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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원샷, 매일이 맑음 - 시각장애인 유튜버 원샷한솔의 유쾌한 반전 라이프
김한솔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9월
평점 :
이미 유명하다는 유튜브 방송보다 책을 먼저 만났다. 시각장애가 있는 분의 점자책도 아닌 책을 읽고, 내가 쓰는 글도 점자처리가 안 되면 모를 것이란 사실에 기분이 묘하고 복잡하다. 그렇지만 어떤 방식이든 장애 유무에 관계없이 동료시민인 우리가 서로를 알아가는 모든 기회가 중요하다고 믿는다.
여러 멸칭이 있었고, 지금은 ‘장애인’이란 표현이 공식이지만, 이것조차 참 좋은 표현이란 생각은 안 든다. 여러 복잡한 능력과 취향과 생각과 형태를 가진 사람들이 복지카드에 등록 가능한 ‘장애’ 하나로 ‘장애를 가진 사람’으로 분류된다는 것이 부당한 과장이라 느낀다.
여러 심신장애가 출몰하지만 등록이 안 되어 비장애인인 독자로서 말도 생각도 잠시 미루고 끝까지 읽어보았다. 모두 다른 삶을 사는 모두 다른 존재인 우리에게 수많은 위계적/차별적 분리가 왜 이리 많이 필요한지 생각이 불쑥거렸다.
내 경험이 아님에도 강렬하게 느껴진 내용이 있다. 학교 마치고 귀가하는 버스 안에서 잠시 자다 깨었는데... 세상이 보이지 않았다는 그 ‘갑작스러운’ 순간. 저자는 ‘레베르 시신경병증’이란 희귀병 진단을 받았고, 차례로 두 눈의 시력을 잃었다.
무엇을 해도 막을 수 없는 빛이 사라지는 시간, 어떤 심정이었을지. 여러 요인으로 중도장애가 생긴 분들은 통계상으로 우리 짐작보다 더 많다. 잠시 표지의 저자 사진을 본다. 어떻게 저 환한 웃음을 갖게 되었을까 궁금하고 아팠다.
"장애는 극복의 대상이 아니다."
이후의 모든 선택은 곧 용기이다. 사람이 필요하지만 사람을 만나기가 두렵고 말 걸기가 어렵고. 그러니 도움과 지원이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사람들이 충분히 계셔야 한다. 기꺼이 돕는 일을 직업과 소명으로 삼아 살겠다는 많은 분들이 계신다. 정책과 예산이 늘 부족할 뿐이다.
이렇게 환한 웃음을 웃는 용기 있는 저자도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서로를 겪고 나서야 상호 이해가 가능했다. 그러니 우리는 함께 어울려 살아야 한다. 사회란 원래 모두 다른 사람들이 같이 살아가는 곳이고, ‘장애’가 분리와 배체의 이유일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미디어 속 삶과 사람들은 현실과 다르다. 우리가 보고 즐긴 미디어 속 장애인들의 삶이 보기 좋았다면, 현실도 그렇게 만들자고 생각하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누구나 늙고 아프기도 한다는 사실이 과장도 협박도 아니라는 걸 기억하면서.
“내가 지금의 변화를 이뤘듯, 세상 역시 더 잘 살아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변해주길 바란다면 과한 기대일까. 서로가 서로를 지지해주는 존재가 되어 좀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가기를 (...)”
노화로 감각기관이 약해지는 것만으로도 이미 나는 불편하다. 완전한 상실이 어떤 것인지 알 도리는 없다. 그러나 장애라는 것이 더하기 빼기로 계산되는 능력치의 변화만은 아닐 것이다. 저자의 문장마다 힘이 가득하고, 좋은 이들은 많다. 너무 빨리 절망하지 말자.
요즘 가을빛은 너무 찬란해서 경외, 약간의 두려움도 느끼지만, 가을볕도 좋고 바람도 멋지다. 다른 감각들로 계절을 만끽하고 변화를 받아들이고 그렇게 모두 다른 삶을 살아간다. 저자만이 아니라 모든 분들의 슬픔이 원샷할 만한 분량이길 간절히 바란다.
! 곧 점자로 나온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