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만나는 대만사 수업 -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이해하는 400년 대만의 역사 드디어 시리즈 2
우이룽 지음, 박소정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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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시아에 있지만, 잘 알지 못하는 나라! 대만이다. 동아시아사 수업을 준비하면서 대만의 역사를 제대로 알아보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때는 제대로된 대만사 책이 없었다. 기껏해야, 중국의 역사를 서술하면서 언급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던중, 서가를 거닐다가 '드디어 만나는 대만사 수업'을 보았다. 얇고 쉽게 풀어쓴 대만의 역사를 만난다는 생각에 책장을 펼쳤다. 


  책은 선사시대부터 반청항쟁기, 청나라 통치 시대, 일본 통치 시대, 중화민국시대라는 4시기로 구분하여 대만의 역사를 서술했다. 

  1부 '선사시대부터 반청항쟁기까지'에서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국성야' 정성공에 대한 서술이다. 국민당 정부에 의해서 영웅화시킨 정성공의 모습부터 정성공의 어머니가 일본인이라는 점을 들어 일본과의 연결을 강조하는 일본의 시각, '폭군'으로 묘사하는 네덜란드 선교사 안토니우스 함브룩의 평가까지 소개한다. 역사교사답게 어느 한가지 시각을 결론지어 제시하기 보다는 다양한 시각을 제시하고 학생들 스스로 자신의 시각을 형성하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자못 궁금하다. 저자 우이룽은 정성공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재미 있는 것은 정성공의 모습은 정말로 성공적이다. 본토회복을 노리는 중화민국의 입장에서, 대만을 지배했던 일본의 입장에서 정성공의 가치는 높으니 말이다. 

  2부 청나라 통치 시대를 서술하면서 청나라 시대 대만 원주민과 한족과의 관계에 대해서 서술한것이 인상 깊었다. 만약 우이룽이 국민당 지지자라면, 한족의 입장에서 이 시대를 서술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한족과 대만 원주민의 관계를 객관적으로 서술하려 노력했다. 한족에게는 기회의 땅으로 목숨걸고 와서 황무지를 옥토로 만든 자랑스런 개척의 역사이지만, 대만 원주민에게는 자신들의 땅을 침범하고, 한자를 모르는 원주민을 속여 땅을 빼앗는 도둑들이었다. 마치 유럽인들에 의해서 아메리커 원주민들이 학살당하고 결국에는 원주민 보호구역에서 살아야만하는 역사의 축소판으로 느껴졌다. 역시 역사교사로서 객관적인 시각을 갖추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3부와 4부를 읽으면서 역사교사 우이룽의 서술이 이해되지 않았다. 우선, 3부 일본 통치 시대에서 주류를 이뤄야하는 것은 대만인들의 항일투쟁이어야한다. 그러나, 우이룽은 이것을 비중있게 서술하지 않았다. 단지 12장 대만은 대만인의 대만이다. 라는 한장을 할애했을 뿐이다. 고산족을 중심으로 일본과 전투를 벌이면서 강하기 저항한 역사가 있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다. 그러나, 우이룽은 이를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기껏서술한 것이 민중계몽운동을 항일투쟁으로 서술한 것이 전부이다. 한국사 교과서를 서술한다면, 당연히 일제 강점기 항일투쟁의 역사를 비중있게 서술했을텐데... 왜? 대만인 교사 우이룽은 그러하지 않았을까? 대만인이라는 민족관념이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일제 식민지배를 오히려 추억하는 대만인, 일본신사에 참배하는 대만 정치인들을 떠올리며, 그들에게 일본 통치 시대는 그리운 시대인지 묻고 싶다. 그리고, 그들은 자랑할만한 항일투쟁의 역사가 없는 것인지, 아니면 그조차도 잊어버리고 싶은 것인지 묻고 싶다. 

  4부 중화민국 시대 서술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바로 민주화의 역사를 비중있게 서술하지 않은 것이다. 한국사를 서술한다면 현대사의 큰 주제는 민주화의 역사이다. 우리는 이를 소재로 수많은 영화도 만들어지지 않았던가! 그런데, 우이룽은 13장에서 밤이 되었습니다. 마피아는 눈을 뜨세요. 라는 장에서 계엄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냈을뿐이다. 나라면 2.28사건부터 시작해서 국민당 정부가 계엄을 유지한 1987년까지 수많은 민주화 운동을 자랑스럽게 서술했을 것이다. 그리고 경제 성장과 민주화를 이룬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르칠것이다. 민주화를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서술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이룽은 그러하지 않았다. 그에게 대만의 민주화운동은 자랑스러운 역사가 아닌 것인가? 아니면, 기억할 필요도 가르칠 필요도 없는 것일까?


  책장을 덮자 의문이 밀려왔다. 대만인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대만인은 한족의 일부로 중화인민공화국과 통일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아니면, 중화인민공화국과는 별개로 대만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대만은 대만인의 대만이다.'를 외치는 존재인가? 이 질문은 지금 양안문제를 바라보는 핵심 질문이기도하다. 일본에 식민지배를 받고서도 일본 통치 시대를 그리워하고 일본에 우호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 이유도 이 질문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결국, 3부와 4부에서 항일투쟁의 역사와 민주화의 역사를 비중있게 서술하지 않은 것은 저자 자신도 대만인으로서의 민족관념을 아직은 갖추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이것은 나의 억측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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