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깨주의의 탄생 - 누구나 함부로 말하는 중국, 아무도 말하지 않는 중국 보리 인문학 3
김희교 지음 / 보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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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와 분리된 국사는 없다고 믿으면서도내가 필요로 하는 정보가 아니라면 관심을 전혀 두지 않고 살아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이 책에 소개된 중국과 한국의 30여 년의 외교 관계가 대부분 새롭고 낯설다.

 

현대사 공부를 위해 좋은 시간이었고, ‘짱깨주의에 관한 한 진보와 보수의 구분조차 의미가 없어지는 한국 사회 전반의 관점에 대해서도 충격적으로 배웠다.

 

감정적이다선입견에 근거해서 판단한다란 평을 들으면 몹시 불쾌할 것이다그럼에도 중국에 관한 우리의 평가에는 감정과 선입견이 강력하게 작용한다구체적 내용은 없고 뜨거운 열기만 펄펄...

 

전후 체제 내 한국인이 중국을 보는 관점은 분열적일 수밖에 없었다사회주의 중국은 붕괴할 수밖에 없다는 중국 붕괴론과중국이 부상하여 이웃국가들에게 위협이 될 것이라는 중국 위협론은 서로 공존할 수 없는 논리인데도 별 충돌 없이 중국을 시장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경제지상주의 아래에서 더불어 성장했다안보는 미국경제는 중국이라는 이중 행보는 그렇게 탄생했다.”

 

중국과 좋은 이웃 국가로 더불어 살기 위해 수교를 한 것이 아니라 중국이라는 시장이 필요해 수교를 했기 때문에 중국과 좋은 이웃이 되고자 하는 공동체주의는 설 곳이 없었다급속한 중국의 경제성장으로 중국상품들이 한국상품과 경쟁관계에 놓이자 경제지상주의자들의 혐중정서는 급속히 증가했다.”

 

표면적으로 끓어오르는 혐오와는 별개로 현실은 중국과 교류를 단절할 수 없는 시대를 살았고 살고 있다식탁 위 식재료만 봐도 세계는 무역/외교 다자주의로 살고 있다는 것이 분명하다단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전무하다중국이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라는 것은 현실이다.

 

그러니 일단 우리 스스로의 관점으로 무엇이든 봐야한다설득 당하지도 속지도 말고우리의 형편과 처지를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한다외교란 친교/봉사/선행이 아니라 이익이 되는 관계를 맺고 관리하는 행위이다.

 

안보혈맹이라던 미국이 실시간으로 한국에게 어떤 손해와 위협을 가하고 있는지 배신감이 들 정도로 냉정한 국익 우선 외교 정책이 보인다대통령이 직접 지휘하는 가차 없는 결정들에서 외교의 민낯을 똑똑히 본다명목과 실익이 확실히 구분된다.


 

이 책에 관한 여러 충돌하는 의견들에 독자로서 의견을 보태기엔 중국의 복잡한 현실과 문제들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적어 아쉽다그럼에도 불구하고대상이 누구건 우리 입장에서 똑바로 보고 어떤 관계를 맺을지 결정해야 한다는 제안에는 어떤 반박도 불필요하다.

 

평화체제적 어젠다란 중국의 문제에 눈감고 중국은 무조건 우리 편이라는 식으로 중국을 찬양하라는 말이 아니다평화체제 프레임으로 중국을 있는 그대로 보라는 것이다. (...) 누구의 편에 서라는 식민주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평화체제 프레임으로 평화주의자들을 모으는 싸움을 시작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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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계 - 숨겨진 패턴을 발견하고 나만의 설계도를 만드는 법
론 프리드먼 지음, 이수경 옮김 / 어크로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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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계라는 표현이 낯설어서 원제decoding을 보고 조금 짐작해보았다. 무척 전문적이고 특정 영역에 한정된 개념과 전략인가 싶기도 하지만, 폭넓게 본다면 무언가를 분석/분해 해본 우리 모두의 심리와 행동과도 만나는 점이 있다.

 

역설계란 일테면 맛있는 음식을 먹고 조리법을 추론하는 것, 아름다운 음악을 듣고 코드를 파악하는 것, 공포영화를 보고 내러티브 구조를 포착해내는 것이다.”

 

창작과 발명을 하려면 방법을 알아내야 한다. 인류는 (최초의 창작과 발명 이후) 이전 창작물을 보고 모방하고 분해/분석하며 원리를 배웠다. 파악에 만족하는 나 같은 이도 있지만, 그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창작과 발명을 이루는 이들도 많았다. 세상은 인간이 만들어낸 것들로 가득하다.

 

오늘날 우리가 복용하는 약의 90% 이상의 제네릭 의약품이다. 제네릭은 대형 제약회사가 특허를 낸 제조법을 다른 회사에서 복제해 만든 약이다.”

 

예전에도 지금도 우리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창작하고 활용하며 살아간다. 이 책이 망라하는 분야는 조립, 분해, (벤치)마케팅, 작법, 필사, 레퍼런스, 오마쥬, 콜라주 등등 거의 모든 분야의 행동이며, (그렇다고 일반서는 아닌) 구체적이고 다양한 사례들을 만나는 재미가 크다.

