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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청년 이봉창의 고백 - 대일본 제국의 모던 보이는 어떻게 한인애국단 제1호가 되었는가
배경식 지음 / 휴머니스트 / 2015년 11월
평점 :
"인간의 역사가 점차 신의 역사를 닮아 갈때, 역사학은 더이상 설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236쪽, 저자 배경식은 신의 얼굴을 한 영웅보다는 인간의 얼굴을 한 이웃을 발견하려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영웅은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서 보통 사람들은 감히 생각하지 못하는 굳은 의지와 신념으로 신적인 능력을 발휘하며 역사를 이끌어간 사람으로 상상한다. 그러나, 우리 역사속 수많은 독립운동가들도 평범한 인간이다. 그들도 고뇌하고, 삶의 애환을 가지고 있다. 그들도 위기의 순간에 마음이 흔들릴 수 있고, 두려움이 몰려왔을 것이다. 단지, 이 흔들림과 두려움을 이겨냈다는 점이 다른 사람과 다를 뿐이다. 그래서 '식민지 청년 이봉창의 고백'이 더 가슴에 와 닿는다.
같은 한인 애국단 단원이지만, 이봉창은 윤봉길에 비해서 우리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윤봉길 의사에 대한 위인전기는 많을 뿐만아니라, 윤봉길 의사의 삶에 대해서는 교과서에서도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반면, 이봉창 의사에 대한 위인전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뿐만아니라, 학교에서도 이봉창 의사에 관해서 특별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의거가 실패해서일까? 후손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일까? 그에 대한 기록이 많지 않기 때문일까???
그 모든 것이 틀렸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힘들지만, 그가 '대일본 제국의 모던 보이'였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는 노름도하고, 여자도 가까이 했다. 술과 영화를 즐기는 1920년대와 30년대 자본주의 향락문화를 즐기는 모던 보이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였다. 엄숙하고 숭고한 독립운동의 역사에서 이봉창이라는 캐릭터는 가까이하기에 힘들었을 것이다. 이것이 한인 애국단 1호이며, 대일본제국의 심장인 도쿄에서 천황에게 폭탄을 던지는 엄청난 사건을 일으킨 그를 가까이 하기 힘들게 만들었을 것이다.
이러한 독립운동사에 대한 엄숙주의와 독립운동가에 대한 신격화는 이봉창 의사의 사진을 조작하는 사건으로 이어졌다. 태극기 앞에서 폭탄을 양손에 들고, 한인애국단 선서문을 목에 걸고는 활짝웃는 이봉창의사의 사진은 너무도 친근하다. 생사를 초탈하여 죽음을 앞둔 청년이 태극기 앞에서 활짝웃는 모습은 독립운동의 숭고함과 독립운동가의 신격화에 너무도 좋은 이미지이다. 그러나, 이 사진은 몸부분과 얼굴부분이 합성된 사진이다. 폭탄을 든 왼손이 너무도 부자연스럽다는 사실, 얼굴과 몸이 어색하다는 사실을 눈치챈 사람이라면 사진이 조작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영웅을 신격화하고 싶은 사람들이 이봉창 의사를 우리와 더 멀어지게 만들었던 것이다.
신일본이이 된다면 자신도 일본인과 대등한 대접을 받으며 살 수 있으리라 믿었던 이봉창! 그러나, 열심히 일본어를 배워도, 열심히 일본인으로 살아도, 성실히 살아도, 그가 조선인이라는 사실을 일본인이 알게 되면 그는 차별과 멸시를 받는다. 그는 일본인과 같은 대우를 받을 수 없는 2등 민족이었다. 조국을 되찾지 못한다면 자신뿐만 아니라, 수많은 조선인들은 차별과 멸시를 받으며 살 수밖에 없었다. 대일본제국은 독립운동에는 관심이 없는 조선의 모던보이 조차도 품어 앉을 도량이 없었다. 결국, 이봉창 의사를 독립운동가로 만든 것은 대일본 제국이었다. 이봉창 의사는 대일본 제국의 심장부 도교에서 일본인들이 살아있는 신이라고 믿었던 천황에게 폭탄을 던졌다.
몇년전에 민족문제연구소 홈페이지에 올라온 독립운동가 연구수업 동영상을 본적이 있었다. 우당 이회영 선생의 삶을 특강으로 구성하고, 자신이 그 당시에 살았다면 우당 이회영 선생님과 같은 독립운동을 할 수 있는지 글을 써보라는 과제를 교사가 내주었다. 학생들이 과제를 작성하는 동안, 그 교사는 "나의 양심대로 말하자면, 나라면 감히 독립운동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라는 말을 몇번이나 되풀이 했다. 학생들도 독립운동에 참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교사는 독립운동가 이회영을 신격화했다. 신격화된 이회영과 같은 존재만 독립운동을 할 수 있다라는 교훈을 학생들이 배웠다. 교사의 수업은 독립운동가의 독립 정신을 본받아 수많은 제2, 제3의 이회영을 길러낸다는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 독립운동가 그들도 고뇌하고 두려워했던 존재들이다. 그들은 신이아니다. 평범한 인간이 독립운동을 할 수 있었던 이유와 그 용기의 원천을 학생들에게 일깨워주어야 제2, 제3의 독립운동가를 길러낼 수 있다. 그렇기에 '식민지 청년 이봉창의 고백'이라는 책이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