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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 - 상 ㅣ 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 2
박지원 지음, 길진숙.고미숙.김풍기 옮김 / 그린비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고미숙! 그녀를 대중강연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세바시에서 자신있게 백수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설파하는 당당한 모습의 그녀! 너무도 어처구니 없는 주장에 웃으면서 그녀의 15분 강의에 빠져들었다. 그녀는 너무도 어이없는 내용을 당당하고도 조리있게 강의했다. 그리고 그녀의 진정한 주장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백수! 그것은 연암 박지원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녀의 삶은 박지원의 삶과 너무도 유사했다. 단지 연암이 남자였다면, 그녀는 여자였으며, 연암이 결혼을 했다면, 그녀는 씽글이라는 점이다.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작품 '열하일기'! 연암을 통해서 고미숙을 이해하고 싶었다. 그녀가 세계 최고의 여행기라고 칭찬하는 이 책! 과연 그러할까? 그리고 번역투의 문장들이 너무도 어렵게 풀이될 경우, 책의 내용을 이해못해서 읽는 것 자체가 고통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녀를 믿어보기로 했다.
이 책은 그녀를 포함한 3명이 5년 동안 번역한 책이다. 3명의 피땀이 묻어나는 번역이다. 우선, 디자인 부터 마음에 든다. 풍부한 해설과 관련 사진과 지도를 곁들여 놓았기에 책의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돌고 하였다. 그리고 책의 번역 내용도 요즘의 청년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감칠맛 나는 번역이 마음에 들었다. 진정 번역을 한 다는 것은 힘든일이다. 번역을 제2의 창작이라고 한다. 이는 외국의 책을 우리의 언어로 번역하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고전을 오늘의 언어로 번역하는 것도 제2의 창작이며, 고전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 행동이다. 이 책을 번역하는데 3명의 5년이라는 기나긴 시간을 쏟아 부었다. 그리고 운 좋게 나는 이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잘 번역된 책이 이렇게 쉽게 절판이 되었다는 사실이 너무도 비극적이다.
이 책은 박지원이 의주를 출발해서 산해관에 이르는 부분을 담고 있다. 산해관에서 열하까지의 숨가뿐 여정은 하권에서 담아내고 있다. 고미숙이 대중강연에서 말했던 호곡장론은 참으로 명 문장이었다. 광활한 만주 벌판을 보면서 누군들 한번 울어보고 싶지 않았을까? 탁트인 공간을 마주하고, 더욱이 이제는 우리역사 무대에서 사라져버린 고토를 보았을때, 그 감격을 어찌 말로 표현할까?
그리고 곳곳에 중국식 온돌과 벽돌 굽는 방법 등의 중국의 과학기술과 문화에 대한 연암의 날카로운 관찰을 볼 수 있는 내용들이 이어진다. 고미숙은 대중강연에서 연암이 처음보는 것들을 보고 적었으리라고 생각하면서 강연했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열하일기 곳곳에 백탑파 실학자들과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적혀있다. 연암은 열하를 가기 전에 이미 그의 백탑파 실학자들과 함께 중국의 문물에 대한 깊이있는 토론을 하였으며, 그러한 공부를 통해서 중국에 대한 사전 조사 및 공부가 된 상태에서 중국의 문물을 직접 보게되었으며, 그것이 연암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중국의 문물을 제대로 꾀뚤어보게 했다고 생각한다.
좋은 번역서를 본다는 것은 독자에게는 너무도 큰 행운이다. 이렇게 좋은 번역서를 다른 독자에게도 1독을 권하고 싶다. 그러나 이 책이 절판되었다는 것이 너무도 큰 아품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