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어린이/청소년 분야의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어느새 5월이 다 갔구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산등성이마다 연두빛 새싹들이 보드라운 솜털처럼 느껴지더니 이젠 수탉의 억센 깃털처럼 강하게 빛나고 있다.  책만 읽으며 지내기엔 어쩐지 아까운 시간들.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거리를 걷고, 같이 밥을 먹고 커피를 나누고 싶은.  봄치고는 비도 자주 내렸지만, 그 비도 마냥 고운 비도 아니고 음모의 그늘이 드리워진 듯한 혐의를 지울 수 없는 그런 비였지만, 그래도 우산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고도 싶어진다.  

그래도 책의 유혹은 강하고, 읽어야 한다는 근거없는 사명감은 또 뭐냐.  새로 나온 책들 사이를 기웃거리며 마음이 가는 책들을 뽑아본다.  조금 피곤하고 지치는 요즘이지만, 내가 피곤한 건 삶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래도 포기하지 않을만큼 내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위로하고 있다. 내가 잘 견디고 있기 때문이라고.

  

 1. 경극이 사라진 날

<꽃할머니>, <비무장지대에 봄이 오면> 등에 이어 나온  한.중.일 공동기획 평화그림책 시리즈 네 번째 권이자, 중국의 첫 번째 작품이다.  미리보기를 보니 전쟁을 담은 평화 이야기가 의외로 잔잔하게 진행된다.  아이들에게 꼭 가르쳐야 할 게 있다면 그 중 하나가 평화이고 다른 하나는 소중한 환경에 대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인지 전쟁을 통해 평화의 소중함을 저하는 책들에게 후한 점수를 주는 편이긴 하다. '난징 출신의 작가 야오홍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자신의 어머니가 겪은 중일전쟁 이야기, 좁혀 말하자면 1937년 ‘노구교사건’을 계기로 중일전쟁이 발발한 이후 ‘난징대학살’이 자행되기 직전에, 일본군이 난징 진입을 위해 감행한 공습 전후 보름여 간의 이야기'이며 '전쟁의 참상과 만행을 고발하기보다, 그로 인해 파괴되고 죽어간 소박한 일상과 사람들의 모습을 서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하니 아이들에게 꼭 읽어줘야 할 것만 같다.

 

  

   
 2. 내가 사는 곳은 바로 여기!

지난 달에도 지리에 대한 책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번 달에는 지난 달에 뽑았던 책보다 좀 더 어린 유아에서 초등 1,2학년이 읽을만한 지리 이야기 그림책이 나왔다.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사는 곳이 얼마나 넓은 세상 안에 있는지를 알게 될 것 같다.  게다가 내가 사는 곳이 어떤 곳인지에 따라서 우리의 삶도 조금씩 다르다는 것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내가 사는 곳, 그 위치라는 게 사람들이 만들어낸 행정구역 상의 명칭들이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이 책을 통해서 내가 크게는 지구, 우주 속의 한 일원이라는 것,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까지도 느끼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3. 분청, 꿈을 빚다 

난 이런 이야기에도 약하다. 언젠가 읽었던 <도자기>라는 만화책도 생각난다. 개인적으로 우아한 청자나 단아한 백자보다 정겨운 분청사기들을 좋아한다.  그러니 분청사기에 대한 이야기를 엮은 이 책에 끌리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

고려 최고의 사기장의 아들 강뫼가 분청사기를 탄생시키는 고난의 과정의 그려져 있다는데 자못 두근두근 기대가 된다. 왜구의 침입, 고려말 왕조의 혼란 등이 맞물리면서 흥미진진하게 이야기가 전개될 것 같다.

 

 

  

 

 4. 오, 나의 남자들! 

오오오, 이런 발칙한 제목이라니!!! 5월부터 지금까지 난 이현이라는 작가에게 빠져있었다. <짜장면 불어요!>, <장수 만세!>, <우리들의 스캔들>, <영두의 우연한 현실>, <오늘의 날씨는>, <마음대로봇>을 읽고 이제 <로봇의 별>을 읽으려고 하는 중이었는데, 어라? 새 책이 나왔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이현 작가는 이야기를 참 재미있게 잘 하는 사람이다. 게다가 글감들이 참 다양하고 버라이어티하다.
그런데 <오, 나의 남자들!>이라니. 도대체 어떤 이야기를 써냈기에 이런 제목이 붙는단 말인가.  청소년들의 불안하면서도 발랄한 이야기가 기대된다.

 

 

  

 

 5. 나는 무슨 일하며 살아야 할까? 

길담서원이라는 곳에서는 청소년들을 위한 인문학 강의들을 진행한다.  지난 번엔 '밥'이라는 주제로 인문학 강의가 있었는데, 우리 아들녀석을 보내봐야겠다고 하다가 그만 신청이 늦어버렸다. 게으른 엄마의 불찰이다. 아무튼 '일'이라는 주제로 했던 청소년들을 위한 인문학 강의가 책으로 정리되어 나온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책에서 저자들은 직업을 고민하는 청소년들에게 상상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직업이 될 수 있으며, 진정으로 열망하면 그것이 미래가 된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청소년들도 일터에서 보장받아야 하는 권리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지위가 높거나 공부를 많이 했다고 해서 자신이 노동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은 후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비정상적 현상이라고 일과 노동에 대한 관점을 제시한다.'는 책 소개 글은 아이들에게 '노동'과 '인권'이라는 화두를 던지고 있는 듯 하다.  아울러서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도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과 직업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주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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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6-02 0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평화그림책 시리즈가 또 나왔군요.
이현의 <오, 나의 남자들!>은 제 서재 광고에 이미 올려졌어요.
<분청, 꿈을 빚다>는 막 나왔을 때 올렸었고요.^^

