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 카네기 성공대화론 데일 카네기 초판 완역본 시리즈
데일 카네기 지음, 임상훈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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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만이 아닌 철학을 담았다. 따라할수만 있다면 하는 조바심을 누르고 찬찬히 읽고 제대로 배워보고 싶어졌다. 지인들이 왜 다들 읽는지 읽으며 단박에 이해되는 강력한 가이드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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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계급론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4
소스타인 베블런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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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모셔둔 지는 좀 되었다. 물론... 한 두 권이 아니다. 눈길이 자주가면서 조바심이 드는 책들도 읽고, 시도만 하고 시작을 못하는 책들도 있다. 혼자 읽기보다 함께 읽고 토론을 해야 좋은 책들도 적지 않지만, 다들 번다하게 사는 걸 아는지라 모임을 제안하기도 쉽지 않다.

 

그렇게 나는 마치 유통기한이 다 되어가는 식재료를 보고 자책만 하는 기분으로 <유한계급론>을 읽게 되는 날을 고대했다. 반갑게도(?) 이런 고민은 나만 하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 현대지성에서 모셔만 둔 책 읽기 챌린지 이벤트를 마련해 주었다.

 

11쪽이란 독서의 부담을 100% 덜어주는 마법 같은 표현이었다. 근래에 이렇게 즐겁고 기쁘게 뭘 덥석 시작한 일이 있나 싶게 밴드에 가입했다. 11쪽의 마법이 내게 미친 영향은 대단해서 11쪽 이상 매일 술술 읽었다. 그동안 눈을 가린 건 부담감이었나 싶게.

 

너무 느긋하게 즐기느라 마지막 며칠은 분량을 늘렸지만, 이미 익숙해진 문장과 내용 파악이 상당히 된 책이라 그 또한 무리가 없었다. 읽었고 기록이 남았다. 만족스럽다. 지난 달 일주일 독파 모임은 다들 울면서 진행했는데... 즐거운 독서의 비결은 한 달이구나.

 

무섬증이 가시니 다음 책은 뭘로 할까 싶은 생각이 분주하다. 11월 중에 2차 챌린지가 오픈될 예정이다. 처음처럼 설레고 기쁘다.

 

! 같은 고민이 있으신 분들의 참여를 기대합니다. ‘을 함께 읽는다는 - 그것도 다 다른 책 - 것만으로도 무척 다정한 댓글 소통이 가능한 다정한 공간이 생깁니다.


<유한계급론>


명징한 사유와 분석으로 쓰인 책을 읽고 싶다는 욕망 한편에는 사는 일이 더 불편해질 것이란 두려움도 공존한다. 고찰과 실천을 요구하는 공부는 대개 금융 자본주의 사회에서 할 수 없는 일들의 목록을 늘린다.

 

120년 전 - 읽고 나니 유사성이 많아서 그리 오래 전이란 생각이 안 든다 - 도금(gilded) 시대 미국 사회를 관찰한 책이 현대 사회를 분석한 사회학 보고서 같으니, 미국식 삶의 양식이 적어도 한국에서는 패권이었단 자각이 절로 든다.

 

물론 빈부격차와 계급문화는 전 세계에 온존하는 질서이며, 이는 국경에 무관한 빈곤층의 보수화, 유한계급에의 동경, 흉내 내고 싶은 욕구로 인한 과시적 여가와 소비현상 - 유한계급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고가의 상품을 소비하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책의 가치는 주장을 실증하는 필요한 데이터들이다. 베블런은 이런 자료를 일상생활에서 드러난 사례들에서 찾았다. 학술적 관례를 따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독특하고 가치 있는 자료이기도 하다.

 

엄밀히 따져보면 워크푸어와 가장 비슷한 삶을 사는지라, 불쑥거리는 감정의 기저에 온갖 복잡한 배경이 있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분노, 경멸, 우월감, 만성피로, 좌절, 절망, 망상 등등. 다행스럽게도 좋은 이들을 만나 늘 배우고 살지 않았다면 더 이상한 인간으로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나이가 들어도 자연스럽게 지혜가 비례증가하진 않지만, 너무 늦지 않게 물건과 소유에 대한 욕구를 절제할 수 있었던 것도 다행이다. 그중에는 포기도 있겠지만, 할 수 있는 소비 중에서도 예쁜 쓰레기를 만드는 것들의 구매는 거의 하지 않는 것만은 만족한다.

