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볼거리에 걸렸다.  17살짜리가 볼거리에 걸리나... 의심스러웠지만 의사선생님 말씀이 어린애들보다 둘째 또래의 청소년 아이들이 볼거리에 더 많이 걸리고 있단다.  지난 월요일에 증상이 시작되어 이번 주 내내 학교에 가지 못하고 격리조치되고 있다. (오늘이 양식실기시험 보는 날인데 그것도 포기..아까운 접수비 ㅠ.ㅠ)  우리집 꼬마는 오빠가 볼거리에 걸린 덕에 덩달아 어린이집에 못가는 실정.  어린이집에서 볼거리 보균자일지 모를 막내가 등원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뭐, 나도 찝찝한 건 싫다.   

의사 말로는 막내를 어린이집에 보내도 상관없다고 한다.  네이버에서 찾아보니 잠복기가 1주~3주라니, 병균이 퍼지자면 벌써 다 퍼졌을 것이다.  하지만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다른 엄마들이 알게 된다면 무지 신경이 쓰일 것이고, 어린이집  쪽에서도 불편한 것은 당연한 것 같다. 공연히 어린이집에 보냈다가 어린이집 아이 한 명이라도 볼거리에 걸린다면 죄인이 될 테니, 차라리 둘째 볼거리가 다 나을 때까지 집에 있게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첫째는 세 군데 대학에서 연달아 퍼퍼퍽 낙방의 고배를 마셨다. 워낙 의젓한 성격이라 내색은 하지 않지만 기분은 매우 더러울 듯.  게다가 첫째보다 등급이 낮은 같은 반친구는 줄줄이 합격을 했다는 소식이다.  비결은..  4년간 외국에서 살다 와서 영어가 유창하다는 사실 때문인 것 같다고.  음...  국내에서 성실하게 공교육과정을 밟는 거보다 외국 나가서 몇 년 살다 오는 게 더 유리하구나.  돈만 많으면..!!!!   말로는 그 아이도 4년 동안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고생 많이 했을 거라며 큰아이 마음을 달래지만 어쩐지 나도 기분이 묘하다.  그리고 첫째와 같은 반 친구인 인기 아이돌 걸그룹 멤버 중 하나인 아이는 여기저기 대학에서 와달라고 매달리고 있단다.  "학교 홍보에 쓰려고 그러는 거겠지."했더니 우리 딸 격분한 목소리로 "엄마, 그 대학은 홍보 안해도 서로 가려고 난리를 치는 학교거든~!! 연영과에 들어간다면 또 몰라. 왜 엄한 인문학부에서 오라고 난리냐구, 난리가.."  그건 또 그러네..  

이래저래 첫째 아이는 세상의 쓴맛을 배워가는 중인 것 같다.   

투표는 물론 했다.  좀 바뀔까... 기대해도 좋을까...  희망을 품어보려 하고 있지만 선거기간동안 흠집과 상처로 뒤범벅이 된 모습을 보면 좀 마음이 무겁다.  시장직을 수행해가는 동안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흠집을 내려하고 끌어내리려 하고 상처를 주고 일을 방해하려들까 싶어서.  아이들이 세상의 쓴 맛을 배우기 보다 세상의 공정함과 희망을 배울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정함'을 외치는 건 바보일까?)

평범한 전업주부인 나의 일상도 크고 작은 파도에 떠밀리고 휩쓸리고 .. 그리고 견뎌간다.  밀린 설거지를 처리하듯이 모든 일이 그렇게 쉽고 간단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좋아하는 TV 드라마를 보며 하루 햇볕에 보송보송 마른 빨래를 개는 느긋함으로 나날을 보낼 수 있다면 또 얼마나 좋을까.  둘째 볼거리도 빨리 낫고, 첫째의 20대의 시작도 잘 준비되고, 막내의 일상도 얼른 제자리를 찾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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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10-28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예인들 공부도 안 하면서 대학에서 와달라하고, 본인들도 어디갔다하는 꼴, 정말 보기 싫습니다.
김연아 선수 아무리 국위 선양하면 뭐합니까, 저는 학교 출석도 안 하고 그러는거 보면 진짜 우습다 생각합니다.
차라리 유승호처럼 지금은 대학가지 않겠다고 말해주는 편이 이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나저나 큰 따님은 속상하겠네요.