섬사이 2011-06-02 14:04   좋아요 0 | URL
제 눈에도 들어온 책들이 순오기님의 민감한 레이더를 피해갈 수 없겠죠. ^^

하늘바람 2011-06-02 0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기대되네요

섬사이 2011-06-02 14:08   좋아요 0 | URL
늘, 항상, 언제나,
기대되는 책들이 너무 많아요. ㅠ.ㅠ
요즘 <물건 이야기>라는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종이 1톤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른 자원이 98톤 필요하다네요.
저는 종이로 된 책을 좋아하는데, 환경을 위해서는 전자책을 반가워해야 할 것 같기도 해요.
(갑자기 뜬금없는 환경타령을.. -.-;;)
암튼 기대는 되지만 욕심은 부리지 말자, 뭐 그런 내용입니다요. 끙~~

2011-06-02 08: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02 14: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1-06-13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무슨 일하며 살아야 할까?'여기저기서 눈에 띄네요.
저도 요즘 아들의 장래를 놓고...아들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지라 한번 읽어봐야 겠어요.

섬사이 2011-06-14 17:59   좋아요 0 | URL
아들과의 신경전이라.. 참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일이죠.
그래도 아드님이 장래에 대한 계획, 의지 같은 것들이 있나 봐요.
저도 아직 그 책을 읽어보지 못해서 도움이 될만한 책인지 말씀드릴 수 없는게
좀 안타깝네요.
저보다 먼저 읽어보신다면 책에 대한 글을 써주실 거죠?
양철댁 님의 리뷰나 페이퍼라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
 

지난 주 화요일 마르크스를 마지막으로 박정수 선생님과의 인문학 강의가 끝났다.  강의를 마치고 강의를 들은 엄마들과 선생님이 함께 김밥을 앞에 두고 조촐한 시간을 가졌다.  

13일 선생님에게 벌금형이 떨어졌다. 징역 10개월에 비하면 다행이다 싶지만, 마냥 기쁘고 개운하지는 않다.  선생님의 글이다.  

 WE ARE WATCHING YOU!

지난 5월 13일 쥐 그래피티 선고가 있었습니다. 형법 제 141조 ‘공용서류 등 무효죄’에 의거하여 유죄! 벌금, 박정수 200만원 최** 100만원! G20 정상회의 홍보포스터가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서류 기타 물건 또는 전자매체 등 특수매체기록”에 해당하는지, 쥐 그래피티가 그 ‘공용물건’의 효용을 어떻게 해했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판사는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판사가 제시한 근거는 “우리 헌법 22조는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지만 무제한적인 기본권은 아니며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공중도덕을 침해한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해야 하는 자체적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G20 포스터가 법에 명시된 ‘공용서류’에 해당하는 이유는 말하지 않고 엉뚱하게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공중도덕’을 해친 죄를 물은 것입니다. 제게 적용된 법률이 ‘모욕죄’인지, 그렇다면 제가 누구를 모욕한 건지도 모르겠고, 공중도덕을 해친 게 벌금 300만원 물을 범죄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더 어처구니 없는 건 “그래피티 작업으로 유명한 영국의 뱅크시 등은 원작품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타인의 창작물을 훼손한 박씨와 다르다”라는 미술평론으로 처벌의 근거를 삼은 점입니다. 제가 시종일관 그래피티 예술의 공공성을 인정해 달라고 했더니, 사법부는 엉뚱하게 홍보포스터의 예술성을 인정해 주었습니다. 3차 공판 때도 저한테 저의 쥐 그림 첨삭이 포스터의 도안을 그린 원작자의 의도를 침해한다는 생각은 안 해 봤냐고 묻더니(저는 그게 농담인 줄 알았습니다) 선고 때도 포스터 “원작품”의 훼손을 근거로 제 행위가 그래피티 예술이 아니라고 단정했습니다.(혹시 판사가 G20 포스터 디자인 공모에 당선된 분의 지인인가?)

실형을 면하고 벌금형에 그친 데 솔직히, 안도의 한숨을 내 쉬긴 했지만 곰곰히 생각하니 그 ‘아량’에 화가 납니다. 정상참작(“누군가는 해학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이나 감형은 무죄를 선고하기 싫어서, 범죄가 아닌 것을 처벌대상으로 규정하기 위한 근대 사법의 장치라는 푸코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감옥에 가두는 대신 광장과 거리를 보이지 않는 감옥으로 둘러 친 겁니다. 위축된 마음과 울분을 그냥 둘 수 없어서 다음 날 광화문 광장에 쥐 포스터를 들고 나갔습니다. 김여진 씨가 1인 시위를 한다기에 꼽사리 끼어 ‘쥐 포스터는 범죄가 아니다. 또 잡아갈래?’ 라는 마음을 표출하려고.

