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몽드코리아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인구 문제”라고 하면 증감과 연령비율 같은 미지근한 온도의 숫자들이 떠오른다. 그야말로 정책결정자들이나 변화를 만들어낼 스케일의 문제라서, 내 문제로 가까이 당겨 생각하거나 고민하지 않았다.
통계학에서 데이터로 다룰 듯한 인구 이야기를 르몽드의 계간지에서 다룬다는 것이 생경했고 그래서 궁금했다. 펼쳐본 페이지마다 인간다움에 반하는 갖가지 인간 행동으로 인한 전 세계 인구 변동들이 아찔하게 기록되어 있다.


한 지역, 국가, 민족에서 ‘인구’ 변화로 기록될 정도면, 얼마나 파괴적이고 비인간적인 행위들이 있었던 것인가. 인류 역사는 범죄의 역사라고도 하지만, 제노사이드의 폭력은 절멸과 추방과 식민지화를 부르는 전쟁의 방식이었다. 또한 현재진행형이기도 하다.
단일민족이란 신화 속에 살던 한반도 지역 거주민들도 외침과 식민지와 전쟁과 내란을 감당하며 살아야했지만, 언어와 문화와 국가공동체는 비교적 단단하다. 나는 민족주의자도 국가주의자도 아니지만, 그 경계가 보장하는 안정과 평화에 안도하며 산다.
이에 비해 연방이나 체제 붕괴, 혁명, 오랜 전란을 겪는 지역민들은 그 고단함을 상상할 수도 없는 생존을 이어가고 있고, 끝없는 디아스포라의 형태로 거주 불안을 감당하고 있다. 감소와 부재의 스케일은 수백만 명에 이른다.
나는 아주 오래 인구문제란 존재하지 않으며, 그 분류와 통계는 오류 자체이며, 너무 말끔한 일반어는 대체로 그 누구도 구체적으로 칭하거나 대표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 생각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


협박과도 같은 숫자를 앞세운 주장들은 대개 협박이나 협잡이며, 늘 가장 큰 원인은 과소비를 통해서 더욱 파괴적이고 비인간화되는 소비자본주의에 있다고 본다. 소비지를 양성하는 동시에 분열시키고 사회화시키고 소비능력을 유지한 노동자로 묶어두는데 가장 좋은 방식이, 메가 도시의 밀집군락이다.
“평균적인” 인구 문제란 존재하지 않으며, 우리가 직면한 진짜 문제들은, 과밀화, 고령화, 과소비로 인한 인간 사회와 지구 생태계 모두의 황폐화다. 이 모든 문제의 발발에는 관리되지 못한 폭력의 문제가 있다. 타인을 인간으로 여기지 않는 비인간화의 문제가 있다. 이미 상품화된 ‘전시 인간’의 문제가 있다.
마지막으로, 아프리카에서는 다산이 사회문제가 되지만, 20세기 말에 (한국 사회에서)환경 이슈들을 접하고 학습과 활동을 시작한 세대에 속하는 나와 친구들은, 미래가 염려되어 자녀 관련 고민이 컸고, 무자녀로 사는 이들도 적지 않다. 출산이란 “소비자 재생산”에 다름 아닌 걸까... 단호히 아니랄 수가 없다.
각자가 규정하는 기후 위기가 무엇이건, 인류의 생존에 대규모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인 건 분명하다. 해법은 이미 나온 것 같지만, 어쩌면 계속 외면당할지 모른단 불안감이 크다. 이미 늦은 건가 싶은 현실에, 위기를 가속화하는 정치적 결정이 난무한 것도 괴롭고 어렵다. 계속 배우며 견딜 수밖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