네, 꼭 공정함과 희망이 우선인 사회였으면 한다는 점, 깊게 공감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소망들, 꼭 이루어지시기 바랍니다.

섬사이 2011-10-28 20:13   좋아요 0 | URL
유승호는 연대 정치외교학과에서 오라고 불렀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아요.
정치외교학과라는 말에 그 과에서 유승호를 왜? 하고 제 귀를 의심했었죠.
제 딸도 유승호의 그런 점이 마음에 들었답니다.
사실 연예인이 특례입학으로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자리에 우리딸이 들아가진 못할 거예요. 하지만 공부하는 아이들 기운빠지게 하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여러 해 외국에서 살다 왔다고 좋게 봐주는 것도 그래요. 우리나라는 우리의 교육제도를 그렇게 믿을 수 없는 걸까요. 대학도 우리의 공교육제도를 묵묵히 성실하게 따라온 학생들을 못믿어하고, 학생들은 학교를 답답해하고, 부모들은 학교의 교육내용이 충실치 않다며 사교육에 의존하지요.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 마음이 심난해집니다.
우리는 대학을 통해 아이들에게 뭘 가르쳐주려 하는 걸까요.

무스탕 2011-10-28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주부터 볼거리 판정을 받고 집에 격리조치^^; 상황이었으면 접수비 환불조치 하시지 그러셨어요. 지난주에 신청하면 절반은 되돌려 받으셨을텐데.. 정말 아까워라. 준비 더 많이 하셔서 다음에 한방에 콱- 붙어 버리세요 :)

볼거리가 예방주사를 맞았을텐데도 걸렸네요. 아플텐데 잘 견디고 잘 낫길 바래요. 막내한테도 누나한테도 옮기지 않고 무사히 잘..
큰따님이 속 많이 상하겠어요. 주변에서 지켜보는 부모 입장에서도 속상하지만 본인이 제일 힘들겠지요. 다음에 더 좋은 기회가 주어지라는 신의 계시라 생각하세요. 긍정의 힘을 믿습니다!!

섬사이 2011-10-29 08:53   좋아요 0 | URL
볼거리가 빠르면 3,4일 안에 가라앉을 수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잘하면 양식실기시험을 볼 수 있겠구나, 했죠. 예방주사는 성실하게 다 접종했는데 그래도 걸리나봐요. ㅠ.ㅠ
큰딸은 거의 매일 뒤숭숭해하고 있어요. 어제는 영어는 원어민급으로 하는데 수학이 7등급인 아이가 대학서열(?) 10위권 안에 있는 대학의 공대에 붙었대요. 영어만 잘 하면 수학이 엉망이라도 공대에 들어갈 수 있다며 어이없어 하더군요. 아마 배도 아프고 기운도 빠지겠지요. 저에게 막내를 외국으로 일찍 유학보내라는 말을 하는데 마음이 아팠습니다. 우리나라에 불어닥친 영어열풍이 이상하다 했더니 바로 이런 원인들이 있었더군요. 그동안 내가 너무 순진하게 살았나, 하고 제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노래를 흥얼거리게 된다니까요.
이번 주 도서관 책읽기 모임에서 토론할 책이 <긍정의 배신>이라는 책입니다. ^^ 하지만 무스탕님의 긍정의 힘을 더 따르고 싶은 날이예요.
 

아이와 자주 가는 어린이 도서관에서 다른 5명의 엄마들과 함께 7명의 아이들이 '색깔아이'라는 미술품앗이 모임을 하고 있다.   거의 1년 반정도의 시간을 함께 한 것 같은데 엄마들이 일주일마다 한 번씩 돌아가며 책을 읽고 미술활동을 하는 방식으로 꾸려간다.  그 도서관에서는 가을마다 '나랑 같이 놀자'라는 제목으로 지역행사를 벌인다.  몇 가지 부스를 만들어 지역 아이들과 체험활동도 벌이고 1년 동안 도서관에서 벌인 각종 프로그램의 결과를 전시하기도 하고.... 지난 10월 15일에 열린 '나랑 같이 놀자'는 도서관 10주년 행사로 좀 준비를 많이 했었다. 그런데.... 그 날 가을비가 내려서 준비했던 것에 비해 활력이 넘치는 행사가 되지 못했다.  