날라리 외부세력들과 점심을 먹고 시청으로 향했습니다. 거기에는 1200일 넘게 농성을 하고 있는 재능노조분들이 계십니다. 버젓이 노조활동하다가 하루 아침에 불법노조로 취급되어 쫓겨난 분들입니다. 최근에는 20일 넘게 삭발 단식농성까지 했습니다. 가는 길에 덕수궁 수문장 교대식을 하더군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길래 “세계가 4대강 참사를 주목합니다”라고 적힌 쥐 포스터를 들고 한참 서 있다가, 길을 건너 재능노조 농성장에 갔습니다. 갔더니, 단식으로 야위고 삭발로 파래진 머리로 나오신 분이 제 포스터를 보자마자, “도대체 G20이 뭐냐?”는 겁니다? “네?” “뭔데 또 농성장을 철거하겠다는 거냐? G20 끝난 거 아니냐?” 무슨 말씀인지 의아해 하는데, “중구청에서 G20 국회의장회의 한다면서 거리 정화를 위해 농성장을 철거하겠다며 계고장을 보내 왔다”는 겁니다. 아! 저는 G20의 과거를 연장하고 있는데, 그분은 G20이 현재형이더군요. G20 국회의장회의가 5월 18일부터 3일간 있습니다. 별다른 홍보가 없길래 몰랐죠. 왜 홍보가 없나 했더니, 그냥 친목모임이더군요. 의제도 황당합니다. ‘선진국을 모델로 후진국을 개발하자’, ‘테러 방지를 위해 글로벌하게 노력하자’는 겁니다. 개발의 일환인지, 테러방지를 위한 건지, 귀한 분들 오시니 마당 쓰는 건지, 재능노조 천막을 철거하겠다는 겁니다.(결국 16일 오전에 철거했습니다)

“어린이가 재능노조를 주목합니다”라고 적은 쥐포스터를 들고 집에 가려고 을지로 쪽으로 가는데, 지난 해 10월 31날 제가 붙잡힌 바로 그 가판대가 나오더군요. 23번째 쥐 그림을 그리려다 붙잡힌 곳이죠. 6개월이 지나 못다 그린 쥐 그림을 다시 그리는 마음으로 쥐 포스터를 들었습니다. 6개월 전에는 행인의 신고로 붙잡혔는데, 이번에는 행인에게 인증샷을 부탁, 공모자로 만들었습니다.

G20회의로 대변되는 ‘개발’(development)과 ‘공안’(police)의 논리로 파괴되는 삶이 너무나 많습니다. 어느 삶이 더 크고 더 작겠냐마는 4대강 공사로 인해 파괴되는 삶의 크기는 짐작조차 할 수 없습니다. 5월 첫 날 고작 90mm의 봄비에 4대강 공사 남한강 이포보, 강천보가 터졌습니다. 일주일 후 5월 8일 낙동강 구미보도 터졌습니다. 그 때문에 구미시 해평면 광역취수장 인근의 가물막이가 유실되면서 수위 저하로 구미, 김천, 칠곡군 생활용수 공급이 5일 넘게 중단되었습니다. 사람의 피해가 그럴진대 강 생명체들의 삶은 얼마나 파괴되었을까요. 그야말로 은폐된 재앙의 보가 ‘터졌습니다’

세계가 4대강 참사를 주목합니다. 그 참사의 주범들을, WE ARE WATCHING YOU!


 

 선생님에게 떨어진 200만원의 벌금 마련을 위해 '쥐벽서 티셔츠'가 판매될 예정인 것 같다. 홍대 앞 두리반에서도 모금행사가 열릴 것 같고.     

 

 

'G20 쥐벽서 티셔츠'가 제작됐다. 주요20개국 회의(G20)회의 홍보 포스터에 쥐 그림을 그려 공공물건을 훼손한 혐의(공용물건 손상)로 벌금 200만원과 100만원을 선고받은 대학강사 박정수(41)씨와 연구단체 '수유 너머' 연구원 최모(29)씨를 돕기 위한 티셔츠다.

쥐벽티 프로젝트(@G20_Rat)는 18일부터 '쥐벽서 티셔츠'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박씨와 최씨에 대한 판결이 난 이후 트위터 모임 '김여진과 날라리 외부세력'(@For_aufheben)의 한 회원은 쥐벽서 티셔츠를 제안했다. 이후 김여진이 지난 13일 자신의 트위터에(@yohjini)를 통해 "벌금이 무서워 상상력을 제한당해선 안되겠기에 쥐20포스터 그림 티셔츠를 제작 판매, 벌금을 함께 내자"는 글을 올리면서 티셔츠 제작은 본격화됐다.

'김여진과 날라리 외부세력'은 트위터를 통해 '쥐벽서 티셔츠' 사전 주문을 받기 시작했고, 디자인과 아이디어도 공모했다. 디자인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하루만에 예약 신청자가 200명을 넘어섰다.

'쥐벽서 티셔츠'는 트위터(@G20_Rat)에 구매 신청을 한 뒤 맞팔로잉을 하고 메시지(DM)로 사이즈, 수량, 배송지, 주소, 연락, 성명 등을 남기면 구입할 수 있다. 사이즈는 스몰(S)부터 3엑스라지(3XL)까지 6개 종류로 1장당 만원이다. 배송비는 착불.

한 엄마가 나온 벌금 보다 더 많은 돈이 모금되면 어떻게 하실거냐고 묻자, 억울한 일로 돈이 필요한 사람들은 많다고 하신다.  엄마들이 관심을 보이자 도서관에도 티셔츠를 보내주시겠다고 했으니 기념으로라도 장만해둬야겠다.  무엇보다 괘씸죄에 걸린 갑갑한 사법권과 그 배후 때문이기도 하고 혹시 아나... 그 날 이야기가 나왔던 것처럼 수십년 지나고 나면 그 희소성과 가치를 인정받아 꽤 가격이 높아질지.. ㅋㅋㅋ (음흉하기는...ㅉ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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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1-05-21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이거 트윗으로만 판매하는 거잖아요.
저도 트윗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심각하게 고민하다가...직장 동료에게 부탁했어요.

마냥 기쁘고 개운하지는 않지만...그래도 다행이잖아요~!