 

노련한 사진가는 반사된 상을 유심히 살펴 광원의 위치를 판단해낸다. 또한 사진의 전경과 배경의 대비 및 이미지의 왜곡 정도를 토대로 렌즈 사용기법을 추정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두는 이미지를 포토샵에 띄워 더 상세하게 분석하기 전에 이뤄진다.”

 

나는 야심차게도 역설계하는 대상으로 혹시 양자역학도 가능할까하는 기대로 패턴을 더 잘 인지하고 역설계decoding하는 법을 배우고 싶어서 읽고 싶었다. 이 책이 가진 차별점은 제안과 방법 설명이라는 가이드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행동을 하게 만드는 내용에 이른다는 점이다.

 

분야가 달라도 닥치는 대로(?) 책을 읽다보면 같거나 비슷한 비법/비밀을 만나는 일이 드물지 않다. “생각/고민만 말고 행동하라!” “삶이란 개념은 내가 했던/하는 행위의 결과로서 현실이 된다!” 뭐 이런... 따라 하기에 어려운 여러 조건이 있다고 변명을 꾸준히 하는 중이다.

 

그러니 역설계도 쉽지 않고, 만약 잘못 분해하면 안 하느니만 못하고, 역설계가 가능한 전문가가 되려면..., 같은 분석 자료를 보고도 활용과 결과가 다른 것이 현실이고, 그러면 내가 할 수 있는 역설계는 결국 일기뿐인가...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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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깨주의의 탄생 - 누구나 함부로 말하는 중국, 아무도 말하지 않는 중국 보리 인문학 3
김희교 지음 / 보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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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개라는 단어의 정확한 뜻을 모르고 표현 수단으로 써 본적도 없는데, 왜 내게도 짱개주의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인지... 몰라서 하나씩 배워가는 중에 덜컹 놀라게 된다.

 

모르는 이들을 싫어하는 일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에 당황하고, 아무리 기억들 뒤져도 혐오한 적이 없는데 왜... 프레임 사회... 완전한 도망은 불가능하다.

 

나야 희미한 그림자를 더듬어 찾는 중이지만, 거대한 오해와 혐오가 선명하게 보이는 저자께서는 엄청나게 힘드셨을 것이다. 그야말로 이 책을 쓰지 않을 수 없었을 것만 같다.

 

좀 더 위치가 분명한 대상으로 두고, 몰라서 오해하는 내용, 오해가 편견이 된 내용, 프레임에 갇혀 있었던 것들을 구분해내는 작업이 내게 필요하다.

 

거듭 생각해도 이상하다. 나는 아주 이기적으로 수출/수입 관계에서 중국을 보았고, 아주 계산적이고 현실적으로 본다고 생각하는데...

 

수출 의존도가 높고 자원이 부족한 한국이, 영리하게 외교적 중립도 잘 유지하고 협력 관계도 단단하게 하며 잘 살기를 바라는데...

 

짱개주의는 미중 충돌 시기 한국의 안보적 보수주의가 중국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을 말한다. 신식민주의와 유사인종주의가 결합된 한국의 특수한 중국인식체계이다.”

 

원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 짱개주의, 이유가 무엇이건 특정 민족과 국민을 싸잡아 비난하는 표현들은 옳지 않다. 무거운 마음으로 더 읽고 더 배우자.

 

중국에 대한 혐오의 뿌리는 제대로 청산되지 못한 '화이사상'과 지금 일상에서 작동하고 있는 '신식민주의' 와 연결되어 있다.”

 

! 짱깨주의 프레임

 

- 유사인종주의, 신식민주의체제 옹호, 자본의 문제를 중국의 문제로, 신냉전체제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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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실패하기
존 크럼볼츠.라이언 바비노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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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빠르게 읽었다면 좋았겠지만, 스탠퍼드 대학교의 프로젝트로 20년간 진행된 결과이니 20년 동안에는 알 수 없을 사례들이다. 실패를 두려워한다기보다 수치스러워하는 쪽으로 정서적 훈련이 되어서 계획이 중요하고 확신이 들 때까지 머뭇거렸다.

 

그렇게 고민하지 말고 방향과 절차만 대략 파악되면 그냥 시도해봤으면 좋았을 일들이 많았다. 해봐야 배울 수 있는 것들, 실패로 배울 수 있는 것들, 중요한 건 그 일의 결과가 아니라 함께 진행하는 행위 자체였던 경우도 많았다. 여러모로 아쉽다.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변수를 많이 만들어내는 대신, 준비하다 힘이 다 빠지는 이상한 패턴을 반복했다. 시작 전에 에너지가 고갈되거나 이미 타이밍이 지나거나. 계획이 거대하면 비용도 증가한다. 당연히 충격도 크고 회복도 느리다.

