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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 도난사건 ㅣ 키다리 그림책 24
존 패트릭 루이스 글, 개리 켈리 그림, 천미나 옮김, 노성두 감수 / 키다리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어제 큰딸과 간송미술관에 다녀왔다. 큰딸이 자기가 죽기 전에 꼭 보고 싶다고 하는 그림이 있다. 단원의 '마상청앵도'인데 이번 간송미술관 전시에 혜원의 미인도와 함께 전시된다는 걸 알고는 딸이 꼭 가봐야겠단다. 미인도는 이번에 두 번째 보는 것이다. 누가 뭐라든 이번엔 꼭 미인도 앞에 사람들에게 떠밀려나는 일 없이 꼼짝도 하지 않고 버티고 감상하리라, 마음 먹었는데 다행히 한창 '바람의 화원'이 히트를 쳤을 때 열렸던 전시회에 비해서는 버틸만 했다.
내가 미인도와 간송미술과 전시 이야기를 주절주절 늘어놓는 것은 '모나리자 도난사건'이라는 이 책이 문화애국주의를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자주 모나리자 보다는 미인도 속 여인이 훨씬 더 신비스럽고 아름답다고 떠벌이곤 한다. 그리고 간송미술관에 갈 때마다 간송 전형필 선생님께 고개 숙여 감사드리고 싶어진다. 이 그림책을 읽으면서 나는 모나리자 대신 미인도를 대입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미인도가 일본이나 중국의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면 얼마나 안타까울까 싶은 것이다. 물론 굳이 미인도를 대입하지 않더라도 약탈당한 수많은 문화재와 미술품들을 생각하면 억울하고 분한 감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고 빨리 되찾아 오지 못하는 처지를 생각하면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모나리자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데에는 100년 전에 벌어진 이 도난사건이 큰 역할을 했다는 주장도 있는 것으로 안다. 루브르에 있는 다른 미술품들에 비해 모나리자가(크기도 77*53의 아담사이즈면서!!) 특수유리 속에 고이 모셔지는 특별대우를 받고 있는 것도 아마 빈첸초 페루자가 벌인 도난사건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트라우마 때문일 거라는 생각도 든다. 암튼 이 책은 100년 전에 벌어졌던 모나리자 도난사건을 이야기하면서 묻는다. 이탈리아의 천재화가 레오나르도의 모나리자를 훔친 빈첸초 페루자의 행동이 올바른 것인가 잘못인가, 하고. 모나리자는 약탈당한 것이 아니라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금화 사천 개를 받고 프랑수아 1세에게 팔았다고 하니 뭐, 할 말이 없다. 그야말로 이탈리아 국민들은 모나리자를 향하여 '지못미'라도 외쳐야 할 판. (새삼 미인도를 향해 '지못미~'를 외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행복하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이 솟는다. 만약 모나리자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의해 프랑스에 팔린 작품이 아니라 약탈당한 작품이었다면, 빈첸초 페루자의 행동은 올바른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루브르 박물관이나 대영박물관에 있는 수많은 약탈문화재에 대한 반환 문제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제국주의시대의 아련한 향수를 포기하고 하고 싶지 않다는 듯 문화재 반환을 거부하고 있는 그들에 대한 문제 또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의 약탈에 비하면 빈첸초 페루자가 벌인 모나리자 도난사건은 애교에 불과할 듯. 물론 그릇된 일에 크고작음을 따질 수 없다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말하자면 그렇다는 거다.
우리도 약탈당한 입장이라서일까. 빈첸초 페루자에게 동정심이 든다. 이 책을 내 아이에게 읽어주게 된다면 책 뒷표지에 서양미술사학자 노성두 씨가 쓴 "예술 작품에는 반드시 주인과 국적이 있어야 한다고 믿었던 잘못된 문화 애국주의에 사로잡힌 황당하고 어설픈 그림도둑 이야기"라는 글과 함께 문화재 약탈에 대한 이야기도 꼭 해줘야 할 것 같다. 예술작품에 반드시 주인과 국적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우리 나라 안에 있으면 더 자주 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루브르 안에 있는 아프리카 문화재와 미술품들은 어찌되었든 자국민들로부터 너무 소외되었다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그것을 마땅히 누려야 할 이들에게는 너무나 멀어진 슬픈 느낌이랄까.
간송미술관에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면서 마상청앵도를 볼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린다던 큰딸의 얼굴이 스쳐지나간다. 전시를 다 둘러보고 나왔을 때 큰길까지 길게 늘어섰던 사람들의 긴 줄도... 루브르 박물관 앞에는 어떤 사람들이 입장료를 내고 그 안의 미술품과 문화재들을 누리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