섬사이 2011-05-28 09:30   좋아요 0 | URL
그러셨군요. 요즘 트윗이 대세인가 봐요.
저도 트윗을 안하는 1인이랍니다.
별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살았는데
이런 일이 생기면 좀 고민이 되긴 해요.
전 선생님이 도서관에 가져다 주시길 기다리고 있어요. ^^
제가 트윗에 손대기까지는 아마 한참걸릴 거예요.

잘잘라 2011-05-21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트위터 접속할 일이 생겼네요. ^^

섬사이 2011-05-28 09:31   좋아요 0 | URL
메리포핀스님은 트윗을 하시는 1인이시군요. ^^

마녀고양이 2011-05-23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저는 트위터 안 쓰는데 어떻게 구매해야 할까요?
이미 구매 끝난거 아닐지 모르겠네요.

섬사이 2011-05-28 09:32   좋아요 0 | URL
앗, 트윗을 안 하는 1인이 여기 또 계시네요~!!! ^^
글쎄요. 구매가 끝났을까요?
그래서 선생님이 아직도 티셔츠를 도서관에 갖다 놓지 못하고 계신 걸까요?
음.. 도서관 사서선생님들께 여쭤봐야겠어요.

2011-05-31 09: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31 18: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박정수 선생님과의 5번의 인문학 강의가 끝나고 황혜림 선생님과의 영화강의를 시작한다.  다음주 화요일에는 엄마들이 모여서 강의에 올라올 5편의 영화 중 하나 (안토니아스 라인)를 보기로 했다.  커리큘럼은 다음과 같다.  

삶을 그리는 영화, 영화로 만나는 세상 

매주 화요일 10시부터   

강사 ; 황혜림 (영화 프로듀서, 환경영화제 프로그래머) 

1강 - 5월 31일  
주제영화 ; 죽은 시인의 사회
- 카르페 디엠, 삶을 가르치고 배우는 교육을 꿈꾸며 

2강 - 6월 7일  
주제영화 ; 러브 액츄얼리
- 달콤, 살벌한 로맨스 또는 관계에 대한 몇 가지 소묘 

3강 - 6월 14일
주제영화 ; 여섯 개의 시선
- 차별과 차이 그리고 인권에 대한 성찰
여성, 어린이, 장애인, 이주노동자 등 각계각층이 겪는 차별과 편견을 통해 우리 시대의 인권에 대해 생각해본다.  

4강 - 6월 21일
주제영화 ; 위대한 환상
- 전쟁과 휴머니즘, 인간다움에 대한 고찰 

5강 - 6월 28일
주제영화 ; 안토니아스 라인
- 딸, 아내, 엄마 그리고 나, 여성으로 산다는 것 

선생님은 지금 환경영화제 때문에 몹시 바쁘시다고.  상암 CGV와 서울 월드컵경기장 일대에서 열리고 있는 환경영화제는 다음주 수요일 25일까지 계속된다.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도 (권정생 선생님의 <엄마 까투리>도 애니메이션으로 만나 볼 수 있다) 있으니 주말에 가족이 함께 나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우리집은,,,, 막내가 열이 있어서 아무래도 못 갈듯. 게다가 가려면 어제 도서관에 가서 황혜림 선생님이 보내주신 초청장을 받아왔어야 했는데, 열이 있는 막내를 두고 영화보겠다고 설치는 엄마가 되기엔 좀 미안해서 초청장을 포기했다. 과, 감, 하, 게,,,!!! 

환경영화제 홈페이지 주소는 www.gffis.org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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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1-05-21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멋진 강의네요. 님따라 강의 들으러가고픈 욕망이 샘솟네요

섬사이 2011-05-28 09:33   좋아요 0 | URL
강의는 멋진데,제가 얼마나 잘 따라갈 수 있을지, 그게 걱정이예요. ^^

무스탕 2011-05-21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울동네 도서관에선 이런 친근한 강의가 없을까요? ㅠ.ㅠ
가까웠으면 관할이고 뭐고 무시하고 뛰쳐갔을거에요 ^^

섬사이 2011-05-28 09:35   좋아요 0 | URL
천안에 사는 제 친구에게 얘기했더니
자기도 그런 강의를 하는 곳이 가까이 있는지 알아봐야겠다고 하더라구요.
엄마들이 이런 강의를 들으려면 너무 멀어도 안되고, 시간도 맞아야하고..
강의들으러 오는 엄마들도 아이들 학교보내고 허겁지겁 오는 기색이 역력해요. ^^

세실 2011-05-22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 영화강의 커리큘럼도 상당히 좋아요.
저두 영화강좌 열고 싶었는데 관장님이 도서관 컨셉이랑 맞지 않는다고 'No' 하셨네요. 아쉽다~~~

섬사이 2011-05-28 09:38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박정수 선생님의 강의보다는 엄마들의 흥미도가 더 높을 것 같기는 해요. 하지만 세실님 도서관의 강의 커리큘럼도 얼마나 매혹적이던지...
저희 도서관 관장님께 다음엔 이런 강의를... 하면서 은근슬쩍 물밑작업을 해두었다는.. ㅋㅋㅋ
 
일기 쓰고 싶은 날 - 2015 오픈키드 좋은그림책 목록 추천도서, 유치원총연합회 선정도서, 학교 도서관 저널 추천 바람그림책 1
타쿠시 니시카타 글.그림, 김소연 옮김 / 천개의바람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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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일곱 살 딸의 일기를 공개한다.  맞춤법도 틀리고 띄어쓰기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딸 아이의 일기를 공개하자니 딸에게 좀 미안하지만 이 책을 아이와 읽고 싶었던 이유가 바로 딸아이의 일기에 있으니까 전후사정을 이야기하면 딸아이도 이해해주겠지 하는 대책없는 낙관론을 줏대있게 밀고나가기로 했다.