암튼, 그 행사에 색깔아이는 무엇으로 참여할까, 고민하다가 아이들이 그린 <고 녀석 맛있겠다>로 큰 그림책을 만들어 전시를 하자고 결정했다.  그래서 나온 작품들을 이 곳에 전시해 보관하려고 한다.  

 

 

 

 

 

 

 

 

 

 

 

이 그림들이 90*180의 크기로 확대되어 기다란 병풍그림책으로 만들어졌다.  원래 행사장 밖에 전시될 계획이었지만 비가 오는 바람에 아이들과 엄마들의 노래 잔치가 열리는 (김용택 시인, 백창우 시인, 이등병의 편지를 작곡한 김현성 씨 등이 함께 준비하고 참여해주신) 공연장 앞에 놓이게 되었다.  

 

처음엔 아이들이 잘 그릴 수 있을까 걱정이 되어 엄마들이 먹지를 대고 밑그림을 그려줄까 생각했지만 아이들의 능력은 놀라워서 엄마들이 먹지로 뜬 밑그림보다 훨씬 더 예쁘고 귀엽게 스케치를 해냈다. 아이들다움이 드러나는 그림들을 보고 엄마들이 얼마나 좋아했는지.  

이 그림들로 엽서를 만들어 미야니시 타츠야에게 보내주면 좋겠다고 꿈꾸고 희망하고 있는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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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1-10-26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들이 그냥 그린게 아니라 정말 잘 그렷네요. 아 진짜 멋져요

섬사이 2011-10-27 12:28   좋아요 0 | URL
기대했더 것 보다 아이들이 잘 그려줘서 정말 신이 났더랬어요. ㅎㅎ

마노아 2011-10-26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아, 대단한 작품이에요. 아이들도 엄청 뿌듯할 거예요. 작가님께 보내주면 정말 기뻐할 것 같아요.^^
활자는 붙인 건가요? 대단, 대단해요!!!

섬사이 2011-10-27 12:27   좋아요 0 | URL
예, 아이들보다 엄마들이 더 뿌듯했던 것 같아요.
저 큰 병풍책으로 만들어지기까지 몇 단계를 거쳤는데요,
아이들은 8절지 도화지에 연필로 스케치를 했어요.
그걸 스캔해서 4절지 크기의 매트지로 출력해서 포스터 물감으로 색칠했지요.
다시 그걸 스캔해서 컴으로 글을 앉히고 저 큰 사이즈로 뽑은 거예요.
아이들 그림 한 장 당 용량이 400메가였어요. ^^

blanca 2011-10-26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정말 놀라워요. 작가에게 보내주면 감동일 것 같아요....

섬사이 2011-10-27 12:24   좋아요 0 | URL
미야니시 타츠야가 정말 감동해줄까요?
문제는 엽서 제작 비용인데...
차차 엄마들끼리 의논을 해봐야될 것 같아요.

잘잘라 2011-10-26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우웅" 정지우,가 그린 '울부짖는 법을 가르치는 아빠 공룡' 그림, 멋져요! 자세 좋고~ ^^

섬사이 2011-10-27 12:23   좋아요 0 | URL
지우는 색깔아이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2학년 여자아이예요. 그림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 잘 정돈된 느낌이 들죠?
 
[모나리자 도난사건]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모나리자 도난사건 키다리 그림책 24
존 패트릭 루이스 글, 개리 켈리 그림, 천미나 옮김, 노성두 감수 / 키다리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어제 큰딸과 간송미술관에 다녀왔다.  큰딸이 자기가 죽기 전에 꼭 보고 싶다고 하는 그림이 있다.  단원의 '마상청앵도'인데 이번 간송미술관 전시에 혜원의 미인도와 함께 전시된다는 걸 알고는 딸이 꼭 가봐야겠단다.  미인도는 이번에 두 번째 보는 것이다.  누가 뭐라든 이번엔 꼭 미인도 앞에 사람들에게 떠밀려나는 일 없이 꼼짝도 하지 않고 버티고 감상하리라, 마음 먹었는데 다행히 한창 '바람의 화원'이 히트를 쳤을 때 열렸던 전시회에 비해서는 버틸만 했다.   

