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가 비니가 도서관에서 '퍼포먼스 미술놀이'라는 강좌를 듣는 첫 날이었다.  좀 일찌감치 서둘러 가서 점심을 도서관 식당에서 새우볶음밥을 시켜 비니랑 나눠먹고, 책 몇 권 반납하고, 도서관 야외 탁자에서 나는 커피 한 잔 마시고, 비니는 고래밥 과자를 먹었다.

 




강의실로 올라갔다.  이런 강좌 듣는 건 나도 처음이라 두근두근.. 강의실 중앙에 작은 수영장처럼 물이 담겨 있었다. 비니가 흥미를 보인다.

 

 

 

 

 



 

 

 

 

 

 

 

 

 

 



선생님이 나눠주신 수수깡을 이쑤시개로 연결해서 배를 만든다.  비니에겐 어려운 작업이라 엄마인 내가 도맡아 해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물에 종이배와 수수깡배를 띄우며 노는 중. 

 

 

 

 

 

 

 

 

 



그 다음은 낚시 놀이다.  중간에 비닐로 된 일회용 위생장갑을 엄마가 끼면, 아이가 매직으로 그 위에 반지며 시계를 그리고, 손톱도 칠해주는 시간이 있었지만, 그 땐 사진을 찍지 못했다.

 

 

 

 



어찌나 진지하던지... 낚시를 마지막으로 강의가 끝났는데, 이제 끝이라니까 비니가 대성통곡..-_-;;

옷을 벗고 물에 들어가 샤워(물놀이)를 하겠다며 우는 걸 억지로 끌고 나오느라 진땀을 뺐다.

아무튼 이 강좌가 비니 마음에 들었다는 뜻이니까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다음 시간엔 찰흙놀이를 한다는데 기대된다.   다음엔 비니가 울지 말아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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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7-07-06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아이들은 만져 보고 주물러 보고 느껴 보는 것이 제일인 것 같아요. 어느 도서관인지, 참 좋아보이네요.

섬사이 2007-07-06 14:38   좋아요 0 | URL
동네에 작년에 개관한 작은 구립도서관이 있거든요. 한 달에 두 세 번쯤 도서관에 가서 비니랑 책도 보고 먹을 것도 사먹고, 뭐, 그러고 다녔는데 마침 문화강좌 모집을 하길래 신청했던 거예요. 스케치북에 그리는 것보다는 놀이식이라 더 마음에 들었어요.

향기로운 2007-07-06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대성통곡할만하지요. 아이들은 정말 물을 무서워하면서도 물장난 하는것을 좋아하는데^^*

섬사이 2007-07-06 14:39   좋아요 0 | URL
옷 벗겠다고 떼를 써서 얼마나 애를 먹었는지 몰라요.^^ 저희집 아이들은 전부 물을 좋아하거든요.

홍수맘 2007-07-06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열심히 즐기고 있는데 "그만, 끝" 하면 정말 얼마나 서운하고, 섭섭하고 했을까요.
에궁, 보는 이 아줌마가 다 안타까운거 있죠?
그나저나 도서관에서 저런 "퍼포먼스 미술놀이" 프로그램들도 진행하는군요. 부럽당~.

섬사이 2007-07-06 14:42   좋아요 0 | URL
정말 너무너무 아쉬웠었나 봐요. 그래도 시작과 마침이라는 개념을 빨리 받아들여야 할텐데 걱정이에요. 매번 대성통곡이면 어쩌나..하고.^^ 전 홍이가 바람같이 누비며 달리는 잔디 축구장이 멋지던데요. 가슴이 다 후련해질 것 같던걸요. ^^

fallin 2007-07-09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니 참 귀엽게 생겼네요.. 섬사이님을 닮았나요?^^

섬사이 2007-07-09 20:51   좋아요 0 | URL
저를 닮았다고 하면 제가 귀엽다는 뜻이 되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제입으로 저 닮았다고 말할 수 있겠어요.. 전 절대 말 못해요.^^

치유 2007-07-10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정이 너무나 진지합니다..대성통곡할만 한걸요??황금붕어도 잡아야하고 빨강~붕어도 한마리 낚아야 하는뎅...ㅋㅋ

섬사이 2007-07-11 14:38   좋아요 0 | URL
내일이 또 가는 날인데, 또 대성통곡하면 어쩌나 걱정이 되네요. 그나저나 내일은 비가 안와야하는데..

