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볼거리에 걸렸다.  17살짜리가 볼거리에 걸리나... 의심스러웠지만 의사선생님 말씀이 어린애들보다 둘째 또래의 청소년 아이들이 볼거리에 더 많이 걸리고 있단다.  지난 월요일에 증상이 시작되어 이번 주 내내 학교에 가지 못하고 격리조치되고 있다. (오늘이 양식실기시험 보는 날인데 그것도 포기..아까운 접수비 ㅠ.ㅠ)  우리집 꼬마는 오빠가 볼거리에 걸린 덕에 덩달아 어린이집에 못가는 실정.  어린이집에서 볼거리 보균자일지 모를 막내가 등원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뭐, 나도 찝찝한 건 싫다.   

의사 말로는 막내를 어린이집에 보내도 상관없다고 한다.  네이버에서 찾아보니 잠복기가 1주~3주라니, 병균이 퍼지자면 벌써 다 퍼졌을 것이다.  하지만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다른 엄마들이 알게 된다면 무지 신경이 쓰일 것이고, 어린이집  쪽에서도 불편한 것은 당연한 것 같다. 공연히 어린이집에 보냈다가 어린이집 아이 한 명이라도 볼거리에 걸린다면 죄인이 될 테니, 차라리 둘째 볼거리가 다 나을 때까지 집에 있게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첫째는 세 군데 대학에서 연달아 퍼퍼퍽 낙방의 고배를 마셨다. 워낙 의젓한 성격이라 내색은 하지 않지만 기분은 매우 더러울 듯.  게다가 첫째보다 등급이 낮은 같은 반친구는 줄줄이 합격을 했다는 소식이다.  비결은..  4년간 외국에서 살다 와서 영어가 유창하다는 사실 때문인 것 같다고.  음...  국내에서 성실하게 공교육과정을 밟는 거보다 외국 나가서 몇 년 살다 오는 게 더 유리하구나.  돈만 많으면..!!!!   말로는 그 아이도 4년 동안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고생 많이 했을 거라며 큰아이 마음을 달래지만 어쩐지 나도 기분이 묘하다.  그리고 첫째와 같은 반 친구인 인기 아이돌 걸그룹 멤버 중 하나인 아이는 여기저기 대학에서 와달라고 매달리고 있단다.  "학교 홍보에 쓰려고 그러는 거겠지."했더니 우리 딸 격분한 목소리로 "엄마, 그 대학은 홍보 안해도 서로 가려고 난리를 치는 학교거든~!! 연영과에 들어간다면 또 몰라. 왜 엄한 인문학부에서 오라고 난리냐구, 난리가.."  그건 또 그러네..  

이래저래 첫째 아이는 세상의 쓴맛을 배워가는 중인 것 같다.   

투표는 물론 했다.  좀 바뀔까... 기대해도 좋을까...  희망을 품어보려 하고 있지만 선거기간동안 흠집과 상처로 뒤범벅이 된 모습을 보면 좀 마음이 무겁다.  시장직을 수행해가는 동안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흠집을 내려하고 끌어내리려 하고 상처를 주고 일을 방해하려들까 싶어서.  아이들이 세상의 쓴 맛을 배우기 보다 세상의 공정함과 희망을 배울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정함'을 외치는 건 바보일까?)

평범한 전업주부인 나의 일상도 크고 작은 파도에 떠밀리고 휩쓸리고 .. 그리고 견뎌간다.  밀린 설거지를 처리하듯이 모든 일이 그렇게 쉽고 간단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좋아하는 TV 드라마를 보며 하루 햇볕에 보송보송 마른 빨래를 개는 느긋함으로 나날을 보낼 수 있다면 또 얼마나 좋을까.  둘째 볼거리도 빨리 낫고, 첫째의 20대의 시작도 잘 준비되고, 막내의 일상도 얼른 제자리를 찾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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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10-28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예인들 공부도 안 하면서 대학에서 와달라하고, 본인들도 어디갔다하는 꼴, 정말 보기 싫습니다.
김연아 선수 아무리 국위 선양하면 뭐합니까, 저는 학교 출석도 안 하고 그러는거 보면 진짜 우습다 생각합니다.
차라리 유승호처럼 지금은 대학가지 않겠다고 말해주는 편이 이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나저나 큰 따님은 속상하겠네요.

네, 꼭 공정함과 희망이 우선인 사회였으면 한다는 점, 깊게 공감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소망들, 꼭 이루어지시기 바랍니다.

섬사이 2011-10-28 20:13   좋아요 0 | URL
유승호는 연대 정치외교학과에서 오라고 불렀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아요.
정치외교학과라는 말에 그 과에서 유승호를 왜? 하고 제 귀를 의심했었죠.
제 딸도 유승호의 그런 점이 마음에 들었답니다.
사실 연예인이 특례입학으로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자리에 우리딸이 들아가진 못할 거예요. 하지만 공부하는 아이들 기운빠지게 하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여러 해 외국에서 살다 왔다고 좋게 봐주는 것도 그래요. 우리나라는 우리의 교육제도를 그렇게 믿을 수 없는 걸까요. 대학도 우리의 공교육제도를 묵묵히 성실하게 따라온 학생들을 못믿어하고, 학생들은 학교를 답답해하고, 부모들은 학교의 교육내용이 충실치 않다며 사교육에 의존하지요.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 마음이 심난해집니다.
우리는 대학을 통해 아이들에게 뭘 가르쳐주려 하는 걸까요.

무스탕 2011-10-28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주부터 볼거리 판정을 받고 집에 격리조치^^; 상황이었으면 접수비 환불조치 하시지 그러셨어요. 지난주에 신청하면 절반은 되돌려 받으셨을텐데.. 정말 아까워라. 준비 더 많이 하셔서 다음에 한방에 콱- 붙어 버리세요 :)

볼거리가 예방주사를 맞았을텐데도 걸렸네요. 아플텐데 잘 견디고 잘 낫길 바래요. 막내한테도 누나한테도 옮기지 않고 무사히 잘..
큰따님이 속 많이 상하겠어요. 주변에서 지켜보는 부모 입장에서도 속상하지만 본인이 제일 힘들겠지요. 다음에 더 좋은 기회가 주어지라는 신의 계시라 생각하세요. 긍정의 힘을 믿습니다!!

섬사이 2011-10-29 08:53   좋아요 0 | URL
볼거리가 빠르면 3,4일 안에 가라앉을 수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잘하면 양식실기시험을 볼 수 있겠구나, 했죠. 예방주사는 성실하게 다 접종했는데 그래도 걸리나봐요. ㅠ.ㅠ
큰딸은 거의 매일 뒤숭숭해하고 있어요. 어제는 영어는 원어민급으로 하는데 수학이 7등급인 아이가 대학서열(?) 10위권 안에 있는 대학의 공대에 붙었대요. 영어만 잘 하면 수학이 엉망이라도 공대에 들어갈 수 있다며 어이없어 하더군요. 아마 배도 아프고 기운도 빠지겠지요. 저에게 막내를 외국으로 일찍 유학보내라는 말을 하는데 마음이 아팠습니다. 우리나라에 불어닥친 영어열풍이 이상하다 했더니 바로 이런 원인들이 있었더군요. 그동안 내가 너무 순진하게 살았나, 하고 제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노래를 흥얼거리게 된다니까요.
이번 주 도서관 책읽기 모임에서 토론할 책이 <긍정의 배신>이라는 책입니다. ^^ 하지만 무스탕님의 긍정의 힘을 더 따르고 싶은 날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