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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쿼크 - 강력의 본질, 양자색역학은 어떻게 태어났는가
김현철 지음 / 계단 / 2024년 10월
평점 :
“우리는 어디서 오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고갱Paul Gauguin
고전물리학은 이제 지겹고, 전자기학은 재미가 없고, 양자역학은 잘 모르지만 불편했다. 작은 습관 하나 바꾸는데도 지칠 정도로 힘이 드는데, 인간으로 내가 경험한 모든 것이 무용한 세계를 배우는 일이 불편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양자역학이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사회에서 살면서 물리학을 여전히 좋아하지만, 관련 과학책을 읽는 일은 덥석 반가워지지 않았다. 이 책은 당혹스러울 정도로 수식이 없는, 재밌는 과학사 같은 양자역학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얇지 않은 책이 도전일 거라 생각했는데 술술 읽힌다.
물론 관련 물리학 지식이 있으면 - 관심이 있으면 더 좋다 - 채워가고 보충하며 이해하는 기분으로 만나볼 수 있다. 하지만 언급했듯이 수식 없는 이야기책 같은 구성이라서 누구나 읽고 즐길 수 있다. “자연에는 네 가지 근본적인 힘이 있다”*는 것은 꼭 기억하시길.
* 중력, 전자기력, 강력(상호작용), 약력(상호작용)
“양성자는 쿼크로 이루어져 있지만, 쿼크는 눈에 보이지 않았다. 양성자 바깥으로 끄집어낼 수도 없었다. 세 개의 쿼크는 영원히 양성자 안에 머물렀다.”
물리적으로 입증할 수 없다면 과학이 아니다. 아무리 수학적으로 정합하다고 해도 그렇다. 아인슈타인의 예언 같은 추론은 인류가 우주를 깊이 들여다보고 신호를 받아들일 수 있게 한 기계(과학기술)가 탄생한 후에야 인정받았다.
낯선 입자strange particle인 쿼크의 발견도 마찬가지다. 입자물리학에 관심이 있는 이들은 ‘가속기’나, CERN(핵물리 연구를 위한 유럽 위원회)같은 명칭을 알아차릴 것이다. 간략하게 알고 있던 발견의 역사를, 이 책 덕분에 처음으로 상세하게 배울 수 있었다. 인물들과 연구들이 무척 흥미진진하다.
“쿼크가 등장하면서 그제야 비로소 강력의 모습도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갔다.”
쿼크의 ‘색깔’은 “강력의 근본 이론인 양자색역학(quantum chromodynamics, QCD)을 세우는 데 주춧돌이 된다. (...) 양자전지역학에서 전자기력의 원천이 전하이듯, 색깔은 양자핵역학에서 강력의 원천이었다.”
물리학자들이 우여곡절을 겪는 시간을 편안하게 읽는 호사를 누리며, ‘눈에 보이지 않아도 실재하는 입자’로 쿼크가 자리매김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물론 영원히 강입자 속에 갇힌 사실을 증명할 명징한 수학적 방법은 아직 없다.
그러니 이야기꾼인 저자가 다음 책에서 풀어낼 “다섯 개의 쿼크로 이뤄진 중입자” 관련 이야기들이 더 궁금하다. 물리학의 난제,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에 관심이 있다면, 수학언어에 대한 두려움 없이 책을 펼쳐 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