알맹이 2007-07-13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니 볼이 너무 귀여워요~ 저도 저런 귀여운 아기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그런데 사실 키울 자신이 없어요;;;

섬사이 2007-07-14 00:57   좋아요 0 | URL
아기가 생기면 모든 것이 달라져요. 그걸 모성애라고 하는 거겠죠? 아기를 갖기 전에는 '출산' 자체가 공포잖아요. 하지만 모든 어머니들이 그 고통을 기쁘게 감당하죠.^^ 앤디뽕님도 막상 닥치면 사랑 많은 훌륭한 어머니로 변신하실 거예요. ^^
 

우중충한 장마철에 우리집 화단에 활짝 핀 백합을 소개할게요.
요즘 이 녀석 보는 즐거움이 커요. 
백합 구근 6개 중에 분홍색 백합만 먼저 피네요. 
처음엔 우리 비니가 뽀뽀하자고 할 때 모아 내미는 입술처럼 뾰족하고 작게 꽃봉오리가 맺히더니, 점점 길쭉하게 자라다가, 마침내 활짝 꽃잎을 펼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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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7-07-06 0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너무 고와요..*^^*

섬사이 2007-07-06 03:05   좋아요 0 | URL
네, 아주 곱게 피었어요. 시들 때, 너무 서운할 것 같아요.^^

비로그인 2007-07-06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홍색 백합이에요?
와- 이쁘다, 전 흰백합만 생각했는데 진짜 이뻐요!!!

섬사이 2007-07-06 14:43   좋아요 0 | URL
요즘 아주 만발했어요. 베란다 창을 열면 백합 향기가 솔솔~~ 이 녀석들만 보면 이 여름도 기분이 좋아져요.^^

향기로운 2007-07-06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홍색 백합도 이쁘군요^^ 물방울을 머금은 수줍은 모습이라 더 눈길을 끄네요^^*

섬사이 2007-07-06 14:44   좋아요 0 | URL
비가 온 다음에 화단에 나가 찍었거든요. 사람이나 꽃이나 약간 젖어있는 모습이 더 섹시해 보이죠? (오마낫~! 내가 무슨 소릴하는거야?^^)

홍수맘 2007-07-06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예뻐요.
흰색에 비해 화려함이 느껴진다고 해야하나?

섬사이 2007-07-06 14:45   좋아요 0 | URL
하얀 백합도 심었는데 분홍 백합이 먼저 피어나네요. 하얀 백합이 피면 또 자랑할게요.^^

다락방 2007-07-06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너무너무너무너무 예뻐요.
:)

섬사이 2007-07-06 14:46   좋아요 0 | URL
분홍 백합을 보면 알라딘의 이쁜 아가씨들 생각이 나던데요. 다락방님, 체셔님, 네꼬님, 마노아님, Fallin님..^^

비로그인 2007-07-06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백합은 항상 꽃다발 속에 뿌리없는 것만 봐서..저렇게도 기를 수 있군요. 전 식물은 무지 않아하는데 잘 못길러서....안녕하세요, 전 새초롬 너구리예요.

섬사이 2007-07-07 11:58   좋아요 0 | URL
새초롬너구리님, 처음 뵙네요.^^ 닉네임이 참 귀여워요. 저도 올해 처음으로 화단에 백합을 심어봤어요. 생각보다 키가 크고 엄청 씩씩하게 땅을 뚫고 싹이 나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지요. 일단 꽃이 크고 화려해서 존재감 하나는 확실하네요. 화단이 환해지더라구요.^^

하이드 2007-07-06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백합이 왠지 좀 무서워요. 백합향으로 사람 죽이는 뭐 그런 추리소설을 많이 봐서 그런가봐요. 근데, 사실은 어릴적부터, 백합의 꽃술을 무서워했던거 있죠.

