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돌아다니기 좋아하던 비니가 수족구에 걸렸을 때, 집에서 이런 짓하며 놀았어요.

1. 물감놀이,

그나마 가장 손쉬운 물감놀이.
스케치북 위에 고추와 오이, 
물감 묻혀 찍으며 놀았어요.

 표정이 꽤 진지하죠?

 

 

 

 

 

 

 

 

 

 




 

 

 

 

 

 

 

 

 

 

2.유리창 꾸미기

 셀로판지를 여러 모양으로 오린 다음, 물을 묻혀 유리에 붙이는 거에요. 

지니가 같이 놀아줬는데 비니보다 더 신나서 하더군요. ^^

 

 

 

 

 

 

 

 

 

                                                                                     
 완성작인데, 어때요?

비니가 좀 더 컸더라면 색색의 셀로판지가 서로 겹치면 어떤 색이 되는지를 눈여겨 볼 수 있을텐데, 아직 어려서 그저 물 묻혀 붙이는 작업 자체에 의미를 두고 즐거워했어요. ^^


 

 

 

 

 

 

 

 

3. 밀가루 반죽 놀이도 했는데 사진을 찍지 못했어요  밀가루로 반죽 놀이를 할 땐 식용유를 섞어 반죽을 해야 잘 마르지도 않고 손에 달라붙지도 않아요. (저도 어딘가에서 보고 배웠어요.) 

이제 수족구는 다 나았는데, 연이어 감기가 찾아왔네요.  기침도 하고 콧물도 흘려요. 내일, 시간상으로는 오늘,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아요.

다들 주말 잘 보내셨나요?  오늘 (시간상으로는 어제), 시댁에 들렀다가 강변북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비내리는 한강이 보기 좋던데요.  축축하게 젖은 도시가 좀 덜 메말라 보이더라구요.  새로운 한 주, 새로운 한 달이 시작되었네요.  좋은 날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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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07-02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셀로판지 놀이 신선해요! 둘째 조카가 수족구 걸렸을 때 온 식구가 아토피인줄 알고 경악을 했다가 수족구인 것을 알고는 모두 안심했던 때가 벌써 한달이 지났어요^^;;;

섬사이 2007-07-02 00:54   좋아요 0 | URL
아, 마노아님, 아직 안주무시고 계셨군요. ㅎㅎ 수족구가 유행이었나봐요. 사진이랑 글이 자꾸 어긋나서 계속 수정을 하는데 제대로 되질 않네요. 뭔가 문제가 있나봐요. ^^ 지금 아주 낮게 천둥이 울리고 있어요. 편안한 밤 되세요.^^

홍수맘 2007-07-02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셀로판지 놀이에 "앗, 이거다!" 했어요. 우리 수가 엄청 좋아라 할 것 같은 예감이 팍~ 오네요. ^^.
비니가 오늘은 좀 어떤지 모르겠어요. 아이들이 아프다고 하면 저도 왜이리 속상하고, 안쓰럽게 느껴지는지요.

섬사이 2007-07-03 16:31   좋아요 0 | URL
홍이랑 수랑 같이 해보세요. 나중엔 산을 배경으로 달리는 기차 모양으로 다시 재배열을 하더라구요.^^

무스탕 2007-07-02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니의 저 심각한 표정 좀 보세요 ^^ 분명 예술가입니다.
피는 역시 속일수가 없나봐요. (결론은 이겁니다!!)

섬사이 2007-07-03 16:35   좋아요 0 | URL
그 피가 어디서 흘러들어 왔을까요? 혈액형 검사할 때 ABO형으로 알려줄 게 아니라 예술가형, 과학자형, 운동선수형, 의사형, 상인형, 문인형, 군인형,... 백수형(?)으로 판별이 되면 어떨까요? ^^
 
장밋빛 인생 - 2002 제26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정미경 지음 / 민음사 / 2002년 5월
평점 :
품절


누군가 나에게 카메라를 들이댄다. 

아니, 난 싫어.  지금 이 순간 드러나는 내 표정, 내 눈빛, 내 얼굴의 피부 상태, 확인불가능한, 그러나 분명 엉크러져 있을 머리.. 내 눈으로는 확인 할 수 없는 나의 그런 소소한 부분들이 누군가의 성능좋은 카메라 렌즈에 줌인되어 한 장의 사진으로 적나라하게 잡혀서 내 눈 앞에 낯설게 떠오르는 거, 그런 거 정말 싫어.