내가 미인도와 간송미술과 전시 이야기를 주절주절 늘어놓는 것은 '모나리자 도난사건'이라는 이 책이 문화애국주의를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자주 모나리자 보다는 미인도 속 여인이 훨씬 더 신비스럽고 아름답다고 떠벌이곤 한다.  그리고 간송미술관에 갈 때마다 간송 전형필 선생님께 고개 숙여 감사드리고 싶어진다.  이 그림책을 읽으면서 나는 모나리자 대신 미인도를 대입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미인도가 일본이나 중국의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면 얼마나 안타까울까 싶은 것이다.  물론 굳이 미인도를 대입하지 않더라도 약탈당한 수많은 문화재와 미술품들을 생각하면 억울하고 분한 감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고 빨리 되찾아 오지 못하는 처지를 생각하면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모나리자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데에는 100년 전에 벌어진 이 도난사건이 큰 역할을 했다는 주장도 있는 것으로 안다.  루브르에 있는 다른 미술품들에 비해 모나리자가(크기도 77*53의 아담사이즈면서!!) 특수유리 속에 고이 모셔지는 특별대우를 받고 있는 것도 아마 빈첸초 페루자가 벌인 도난사건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트라우마 때문일 거라는 생각도 든다.  암튼 이 책은 100년 전에 벌어졌던 모나리자 도난사건을 이야기하면서 묻는다.  이탈리아의 천재화가 레오나르도의 모나리자를 훔친 빈첸초 페루자의 행동이 올바른 것인가 잘못인가, 하고.  모나리자는 약탈당한 것이 아니라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금화 사천 개를 받고 프랑수아 1세에게 팔았다고 하니 뭐, 할 말이 없다.  그야말로 이탈리아 국민들은 모나리자를 향하여 '지못미'라도 외쳐야 할 판. (새삼 미인도를 향해 '지못미~'를 외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행복하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이 솟는다.  만약 모나리자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의해 프랑스에 팔린 작품이 아니라 약탈당한 작품이었다면, 빈첸초 페루자의 행동은 올바른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루브르 박물관이나 대영박물관에 있는 수많은 약탈문화재에 대한 반환 문제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제국주의시대의 아련한 향수를 포기하고 하고 싶지 않다는 듯 문화재 반환을 거부하고 있는 그들에 대한 문제 또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의 약탈에 비하면 빈첸초 페루자가 벌인 모나리자 도난사건은 애교에 불과할 듯.  물론 그릇된 일에 크고작음을 따질 수 없다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말하자면 그렇다는 거다.  

우리도 약탈당한 입장이라서일까.  빈첸초 페루자에게 동정심이 든다. 이 책을 내 아이에게 읽어주게 된다면 책 뒷표지에 서양미술사학자 노성두 씨가 쓴 "예술 작품에는 반드시 주인과 국적이 있어야 한다고 믿었던 잘못된 문화 애국주의에 사로잡힌 황당하고 어설픈 그림도둑 이야기"라는 글과 함께 문화재 약탈에 대한 이야기도 꼭 해줘야 할 것 같다.  예술작품에 반드시 주인과 국적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우리 나라 안에 있으면 더 자주 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루브르 안에 있는 아프리카 문화재와 미술품들은 어찌되었든 자국민들로부터 너무 소외되었다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그것을 마땅히 누려야 할 이들에게는 너무나 멀어진 슬픈 느낌이랄까.  