 

반백년을 살아보니, 기성세대의 변화와 실천으로 세상을 개선시키는 일은 어렵다고 본다. 살던 대로 살 가능성이 훨씬 높다. 부끄럽고 미안하지만 젊은이들이 불평등한 사회구조와 빈부격차의 위계를 인지하고, 부를 부러워하고 추구하기보다, 구조 자체를 뒤집을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는 아마 여전히 주식 이야기를 하고, 돈에 상당히 휘둘리며 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이 깃발을 들면 지지하고 응원하고 함께 걸을 기성세대들이 많을 것이란 희망은 낙관하고 싶은 나의 의지이다. 소유와 소비가 명예와 존경의 바탕이 아니란 통찰이 사회의 상식이 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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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온 뒤 맑음 - 사진과 이야기로 보는 타이완 동성 결혼 법제화의 여정
무지개평등권빅플랫폼 지음, 강영희 옮김,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네트워크 감수 / 사계절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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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 #차별금지법제정

 

나는 다른 이들의 권리에 진지한 관심을 가진 사람일까?”

 

이 책을 읽으며 슬금슬금 찾아온 질문은 일독을 마친 후에도 선명했습니다대답을 망설이는 이유는 진지한’ 때문이라고 애써 위로해봅니다.

 

다른 이들의 권리에 대한 관심은 반짝 생겼다가도 곧 잊고 삽니다다른 대부분의 관심처럼 제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으면서 할 수 있는 일만 찾아 합니다.

 

2019 5아시아 국가 최초로 동성 결혼을 법제화하기까지 거리로 나와 함께 한 55만명이 넘는 이들은 저보다 진지한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자리를 떠나 참여한 분들입니다.




일등이 최고란 생각은 안 하고 사는데도한국은 민주화에 관한 한 무척이나 독보적이고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졌다고 생각해서인지타이완의 성취가 부럽습니다워낙 역동적인 사회라서 역사에 기록될만한 거대한 변동은 한국에서 이루어질 거란 묘한 자만심이 있었나 봅니다.

 

그렇게 잊고 살던 소식을 아카이빙 형식으로 담아 출간한 사계절출판사 만세! - 책을 감사히 만났습니다이 책을 읽은 후의 제 인권의식은 얼마나 어떻게 달라질 지도 궁금했습니다.

 

짧지 않은 3년 동안 타이완 국민들은 차근차근 필요한 것들을 채워나갔습니다그 이전 30년 전부터 결혼 평등권에 대한 이야기는 있었습니다. 35년을 함께 산 파트너도 혼인 관계에 있지 않으니상대가 암에 걸려도 치료 방식에 참여하지 못하고사망 후에는 함께 살던 집에서 쫓겨납니다 프랑스 출신 타이완 대학 비안성 교수 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결혼 평등권 빅 플랫폼은 박수를 밤새 쳐주고 싶을 만큼 현명하게 활동했고덕분에 평범한’ 동성 연인들과 대중이 마음을 나누며 만납니다비난과 욕이 아닌 미소가 사람들의 마음을 녹입니다질병이나 범죄와 무관한 평범한 이웃이라는 진실이 마음을 움직였습니다사랑과 용기가 가장 큰 힘이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매우 단순하다법의 보장 아래 반려자아이와 함께 살고 싶다.”

 

물론 그 과정에서도 가짜뉴스루머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이들은 있었습니다어느 사회나 그렇다는 점이 한편 안심이 됩니다유사한 문제는 함께 대응하고 연대할 수 있으니까요.

 

법과 정치와 행정은 유한계급의 행정 업무를 도와주는 편리한 처세 요령의 집합체이며 약탈적인 기능을 갖는다고 베블런은 분석했지만그것들이 도구라면 사용자들이 하기 나름일 테지요법과 정치와 행정이 없이 운영할 수 없는 사회라면 바로 써야만 합니다.

 

이 법을 제정하기 위해 여당 야당 소속에 무관하게당론에도 반하는 행동을 한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며 씁쓸하고 서러웠습니다부러워서 그렇습니다아무리 떠올려도 한국 정치에서 비슷한 모습을 볼 수는 없을 듯합니다.

 

오늘 낮에는 여러 곳에서 여러 집회가 있었습니다시작 시간 전에 외출했다가 시간이 되어 슬쩍 가본 것뿐이지만혼자 주어지는 정보를 볼 때 느끼던 절망과 분노는 튀어나오지 않고대신 변화와 힘과 연대를 더 많이 느꼈습니다.