섬사이 2007-07-07 12:01   좋아요 0 | URL
하이드님, 그 얘기 저도 들은 적이 있어요. 유럽 귀족들이 자살할 때, 동굴 깊숙한 곳까지 백합을 한아름 안고 들어가 촛불을 켜고 책을 읽는 방법을 썼다는 얘기요. 촛불때문에 동굴의 산소가 희박해지고, 백합의 짙은 향기에 질식해서 책을 읽다가 죽는다고.. 그 얘기 들으며 귀족들은 죽을 때도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우아하고 품위있게 죽는구나, 생각했었죠. 그런 생각이 드니까 귀족들이 얄미워지던데요.^^

fallin 2007-07-09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척 화사하네요. 색깔이 참 이뻐요...물방울이 맺힌 것도 맘에 들고요 ^^

섬사이 2007-07-09 20:52   좋아요 0 | URL
벌써 처음 핀 꽃들은 시들기 시작했어요. 그래도 지금 화단에 열 송이도 넘게 피어 있답니다. 하얀 백합은 아직 봉오리 상태구요. 백합 덕분에 화단이 아주 환해요.^^
 
새의 선물 -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두 번째로 읽은 은희경님의 소설이다.  1960년대를 배경으로 열 두살 난 평범치 않은 여자 아이 진희를 통해 주변 인물과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열 두살 치고 삶에 대해 꽤 냉소적이고 적의를 담고 있다.

이야기는 마치 옛날에 하던 TV 드라마 '한 지붕 세 가족'이나 '전원일기'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은희경님의 소설 스타일이 원래 그런 건지, <마이너리그>에서도 그랬지만 도시적이고 세련된 느낌을 찾아보기 어렵다.  절대로 '발리에서 생긴 일'이나 '풀하우스'같은 드라마의 자취는 찾아볼 수가 없다.  네꼬님이 은희경님이 드라마를 쓰셔도 참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정말 이 책을 읽으면서 드라마의 느낌이 확 와닿았다. 

삶에 대해 냉소적이고 적의를 담고 있다곤 하지만 이야기가 내내 무겁고 진지하진 않다.  중간 중간마다 60년대 신파스러운 코믹한 장면들이 삽입되어 있다.  마치 성우가 더빙한 옛날 영화의 부자연스러운 억양의 대사가 귓가에 들리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제 신파스러움은 아무리 진지함과 사건의 심각성을 이야기한다고 해도 웃음의 한 코드가 되어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진희의 이모가 빨래를 널려다가 바지랑대와 함께 고꾸라지는 장면도 코믹하거니와 중절수술을 받고 눈 쌓인 산길을 비틀거리며 걸어가던 이모를 홍기웅이 번쩍 안아 트럭 앞자리에 태우는 다소 진지하고 심각한 장면에서도 씨익 웃음이 새어나오는 걸 보면, 작가 은희경님의 생생하고 구체적인 묘사와 표현들이 가진 힘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또 하나의 특징은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의 자잘하고 궁상맞고 어찌보면 추레하고  비루한 일상 속에서 사람들의 내면 심리, 또는 삶에 대한 정확한 성찰들을 예리하게 낚아채는 능력이다. 미운 정과 고운 정에 대한 글, 그리움을 모기에게 물려 가려운 할머니의 발바닥에 비유한 것에서 그 능력은 유감없이 드러난다. 너무나 평범하고 너무나 흔하게 일어나서 주목할 필요도 없을 것 같은 일상에 들이댄 작가의 날카롭고 매서운 통찰이 급소를 찔린 듯 아프고 서늘하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사랑은 자의적인 것이다. 작은 친절일 뿐인데도 자기의 환심을 사려는 조바심으로 보이고, 스쳐가는 눈빛일 뿐인데도 자기의 가슴에 운명적 각인은 남기려는 의사표시로 믿게 만드는 어리석은 맹목성이 사랑에는 있다."(p.180)와 같은 사랑에 대한 세밀한 관찰과 "건드려질 때마다 아픔을 느끼는 상처를 갖는다는 것은 내 삶에 대한 스스로의 조절능력을 상실하는 거였다." (p.130),  "삶이란 언제나 양면적이다. 사랑을 받을 때의 기쁨이 그 사랑을 잃을 대의 슬픔을 의미하는 것이듯이.  그러니 상처받지 않고 평정 속에서 살아가려면 언제나 이면을 보고자 하는 긴장을 잃어서는 안된다"(p.310) 와 같은 삶에 대한 시니컬한 정의들, 그리고  "자기의 행복과 불행의 조종간을 통째로 타인의 손에 쥐어준다면 그 타인에게 매력적인 존재가 되는 것도 잠시일 뿐이다."(p.304)   "대부분 어른들은 모험심이 부족하다. 진정한 자기의 삶이 무엇인지 알아내고 찾아보려 하기보다는 그냥 지금의 삶을 벗어날 수 없는 자기의 삶이라고 믿고 견디는 쪽을 택한다.  특히 여자의 경우 자기에게 주어진 삶을 그대로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배후에는 '팔자소관'이라는 체념관이 강하게 작용한다.  불합리함에도 불구하고 그 체념은 여자의 삶을 불행하게 만드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우연히 닥쳐온 불행을 이겨내지 않고 받아들이도록 만듦으로써 더 많은 불행을 번식시키기 때문이다. (p.246) 과 같은 여성의 주체적인 삶에 대한 욕망의 글들을 책 갈피 구석구석에서 만날 수 있었다.