근데 아무리 싫다고 뻗대어도 그게 내 모습이다. 뽀샤시한 소프트필터나 하찮은 뽀샵질 한 번 손대지 않고 내 왼쪽 뺨에 점이 몇 개인지, 사춘기 시절에 만들어진 여드름 흉터가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지, 피부 톤이 어떤지, 눈썹의 모양은 반달형인지 갈매기형인지, 웃을 때 이는 몇 개가 드러나는지, 눈가의 잔주름은 어떤 모양으로 접히는지까지 확연하게 드러내는 그 사진 속 모습이 바로 나의 진짜 모습이다.  웃기게도 바로 나 자신이 나에 대해 가장 왜곡된 이미지를 창조해내는 장본인이라 나의 진짜 모습을 대면하면 타인을 마주할 때보다 더 낯설다.

이 책이 그렇다.  참 잘도 잡아냈다. 사람들의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 달래지지 않는 외로움, 치료받지 못하는 상처, 해소할 수 없는 갈증,  높고 두터운 장벽을 마주한 듯한 답답함, 그런 것들을 견디고 견디고 견뎌가며 사는 사람들의 깊은 속풍경들을 접사렌즈로 들여다보는 듯한 시선으로 예리하게 잡아서 가슴 시릴만큼 서늘하게 던져놓는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정말로 "고통은 부끄러운 것이고 연약함은 악덕이 되어버리는 거리"(p.195)가 되어 버린 것일까.  "정서적인 금치산자"(p.200)이자 ""자의적인 시각 장애인"(p.158)들이 자신의 외로움을 극복해보고자 발버둥치는 게 우리들이 말하는 사랑이었을까. 

슈퍼에 가서 갈증을 달래줄 음료수를 고르듯이, 나는 더이상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한계점에서 '사랑'이라는 이름의 음료를 선택했던 것일까.  그것이 톡 쏘는 청량감의 달콤한 콜라 같아서 액체가 목구멍을 넘어가는 순간에는 갈증이 풀어지는 것 같지만 결국엔 더 심한 갈증을 불러들인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한계치를 극복해야 한다는 절박함에 캔의 뚜껑을 따고 급하게 삼켰던 것일까. "광고가 추구하는 세 가지. 새로움, 파격성, 놓칠 수 없는 휴머니티."(p.39) - 사랑은 인생 속에서 꿈처럼 현란하게 지나가며 사람들 마음을 사로잡는 15초짜리 광고 같은 것.  새로움, 파격성, 놓칠 수 없는 휴머니티 - 그러고보니 사랑에게 기대하는 것들과 비슷하게 닮았다.

결국 난 너에 대한 사랑으로 나를 사랑했던 거로구나.. '사랑'의 이름으로 우리는 서로의 상처를 핥아준 게 아니라 각자 자기의 상처를 핥았던 거구나. 그 순간은 참 거창했는데 이제 보니 참 보잘 것 없는 남루한 사랑이었구나, 하는 씁쓸함이 목을 넘어오게 하는 소설이다.

"영원한 것은 사랑이 아니다.  사랑이란 그저 행복한 한 순간일 뿐, 소멸되지 않는 것은 기억이다.  시간 속에서 바래지 않고 간절함 속에 후광마저 얻게 되는 것은 다만 기억이다.  그러므로 영원한 것은 사랑이 아니다.  추억만이 영원할 뿐."(p.185)

책을 읽으며 뒤늦게 추억의 맥락을 짚어본다. 이제 웬만한 상처나 외로움쯤, 사는 게 다 그런거지, 하며 무덤덤하게 넘길 수 있는 나이가 되었는데도 소금기가 닿은 듯 오래된 상처가 따끔거려 놀라곤 했다. 나는 나의 상처만 느낄 수 있고, 넌 너의 상처만 느낄 수 있는 거라는 걸 깨닫는다.  누구도 타인의 상처를 알 수는 없다. 알 수 없으니 치료해 줄 수도 없을 터.

