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권으로 끝내는 지구과학 - 극변하는 지구의 미래를 해독하자
니나가와 마사하루 지음, 송경원 옮김 / 모스그린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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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에는 지구와 비슷한 대기를 지닌 행성이 존재하지 않으며, 지구 외에는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곳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물리와 화학을 선택한 내가 배우지 못한 교과서 기초지식으로서의 지구과학을 이 책에서 만난다. 워낙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반가운 기분으로 학생처럼 차근차근 배워볼 수 있다. 2,000년도 더 전에 지구가 구형이라는 것이 알려졌다는 내용은, 21세기에도 지구평면설을 신봉하는 이들을 떠올리게 한다.

 

맹신하는 이들을 과학적, 논리적, 물증으로 설득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그런 맹신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성장 과정에서의 과학교육과 교양으로서의 지속적인 과학 공부가 더 중요하다. 정보량보다 생각하는 방식을 제대로 훈련받는 것이 결정적이다.



 

지구에 관한 내용을 읽다보면 겸손한 기분이 더 커진다. “생존이란 것이 얼마나 많은 요인들 - , 물질, 역학, 구조, 순환 등등이 섬세하게 작동해서 유지되는 중인지를 실감하게 된다. 지구내부구조를 배우면, 액체로 채워진 공의 껍질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살고 있는 기분이 든다.

 

더구나 그 껍질은 여기저기가 찢어져서 이동 중이다. 가라앉고 솟아오르고 충동하고 부서지고 하는 모든 순간이 인간과 다른 모든 생명체들의 생사를 좌우한다. 오랫동안 업데이트 하지 않은 지진 등의 천재지변 시 사용할 생존배낭을 열어 담아 둔 품목을 다시 확인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일 종으로 최다 번식한 인류이지만, 그 문명이 지구 전체 규모로 일어나는 대기와 해수의 흐름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유해를 끼치는 것이 새삼스럽다. 우리는 왜 완벽한 지구생태계를 거스르며순환하지 못하는 모든 쓰레기들을 만들어낸 것일까.

 

온난화라는 표현조차 정확하지 않은 지구 가열화heating의 시대 - 지표와 해수와 대기 모두가 끓어오르는boiling - 를 지금 살고 있다. 더 이상 아무도 미래의 일이라고 느긋할 수는 없다. 물론 지구평면설을 믿는 이들이 있는 것처럼, 여전히 기후문제가 거짓이라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 트럼프는 취임 1주일 만에 70개가 넘는 기후대응 정책을 전면 무력화시켰다.



 

다른 문제들처럼 기후 문제도 정확한 지식을 공부하는 것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 담담하고 간결하게 지식 정보를 제공하는 단정한 이 책이 기초지식을 배우고 현실 문제로 사유를 확장하는데 기분 좋은 가이드가 될 것이다. 우리 집 중2도 한번쯤 읽어 봐주기를 바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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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렌드 블랙슈가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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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미를 좋아해서 그런 류로 오래 마시다 구입해본 묵직하고 진한 맛... 매년 낯선 2월에 만나서 더 좋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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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에르 드 부아르 18호 Maniere de voir 2025 - 인간붕괴, 지구의 위기 마니에르 드 부아르 Maniere de voir 18
필리프 데캉 외 지음 / 르몽드디플로마티크(잡지)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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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코리아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인구 문제라고 하면 증감과 연령비율 같은 미지근한 온도의 숫자들이 떠오른다. 그야말로 정책결정자들이나 변화를 만들어낼 스케일의 문제라서, 내 문제로 가까이 당겨 생각하거나 고민하지 않았다.

 

통계학에서 데이터로 다룰 듯한 인구 이야기를 르몽드의 계간지에서 다룬다는 것이 생경했고 그래서 궁금했다. 펼쳐본 페이지마다 인간다움에 반하는 갖가지 인간 행동으로 인한 전 세계 인구 변동들이 아찔하게 기록되어 있다.




 

한 지역, 국가, 민족에서 인구변화로 기록될 정도면, 얼마나 파괴적이고 비인간적인 행위들이 있었던 것인가. 인류 역사는 범죄의 역사라고도 하지만, 제노사이드의 폭력은 절멸과 추방과 식민지화를 부르는 전쟁의 방식이었다. 또한 현재진행형이기도 하다.

