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은 밥이다 - 엄마가 읽는 수학책 교사와 학부모를 위한 함께도서관 6
강미선 지음 / 주니어김영사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수학은 거르지 말고 때 되면 꼭 챙겨먹어야 하는 밥같은 거란다.  참 지겨운 이야기다.  내가 엄마라서 그렇지,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수학을 밥같이 생각하라면 밥조차도 싫어질 것 같다.  그래도 맞는 말이니까 쓴 소리긴 하지만 삼키는 수 밖에 도리가 없을 듯...

난 수학이라면 지독한 열등감을 가진 엄마다.  중학교 때 좀 유별난 수학선생님을 만나 철없는 마음에 선생님 싫다고 공부까지 놓아버린 얼치기였다.  우리 아이를 나같은 얼치기로 만들면 안되겠어서 읽어보게된 책이다.  모방송 프로그램에 이 책의 저자가 나와서 아이들 수학공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본 게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

이런 나에게 저자는 '엄마 혹은 아빠가 수학을 잘 못했던 것이 아이에게 내림이 될까봐  걱정을 하면서 더 많이 시키거나, 아니면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아이에게까지도 수학에 대해 무신경하든 간에, 수학이 맨처음부터 '공부'로 부담스럽게 다가왔던 아이의 경우는 그 후유증이 오래가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수학을 잘 못했거나 싫어했던 분들은, 무조건 피하거나 무조건 공부하라고 강요만 하지 마시고 아이의 특성에 맞는 방법을 택하시는 게 좋습니다.'라고 조언한다.

말이야, 쉽지.  나도 첫째, 둘째 애 다 내가 끼고 가르쳐 봤지만 수학이야 문제 많이 풀고 연습시키는 게 최고 아닌가? 아이의 특성에 따라 골라서 적용할 만한 방법이 몇가지나 된다고? 그리고 사실 내아이 가르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초등학교 수학문제라고는 하지만 이리 꼬이고 저리 꼬인 문제는 정답 풀이집이라도 슬쩍 미리 컨닝을 해두지 않으면 애가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기가 참 어렵다.  이쯤에서 저자의 한마디는?

"학부모가 학교 수학에 통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엄마한테 수학 자체보다는 '수학을 대하는 태도'를 배우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매일매일 배우는 것은 지식 자체라기보다는 그 지식을 대하는 태도와 지식을 얻는 방법입니다.  그런 것이 체질화되어서 결국 사고방식을 지배하게 됩니다.

어려운 수학 내용은 아이들이 커가면서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엄마가 수학박사라 해도 아이에게 맡길 수밖에 없습니다.  공부하고 깨달아야 하는 사람은, 바로 아이 자신이니까요. 공부하는 것은 '습관'이고 습관을 만드는 것은 학원이나 학습지가 아니라 부모와 함께하는 '일상생활'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엄마에게서 '수학을 대하는 태도'를 배운다고? 으아, 그렇다면 큰일이다.  수학은 끝끝내 내 인생의 발목을 잡은 웬수고 보다 찬란하게 빛날 수 있었던 학창시절에 어두운 먹구름을 드리운 악마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나더러 어떻게 하라는 거야?

"계산하는 것을 넘어서 수학에 대해 좀더 폭넓게 생각해 보면, 오늘 하루를 보낼 계획을 세우는 것도 수학이고, 자기가 해야할 일과 못하는 일, 해야만 하는 일등을 구별하는 것도 수학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런 것들은 '수'를 넘어선 수학입니다.  그러니 아이들이 계산에만 너무 몰두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학은 계산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항상 주지시켜 주고 자기만의 방법을 개발해 내도록 해야 합니다. "

자, 이 책에 대해서 감을 잡으셨는가... 이 책에는 수학공부에서 반복이 중요한 지 어떤지, 계산이 전부라고 생각해야 하는지, 선행학습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연산학습지는 어떻게 시켜야 하는지, 틀린 문제에 대해 엄마는 어떤 태도로 반응해야 하는지 등이 설명되어 있다.  마지막 장은 '유아수학지도의 실제"라는 제목으로 유아에게 수학을 어떻게 이해시켜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비교적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어 유아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책은 수학이라는 학문에 대해서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와 수학을 잘 하기 위해선 어떤 사고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를 더 중요하게 설명하고 있다.  수학은 우리가 필사적으로 무찔러야할 괴물이 아니라고 말이다. 

"아이가 다양한 관점을 가지고 못가지고는, '정답을 내는 데 걸리는 시간보다는 오답을 낸 이유(왜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그 답에 나름의 일리가 있는 건 아닌지)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엄마'라는 환경과 '반복하다보면 혹시 이치를 깨닫지 않을까에 목매는 엄마'라는 환경의 차이에서 만들어 지는 것입니다."