장밋빛의 순간은 있을 수 있어도, 장밋빛 인생은 없다. "인생은 30초를 지나서도 꿈틀거리고 끈적거리고 소금 냄새를 풍기며 자꾸만 감겨오는 지독한 것"(p.213)이니까. 그래서 상처든, 외로움이든, 갈증이든, 그 무엇이든 사랑이 치료해줄 거라 기대하지 않아야 했다. 그저 견딜 수 있어야 했다.  "이 세상과 맞서는 칼 하나"(p.215)를 가슴에 품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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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lin 2007-07-01 0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2002년에 읽은 책이네요. 반갑다^^ 실은 부끄럽게도 잘 기억은 안나요. 하지만 섬사이님이 말씀하신 그런 느낌과 이미지가 남아있네요. 그때는 책을 좀 대충 읽어서, 그리고 공감도 많이 못해던 듯..어려서 그랬던 거 같아요. 5년이란 시간 동안 훌쩍 커버려서..다시 읽으면 이젠 쓸쓸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

섬사이 2007-07-01 02:33   좋아요 0 | URL
제가 좀 소설을 뒤늦게 읽기 시작해서요. 뒷북치는 리뷰가 많죠? ^^

다락방 2007-07-01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가장 좋아하는 국내작가의, 가장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그래서 여기저기 추천도 했었는데, 제가 읽은것처럼 좋아하는것 같지 않으면 서운하기도 했었죠. 언제였던가, 저도 이 책을 읽고 리뷰를 썼는데, 섬사이님과 비슷한걸 느꼈던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제 감상의 제목을 '절절한 공감'이라고 했던듯 했구요. 아주 잘, 읽고 갑니다.

섬사이 2007-07-01 23:34   좋아요 0 | URL
아주 잘,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비로그인 2007-07-01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읽으셨다니 너무 반가워요. 저도 리뷰 올렸었는데...ㅎㅎ
다락님 댓글도 더욱 반갑구요. 정미경의 세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

섬사이 2007-07-01 23:32   좋아요 0 | URL
<나의 피투성이 연인>도 책꽂이에 대기중이죠. ㅎㅎ
 

어제 밤 열두시가 다 되어서, 그러니까 잠자기 직전, 우리 아들 보보가 하는 말.

"어~ 내일 요리 뭐하지?"

"?" (얘가 갑자기 뭔 소릴 하는 거야?)

 이야기인즉, 토요일에 학교에서 간단하게 요리하는 시간을 갖기로 하고 각자 요리 준비물을 싸오기로 했다는 것이다.  보보는 친구와 요리 경쟁을 하기로 했다면서 고민을 한다. 내~참, 일찍도 고민한다.  그래서 잠자리에 같이 누워 뒹굴거리며 뭘하면 좋을까 같이 고민하기 시작했는데 '오이말이고추참치초밥'으로 결정을 보았다. 

1. 밥에 소금,깨, 참기름을 넣고 양념을 한 다음 초밥모양으로 뭉쳐 놓는다.
2. 오이를 감자칼로 얇게 썰어서 소금에 살짝 절인 다음 1을 놓고 돌돌 말아 놓는다.
3. 말아놓은 밥 위에 고추참치를 얹는다.
끝.

보보도 맘에 들었는지 흡족한 표정이었다.  그러더니 아침에 밥에 양념을 해서 싸달란다.  
오늘 아침 양념한 밥을 타파통에 싸놓았는데, 보보가 일어나더니 대뜸
"엄마, 밥 싸놨지?"
한다.  이럴 때 난 장난끼가 발동한다.
"아니, 밥을 태워서 못쌌어." (아닌게 아니라 살짝 태웠다.)
"하~~(한숨) 그럼 어떡해."
"집에 있는 식빵 가져가서 대충하면 안될까? 있는 재료로 연구 좀 하자."

......

 나 ; 있지.. 식빵에다가 사과잼을 바르고 그 위에 조개젓을 얹고 다시 그위에 요구르트를 살짝 바르는 거야.  어때?

 지니랑 보보; 우웩~

 나 ; 그럼.. '치명적 식빵'이라는 제목으로 요리를 해보자.  음.. 식빵 사이에다가 간장게장의 딱딱한 집게다리 부분만 떼어서 넣는거지, 어때?

 지니랑 보보 ; 그거 먹는 사람 죽어.  이가 다 부러질거야. 

 나 ; 그러니까 제목이 '치명적 샌드위치'지. 

 지니랑 보보 ; (어이없는 표정을 짓는다.)

 나 ; 맘에 안들어?  그러면 이건 어떨까?  식빵에다가 커피믹스를 뜯어서 그 커피가루를 솔솔 뿌린 다음 식빵을 돌돌 마는 거야.  그 다음에 뜨거운 물에 식빵을 적셔서 먹는 거지.  그러면 커피가 뜨거운 물에 녹으면서 식빵을 적셔서 아주 부드러운 커피맛 빵이 될 거 아냐?  아침식사 용으로 딱이겠다. 