 
2011년 4월 26일 화요일
제목  생활
아침에일어나서세수을하고밥을먹고이을닦고옷을입고머리을빗고가방을매고비옷을입고신발신고버스가서면타고유치원에와서비옷을벗고반에들어와서컵을꺼내고수저을꺼내고계획하고손씻고논다간식먹고책을본다이야기나누기하고점심을먹고논다간다엄마랑같이논다 
 

누가 쓰라고 시키지도 않았건만 선물로 받았을 게 분명한, 디즈니 공주들이 총출동한 요란스런 표지의 그림일기장을 어딘가에서 찾아 꺼내와서는 방바닥에 절하듯 엎드려 연필로 꼭꼭 눌러쓴 일기다. (그런데 '일기'라는 글쓰기 형식은 도대체 어떻게 알았을까?)  다 쓰고서는 가져와 나에게 자랑스럽게 내밀었는데, 깍두기 공책 칸칸마다 나름 정성을 기울여 쓴듯한 글씨들과 또 어쨌든 시키지도 않은 일기를 쓴다고 꽤 긴 글을 쓴 그 노력에 감동했다. 하지만 솔직히 일기의 내용에 대해서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내용은 물론이고 무참하게 무시당한 맞춤법과 띄어쓰기에도 차마 지적질을 하고 싶진 않았다. '아이가 쓴 글에 지적질하지 않는다'는 첫아이 때부터 지켜온 나름의 신조다. 그냥 "와~~ 우리 딸이 이제 일기도 쓰네~ 이만큼 글씨를 쓰려면 힘들었을 텐데.."라고 한 마디 했을 뿐.  

그러나 며칠 후 소풍을 다녀온 딸아이가 일기를 쓰겠다고 했을 때 나는 "이번에는 소풍간 이야기를 쓰면 좋겠다."라고 한 마디 하고 말았다.  소풍간 날의 일기다.  

2011년 4월 29일 금요일
제목 소풍가는 날 
오늘은초록향기마을가다토끼도보고사슴도보고딸기도따다피아노집도있었다또빈일하우수가더워다 

처음 일기보다 글이 무척 짧아졌고, 나열식 문장은 변함이 없고, '비닐하우스'를 '빈일하우수'라고 쓰는 등 맞춤법과 띄어쓰기에서도 개선의 여지가 전혀 보이지 않지만 일곱 살 아이가 놀자고 하는 일에 죽자고 덤비는 꼴을 보이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어미된 도리로써 적어도 일기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주고 싶은 욕구도 무시할 수 없는 터.  그러다가 마침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이다.   

이 책은 생쥐 별이와 참새 달이가 또박이 삼촌과 함께 '나들이 일기책'을 만드는 과정의 이야기를 담았다. 자연사 박물관에 다녀온 별이와 달이가 박물관 마당에서 주운 나뭇잎, 기념스탬프, 입장권 등을 붙이고 그림을 그려서 나들이 일기를 완성한다. 하지만 '나들이 일기책'을 쓰기 위해 꼭 특별한 장소로의 나들이가 필요한 건 아니라는 것도 언급해준다. 바람에 춤추고 있는 빨래, 고양이의 하품, 하늘에 하얀 빗금을 그리며 날아가는 비행기, 떨어진 새의 깃털 하나, 재미있게 생긴 벽.... 이런 사소한 풍경들을 그림으로 담아 보여주기도 하는 것이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중간중간 '우리 함께 나들이 일기책을 만들어 보자.', '만드는 법을 가르쳐 줄게.', '그림 그리는 방법을 가르쳐 줄게.' 같은 Tip들이 있어서 아이들이 나들이 일기책에 쉽게 접근해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어서 유용해 보인다. 그러나 나는 이 책에서 '나들이 일기책'을 쓰고 만드는 방법을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한 점을 발견했고 그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건 또박이 삼촌이 아이들에게 해주는 말 속에 있다.

또박이 삼촌은 아이들에게 이렇게 이야기 해준다.  


"잘 만들지 못해도 괜찮아. 나만의 나들이 일기책이니까 마음껏 해보는 거야."

"쓰고 싶을 때 쓰면 돼. 마음대로 쓸 수 있으니까 재미있는 거야." 

 
내가 딸아이에게 해줘야 할 말들이 책 안에 모두 담겨 있는 느낌이랄까. 게다가 맨 마지막 장에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언제든 나들이 일기책을 펼치면 그 때의 나를 만날 수 있답니다.'라는 멋진 멘트를 날려주다니. 딸아이의 일기를 보고 지적질 하지 않은 나 자신을 쓰다듬어주지 않을 수 없었다.

별이와 달이가 삼촌에게 한 수 배운 실력을 발휘한 첫 나들이 일기는 우리 딸의 일기만큼이나 미숙한 면모를 보여주지만, 그게 또 이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 용기를 주지 않을까. 또박이 삼촌이 만든 것처럼 완벽한 예만을 보여준다면 그 앞에서 아이들은 감히 나들이 일기책을 만들어볼 엄두를 내지 못할 테니, 미숙한 별이와 달이의 나들이 일기책 또한 아이들에 대한 배려인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해졌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는 자기도 나들이 일기책을 만들어 보겠다고 나선다. 욕심에 제대로 나들이를 해서 만들고 싶단다. 얼마 전에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에서 열리고 있는 '해치야 놀자'를 어린이집에서 다녀왔는데, 이번 주 토요일에 엄마아빠랑 다시 한 번 더 가보고 싶다며 벼르고 있다. 아무튼 우리 딸의 일기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려준 책이자 쓰고자 하는 동기부여를 확실하게 해 준 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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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5-19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일기가 마치 이상의 시 같아요. 혹시 넘치는 문학성 때문?