 

“‘내가 정말 해낼 수 있을까? 이룰 수 있을까? 어려움에 당당히 맞서고 헤쳐 나갈 수 있을까? 변화를 감당할 수 있을까?’ 같은 자신에 대한 의심 그리고 망설임과 두려움은 언제나 우리를 제자리에 가만히 있도록 붙들어 놓는다. 저항의 힘은 강하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지 꼭 알아봐야 할 것이다.”

 

저자는 목표설정과 계획하기가볍게 하라고, 더 빨리 시작하고 최대한 더 많이 실패하라고 한다. 반복되는 사소한 실패가 사람을 좌절시킨다고 믿었기 때문에, 전혀 다른 결과를 이끌어내는 과정과 방식이 궁금했다.

 

사실 사람은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보다 위험을 감지하는 능력이 더 뛰어나다. ‘보다 높은 프리미엄을 붙이기 때문이다. 또한 부정적인 자극에 훨씬 더 강한 반응을 보인다.”

 

계획 없이도 생각나면 당장 실행할 수 있도록 루틴을 만든 것은 운동이다. 그러니 아주 대단하고 본격적인 운동은 아니지만, 준비가 귀찮아서 안하는 일은 없게 되었다. 생각나면 잠시 스트레칭, 플랭크, 스쿼트 몇 번, 평상복과 운동화만으로 가능한 계단오르내리기, 산책. 분명 안 하는 것보다는 나았다.

 

실험에서는 이런 단순한 몸의 움직임보다는, 자신이 현재 가진 지식과 능력의 한계를 찾는 기회로서 행동에 뛰어드는 방식을 원칙으로 삼았다. 그러니 미리 실패를 염려하기보다 행동하면서 부족한 점을 찾고, 실패하면서 배우는 것이다.


 

어쩌면 너무 흔해서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시작이 반이다란 말이 맞는 지도 모르겠다. 너무 먼 미래를 현재 위치에서 완벽하게 계획하려는 일의 무모함에 동의하고, 경험함으로써 배우는 것들의 견고함에도 공감하지만, 겁쟁이로서 많은 실패를 견디는 힘은 여전히 궁금하다.

 

가장 중요한 배움은 언제 어느 때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자신이 하는 어떤 일이라도 가치 있게 여기게 된다. 또한 예상치 못한 발견에도 언제나 마음을 열 수 있게 된다. 위험 감수나 실패 가능성에 대한 시각도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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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제의 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
아넵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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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다 보는 일은 극히 드물다소재가 주제가 공감할 수 없기도 하고 호흡이 지루하기도 하고 몇 회 못 보고 더 볼 이유가 없어지고 만다그런데 <봄밤>을 봄이 다 가도록 보았다주인공들 설정이 막장 드라마 전개에 적합해서 울고불고하면 당장 그만 볼 생각이었는데 그렇지 않았다.

 

정답을 제시하는 이도 없고 주인공도 몇 회에 걸쳐 모르겠다모르겠다고 한다생각하고 고민하는 캐릭터란 뜻이다그래서 지루하지 않았다세상 모든 현실이 당연하고 아름답고 불편한 것 없는 가부장들에 맞서는 시간과 고민이기 때문이다.

 

과학의 발견이 세상을 바꾼 것들 중에 호주제 폐지는 한 때나마 인간이 맑은 정신이 되어 무척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그것도 법정에서 이뤄낸 드물고도 평화롭고 아름다운 결과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만 바뀌고 제도는 공고하다.

 

명절에만 그 제도가 힘을 발하는 것은 아니지만상징적인 풍경을 보여 왔던 것은 맞다명절 증후군과 명절 후 이혼 급증 사례들은 혼자 힘으로 바꿀 수 없는 제도에서 탈출한 이들의 기록일 것이다.

 

이혼하고 이혼브이로그 유튜브를 연 후 저자는 욕을 많이 먹었다고 한다놀라운 일은 아니다이혼을 해도 안 해도 결혼을 해도 안 해도 심지어 중상을 입도록 맞고 살해당해도 여성은 욕을 먹는다그러니 나는 한 마디도 더 보태지 않고 그저 읽었다.


 

지금은 몇 년도여긴 어디싶은 사연들도 있었고짐작보다 더 씩씩하고 유쾌하고 복잡하게(?) 활동을 하는 저자의 낯선 삶을 따라가는 것도 재미있었다이혼 전에도 이혼 후에도 사람은 살아간다이혼실패인생 끝이런 공식은 없다.

 

언제부터인가 모든 집안에서 안하면 큰일이 나는 종교처럼 제사를 (남의 자식을 부려열심히 지내지만전 국민 모두가 제례를 챙기는 양반이었을 리가 없고모든 가부장이 제를 통해 기려야할 존경스러운 인물이었을 리도 없다.

 

인류는 가부장제가 아니라도 생존할 수 있다없다고 절대 세상이 망하지 않는다오히려 이 제도는 우리를 멸종으로 더 빨리 몰아간다가부장들이 남김없이 지배한 인류 문명이 도착한 곳이 어딘지는 지금 우리에게 닥친 여러 위기를 보면 알 수 있다.

 

살아보자버티고 견디며끈질기게드물게 들리는 소식 중에는 그래, 2022년이 맞구나싶은 변화도 분명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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