 

단일민족이란 신화 속에 살던 한반도 지역 거주민들도 외침과 식민지와 전쟁과 내란을 감당하며 살아야했지만, 언어와 문화와 국가공동체는 비교적 단단하다. 나는 민족주의자도 국가주의자도 아니지만, 그 경계가 보장하는 안정과 평화에 안도하며 산다.

 

이에 비해 연방이나 체제 붕괴, 혁명, 오랜 전란을 겪는 지역민들은 그 고단함을 상상할 수도 없는 생존을 이어가고 있고, 끝없는 디아스포라의 형태로 거주 불안을 감당하고 있다. 감소와 부재의 스케일은 수백만 명에 이른다.

 

나는 아주 오래 인구문제란 존재하지 않으며, 그 분류와 통계는 오류 자체이며, 너무 말끔한 일반어는 대체로 그 누구도 구체적으로 칭하거나 대표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 생각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




 

협박과도 같은 숫자를 앞세운 주장들은 대개 협박이나 협잡이며, 늘 가장 큰 원인은 과소비를 통해서 더욱 파괴적이고 비인간화되는 소비자본주의에 있다고 본다. 소비지를 양성하는 동시에 분열시키고 사회화시키고 소비능력을 유지한 노동자로 묶어두는데 가장 좋은 방식이, 메가 도시의 밀집군락이다.

 

평균적인인구 문제란 존재하지 않으며, 우리가 직면한 진짜 문제들은, 과밀화, 고령화, 과소비로 인한 인간 사회와 지구 생태계 모두의 황폐화다. 이 모든 문제의 발발에는 관리되지 못한 폭력의 문제가 있다. 타인을 인간으로 여기지 않는 비인간화의 문제가 있다. 이미 상품화된 전시 인간의 문제가 있다.

마지막으로, 아프리카에서는 다산이 사회문제가 되지만, 20세기 말에 (한국 사회에서)환경 이슈들을 접하고 학습과 활동을 시작한 세대에 속하는 나와 친구들은, 미래가 염려되어 자녀 관련 고민이 컸고, 무자녀로 사는 이들도 적지 않다. 출산이란 소비자 재생산에 다름 아닌 걸까... 단호히 아니랄 수가 없다.

 

각자가 규정하는 기후 위기가 무엇이건, 인류의 생존에 대규모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인 건 분명하다. 해법은 이미 나온 것 같지만, 어쩌면 계속 외면당할지 모른단 불안감이 크다. 이미 늦은 건가 싶은 현실에, 위기를 가속화하는 정치적 결정이 난무한 것도 괴롭고 어렵다. 계속 배우며 견딜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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왝왝이가 그곳에 있었다 - 제15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75
이로아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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왝왝왝...이 울고 있는 소리라고 해서, 읽기도 전에 그 핑계로 주룩주룩 울고 싶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가치가 없다라는 말이었다.”

 

중요한 건 아무 것도 잊지 않는다고 자신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점차 예전에 쓴 글조차 낯설고, 과거의 순간들이 담긴 사진들이 새롭기만 한 시간이 찾아왔다. 진심을 부정당해도 어쩔 수 없는 건가 싶게 망각이 쉬워졌다. 존재와 장소를 선언한 제목이 잊힌 존재의 항변 같다.

 

내가 알지 못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 것과 다르지 않고,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은 힘을 잃고 만다. 기억은 힘이 세고, 기억을 통해서 문명은 학습한다. 어른들이 결정하는 세계에서, 어른들이 정한 방식으로 얼마간의 기간 동안 애도하는 것은 어떤 상처를 남길까.

 

이름을 붙이고 눈에 보이는 동안 자꾸자꾸 불러 보는 거야. 그렇게 하지 않으면 금방 잊어버리게 되거든.”

 

어른들의 할 일과 책임을 들먹이며 어른인 체 했던 순간들이 부끄러워 혼자 읽는 시간에도 얼굴이 달아올랐다. 참사로 희생되는 이들이 비율적으로 연령적, 사회적, 물리적 약자들이 더 많다는 점을 생각하니, 청소년 문학의 존재가, 이 작품이 더 귀하다.

 

적어도 나만큼은 계시라는 단어를 쉽게 쓰지 말자고 다짐했던 것이 언제였더라.”

 

비장미가 지나쳐서 놀다 죽었다란 프레임이 짜이면, 참사의 희생자들임에도 욕을 먹는 한국 사회에서, 애도란 무엇이고 애도는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배우는 것은 중요하다. 반복되는 비극이 기적처럼 어느 순간부터 멈출 리가 없으니, 이제라도 언제라도 다시 배워야 한다.

