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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밍 ㅣ 소설Y
최정원 지음 / 창비 / 2025년 1월
평점 :
다음 생엔 나무로 태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 했다. 물론 현 의식체로 구성원소 모두를 다른 개체로 바꿀 수 없다는 건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인간이 나무로 바뀌는 바이러스라니!
이 책에서 활용하는 소재가 무섭기보다 흥미진진하다. 수백만 명이 나무가 되어 이뤄낸 숲의 풍경도 궁금하다. 그렇게 종species 간 경계를 넘은 변환이, 인간에게 그리고 지구 생태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지, 작가가 담아내고 전하는 메시지가 기대된다.
“인류 멸종의 카운트다운은 구 년 전 6월의 햇살 좋았던 어느 날 아무 예고도 없이 시작되었다. (...) ‘그것’은 보다 조용히, 시시하게, 그러나 막을 수 없는 방법으로 사람들을 덮쳤다.”
내 짐작은 한가했고 내용은 긴박했다. 읽는 동안 슬프고 아픈 감정들이 일렁거렸는데, 모든 걸 상실하는 더 슬픈 결말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덕분에 기분도 생각도 추스를 수 있었다. 이 정도 다정과 희망은 가져도 되는 거잖아…….
“아비규환은 인구 천만 이상의 세계적 대도시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현재 한국은 내란 이슈가 사회와 시민의 체력과 관심을 모두 집어 삼킨 상태다. 하루빨리 이 상태를 정리하는 게 중요하지만, 나 역시 매일 그 이슈에 사로잡혀 살지만, 문득! 민주정을 바라는 바대로 구현한다고 해도, 지구공동체에서 인류의 생존이 얼마나 지속될지 두렵다.
“공식적으로 수도 서울 내의 생존자는 제로여야 했다.
확실히, 반드시, 무조건 제로여야 했다.”
저자는 사회적 이슈들에 대해서도, 인간이 가진 약점과 오류에 관해서도, 깊고 예리한 시선을 시종 유지하면서도, 잘 읽히는 문학의 방식으로 메시지를 유려하게 전한다. 대비와 반전이 오해의 여지가 없이 선명하고 통쾌하다.
“어쩌면,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은 마음이다. 재난의 앞에서 늘 그래 왔듯 짧은 순간만 유행처럼 애도하다 금세 치워 버리고 ‘아직도’라는 말로 슬픔마저 얼른 잊도록 강요해 온 세상에 대한 배신감 (...).”
지킬 것이 있는 이들이 선택하고 살아가는 방식, 그런 사랑으로 지켜져 성장한 이들이 맺는 관계와 만드는 세상, 아름답고 그리워서 가슴이 미어졌다. 혐오와 폭력의 굉음들 속에서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들리는 노랫소리처럼.
“숲이었다. 숲 전체가 노래하고 있었다. 온몸으로. 가슴이 조여 왔다.”
누구의 것이든 생명과 존재에 무감하지 않고 감응하는 서로가, 죽음과 파괴를 향하는 방향을 바꾸고 멈추는 유일한 희망이다. 우리가 바라는 것들이 얼마나 이뤄질지, 당최 뭐라도 이뤄지기는 할지 알 수 없지만, 그래서 우리에겐 꿈을 꾸는 능력이 있는 거라고. 힘이 센 작품이다. 인상적이고 감정적이다.
📖 출판사 서평단을 통해 제공 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