그래도 절대 지적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지키다니 멋진 엄마십니다. 저도 딸래미에게 독후감 쓰기에 관한 책을 쥐어줘야겠어요. ㅎㅎ

섬사이 2011-05-20 09:06   좋아요 0 | URL
아... 그러고보니 어쨌든 모양은 이상의 시와 비슷한 면도 있네요. ^^
제가 어릴 때에도 독후감 쓰기는 참 어려운 과제였는던 것 같아요.
아이들의 독서감상문들이 엮여서 나온 책이 있었는데,
저는 그 책이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아, 독후감에 이런 이야기를 써도 되는구나, 하는 예들을 볼 수 있었거든요.

무스탕 2011-05-20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이뽀라~~ >_<
일기를 따라 읽다보면 아이가 지나온 하루가 보이네요 ^^

6학년 정성이는 1주일에 한번인가 두번인가 일기를 써요. 그것도 집에서 써 가는게 아니고 학교에서 대충 써서 내더라구요 -_-;;;
담임 선생님께서 제시한 일기 형식이 있는데, 그날의 날씨, 하루중 있었던일 간단간단하게 단어 나열식으로 적고 그 중 한가지를 골라서 거기에 대해 자세하게 적는거에요.
정성이의 지목을 받은것 중엔 동네 길냥이도 있었고 반에서 떠든 아이들도 있었고 어린이날기념 소운동회에서 달리기 꼴찌한것도 있었고.. ㅎㅎㅎ

섬사이 2011-05-20 21:19   좋아요 0 | URL
선생님이 일기 검사를 하던 초등학생 때는 저도 일기 쓰기가 정말 싫었어요. 그런데 중학교 때부터 일기 검사를 하지 않으니까,
그 때부터 더 열심히 일기를 썼던 것 같아요. ^^
운동회에서 달리기 꼴찌한 이야기, 그건 저의 초공감을 이끌어낼 것 같아요.
저도 달리기 무지 못해서 운동회가 너무 싫었거든요.

마녀고양이 2011-05-20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님의 일기 굉장히 좋은데요.
자신이 한 일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또한 명확하게 표현하잖아요. 와....
상황 파악도 확실하게 하고 있고, 저렇다면 상황에 맞게 처신도 잘 하겠는걸요.

요즘 유치원 미술 치료 나가보니, 주제와 항상 상관없는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이 있어요.
조금 안타깝더라구요. 이쁘기도 했지만요. ^^

코알라는 2학년부터 일기를 안 보여줘요, 그래서 안 보고 있어요.. 아하하.

섬사이 2011-05-20 21:22   좋아요 0 | URL
'굉장히 좋은' 건가요? ^^
그냥 아이가 '쓴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어요.
저도 아이들이 보여주지 않으려고 하면 꾹꾹 참고 안 봤어요.
요즘도 큰딸 다이어리 속이 궁금한데
신경 끄고, 신경 끄려고 노력하며 지내고 있어요. 하하하하

sslmo 2011-05-21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 아들은 미투에 일기를 쓰더라구요.

저랑 따님이랑 정신 연령이 똑같은가 봐요.
저도 디즈니 공주 수첩에 끄적거리거든요~^^

섬사이 2011-05-28 09:41   좋아요 0 | URL
아.. 미투에 일기를.. 음. 거의 접근불가능이겠네요.
전 그래도 일기장에 손글씨 일기가 가장 좋던데..
보안성에서 좀 문제가 있긴 하지만.

뭐, 디즈니 공주는 장난감, 문구, 의상, 액세서리 등 각종 분야에서
워낙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니까요.
저는 가끔 디즈니 공주 볼펜과 연필을 사용해요. ^^;;
 
우리들의 스캔들 창비청소년문학 1
이현 지음 / 창비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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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반듯한 신도시 아파트 단지 사이에 자리 잡은 신설학교인 우리 새빛중학교. 하지만 '새롭다'라는 것은 단지 이름과 시설뿐이다. 군내 나는 교칙들과 꽉 막힌 선생님들, 더불어 칙칙함의 절정을 보여주는 교복까지. 그야말로 고리타분의 결정판이다. (p.8) 

학교다. 내가 학교 다닐 때는 없었던 사물함과, 정수시설, 깨끗한 도서관, 아이들 체격에 맞춰 제작된 좀 더 크고 넓은 책상과 의자, 교실마다 갖춰진 컴퓨터와 TV... 그래서 어쩌다 아이들 학교에 가면 외관과 시설을 보고 격세지감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학교다.  학생 인권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긴 하지만 일제시대와 군부정치 시대를 거치며 만들어진 군대식 학교문화가 아직도 군림하고 있는 듯한.

우리집 근처 자사고에서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 '집에서는 잠만 재워서 보내주시면 됩니다.'라고 했단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내가 섬뜩했던 건 그 말 속에는 학교와 학부모간의 모의가 담겨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의견은 쏙 빠진 채, 부모는 잠만 재워서 학교에 보내면 학교는 잘 짜여진 프로그램대로 아이들을 공부시키겠다는 뜻이니까 일종의 거래라고 해야하나.  요즘 듣는 인문학 강의에서 푸코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학교의 훈육권력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그 자사고의 이야기와 이 책에서 훈육권력의 실상을 확실하게 본 것 같은 느낌이다.  