간송미술관에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면서 마상청앵도를 볼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린다던 큰딸의 얼굴이 스쳐지나간다.  전시를 다 둘러보고 나왔을 때 큰길까지 길게 늘어섰던 사람들의 긴 줄도...  루브르 박물관 앞에는 어떤 사람들이 입장료를 내고 그 안의 미술품과 문화재들을 누리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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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10-26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기 서평단 마지막 미션인가요?
오랜만에 브리핑에 떠서 반가움에 달려왔어요.
빈첸초 페루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들지요~ ^^

섬사이 2011-10-26 11:38   좋아요 0 | URL
예, 마지막 미션이었어요.
순오기 님은 10기 서평단에서 활동하시나요?
반가워해주셔서 고마워요. 히힛~^^
뭐가 그리 정신이 없는지 정신이 자꾸 우주로 날아가버리곤 해요.
핑계지만 집중해서 뭔가를 할 만한 상황이 안되더라구요.
빈첸초 페루자는... 저도 마음놓고 잘못했다 비난할 수가 없었어요.
오히려 좀 불쌍하게 느껴졌어요.
 
[우리들의 7일전쟁]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우리들의 7일 전쟁 카르페디엠 27
소다 오사무 지음, 고향옥 옮김 / 양철북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고등학생인 우리집 두 아이는 요즘처럼 변덕스러운 환절기 날씨에 짜증을 낸다.  아직 동복을 입기엔 이른 날씨. 그렇다고 조끼나 가디건만 걸치고 집을 나서기엔 아침 7시 무렵의 기온이 너무 낮다.  하지만 마음대로 위에 뭐 하나 걸치지도 못 한다. 춥다고 아무거나 내키는 대로 걸쳐 입었다간 교문에서 걸리기 때문이다.  감기 걸리지나 않을까 염려되지만, 학교는 추워도 꾹 참고 썰렁해보이는 춘추복 차림으로 등교하는 학생들을 '착하고 모범적'이라고 여긴다. 내 생각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노릇'이고 바보같은 짓이다.  겨울철 교복위에 입는 파카와 운동화까지도 검정색과 짙은 회색만 허락한다는 가이드라인까지 정해놓고는 그것마저도 추운 날 마음대로 입지 못하게 하다니!!!  그래서 결국 우리집 두 고딩들은 교복 위에 짚업후드티라도 하나 더 입고 나갔다가 교문 앞에서 벗는다. 이게 뭐하는 짓이람!  

아들녀석이 중학생이 되어 교복도 아직 몸과 따로 놀던 해의 초여름.  친구들과 집에 돌아오던 아들이 아파트 단지 놀이터 의자에 잠시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단다.  갑자기 경비아저씨가 오시더니 "니들은 놀이터에서 이렇게 놀면 안돼! 니들 정도되면 정신적으로 놀아야지, 정신적으로!! 놀이터에 나와 앉아있으면 돼?"냐고 꾸짖으시며 놀이터에서 아들과 친구들을 쫓아내셨단다. 분한 표정으로 집에 돌아와 그 얘기를 털어놓는데 웃기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갑자기 갈 곳 없는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불쌍하기도 하고 그랬다.  

그래서 난 이 책 속 아이들이 해방구를 만들어 그 갑갑한 현실로부터 탈출했던 7일이라는 시간에 공감한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어쩐지 불안하기도 하다.  해방구라는 요새를 만들어 위선적이고 권위적이고 비리에 익숙한 기성세대를 공격한 아이들의 7일 이후가 염려스럽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다시 학교로 돌아갔을까. 그 이후로 학교와 어른들은 좀 바뀌었을까. 세상은 단단해서 그렇게 쉽게 바뀔 리가 없을 텐데, 세상이 아이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지는 않았을까. 그나마 작은 희망이라도 갖게 되는 것은 해방구 안에서 아이들을 도왔던 세가와 할아버지나 아침마다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가져다 주었던 니시와키 선생님, 그리고 아이들을 응원하는 준코어머니 같은 기성세대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예전에 한 고등학교 선생님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소위 문제아로 불리는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 학교의 선생님이셨는데 '아이들 욕하지 마라. 아이들이 잘못 된 것은 무조건 다 어른들 탓이다. 세상을 이렇게 만들어놓고 아이들이 반듯하게 자라주기를 바라는 건 어른들 욕심이다.  아이들 앞에서 우리 어른들은 모두 좋은 세상을 만들어주지 못한 죄인이다.'라고 하셨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부모나 교사가 아이를 먼저 포기하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고.  그런 분들이 희망이다.