참 매력적인 작가다.  매력적이지 않은 평범한 인물들을 가지고, 멋지고 근사한 폼나는 분위기 한 번 잡지 않고도 이만큼의 이야기를 써낼 수 있다는 것이, 주변의 자잘한 이야기들이 작가의 시선 하나로 이렇게 심도 있는 소설로 환골탈태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것도 화려한 미사여구나 기름칠 해놓은 듯 유들유들하게 흘러가는 문체를 쓰지 않고도 말이다. 그래서 은희경님의 소설은 꼭 스타카토로 연주되는 베토벤 교향곡같다. 아니면 바흐이거나. (진짜 음악의 영역에서 그게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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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7-06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흐, 저는 박완서님을 떠올렸습니다. 장중하되 거짓말을 하지 않고, 로스트로코비치가 연주하는 것처럼 꾸밈이 없는. 은희경은 약간 모짜르트같아요. 그냥 제 느낌이니 다른 분들과, 섬사이 님과도 다를테지요.

섬사이 2007-07-06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로스트로포비치가 연주하는 바흐.. 정말 박완서님의 이미지와 딱 떨어질 것 같네요. Jude님은 음악에 조예가 깊으신가 봐요. 저야 연주자에 따라 달라지는 선율의 미묘한 차이들을 잡아낼 수 있을만큼 음악을 잘 알진 못해요. 요요마의 첼로연주와 로스트로포비치의 첼로연주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저 부분을 쓸 때 저도 잠시 고민을 했었거든요? 은희경님의 저 소설이 경쾌함이나 밝음만으로 설명되기엔 뭔가 묵직한 게 얹혀있어서 모짜르트라고 하기도 좀 그렇고, 그래서 나름대로 바흐나 베토벤 교향곡이 스타카토로 가볍게 연주되는 것 쯤으로 혼자 합의를 봤던 거예요. 세상엔 존재할 수 없는 연주겠죠?
jude님 덕에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작가 한 분을 깨달았네요. 로스트로포비치가 연주하는 바흐를 닮은 박완서님의 글이라.. 이래서 사람은 평생 누군가를 스승으로 삼으며 배워야 한다는 건가봐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꾸~벅 ^^

fallin 2007-07-09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명 읽었는데....-.-;;; 기억이 전혀 안나요 ㅡ,.ㅡ

섬사이 2007-07-09 20:53   좋아요 0 | URL
그런 이유로 리뷰를 쓰기 시작했어요, 저는. 읽은 책들에 대한 느낌과 생각들을 저장해 놓는다는 의미로. ^^
 

오늘 낮에 뽀가 하는 말이,

"엄마, 비니한테 사 주고 싶은 과일이 있어." 하는 거다.