 

불길은 잡을 수 있을지 몰라도 물결은 막아설 수 없습니다오늘 제가 본 장면은 도저하게 흐르는 변화의 물결이었습니다타이완에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크고 넓어지며 흘러온 물줄기가 이 책에 기록된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사랑용기연대를 재밌게 만나시고자신이 가진 두려움과 편견을 조금 바꿔보고 싶으신 분들이 꼭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다양성이 바로 정상입니다사람마다 지문이 다른 것처럼 우리는 모두 독특합니다정상이란 바로 이 세상에 온갖 다른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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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바디 - 모든 몸의 자유를 향한 투쟁과 실패의 연대기
올리비아 랭 지음, 김병화 옮김 / 어크로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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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움과 욕심으로 책을 만났지만 여러 단계의 고민을 겪었습니다읽을 수 있을 것인가읽은 후 뭐라도 기록을 남길 수 있을 것인가제목에서 명백하게 가이드한 몸'body'과 자유‘freedom’는 내가 아는 여정도 모르는 여정도 폭력과 고통과 죽음으로 기록되었을 것입니다.

 

우선 명백히 선언할 것은 우리는 몸이다라는 것입니다이분법이 망쳐놓은 절벽 같은 분리가 여전하지만감정도 정신도 모두 몸의 기능입니다존재란 몸을 가진다는 것입니다몸을 지배하고 비하하여 몸의 중요성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잊게 만든 건 누구였을까요.

 

과학이 모든 답을 줄 것이란 복음주의자는 아니지만강화된 편견을 누그러뜨리는 일은 좋습니다뇌는 뇌신경망 구조로 기능하고뇌신경망은 위장에 아주 많이 퍼져 있다는 것그러니 우리의 감정감성기분무드도 몸 상태라는 것인간은다른 모든 존재도, ‘입니다.

 

내 몸도 남의 몸도 찾기 위해 사유하고 시도한 이들의 투쟁과 실패... 이 단어들을 쓰는데 제 몸 명치 어딘가가 둔중하게 아픕니다하지 않은 것은 무()이지만 누가 뭐라도 한 것은 현실을 바꿉니다결과적으로 실패라고 평가되더라도 결코 이전과 같지 않습니다.

 

이건 이 책을 읽는 제 각오였을 지도 모르겠습니다빌헬름 라이히가 정한 주제들이 제 깜냥에 담기에 무겁고 그가 초대한 사상가들과 예술가들이 벅차기도 했습니다라이히는 자신의 몸으로 겪은 경험을 통해 행동주의자인 자신의 견해를 기록했습니다.

 

* 트라우마고통과 절멸성성적 행위위험(살인폭행강간), 제약감방편가르기

 

이 책 덕분에 몸으로 돌아가 사유해보고 내 몸 이외의 몸들에 대해서도 기억하는 사유의 확장과 다지기를 했습니다합리성은 물질 증거를 필요로 하고진심으로 추진할 정책에는 현실이 될 예산이 필요하고가치들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몸들의 자유가 필요합니다.

 

그런 것들이 마련되지 않은 모든 말들은 거짓입니다기회만 있으면 자유를 고함치는 행정수반은 타인의 자유와 권리를 부정하는 갈라치기로 권력을 얻었습니다상징으로 한 인물만 비판할 생각은 없습니다일상에서도 차별혐오계산위계는 얼마나 촘촘한지요.

 

인간 사회에 굳이 정상 정상성이라는 개념이 필요하다면유일한 정상은 다양성이 아닐까요모두 다른 존재가 가질 정상이란 다양함 이외에는 없을 것입니다여성성소수자가난장애를 가진 이들인종민족타국에 대한 온갖 혐오가 득세하는 어려운 시절입니다.

 

오래 전 제가 원한 자유는 ~로부터의 탈출에 가까웠습니다당시엔 언젠가 ~를 향한 자유를 적극적으로 구가하며 살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용기가 부족했는지대략적인 편안과 교환한 것인지 그런 자유를 경험하지 못했습니다우리가 바라는 자유는 어떤 모습일까요.

 

휴일 약속과 외출을 무척 힘들어 하는데 정시에 도착하고 나서 상대의 사정을 전해 들었습니다덕분에(?) 혼자만의 평화롭고 자유로운 시간이 생겼습니다살짝 추운 몸을 따뜻하고 향기로운 장소로 이동시켜서 귀한 책에 대한 부족한 독자의 거친 생각을 글로 옮깁니다.