나도 학교가 싫고, 공부가 지겹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학교 밖이라고 해서 더 나은 것도 아닌 것 같으니까. 아니, 학교 밖으로 튕겨져 나간 아이들의 처지가 어떤지는 들리는 소문만으로도 암담하다. 대안학교니 홈스쿨링이니 유학이니, 그럴듯한 이야기들은 멀게만 느껴진다.
외고에 가고, 그럴싸한 대학에 가고...... 그 후에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내 목표가 가장 선명한 것이라고 믿고 있다.   (p.24)

고리타분의 결정판이라고 하면서도 학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이들의 허우적거림을 작가는 이렇게 정리했다. 학교를 벗어나 다른 길로 들어서자니 너무 막막한 뜬구름이라 아이들은 자기가 가는 길이 그저 최선이라고 믿을 뿐이다. 그리고 부모들도.  

고리타분의 결정판 학교와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인물인 진숙경. 새빛중학교 2학년 5반에  온 서른 살 늦깎이 교생이자 미혼모이며 일주일에 두 번 클럽 무대에 서는 무명가수다.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마약이나 도박을 한 것도 아니니 사실 교생으로서의 결격사유가 된다고 볼 수는 없지만 학부모의 거센 항의와 함께 학교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게 된다.  

고리타분의 결정판 학교에 가장 나쁜 예가 되어주는 두 인물, 2학년 5반 담임교사와 학생주임. 이 두 사람을 보고 있으면 일제강점기의 일본 순사를 보고 있는 기분이 든다. 선량한 사람들을 끌어다가 말도 안되는 자백을 강요하고 고문을 일삼고 온갖 비열한 짓을 서슴지 않는.  

이쯤되면 고리타분의 결정판 학교의 울타리 안에서 교생 진숙경과 담임교사와 학생주임 사이에 있는 아이들이 걱정스럽다. 21세기를 살아가는 톡톡 튀는 아이들은 인터넷에 비밀카페를 만들어 익명으로 즐길 수 있는 자기들만의 자유로운 공간을 만들지만 이 카페를 통해 교생 진숙경의 낱낱이 공개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던 것. 게다가 담임과 학생주임의 모략과 폭력에 저항하지 못하고 같은 반 친구의 증명할 수 없는 잘못에 대한 내부고발에 말려들고 만다. 그 결과 '스톰'이라는 정체불명의 조직에 연루되었다는 죄로 송은하라는 아이가 지목당하고 결국 가출과 무기정학이라는 극단의 상황을 맞게 된다.  

그래도 돌아버릴 것 같다. 화가 나서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다. 그런데도 내가 대체 누구에게 화가 난 것인지 모르겠다. 뭔가를 향해 돌팔매질이라도 하고 싶은데 대체 무엇을 겨냥해야 할지도 알 수 없다. (p.141) 

 고리타분의 결정판인 학교, 비뚤어진 교사,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안에서 뒤틀릴 수밖에 없는 아이들이 있다. 그러나 비혼모 늦깎이 무명의 클럽가수 교생 진숙경은 이 부당한 현실과 싸우기로 결심한다.  

"싫어. 그렇게는 못 해. 두고 봐. 내가 가만있나. 뒤에서 애들 패고, 애들 협박해서 고자질이나 시키고....... 그래놓고 내가 교육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임용고시 본다며? 그럼 졸업을 해야 할  거 아냐."
"됐어. 이따위 학교, 오래도 안 와. 이게 학교냐? 이게 교육이야?"
"그럼 대체 어쩌겠다는 건데?"
(중략)
"너한테도 죽어도 할 수 없는 일이 있잖아. 나한테는 이게 그런 일이야. 이런 상황에서 알았다고 무릎 꿇는 일, 그냥 도망치는 일..... 그럴 순 없어. 그러니까 이해해줘." (p.115)

진숙경이 교생으로 온 2학년 5반에 다니는 이보라와의 대화다. 사실 이 책은 진숙경의 조카인 보라가 화자가 되어 서술되고 있다. 보라는 저항하겠다는 이모 진숙경의 모습을 보며 '튀지 않는다. 밟히지도 않는다'(p.6)던 자기만의 학교생활백서 1조를 포기하고 진숙경이 자기 이모라는 것을 밝히고 저항에 가담하기 시작한다. 그러고는 누군가 인터넷에 올린 담임이 같은 반 친구를 패는 동영상을 검색 순위창에 뜨게 하기 위해 조회수를 올리기 위한 소심한 클릭질에서  바들바들 떨면서도 시선을 피하지 않고 담임의 협박에 맞서는 용기까지, 중학생 2학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저항을 보여준다.  

이모 덕분에 3학년들에게도 나는 제법 유명 인사가 되었다. 우리 반 아이들도 나를 여간이 아닌 아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저 그런 범생이었던 이보라의 처지가 이렇게 달라질 줄이야.
그런 시선들이 따갑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나 자신의 시선에 대해서라면 당당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이겨낼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요즘 새롭게 배워가는 중이다. (p.210) 

오래 전에 읽었던 <초콜릿 전쟁>이라는 책이 생각났다. 그 책에서도 학교 안의 권력이 등장한다. 그리고 주인공은 처절하게 진다.  이 책에서는 담임이 사표를 쓰고 학교를 떠난다. 진숙경과 이보라, 아이들의 저항은 성공한 걸까? 고리타분의 결정판인 학교를 바꿔놓았을까? 그 견고하고 완강한 틀의 한 쪽 귀퉁이라도 찌그려트린 걸까? 절반의 절반의 절반의 절반의 성공에도 미치지 못하겠지만 난 아이들이 옳지 않은 것을 옳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배웠다면 그것도 큰 성과라고 믿는다.  