"많은 엄마들은 일상생활에서 아이를 수학적인 세계에 동참시키지 않고 '수학'을 따로 떼어놓고 '가르치려고만' 합니다.  그렇게 되면 아이가 받아들이는 수학은 한정될 뿐만 아이라 지속적이기도 힘들고 그 생명력도 길지 않습니다.  수학은 생활 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 강미선씨가 펴낸 수학책이 몇권 더 있다. 이 책은 수학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면 다른 책들은 보다 실제적이고 실용적인 것들 같다.  아이들 수학을 어떻게 공부시켜야 할까 고민하는 부모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1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치유 2006-12-08 0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엇이든 재미를 붙여야 하는데 말이지요..

섬사이 2006-12-08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재미있어서 하는 일이라면 아이도 즐겁고 보는 저도 흐뭇할텐데.. 언제까지 교육제도 탓을 하며 맥빠져해야하는지 모르겠네요.
 
대중문화의 겉과 속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대중문화에 대한 이론서이다.  대중문화를 소비하고 즐기더라도 대중문화의 구조와 속성을 제대로 이해하자는 것이 이 책이 겨장하는 목적이라고 밝힌바와 같이 TV와 컴퓨터 등 각종 매체에 무방비 상태로 놓여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좀더 능동적으로 생각하고 선택 수용하는 자세를 알려줄 것이라 기대한다. 

세상은 각종 영상매체들로 넘쳐난다.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영상에 노출되고 있다보니 우리의 아이들은 이마골로기(imagologie)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한다.  우리 인간들을 움직이는 것이 이제 논리적 사상체계가 아니라 일련의 이미지와 암시라는 것이다.  정말 그렇다.  연예인들에 대해 느끼는 호감도 그 사람의 인격 때문이 아니라 철자한 마케팅 논리에 따라 계산되고 만들어진 TV 화면 상에 드러난 이미지에 따른 것이다.  광고도 예외는 아니어서 요즘 어떤 광고는 "저게 지금 뭘 광고 하는거야?"하고 의아해 할 때도 많다.  이제는 이미지를 파는 시대라고 하지 않는가.  정치까지도 이미지화 되고 있고, 사람들마다 자기 이미지 관리를 위해 다이어트다 성형수술이다 피부관리다 해서 저마다 자기 방식대로 열심이다. 

신문을 비롯한 각종 활자매체들이 그 생존을 위협받는 시대, 진지하고 심각한 문제들을 회피하는 시대를 살며 또 그렇게 되도록 알게 모르게 훈련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청소년들에게 큰 의미가 될거라고 생각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책이 2000년 2판 발행본이다 보니 요즘 세류와 맞지 않는 면이 있다는 것이다. 컴퓨터 인터넷은 엄청난 발전을 보았는데 책에선 아직도 PC통신이니 전자오락실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요즘 청소년들이 봤을때 별로 공감을 얻지 못할 것 같다.  또 하나는 '리비도'나 '그레샴의 법칙', '프로파갠다'와 같은 용어 설명이 충분치 않다는 점이다.  처음부분에선 커뮤티케이션, 테크놀로지, 미디어와 매스미디어 등의 용어 설명을 긴 주석을 통해서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뒤로 갈수록 용어 설명이 생략되거나 충분치 못하다.  글쓴이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여 쉽게 썼다고는 하지만 이 책이 청소년들에게 쉽게 받아들여질지는 의문이다. 

마음에 걸리는 그런 점들이 있더라도 이미 대중문화가 저급하다고 하지만 이미 피할 수 없는 주류가 된 현실에서 학교에서도 가르쳐주지 않는 '대중문화를 올바로 이해하는 법'에 대해서 언급해 주었다는 것에 글쓴이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원예도감 - 꽃과 채소로 가득 찬 뜰 만들기
사토우치 아이 글, 후지에다 쓰우 외 그림, 김창원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199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작년에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1층으로 이사할 때 우리 아이들과 나를 가장 들뜨게 했던 건 1층 전용 화단이 있어서 거기에 우리 맘대로 뭔가를 심고 가꿀 수 있다는 거였다.  전에 살던 사람이 아무 것도 심지 않아 훵하게 남아 있던 화단을 어떻게 꾸밀까 하는 생각으로 즐거워했다.  아이들에게서 작게 구덩이를 파서 연못처럼 만들자는 이야기까지 나왔지만 그건 엄두가 나질 않았고 (아파트 관리사무소 쪽에서도 허락할 것 같지가 않았다), 때마침 아침고요 수목원을 다녀오고 나서는 더욱 머릿 속 궁리가 심해졌다.