난 요즘 대학입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큰딸에게 '배움은 학교 안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센 척을 하고 있다.  너에게 대학이라는 문이 닫히면 다른 가능성의 문이 동시에 열릴 거라고, 어쩌면 그 속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며 위선을 떨고 있다. 하지만 자주 내 자신에게 묻곤 한다.  꼭, 기필코, 반드시 대학에 보내야 하는 걸까, 하고.  굳이 나같은 서민까지 나서서 보태지 않아도 나날이 부를 쌓아가고 있는 대학들에게 본의 아니게 '기부천사'가 되고 있는 현실이 기가 막히고 배도 아프다.  입시전형료는 대학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7만원에서 10만원 정도.  성적만으로 학생들의 잠재력과 능력을 파악하지 않겠다는 기특한(?) 사고의 전환으로 갖가지 전형이 만들어져서 한 대학에 서너 전형을 지원할 수도 있게 길을 열어주었지만 그 말은 결국 한 대학에 20만원이 넘는 전형료를 기부(?)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게다가 이제 입시는 8월부터 다음해 1월까지 이어지는 '대장정'의 과정이 되었다.  아이도 지치고 부모인 나도 지친다.  하지만 대학에 입학하면 더 힘든 현실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살인적인 등록금, 보장할 수 없는 불투명한 미래, 힘들게 들어가서 받은 대학졸업장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는 청년실업의 시대, 88만원의 세대.....  그런 생각을 하면 기운이 빠진다.

내가 나서서 아이들의 해방구를 만들어 주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진다. 1985년에 출간된(공교롭게도 1985년은 내가 고3일 때다)  이 책 속 아이들의 현실과 2011년을 살아가는, 아니 견뎌가는 우리 아이들의 현실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이 책을 읽으며 어른들을 향한 가차없는 비판이자 아이들에 대한 응원글이라는 생각을 했다. 부디 책 속 아이들의 7일 전쟁 이후가 무탈했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이런 나에게 책 속에서 아이들은 대견스럽게 말한다.  

"져도 좋잖아.  하고 싶은 걸 할 수만 있다면." 

하지만 저 말은 왜 이렇게 마음 짠하게 들리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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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멍강옵서]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어멍 강옵서 감동이 있는 그림책 1
박지훈 글.그림 / 걸음동무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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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제주도에 살고 있는 은정이라는 아이가 물질을 하러간 해녀 엄마를 그리워하며 기다리는 내용이다.  제주도 방언이 중간중간 소개되고 있고 아름다운 제주의 풍경을 배경으로 천진한 아이들이 노는 장면들이 펼쳐진다. 아름다운 우리 섬 제주에 대한 찬양, 뭐 좋다.  제주가 아름답다는 거 인정하니까.  때 묻지 않은 동심의 세계, 뭐 그것도 좋다.  어린이는 곧 천사라는 생각은 위험하지만 시커먼 어른들 속에 비하면야 순수에 가깝다는 건 사실이니까. 그래도 읽는 내내 뭔가 찜찜하다.  

일단 너무 고전적(?)이고 식상하다. 해녀인 엄마를 그리워하며 찾아가는 내용은 권윤덕 작가의 <시리동동 거미동동>을 떠오르게 하고, 바다의 반짝이는 잔물결 빛살들 속에 번지듯 그려진 엄마와 은정이의 검은 실루엣 그림도 어딘가 텔레비젼의 영상을 통해서 본 것 같기도 하다.  특히 은정이가 비바람 속에서 엄마를 위해 기도하는 그림을 볼 때 난 왜 오글거리는 걸까.  그러니까 한 마디로 말하자면 이 책의 가장 큰 단점은 '기시감'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내용에서도, 그림에서도.   

제주도의 방언과 아름다운 풍경을 알리는 게 목적이었다면 꼭 이런 형식을 선택해야 했을까 싶기도 하다. 서정적인 느낌으로 전달하고 싶었을 수도 있겠지만 그 서정성이 요즘 아이들의 공감을 얼마나 얻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썩 좋다고 할 수도 없는 어정쩡한 느낌.  이걸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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