 지니랑 보보 ; 엄마, 식빵이 물에 녹아서 흐물흐물해지는 걸 좋아할 사람이 어딨어?

 나 ; 그럼 좋아, 모두가 좋아할 요리를 가르쳐 줄게.  밥을 초밥모양으로 뭉쳐서 천원짜리 지페로 돌돌 마는 거야.  그다음에 밥 위에 5백원짜리 동전 두 개를 예쁘게 얹는 거지.  그럼 보보네 반 아이들이 전부 좋아하지 않을까?

 보보 ; 밥이 없다며?

 나 ; 저기.... 있잖아. ㅎㅎㅎ

 보보 ; 에이~~ 엄마!!!  근데 그 돈초밥하려면 돈이 많이 들겠다.

지니 ; 아이들이 밥은 안먹고 돈만 챙길 거야.

 나 ; 야야야야  이제 그만~!!  학교가, 학교!

내가 먼저 시작하고 내가 나서서 끝내버린다.  그대로 두면 한도 끝도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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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07-06-30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초밥 강추!!
배추벌레빛돈초밥 두 접시에 고명으로 5백원짜리 백원짜리 듬뿍 얹어주세요~
아.. 소스로는 황금가루동동 초간장이 좋겠어요 :)

섬사이 2007-07-01 01:49   좋아요 0 | URL
ㅎㅎㅎ 드실 수 있겠어요?

향기로운 2007-06-30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다 만드시걸랑 저희집에도 보내주세요^^;;;

섬사이 2007-07-01 02:02   좋아요 0 | URL
어떤 거요? 식빵에 조개젓 얹은 거요? ^^

비로그인 2007-06-30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섬사이님은 자녀분들과 정말 친구처럼 지내시는거 같아서 부러워요.
권위적인 부모가 아닌...
나도 그런 엄마가 될 수 있을까??? :)

섬사이 2007-07-01 02:04   좋아요 0 | URL
철없는 엄마에요. 별로 안좋은 것 같아서 좀 강하고 위엄있는 엄마로 이미지 변신을 해보려고 했는데 안되더라구요. 이궁..

fallin 2007-07-01 0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중그네의 "이라부"가 생각나네요. 황당하지만 혹~하는 처방ㅋㅋㅋ섬사이님의 정말 센스쟁이시네요. 치명적 샌드위치 맘에 들어요 ^^

섬사이 2007-07-01 02:20   좋아요 0 | URL
독특한 미각을 가지셨군요~~^^

네꼬 2007-07-01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저도 이렇게 '재미있는' 엄마가 되겠어요! 아이들이 얼마나 엄마를 좋아할까!!

섬사이 2007-07-01 23:37   좋아요 0 | URL
네꼬님, 늘 '재미있는 엄마'였으면 좋겠는데 그러기가 쉽지 않아요. 짜증내고 화내고 잔소리하는 엄마일 때가 더 많아요.^^
 

지지난주 음악회에 이어 이번주엔 도서관에서 인형극공연이 있는 날이었다.  지난 화요일에 티켓배부를 시작했는데, 비니가 아침에 일어나는 대로 준비시켜 부지런히 갔건만 10시 30분이 조금 넘은 시간이었는데도 티켓이 벌써 동이 나고 없었다.  내참, 수족구 걸린 애를 데리고 부지런히 서둘러 왔건만... 그날은 날도 무지 더웠는데 유모차를 돌려 다시 집으로 터덜터덜 걸어오면서 얼마나 허탈하던지.. 참 사소한 것 하나로도 사람이 이렇게 기운이 빠지나..

그렇게 포기했던 인형극 관람.  오늘 이른 저녁 시간에 답답해 하는 비니를 데리고 잠깐 단지 안을 산책하는데, 이웃에 사는 분을 만났다.  별로 친한 사이도 아니고, 일곱살, 네살짜리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분이라 지나면 눈인사하고 지내던 분이었는데, 아이들을 데리고 그분도 바람을 쐬러 나오신 듯했다.  비니가 그 집 아이들을 보고 좋아라 하며 달려가 어울려 노는 바람에 나도 그 분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갑자기 오늘 도서관에서 인형극이 있는데 안가냐고 물었다.

티켓을 못받았다고, 티켓배부하는 날 일찌감치 서둘러 갔는데도 벌써 동이 나고 없더란 이야기를 했더니 대뜸 같이 가자는 거다.  티켓이 있다고.. 히야~~ 땡잡았다. 비니 데리고 집에 들어와 서둘러 저녁밥을 먹이고 다시 그 분과 만나서 차까지 얻어타고 도서관으로 갔다.

