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왕조의 위기, 혹은 세계화 시대 몽골 제국과 고려 3
이승한 지음 / 푸른역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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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화려한 역사를 읽기를 꿈꾼다. 나 자신의 화려한 20대를 그리워하듯이, 우리역사의 활기차고 진취적인 시대를 탐닉한다. 화려한 우리의 역사를 읽는 것은 고려시대사에도 적용된다. 화려한 후삼국의 주인공들이 새시대의 주인공이 되려 칼과 지략을 겨루던 시대를 지나서, 거란과 여진의 침략을 물리치고 몽골에 저항하며 자주성을 지키려 했던 역사를 기억하려한다. 그러나 공민왕이 반원자주개혁을 추진하기 직전까지의 고려역사는 우리 기억속에 없다. 어두운 고려의 역사를 우리는 모르고 있다. 아니, 외면하고 있다. 프로이드를 중심으로한 정신분석학에서는 나 자신의 아픔을 직면하는 것이 그 아픔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이라 말한다. 고려의 아픈역사! 그 역사를 알고 싶어졌다. 그래서 서가에서 뽑은 책이 '고왕조의 위기, 혹은 세계화 시대'라는 이승한 작가의 책이다.

 

1. 역설의 시대! '세계화 시대'는 '고려왕조의 위기의 시대'였다.

  '세계화 시대'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는 우리가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시대를 떠올린다. 그러나, 이 책에서 고려의 '세계화 시대'는 곧 '고려왕조의 위기의 시대'였다. 고려의 위기!와 세계화 시대! 이 두단어의 양면성을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그것은 우리가 주인공인 세계화인가? 와 타국의 종으로서의 세계화인가?의 차이일 것이다. 고려의 국제적인 나라였다. 이슬람 상인이 벽란도를 드나들었으며, 거란의 포로중에서도 기술이 좋은 사람은 장인으로 발탁했다. 중국인들 조차도 고려에 와서 높은 벼슬살이를 했다. 이렇게 개방적이고 국제적인 나라 고려! 그 고려가 몽골에 굴종하고 몽골의 부마국으로서 세계화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내가 주인이 되지 못하고, 남의 종으로서 맞이한 세계화 시대는 고려로서는 너무도 불행한 시대였다. 아침에 일어나 스스로에게 '주인장 계신가?'를 외친 노스님의 말은 원간섭기를 살았던 고려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법어이다.

 

2. 왕이기를 포기한 왕들! -충숙왕, 충혜왕, 충정왕

  학생들 중에서 갑자기 성적이 떨어지고 사고를 치는 학생들이 있다. 그 학생과 대화를 하면 아버지의 사업이 망했고, 그러한 상황 속에서 자신이 선택한 것은 방황이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간은 시련을 겪어도 어떠한 학생은 가정의 경제적 불운을 극복하기 위해서 더욱 열심히 공부를 하는데, 어느 학생은 인생의 막다른 길로 걸어간다. 고려의 왕들은 스스로 패배자의 길을 걸어갔다. 누가 자신을 패배자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자기자신이 스스로를 패배자로 만든다. 충숙왕은 충선왕의 견제속에서, 심양왕의 입성책동과 왕위를 위협하는 상황속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정치를 멀리하고, 심지어는 충혜왕에게 양위하고는 자기 아버지 충선왕이 했던 것처럼 아들과 권력투쟁을 한다.

  이러한 비극은 충혜왕에 이르러 비극으로 치닫는다. 비정상적인 아버지를 둔 아들의 반항이었을까? 아니면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원나라에서 숙위를 해야만했던 자신의 비운에 대한 보상심리에서 였을까? 신하들의 부인을 겁탈하고, 욕정을 참지 못해서 아버지의 여자까지도 범하는 패륜을 저지른다. 그리고 원나라의 신하들에게 발길질을 당하고 원나라에 끌려가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다.

  어린 충목왕에 이어, 충정왕이 왕이 되지만, 충정왕 또한 멀쩡한 백성들에게 달려가서 행패를 부린다. 너무도 억눌린 숙위생활에서 온 스트래스를 애꿋은 고려의 백성에게 푸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이들은 스스로의 명을 재촉한다. 충정왕도 왕위에서 끌려내려오고, 원나라는 공민왕을 왕위에 앉힌다.

 

  비극의 시대! 고려의 왕이 원나라의 말한마디에 의해서 왕위에서 쫒겨나는 시대! 왕에게 배신하고도 원나라를 등에 엎고서 다시 화려하게 복귀하는 부원배들의 시대! 그 시대를 살아가는 것은 고려의 왕에게도 고려의 백성들에게도 치욕이었다. 원나라의 천호 벼슬을 하던 사람의 후손이 조선을 건국한다. 이 시대를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진리를 믿고 싶은 나에게는 많은 질문을 던져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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