 

죽임 당한 이들도 남은 이들도 외롭지 않게, “자격 운운하며 욕먹지 않게, 아픔이 견딜 수 없는 통증이 되지 않게, 어둠 속에서 모든 희망을 잃고 사라지지 않게, 도울 일들은 생각보다 많을 것이다.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을 것이다.

 




아무리 부정해도, 그 누구도 영원히 어떤 우위를 점할 수는 없다. 사회를 만들고 변화시킬 주체들도 마찬가지다. 기성세대가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 과거의 망령들이 끝없이 부활하는 듯한 시절에, 빛나는 연대로 이를 물리칠 존재들이 그러하다는 것을 매주 현실의 광장에서 목격한다.

 

어른들이 덮고 살자고 한 상처가 썩어 고인 하수구 물속을, 두려워하지 않고 걸어 들어간 친구들의 존재가 작품 속에서도 빛난다. 수인성 질병이 두려워 한 발도 못 담글 어른 독자라서 부끄럽다. 참사의 목격자가 아니라, 생존자이가 유가족인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고스란히 들을 수 있었던 시간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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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코리아
정주식 외 지음 / 사계절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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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굴 같이 욕해주기만 하면 날 너무 따뜻하게 대해주니까 계속 그 따뜻함을 즐기게 되는 거죠.”

 

전시회에서 만난 작품처럼 표지를 오래 보았다. 직관적으로 다 이해되는 그림도, 관련 기억이 생각나는 그림도, 한참 보니 알아차린 그림도, 지시어나 상황을 잘 모르겠는 그림도 있다. 반갑고 재밌고 고맙고 궁금한 멋진 표지다.

 

다이내믹이 반가운 연령(?)이 아니고, 그런 상황을 두려워하는 성향이라, 번다한 것들이 대개 버겁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가 다이내믹하므로 품을 수 있는 기대가 분명 있다. 변화에 대한 상상은 분명 구체적인 힘이 될 수 있다.



 

책을 읽고 쓰기 시작한 건 여러 날 전이지만, 마무리를 미뤄둔 사이, 인격 살해가 또 발생했다. 세력화된 범죄 폭력 집단을 언론에서 중립을 지키며 스피커 노릇을 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내란 시절이라서, 반복된 비극이 더 아팠다.

 

누군가를 증오하지 않고 친구를 사귀는 방법을 알고 있는지, 증오보다 나은 우정을 만드는 방법을 우리 사회가 제공해주는지, 실종된 대의()는 누가 어떻게 찾아야하는지.

 

혼탁한 공기를 여과 없이 들이켜야 하는 시간에도, 읽고 토론하고 쓰는 이들은 맑은 해법을 고민하고 토로한다. 그 애씀이 종이의 온기로 전해지는 책을 붙잡고 힘을 나눠받는다. 갖가지 노력을 하는 다양한 이들이 수없이 많고, 그들이 전하는 모든 소식이 모두의 수명을 늘리는 마법 같다.

 

“‘멸종이냐 평등이냐중에서 택하라고 하면 한국의 우파들, 정책 결정자들은 멸종을 택하지 평등을 택하지 않아요.”

 

오프라인 독서모임을 하며, 함께 읽고 토론하고 쓰는 저자들을 마음껏 부러워하며, 다른 시선과 태도를 배우고, 어렴풋하던 것들을 좀 더 선명하게 이해하는 시간이 고마웠다. 전혀 모르던 이슈나 소재도 있기 하지만, 한 사회에서 초래된 완전히 별개인 문제란 없는 거라고 다시 배운다.



 

작가가 하고 싶었던 얘기는 그 사건들을 고발하는 것에 머문 것 같지 않아요.”

 

마지막 내용이 한강 작가님의 작품들이라 참 좋다. 내란을 막을 수 있었던 시민사회의 힘 중에는, 내란 전 수상 소식이 전해 준, 용서받지 못할 내란의 위해가 전 세계에 전해지고 기록된 그 순간이 있었다고, 그래서 우리는 그 이전으로 절대 돌아갈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기억-고통-죄의식의 의무는 지독한 고통이지만, 회복을 위해 필요하다. “잊을 수가 없다는 말이 사랑에서 비롯된 생생한 아픔이라는 걸 모른 척 할 수 없는 나이가 되었다. 다시 읽을 수 없을 것 같던 작가 한강의 작품들을 다시 펼치는 상상을 한다. 참 고통스러웠는데, 모두 사랑으로 읽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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