인형극 제목은 <누가 내머리에 똥쌌어?>. 

그림책을 각색해서 인형극으로 만든 거였다.  비니도 집에서 여러번 읽은 그림책이었는데, 인형극으로 보니 느낌이 달랐나보다.  너무너무 심각하고 진지하게 인형극에 몰입했다.  좀 큰 애들은 인형극을 보며 웃고 떠들고 환호하는데 우리 비니는 그저 심각하고 진지하기만 해서 얘가 뭘 느끼고 있는 건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박수치랄 때 치긴 하더만...

집에 돌아와 지니와 뽀를 보자 그 때서야 반응이 나타났다.
"돼지 똥 쌌어.  매~(염소) 똥 쌌어. 두더지 돼지 퍽 했어. 히히힝(말) 우당탕 똥 쌌어.  토끼 똥 콩이지? (토끼 똥이 콩처럼 생겼다는 뜻). 위잉~~(파리) 봤어. 똥 냠냠했어 .."
그리곤 알아들을 수 없는 외계어까지 동원해서 열심히 뭔가를 설명하고, 저 혼자 웃기도 하고..

<누가 내 머리에 똥쌌어?> 책을 들고 오더니 읽어 달란다.  읽어 주었더니 다시 또 진지해진다.  중간중간 "토끼 봤어. 매~ 봤어...."하며 얘기하는 걸 보면 그림책을 읽으며 인형극에 대한 기억을 되새기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또 보퍼.(또 보고 싶어)"하며 살짝 울상을 짓는다. 인형극을 또 보고 싶단 뜻이다. 

어느새 그런 공연들을 같이 보러다닐 수 있을 만큼 비니가 자랐나보다. 오늘따라 비니가 더 예쁘고 기특하다. 무탈하게 자라준 게 고마워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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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7-06-30 0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니가 새로운 경험했군요..오우..비니 멋져요..^^&
벌써 그런 공연을 즐감하는 법도 알고 또 기억하고 와서 언니오빠에게 이야기도 해주고...대단한 아이에요..지금쯤 꿈속에서 그 동물들을 쫓아다니며 놀지도...
님 너무 너무 잘하셨어요..^^&

섬사이 2007-06-30 08:40   좋아요 0 | URL
비니는 열심히 설명하는데 뭐라고 하는 건지 못 알아 듣는 말이 많아서 비니에게 많이 미안했어요. 이제 가끔 한번씩은 그런 공연들을 볼 기회를 만들어봐야겠어요. ^^

무스탕 2007-06-30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니가 정말 신기했나봐요. 책에서만 보던 매~랑 두더지랑 히히힝이랑 토끼랑 위잉~~이 마구 무대 위를 뛰어다니고 날아다녔을테니 말이에요 ^^
무대에서 눈 떼지 않고 심각하게 집중했을 비니를 생각하니 이쁘네요 ^^

섬사이 2007-07-01 02:05   좋아요 0 | URL
너무 심각하고 진지하게 인형극을 봐서 속으로 은근히 걱정이 되기도 했었어요. 혹시 무서움 타는 것 아닌가 해서.. ^^

향기로운 2007-06-30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때 롯데월드에 가서 인형극을 봤었는데, 아이들이 너무 어렸었는지 그다지 집중하지 못했었던 생각이나네요. 그 후로는 기회도 없었지만..^^ 비니에겐 좋은 경험이 되었을것 같아요^^

섬사이 2007-07-01 02:07   좋아요 0 | URL
그런 공연을 자주 다녔으면 좋겠는데, 주머니 사정이..^^ 이번 인형극은 무료였거든요. 제가 보기엔 너무 유치하다 싶었는데 아이들 눈높이로는 재밌었나봐요.

마노아 2007-06-30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 이뻐요! 그 쬐만한 아이가 진지하게 몰입하는 모습이라니, 너무 사랑스러워요^^

섬사이 2007-07-01 02:09   좋아요 0 | URL
처음보는 인형극이라 무척 신기했나봐요. ^^

fallin 2007-07-01 0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험은 중요한 거 같아요. 비니가 알아듣지 못했더라도 참 좋은 기억이 되리라 생각돼요^^

섬사이 2007-07-01 02:11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좋은 경험, 좋은 기억.. 그런 것들을 아이에게 선물해줄 수 있는 엄마가 되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에요. ^^
 
검은 꽃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새로운 사람을 만났다.  김영하라는 이름의 소설가. 소설을 너무 오랫동안 읽지 않았더니 만나는 사람마다 다 새롭다.  소설 중에서도 역사의 한 줄기를 타고가는 서사적 이야기를 들려주는 소설은 언제 읽었는지조차도 아득하다.