그러나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만 보고 살아온 내가 화초가게에서 알아서 적당한 흙에 심어준 화분만 키워오다가 직접 내가 일구고 비료를 줘야 하는 땅을 마주하고 보니 막막했다.  어디서부터 뭘 어떻게 해야하는지 갈피를 잡기가 어려웠다.  다른 집 1층 화단을 기웃거려 보기도 하고 인터넷을 뒤져보기도 했지만 별다른 비결을 알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마음 내키는대로 일단 심어보자 싶어 로즈마리를 사다가 발코니 앞에 조르륵 심어놓았다.  처음엔 발코니 창문만 열면 로즈마리 향기가 풍겨 얼마나 감격에 겨워했는지... 그러나 장마철에 접어들자 로즈마리는 다 썩어서 죽고 말았다.  알고보니 허브들은 밖에서 겨울나기도 어렵고 특히 물조절을 잘해야 한단다.  그러니 장마철을 견뎌냈다고 하더라도 겨울에 다 얼어죽고 말 운명이었던 것이다.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화단에 심은 것들은 모두 비실비실거리기만 했다.  장미도 그렇고, 철쭉도 그렇고, 금낭화도 여리고 약해서 금방이라도 어떻게 될 것만 같았다. 

아무래도 뜰가꾸기에 관한 원예서적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에 찾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내가 화단을 가꾸면서 저지른 치명적(?) 실수는 뭔가를 심어야 한다는 생각만 한 것이다.  이 책에서 뜰을 가꾸는 사람은 먼저 흙부터 가꾸어야 한다고 말한다.  따지고 보면 지극히 당연한 말인데도 불구하고 난 꽃이 만발하고 싱싱한 채소를 따먹는 꿈에 빠져서 실질적으로 해야 할 일을 보지 못한 것이다. 

이 책은 무척 친절하다. 어려운 말로 읽는 이를 주눅들게 하지도 않고 읽다 보면 나도 이책의 부제처럼 '꽃과 채소로 가득 찬 뜰 만들기'를 이뤄낼 수 있을 것 같다.  꼭 밖깥 뜰이 아니더라도 베란다에 미니정원을 만드는 일부터 화분을 관리하는 법까지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고, 좋은 흙을 만드는 법이라든가 씨뿌리는 시기와 방법들, 해충 대처법, 씨 모으기와 보관법, 가꾼 작물을 이용하는 방법 등 실질적인 뜰가꾸기 법이 온전히 담겨 있다. 

내년을 다시 꿈꾼다.  이 겨울이 가고 다시 봄이 올 무렵 흙을 건강하게 만들고 씨앗과 모종을 심고 가꾸어 올해보다 더 아름다워진 나의 작은 뜰을 그려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교해 보는 재미, 그림책 이야기
탁정은 지음 / 한림출판사 / 200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문에서 글쓴이는 '그림책 평론가나 전문가가 말하는 이론에 맞추어 장면 장면을 분석하고 해석하기보다는 엄마의 입장에서 아이와 그림책을 볼 때, 그 책만의 좋은 점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려 했다.'고 썼다.  그리고 '5년간 월간지 <좋은 엄마>에 연재한' 글들이라고 했다.  소개한 책의 선정기준은 '순전히 내가 좋아하는 책'들이다. 

자, 그럼 대충 어떤 글들이 담겨있는지 느낌이 올 거라 생각한다.  작가의 말마따나 전문적인 그림책 평론과는 거리가 있다.  책의 제목에 '비교해 보는 재미'라고 했는데 주로 소재가 같은 그림책들끼리 묶어 줄거리를 비교해 보는 것이 대부분이라 사실 비교 보다는 같은 소재를 다룬 그림책들을 소개한다는 표현이 더 적절한 것 같다.  더군다나 <좋은 엄마>라는 작고 얇은 월간지의 한정된 지면을 생각한다면 사실 좀 더 세밀하고 날카로운 비교나 작품론식의 글을 기대한다는 게 애초부터 무리인 듯 싶다. 

그래도 이 책의 장점이라고 한다면 우리나라의 그림책작가에 12명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는 것인데 그림책과 관련된 여러 책들에서 국내 작가들에 대한 글들을 찾아보기 어려운 터라 무척 반가웠다.  아쉬운 점은 그림책 작가에 대한 글들이 너무 한 작가의 작품들을 나열하여 소개하는 형식이라는 것이다.  작가 소개에서 그 작가의 작품을 거론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너무 작품 위주의 작가소개가 되다보니 이게 작가에 대한 이야기인지 작가의 그림책을 소개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작가 이야기라고 하고는 다시 또 작품 소개로 빠지고 있어 그림책 소개글들과 차별화가 되질 않는다.  작가가 살아온 인생에 대한 이야기라든가, 학교다니더 시절의 이야기라든가, 그림책을 만드는 일에 뛰어들게 된 동기라든가, 작가가 추구하는  그림책의 세계라든가, 어린이들에 대한 작가의 생각 등등을 함께 엮었다면 더 흥미롭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아쉬움들은 앞으로 국내의 어린이 문학이 더욱 발전하면 자연스럽게 해결되리라고 기대해본다.  더 다양하고 더 심도있는 어린이 문학에 관련된 책들이 더 많이 출간되겠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아이가 책을 읽는다
박영숙 지음 / 알마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효과적인 책읽기 지도서도 아니다.  그렇다고 어린이도서관 관장이 추천하는 좋은 책 소개서도 아니다.  도서관 설립과정이라든가 도서관 운영에 대한 책은 더더욱 아니다.  이 책은 부모와 아이가 함께 잘 살아가기에 대한 책이다.  읽으며 마음이 아팠다.

