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처음 하는 말
정영숙 지음 / 진성출판사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자녀들과 도서관에서 하는 꿈다락에 참여했다. 북 콘서트를 한다기에 저자 정영숙의 인터뷰를 직접 들으며 이 책을 처음 만났다. 나의 서가에 꽂아 놓고 언젠가 한가한 날에 읽겠다고 하며 읽기를 미루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시골집에 다녀와서 나는 이 책을 다시 찾았다. 매번 시골에 갈때마다 너무나도 빨리 늙으시는 어머니를 바라보며, 너무도 애처러움에 사무쳤는데, 그 날따라 어머니가 너무도 더 늙으셨다는 생각에 서러움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이 책에 소개된 69편의 편지는 나와 같은 애처러움이 밀려드는 편지였다.

 

1. 부모는 자식의 거름이다.

  이 책을 읽으면 한결 같이 부모의 사랑을 많이 받았으나, 효를 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더러는 부모님이 돌아가시고나서, 더러는 아직 살아계신것을 행복해 하면서, 효도를 해야겠다는 마음만 가지고 이를 실천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수많은 부모들 중에 한분이, 효를 행하지 못해서 아쉬워하는 자식에게 말한 한마디가 나의 가슴에 강한 충격을 주었다. "부모는 자식의 거름이다." 부모의 입장에서 자식이 잘 되기만을 바라는 그 마음에, 자식을 위로하며 한마디를 했다. '부모는 자식의 거름이다!! 그 말이 나의 가슴을 무척이나 가슴 저리게 했다.

  나의 부모님은 농부이시다. 그리고 초등학교만을 나오시거나, 초등학교를 중퇴하셨다. 한글을 모르신다. 부모님이 창피하기도 했고, 대학까지 나온 부모를 둔, 친구들을 부러워하기도 했다. 보다 유식한 대화를 하고 싶은데, 부모님은 '내가 뭘아냐, 네가 알아서 해라!'라는 말만을 되뇌이셨다. 이러한 말은 내 진로를 선택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가난하기에 배울 수 없었던 시절! 장남이거나, 동생들을 키워야하기에 학업을 포기해야만 했던 그 어려운 시절을 사셨던 부모님을 그때는 왜이리도 이해하지를 못했던가?

  '부모는 자식의 거름이다.' 그래! 그 거름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자신이 거름이 되어 자식을 살찌우는 것을 기쁨으로 알며 하루하루를 사셨던 부모님! 때로는 공부를 아주 잘하는 것도 아닌데, '우리아들 공부를 아주 잘해!'라고 자랑하시던 부모님! 당신의 거름이 있었기에 제가 있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때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2. 부모는 열자식을 키우지만, 열자식은 한부모를 봉양하지 못한다.

  '부모는 열자식을 키우지만, 열자식은 한부모를 봉양하지 못한다.' 이 말보다 자식의 현실을 잘 표현한 말은 없으리라.... 정영숙  대표가 편지를 읽어주면서 가장 많이 되풀이 한 멘트인 것 같다. 많은 자식을 두었지만, 쓸쓸히 노년을 보내야하는 현실! 도시에 와서 같이 살자 했으나, 도시에 적응하지 못해서 같이 살 수 없는 자식! 경제적 이유로 부모와 같이 살지 못하는 자식! 기타 가정 형편으로 같이 살지 못하는 자식! 등등의 사연으로 열자식은 한 부모를 모시지 못한다.

  첫째를 낳기 몇달 전에, 어머니에게 같이 살자고 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단번에 싫다고 했다. 돌잔치를 위해서 어머니가 아파트에서 일주일 동안 같이 계셨는데, 매형의 차를 타고 고향으로 가시면서 '감옥 같다.'라고 하셨다. 흙을 밟으며 살아오신 분이, 콘크리트 속에 갖혀 사시는 것이 얼마나 답답하셨을까? 본인이 편한 곳에서 편하게 사시는 것이 어쩌면 효도라 스스로를 위로하며 시골을 토끼 같은 딸들과 내려가면 왜이리도 좋아하시는지.....

 

 

3. 지금부터 실천하자

  정영숙 대표는 부모님에게 아쉬움이 남아 미안해하는 편지의 주인공들에게 더 늦기 전에 지금부터 실천하자고 제안한다. 그래 더 늦기 전에 지금부터 실천하자! 너무 늦었을 때, 아쉬움으로 괴로워하지 말자!

  지난주에 시골에 내려갔다. 그리고 내가 샀던 세탁기를 시험삼아 돌려보았다. '고장날까봐 사용하지 못했다.'라고 말하시는 어머님이 애처러웠다. 매형이 사준 세탁기가 고장나서 탈수가 되지 않아, 손으로 세탁물을 짜서 널어야했기에, 언젠가 세탁기를 사겠다고 마음먹었다. 때마침 돈이 생겼고, 아내눈치 보지 않고 세탁기를 샀다. 만약 내가 세탁기를 사지 않았다면, 때늦었을 때에는 너무도 가슴이 시렸으리라.... 깔끔하게 탈수를 마친 세탁물들을 꺼내며 나름 흐믓했다. 세탁기 고장 걱정하지 마시고 마음껏 사용하길 바랄 뿐이다. 또 고장난다고 신주처럼 모셔두지나 않을런지 걱정이 밀려온다.

 

  나이가 들면 서러워진다. 몸 여기저기가 아파오고, 강했던 근육은 힘을 잃어 흐늘흐늘 거린다. 뼈는 약해져서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한다. 혈압은 높아지고, 미각은 둔해진다. 어머니의 종합검진 결과를 받아들고 나는 나이들면 서러워진다는 말을 몸으로 느꼈다. 더 늦기 전에 나를 사랑해주시고 키워주신 분에게 감사를 드리자. 나도 어머니에게 말했다. "키워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어머니는 아무말도 없으셨다. 고맙습니다.

  더 늦기 전에 부모에게 사랑을 실천해야할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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