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관찰 30년 - 한국이 일본을 이기는 18가지 이유
염종순 지음 / 토네이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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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일 교수가 학생들에게 한모둠은 강아지와 고양이의 차이점을 쓰라고 했고, 다른 한모둠에게는 테블릿과 고양이의 차이점을 쓰라고 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너무도 다른 테블릿과 고양이의 차이점은 한가지도 쓰지 못했는데, 비슷해 보이는 강아지와 고양이의 차이점은 너무도 잘 써내려갔다. 김경일 교수는 말했다. 다른점은 비슷한 사이에서 발견될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은 비슷한 점이 많기에 다른점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다른점이 편견을 만들어내고 아픈 역사를 만들어냈다. 

  저자 염종순은 일본의 후진적인 정보화 현실과 우리의 앞선 정보화 시스템을 거론하며 일본에 대한 환상을 깨뜨린다. 유튜브 '선대인 TV'에서 '디지털 조선통신사' 코너에서 일본의 현주소를 낱낱히 소개해주었다. 난 그것을 너무도 재미있게 보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산업화 시대에는 장인정신이 살아있는 일본이 앞서지만, 디지털 정보화 시대에는 한국이 앞설 수밖에없다는 지적에 희망을 갖았다. 그 내용을 제1장에 정리해 놓았다. 

  제2장과 제3장에서는 한국인이 일본인을 이해하기 위해서 알아두어야할 것들에 대해서 서술했다. 그중에서 가장 충격적인 것은 같은 한자 문화권이기에 발생하는 오해였다. 한국에서 친일파 재산 환수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일본인이 염종순의 걱정을 했다. 염종순이 친일파이기에 그의 재산이 몰수될 것으로 오해한 것이다.

  '친일파'는 한자를 풀이하면, 일본과 친한 사람무리이다. 염종순이 일본과 친하기에 그의 재산이 몰수될 수도 있다고 일본인은 판단한 것이다. '친일파'라는 단어 대신 '민족 반역자'라는 용어를 나부터 사용해야겠다. 같은 한자이지만 너무도 다른 의미로 한국인과 일본인이 사용하는 단어는 많다. 정말 말 같은 한자문화권이기에 같은 한자를 다른 의미로 사용하는 차이점이 발생한 것이다. 

  저자 염종순은 민간 외교관으로 한국과 일본 사이의 다리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그는 믿음으로 통교하는 사신이라는 뜻의 민간 통신사이다. 그러하지만, 그는 우리에게 따끔한 일침도 서슴치 않는다. 


  "우리는 자국민들에게는 사과와 반성을 할 줄 모르는 '일본정부'와 자국정부에게 전쟁에 대한 책임과 사과를 요구할 줄 모르는 '일본국민들'과 과거사를 논하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한다."-154쪽


  가해자이면서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몇몇 정치인이 사과를 하고서는 그 이후 다른 정치인이 이를 부정하는 발언을 서슴치 않는 '일본 정부'는 자국민에게도 잘못을 시인하지 않고 사과하지 않는다. 언제나 국민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정치인을 갖기 마련이다. 일본 국민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사과하지 않는 정치인을 갖은 이유는 그들이 정치인들에게 반성을 요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가 반면 교사로 삼아야한다. 우리도 우리 수준에 맞는 정치인을 두고 있는지... 그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생각할수록 긴 한숨이 나온다. 

  역사를 가르치는 내가 일본사에 대해서 나름 잘알고 있다고 생각한 부분이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을 단행하고 1868년 도쿄로 천도했다. 많은 외국인들이 이렇게 알고 있다. 그런데, 일본인들은 천도를 단행했다고 말하는 것을 주저한다. 공식적으로 교토에서 도쿄로 천도한다고 정치인들이 선포하지 않았다. "한번 천황을 도쿄로 출장" 보냈고, 천황은 도쿄에 눌러 앉아 버렸다. 천도 반대론자는 천도를 했다고 말하지 않았으니 반대할 명분이 없었다. 천도론자는 실질적 천도를 이루었으니 불필요한 논쟁을 피할 수 있었다. 이것이 일본인들의 일처리 방식이다. 문제를 정면으로 직면하기 보다는 슬그머니 처리를하는 일본인들의 심리를 이해해야만 일본을 이해할 수 있다. 

  염종순은 마지막 장에서 한국과 일본의 공존을 말한다. 그에게는 중증 신체장애를 가진 아들이 있다. 한국에서는 장애인이 휠체어를 자비로 구입해야한다. 허기사, 나랏돈이 복지비로 쓰이는 것을 자기돈 나가는 것보다 더 아까워하는 사람들이 내주변에 많으니....... 한국은 그의 아들이 살기에는 힘든 나라였다. 그런데, 일본에 이주하자, 외국인인 그의 아들에게도 전동 휠체어를 일본이 무상 지급했다. 염종순은 비틀어진 한일간의 역사문제로 고민하면서도 자신의 아들에게 전동 휠체어를 선물해준 일본이라는 나라의 따뜻함에 감사하고 있다.  "한나라의 문명 수준은 노인과 약자를 어떻게 대하느냐로 측정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양면적인 일본은 자신보다 약자라고 생각하는 한국의 징용 피해자,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의 사과요구는 묵살하면서도 중증 장애자인 염종순의 아들에게는 따뜻한 손길을 내밀었다. 친절하지만 잔인하고 대단한 보수적이면서도 유연한 모순된 일본의 모습을 보면서 일본을 이해하는 것이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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