 

라이히의 꿈드워킨의 꿈시몬의 꿈그들이 꿈꾼 더 나은 세계들은 아직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방해받지 않는 몸의 공화국형태의 계급제에 의해 지체되지 않고 다른 나라로 자유롭게 옮겨 다닐 수 있는 공화국은 없다그 목표가 언제 달성될지 알 길은 없지만내가 뭔가를 확신할 수 있다면 자유은 공통된 노력이며수백 년에 걸쳐 수많은 사람의 손으로 구축된 협업이며살아 있는 모든 사람 하나하나가 방해하거나 전진시키기를 선택할 수 있는 노동이라는 사실이다세계를 개조할 수 있다우리는 어떤 변화든 영원하리라고 단정할 수 없다모든 것은 취소될 수 있고모든 승리는 다시 싸워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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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로잡는 얼굴들 - 마침내 나이 들 자유를 얻은 생추어리 동물들의 초상
이사 레슈코 지음, 김민주 옮김 / 가망서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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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가 온통 강렬할 줄 알았는데

열 몇 살, 스물 몇 살, 서른 몇 살... 이라고

사진 밑에 동물들 나이가 적힌 것을 보다 눈물이 막 흘렀다.

 

동물은 인간의 식재료가 아니다.

부드럽고 졸깃하고 마블링이 현란하고 육즙이 흐르는

고기 상품들이 아니다.

 

인간과 다를 바 없이

태어나고 자라고 늙어가고 수명을 누리다 죽는 생명이다.

내게는 자명한 이 사실이... 슬프다.

.

.

하재영작가님의 추천사를 어제도 오늘도 읽는다

 

타자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은 그가 살아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직시하는 일이다. 타자의 나이든 얼굴을 바라보는 것은 그가 지나온 세월을 감각하는 일이다. 대형마트에 진열된 고기 앞에 동물의 얼굴이 붙어 있다면, 또는 구스다운 이불 위에 동물의 얼굴이 붙어 있다면, 우리는 얼굴이 표상하는 고유성 때문에 제품을 소비하지 못하거나 최소한 망설일 것이다. 잔혹한 진실을 외면하기 위해 우리는 동물로부터 얼굴을 가장 먼저 빼앗아야 했는지 모른다. 나이 든 생추어리 동물의 초상을 담은 이사 레슈코의 작업은, 그러므로 인간 중심 사회가 제거한 얼굴의 복원이다. 또한 이 작품들은 고통과 폭력으로부터 극적으로 구조되어 노년을 맞이한 동물이 흔치 않은 존재임을 환기시키기에, 역설적으로 늙을 수 없는 대다수 동물의 보지 못한얼굴을 보게 한다’.

 

폴란드 작가이자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아이작 바셰비스 싱어는 동물을 대하는 방식으로 보자면 모든 인간은 나치라고 말했다. 동물에게는 거대한 아우슈비츠나 다름없는 이 세계에서, 동물의 늙음은 존재하지 않는 것, 불가능한 것, 기적적인 것이 되어버렸다. 이 책에 담긴 얼굴들은 말한다. 동물에게 노년을, 나이 듦을 허하라고. 이제는 우리가 그 목소리에 응답할 차례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의 구절들이 떠오른다. 고통은 얼마나 줄었을까.

 

차마 읽을 용기가 없어서 한참을 힘을 그러모아 펼쳤던 책이다.

얼마나 울었는지는 울다가 잊었다.

이유는... 복잡했고 지금도 그렇다.

이만한 고통을 한 권 분량의 책으로 써주시고

쉽지 않은 강연과 대화를 이어가시는

경애하는 하재영 작가님 늘 감사합니다.

 

우리가 어떤 폭력과 차별에 저항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의 도덕을 보증하는 알리바이가 아니다. 우리는 어떤 약자의 연대자인 동시에 또다른 약자가 당하는 폭력의 방관자이자 심지어 가담자일 수 있다. 그리고 동물 문제에 관해서는 거의 모든 사람이, 거의 항상, 그렇다.”

 

동물에 관해 이야기한다는 것은 의식주와 같은 기본적인 생활에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일이다. 사람들은 익숙한 삶의 방식을 재고하기보단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의 모순을 찾아 위선자라고 비난하고 싶어한다. 동물에게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평범했던 일상이 딜레마로 전환되는 일이다. 나를 위선자라고 비난하는 외부의 적이 아닌 스스로의 모순과 싸우는 일이다.”

 

초창기 보호소가 보호라는 말과 전혀 무관했던 것처럼 여전히 어떤 현실은 언어 뒤에 가려져 있는지 모른다. 그렇게 언어는 모든 것이 괜찮다는 낙관주의를 심어주고 있는지 모른다.

 

이를테면 자연사, 안락사, 입양은 보호소의 현황을 설명할 때 가장 빈번하게 쓰이는 언어다. 각각의 언어에서는 아무 고통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이 언어를 사용할 때 마침표와 물음표를 함께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실태에 관한 이야기인 동시에 언어에 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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