그래도 난 믿고 싶다. 나쁜 선생님들보다 훌륭한 선생님들이 훨씬 더 많다고. 그리고 아이 셋을 키우는 동안 (셋째는 이제 겨우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지만) 그렇게 파렴치하고 못된 선생님을 만난 적이 없다. 오히려 좋은 선생님이 더 많았다. 운이 좋았던 건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경쟁을 부추기는 교육환경의 틀 안에서는 아무리 훌륭한 선생님의 자질을 갖춘 분이라도 그 자질을 발휘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고 아이들도 더욱 힘겨워질 게 뻔하니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이현 작가의 책을 읽어가는 동안 글의 얼개를 참 잘 엮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의 신음소리를 잘 듣고 그런 아이들에게 용기를 주려는 작가의 마음도 느껴진다. 이제 <영두의 우연한 현실>을 읽는다.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하게 만든다. 고맙다. 이현이라는 작가가 어른들을 위한 소설가나 시인이 되지 않고 우리 청소년들과 어린이들을 위한 작가가 되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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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1-05-12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에서는 잠만 재워서 보내주시면 됩니다,라니.. 정말 섬뜩합니다.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학교 이야기라니 대체.. 어이구. 무슨 말을 못하겠네요.

님의 말씀처럼, 문제는 선생님이 아니라 시스템이니, 우선 시스템을 확 쳐부술 방법부터 모색해야..?? -.-;;

섬사이 2011-05-13 19:50   좋아요 0 | URL
가끔요, 그 단단한 벽을 한 번에 확 부숴버리긴 불가능할 것 같으니까
야금야금 살살 금이 가게 만들면 언젠가 와그르르르 허물어져 버리지 않을까, 상상하곤 해요.
상상만으로도 유쾌 상쾌 통쾌해서 혼자 씨익 웃곤 하지요.^^

무스탕 2011-05-13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막말로 뭣하러 집엔 보낸답니까? 잠자러 갔다 올 시간 아까워서 어떻게 집엔 보낸답니까?
뭐가 중요하고 뭐가 앞서야 하는지 제대로된 판단을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는게 정말 섬찟하도록 무서워요. 아이들이 배운대로 행할텐데 지금같은 미래가 이어진다는게 무서워요.

정성이가 이제 내년엔 중학생이 되는데 전 그게 무지 슬퍼요. 이제 이 녀석도 본격적인 전쟁에 들어서야 하는구나.. 하고요.
우리 애들이 좋은, 바람직한 선생님과 체계 아래서 공부할수 있는 날이 언제나 올까요?

섬사이 2011-05-13 19:56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랬던 것 같아요. 처음 유치원에 보낼 땐 그저 대견했고,
초등학교에 입학시킬 땐 좀 불안한 정도였지요.
그런데 중학교에 입학할 땐 무지 심난하고 한숨나고 그러더라구요.
둘째 녀석 일반 인문계 남고에 보내면서 무척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요,
힘들어하면서도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들이 즐거운가봐요.
성적과 경쟁, 강요된 타의에 의한 공부, 그런 것만 아니라면
더 즐겁게 다닐 것 같아요. ^^

마녀고양이 2011-05-14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들 저랑 비슷한 느낌이셨나봐요.
저두 페이퍼의 '잠만 재워서 보내주시면 됩니다'에서 섬찟했거든요. ㅠ

제 친구가요, 대안 학교에 보낼 계획을 세우더라구요.
그런데 몇천인가를 미리 내야하고, 대신 기숙사제이고 1년인가는 외국에서 지내고
머 이런 시스템이더라구요. 음, 대안 학교를 저는 자연주의적 학교라고 생각했었는데
제가 틀렸나봐요. 무엇을 위한 대안인지 궁금했어요, 대안도 여러 대안이 있겠죠?

섬사이 2011-05-14 09:40   좋아요 0 | URL
둘째녀석 때문에 저도 대안학교를 알아봤었는데요,
대안학교도 천차만별이더라구요.
저는 강화도에 있는 산마을학교를 보내려고 했었는데
그곳도 생각보다 경쟁률이 너무 높았어요.
워낙 신입생을 적게 뽑아서요. (남학생은 겨우 9명...)
가장 좋은 건 공교육이 제대로 바람직하게 정상화되어서
평범한 많은 아이들, 그리고 상처가 있는 아이들까지
되도록 많은 아이들이 즐겁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는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자칫 대안학교도 귀족학교의 하나가 될 위험이 있기도 하구요.

네꼬 2011-05-18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현샘, 참 잘 쓰시죠! 저는 <짜장면 불어요!>도 <로봇의 별>도 다 좋아요. 이 책도 좋아요. 섬사이님도 좋아요. 보고 싶었어요. (느끼.)

섬사이 2011-05-19 11:37   좋아요 0 | URL
오마나~!!! 네꼬님~!!!!
저야말로 얼마나 보고싶었는지!!
네꼬님에게 보고싶었다는 말을 들으니 온몸이 짜릿해요.
제 입꼬리가 귀랑 만나려고 마구 달려가요.
정말정말 반가워요, 반가워요, 반가워요, 반가워요, 반가워요 곱하기 천만번쯤이예요. 그리고 고마워요, 이렇게 무사하다는 생사확인(?)을 해줘서.
오늘 하루종일 싱글벙글하고 다닐 거예요.
사람들이 뭐 좋은 일 있냐고 하면 비밀이라고 해야지. ^^
<로봇의 별>은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지금은 <오늘의 날씨는>을 읽고 있는데요,
그거 다 읽고 나면 <로봇의 별>을 읽으려구요.
요즘 이현이라는 작가에게 홀딱 반해있어요.
그리고 저도 네꼬님이 좋아요. (말하고 나니까 쑥쓰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