아이들이 살아가기에 이 세상이 너무 살벌하고 혹독해졌다.  세상이 살벌해지다 보니 아이가 편안함을 누려야 할 가정도 그리 아늑하지만은 않다.  생각해보니 아이들이 "집"이라는 공간안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지 않다.  학교가고 학원에 다녀오는 시간, 잠자는 시간을 빼고 나면 하루에 몇시간이나 집에 있는 걸까.. 그 얼마 안되는 시간에 나는 우리 아이와 어떻게 지냈나.. 하는 반성을 하게 만든다. 

부모라는 이름으로 아이를 몰아세웠다.  부모라는 명분을 내세워, 다 너를 위한 거라는 이유를 내세워, 안그래도 힘들 아이를 더욱 옭아매었다.  묵묵히 기다려주지 못하고 편안하게 품어주지 못하고 "교육"이라는 미명아래 초조해하며 경쟁에서 이기는 자가 되라고 소리쳐댔다.  그런 나에게 아이가 조금이라도 반항할라치면 나의 희생이 억울한 생각이 들어 절망하곤 했다.  그런 나에게 저자 박영숙씨는 말한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의무감과 두려움으로 가득 찬 스파르타식 감독이 아니다.  공이 담장 너머로 날아가거나 웅덩이에 빠져버리면 새로 내어줄 수 있도록 주머니에 공을 가득 넣어두는 일, 걱정말라고 공은 얼마든지 또 있다며 웃어주는 일, 그게 우리 어른들이 해야 할 몫이다." 라고..

생각해보니 교육도서라는 이름으로, 또는 자기계발서라는 이름으로, 우리 부모들과 아이들은 협박당하고 있었던 건 아닌가 싶다.  모두 똑같은 목표점 하나를 노려보며 아이도 부모도 마음에 병이 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은 천만가지나 될텐데, 나는 아이에게 한가지 방법만 가르쳐주려고 했다. 세상의 다양성은 무시하고 이 엄마가 골라주는 쪽만 바라보라고, 너를 위해서 내가 다 알아 골라놨으니, 넌 아무 생각도 걱정도 하지 말고 엄마가 하라는대로만 하면 된다고,,, 참 못나고 한심한 부모다.

저자 박영숙씨는 대단한 인물이라기 보다 별난 인물이다.  이렇게 세상을 사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사람이다. 도서관은 저자에게 책을 모아놓고 애들에게 읽으라고 권하는 장소가 아니다.  박영숙씨에게 도서관은 아이들의 상처난 마음을 아물게 하고 세상과 만날 수 있는 힘을 기르고, 다른이들과 함께 어울리며 자신의 소중한 존재가치를 느끼게 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고 배울 수 있는 그런 장소이다. 

좀더 근본적인 것을 돌아봐야겠다.  부모의 근본, 내 아이가 행복할 수 있는 근본 말이다.  그와 더불어 이 세상이 좀더 살만한 것이 될 수 있는 근본도 더 생각해 볼 일이다.  아이들에게 자유를 허락할 수 있는 넉넉한 세상이 그립다.  학교가 아이들을 경쟁으로 몰아가지 말고 함께 사는 법을 배우는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다. 

오늘도 내일도 그 다음날도 난 기다리는 법을 배워야겠다.  좀 더디고 늦더라도, 내기대와 전혀 다른 길을 간다고 하더라도 참는 법을 배워야겠다.  주머니가 불룩해지도록 공을 많이 준비하고 아이 곁에 앉아 지켜봐줘야지. 섣불리 코치하지 말고 방망이 잘못 쥐었다, 공을 똑바로 봐야지 하며 잔소리 하지 않는 묵묵한 사랑법을 배워야 겠다.  아이가 공을 엉뚱한 방향으로 날려버리고 속상해 울고 있을 때 베시시 웃으며 공을 꺼내줘야지. 아이가 힘들고 지쳐서 괴로울 때 와서 비빌 수 있는 따뜻한 언덕이 되어줘야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