람들의 뇌를 스캔하고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저자는 사랑에 빠진 자신의 경험을 재료로 이 책을 만들었다. 사랑이 드디어 신경생물학적 현상이 된 것이다.

 

차근차근... 정말로 이렇게 하나씩 알아가는 시절이 왔구나, 감동하며 읽었다. 어쨌든 사적인 경험에서 출발하는지라 모두 동의하진 못하지만, 진화와 뇌의 풍경이 이 책 덕분에 이미지들처럼 구체적으로 떠오른다. (실험 내용이 방대하여 구체적인 소개 생략) 결론적으로,



 

사랑... 힘이 센 진화의 산물이자 용기의 바탕이자 생존의 무기가 맞다. 과학 인지적인 감동을 느낀다.

 

사랑은 자유롭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우리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것은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선호하는 것(“마음으로 진짜 원하는 것”)인 경우가 많다. 블레즈 파스칼(Blaise Pascal)이 말했듯 감정에는 이성이 알 수 없는 이유들이 있다.’”

 

쓸모없는 감정은 없다는 심리학자의 글을 읽었는데, 저자 역시 사랑이 욕망과 같은 뇌의 영역에서의 반응이라는 논문을 언급한다. 즉 다른 것이 아니라 같은 것이 변환된 것, 생존을 위해 진화되고 유전된 본능과 감정의 영역에서 사랑은 욕망보다 추상적인 영역의 발현이라고.

 

그렇다면, 외로움과 혐오 역시, 같은 메커니즘에서 발생하고 진화하고 유전되는 것들 - ‘혐오 신호aversive signals’ - 이다.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위험한 상황들을 혐오하도록 특정된 능력이다. 두려움도 외로움도 뇌의 판단 기능에 따라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신호인 것이다.

 

두려움이란 행복과 마찬가지로 우리 뇌 안에서 화학물질의 결합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을 막을 수는 없지만 그 일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언제나 그렇게 생각할 수는 없다 해도 말이다.”


 

형언 불가한 참혹한 상황에서도 흐릿한 빛과 미지근한 온기를 찾아서, 이것이 사랑이 아니면 무엇이냐고 위로하던 다정한 시인들의 시를 만난 예전 기억이 떠오른다. ‘사랑은 생물인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자, 우리는 사랑의 일부이다.

 

인류가 모든 가용 수단들을 통해 지키고 싶던 믿음에 과학이 힘을 실어준 것이다. 기대 이상의 사고 전환과 큰 위로가 동시에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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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택배로 왔다 창비시선 482
정호승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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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혹한 죽음과 악랄한 산업 구조에 상처를 입어서,

잠시 이게 다 내 눈에만 보이는 망상인가 싶기도 하고,

지인들도 다들 화를 내니 더 참담한 현실이 느껴진다.

가끔 어지러워서 감각이 사라진다.

농담 아닌 여긴 어디...’ 싶다.

 

사람이 죽었는데 그 기계에 흰 천을 두르고 작업을 지시했다니...

오늘 나도 택배를 받았다.

슬픔이 담겨 있진 않았지만,

대신 하루 종일 내가 슬펐다. 무서웠다. 이런 세상이라니.

아무 데나 펴보았다. 특별히 책점을 신봉하는 건 아니다.


 

너무 슬픈 시다...

 

그런 이유를 읊는 자들은 누구인지...

 

그리고 제목이 된 시...


 

죽어갈 날이라니...

 

이 시도 너무 슬프다...

 

정호승 시인의 다정하고 따뜻한 시를 만날 줄 알고 펼쳤는데...

 

슬픔이 곳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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