그 말 뜻은, '맛을 보고 싶은 과일이 있는데 비싼 거에요.'라는 뜻이다.

그래서 내가,

"뭐? 아보카도?" 했더니만(아보카도는 지난 번에 애들 성화에 사봤다가 우웩~했었다.)

"아니, 망고!"하는 거다.

우리 집에선 수입과일이라곤 바나나, 오렌지, 키위 정도만  출입이 허가되고 있었다. 수입되어 오느라 갖가지 약이 엄청 묻어 있을 수입과일을 뭐하러 비싼 돈 주고 사먹냐는 게 내 쥐똥철학이므로, 이쯤에서 안 된다고 확실하게 인지시켜 줄 필요가 있었다.

 ; 야, 망고가 왜 망고인줄 알어? '망해간다'는 뜻이야. 망Go~~~~!!

; 아~참내, 그럼 아보카도는?

; 아보카도는 '아파서 보따리 싸가지고 카~~ 침뱉으며 도망간다'고 해서 아보카도지~!

이쯤되면 뽀는 내 술수에 말려든다.  과일을 사고 싶다는 생각보다 엄마의 말장난에 더 집중하게 되기 때문이다. 엄마에겐 다음 질문을 뭘할까 고민하느라 눈은 초롱초롱해지고, 입가엔 웃음이 번진다.

; 그럼 자몽은?

; 자몽은 '자다가 몽둥이로 맞는다'고 해서 자몽이지.  뭐하러 수입과일 먹으려고 그래? 요즘 자두도 맛있더라.

; 엄마... 자두는 '자다가 두드려 맞는다'고 해서 자두 아냐?

; ....... (할 말 없어진다. 이럴 땐 웃음으로 떼워야 한다.) 으하하하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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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7-07-06 0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뽀는 정말 멋진 엄마를 가졌어요..
아들과 둘이서 정겨운 모습이에요..비니는 좋겠다..후훗..이렇게 과일까지 살뜰하게 챙겨주는 멋진 오빠가 있어서...

섬사이 2007-07-06 03:07   좋아요 0 | URL
비니를 핑계 삼아 본인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음모가 숨어 있는 거예요. 지니랑 뽀가 그 수법을 애용하거든요. ^^

프레이야 2007-07-06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말놀이가 아이의 상상력과 언어능력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거라는 생각이 팍!
엄마가 푼수끼를 발휘할수록 아이들이 행복해진다는 걸 또한번 느껴요^^

섬사이 2007-07-06 14:59   좋아요 0 | URL
혜경님, 정말이요? 저런 농담 따먹기식 말장난도 아이들의 상상력과 언어능력 발달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진지한 사고력이나 문제해결력 발달엔 악영향을 미치겠죠? 푼수끼를 고쳐보려고 해도 타고난 천성인가봐요. 잘 안되네요.ㅠ.ㅠ

홍수맘 2007-07-06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하하하하.
어쩜~. 그런 방법도 있군요. 역시, 멋진 엄마!!!
그래서, 자두는 드셨어요?

섬사이 2007-07-06 15:01   좋아요 0 | URL
아직 못샀어요. 오늘도 아침부터 비니에게 이리저리 끌려다니기만 했어요. 애들 학교에서 돌아오면 시장에 다녀오려구요.^^

마노아 2007-07-06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를 가르치면 둘을 아는군요^^ㅎㅎㄹ

섬사이 2007-07-07 12:02   좋아요 0 | URL
잔머리 굴리다가 제가 당했죠.^^
 

며칠 전 정미경님의 소설 <장밋빛 인생>을 읽다가 '이 세상과 맞서는 칼 하나'라는 글에서 잠시 멈칫했다.  대학 때 끄적거리며 써놓았던 시가 생각나서.  오래된 노트들을 뒤져보니 그 때 썼던 시가 사라지지 않고 자기 자리를 보전하고 있었다.  '1988년 초봄'이라고 노트 밑단에 써놓은 걸 보니, 햐~~ 벌써 20년 전이다.  기념으로 20년 전 내가 끄적여 놓았던 시를 알라딘 서재에 옮겨 놓아 본다.