구한말, 무력한 왕조가 열강의 손아귀에서 놀아나고 있을 때, 무력한 왕조보다 더 힘없고 어수룩했던 그 백성들이 겪어내야 하는 삶의 고초와 절망들을 담아 낸 소설이었다.  책 표지 뒷면에 "유한자 인간의 기품과 슬픔 뇌쇄적으로 그려"라는 2004년 동인문학상 수상작 선정 이유가 책을 살펴보던 내 눈길을 끌었다. 뇌쇄적이라.. '애가 타도록 몹시 괴롭힌다'는 뜻의 뇌쇄적이라는 용어에 잠시 머뭇거렸다.  소설을 읽으며 그렇게까지 괴롭힘을 당하고 싶지는 않은데.. 하는 약간의 방어본능 끝에 "뭐가 그리 괴롭길래 표지부터 청승이냐."식의 발끈함이 집요하게 파고 들어, 결국 책을 열게 되었다.

구한말 비극의 역사가 멕시코에서 팍팍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작가는 굵고 건조해서 거칠게 느껴지는 문체로 슬픔도 비분강개도 드러내지 않고 그저 비극의 역사 안에다 어수룩하고 순진한데다 실리에 밝지 못해 이용만 당하는 백성의 이야기를 엮어 넣었다.  거기엔 황족, 파계신부, 박수무당, 전직 군인들, 내시, 희망을 잃은 부랑자등의 다양한 인간부류가 우울하게 뒤섞여 있다.  보호해줄 나라도, 돌아갈 나라도 없는 그들이 내쳐진 낯선 나라 멕시코는 그들이 새로운 시작을 꿈꾸기엔 너무나 황량하고 거칠었다. 반상과 내외의 모든 차별과 구분, 아니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가치가 그 황량함과 거침 앞에서 해체되고 녹아버렸다. 그 안에서는 그 어떤 대의명분, 정열적인 사랑, 신념이나 희망도 그들의 척박한 삶에 뿌리를 뻗고 자라날 수 없었다. 남들보다 얍삽하던지, 아니면 미련스러울 정도로 우직하던지, 그게 그들의 삶을 연명할 수 있는 그나마 유일한 방법이었다. 떠밀려간 황막한 땅에서 자기의 모든 것을 내던져 살아내는 것, 그것이 그들에겐 근대화였다.

떠밀린 그들의 비극적 삶은 말마따나 뇌쇄적이었다. 역사의 줄기를 타고 쓰여진 이야기건만, 그 이야기 어디에도 영웅도 찾아볼 수 없고, 미래에 대한 여리디 여린 한 줄기 희망도 철저하게 닫아버렸다. 과테말라의 마야유적지에서 누구를 위한 싸움인지도 모를 전투를 벌이며 '신대한'이라는 새 나라를 꿈꾸기도 하지만, 모두 그 허황됨을 알고도 묵인할 정도로 그들은 보잘 것 없고 하찮은 존재들일 뿐이다.

역사적 사실에서 나는 삶을 보지 못한다. 그저 굵직굵직한 무미건조한 활자들의 사실을 읽어내곤 '안다'고 자신한다.  그러나 이런 소설을 읽다보면 내가 아는 역사가 얼마나 표피적인 것인지 깨닫게 된다.  역사 안에 담긴 사람들의 삶을 읽어냈다는 것, 그것도 지구 저 반대편까지 떠밀려간 약자들의 삶을 읽어냈다는 것만으로도 이 소설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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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7-06-28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이상하게 이 소설을 집어들지 않고 있는데요, 무슨 고집인지 모르겠습니다. 섬사이님의 리뷰를 보니 이제 김영하에게, 검은꽃에게 마음을 열어야겠어요. 좋은 리뷰, 잘 읽었어요. :)

섬사이 2007-06-29 08:15   좋아요 0 | URL
소설이 주는 '재미'를 기준으로 본다면 그리 후한 점수를 줄 수는 없을 거에요. 이야기 자체가 거칠고 건조하니까. 그래도 의미있게 읽어볼만 했어요.

토토랑 2007-06-28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음.. 저두 추천하고 갑니다.

섬사이 2007-06-29 08:16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