              성(城)

봄이 떠난 숨겨진 자리에
오만하고 튼튼한 성을 쌓아서
수녀 얼굴을 한
창부 하나와,
동방박사 변장을 기막히게 잘하는
사기꾼 하나와,
순진한 눈동자를 가진
강도 하나 불러 들이고
그들을 지키는 병사가 되는 거야.

십자가 짊어진 선량한 사나이 있어
어느 날 성을 찾아와
목이 마르다 하거든
말 줄임표와 바닷물 한 잔 주어
쫓아보내고,

길을 잃은 가난한 소년이
성을 찾아와
쉴 자리 구하거든
마침표와 칼 한 자루 주어
돌려보내야 해.

바람이 흐르는 거리만큼 강물도 깊고
겨울 밤 두께만큼 달도 밝은데
봄 하나, 봄 둘의 그림자 지기도 전에
저만치 다시 오는 겨울이 두려워
성은 날로날로 어른이 되라.

 

지금 보니 나도 참 유아적이고 유치뽕짝인 시기가 있었구나 싶어 웃음이 났다.  그런데 그 때에 나는  뭘 그리 나름대로 비장하게 지키려고 했을까.  성을 쌓고, 자기를 속이고, 누군가를 쫓아내면서.

암튼 나의 20년 묵은 미발표 작품을 알라딘 서재를 빌어 발표하는 셈이다. (나의 모든 것이 다 미발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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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7-02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잘 쓰셨어요 :)

소싯적 글은 자신이 읽으면 유치하지요 ^^
저도 미발표 작품들이 꽤 있었는데 지금은 다 폐기처분하고 ㅋㅋ
절필 선언한지가 오래되놔서 :)
잘 읽었습니다.

섬사이 2007-07-03 16:16   좋아요 0 | URL
저는 절필 운운할 정도의 文歷도 갖고 있지 않은지라..^^ 그래도 내 마음대로의 시를 끄적이곤 했었는데, 정현종님의 시를 읽고는 그 다음부터는 아예 안쓰게 되어버렸어요. 그 시의 내용이 얼마나 거짓말을 잘하면 시로도 거짓말을 할까...하는 내용이었거든요. ^^

홍수맘 2007-07-02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짝짝짝!
절대 유치뽕짝 아니예요. 저한테 미발표 작품이란 조재 자체가 없었다지요.
멋지세요.

섬사이 2007-07-03 16:17   좋아요 0 | URL
야~~ 박수까지 받고 기분 좋네요.^^ 고맙습니다.

프레이야 2007-07-02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걸요! 돌아보면 모두가 유치하지요. 그만큼 지금 나아져있다는 말이
되구요. 충분히 좋아요. 88년도에 전 졸업했지요^^

섬사이 2007-07-03 16:27   좋아요 0 | URL
정말요? 혜경님 댓글에 위로받았어요. 그래요, 적어도 20년 전보다는 조금 나아졌단 뜻으로 받아들이면, 저 유치함도 너그럽게 이해해줄만 하네요. ^^ 88년에 졸업하셨으면 저보다 2년 선배세요.

다락방 2007-07-03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너무나 근사해서 저는 앞으로 알라딘에 시를 쓰지 못하겠는걸요. 훗.

섬사이 2007-07-04 08:55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놀리시면 싫어욧~!!!

2007-07-04 1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7-05 1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유 2007-07-05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신걸요..이렇게 오래 간직한 글을 발표하시다니..알라딘 주민인것이 또 한번 자랑스러워요..^^&


섬사이 2007-07-05 11:44   좋아요 0 | URL
배꽃님, 다녀가셨군요. 요즘 뭐하고 지내세요? 한동안 또 안보이시길레 님 서재로 쳐들어가 구석구석 뒤지며 찾아보려고 하던 참이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