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예도감 - 꽃과 채소로 가득 찬 뜰 만들기
사토우치 아이 글, 후지에다 쓰우 외 그림, 김창원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199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작년에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1층으로 이사할 때 우리 아이들과 나를 가장 들뜨게 했던 건 1층 전용 화단이 있어서 거기에 우리 맘대로 뭔가를 심고 가꿀 수 있다는 거였다.  전에 살던 사람이 아무 것도 심지 않아 훵하게 남아 있던 화단을 어떻게 꾸밀까 하는 생각으로 즐거워했다.  아이들에게서 작게 구덩이를 파서 연못처럼 만들자는 이야기까지 나왔지만 그건 엄두가 나질 않았고 (아파트 관리사무소 쪽에서도 허락할 것 같지가 않았다), 때마침 아침고요 수목원을 다녀오고 나서는 더욱 머릿 속 궁리가 심해졌다.

그러나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만 보고 살아온 내가 화초가게에서 알아서 적당한 흙에 심어준 화분만 키워오다가 직접 내가 일구고 비료를 줘야 하는 땅을 마주하고 보니 막막했다.  어디서부터 뭘 어떻게 해야하는지 갈피를 잡기가 어려웠다.  다른 집 1층 화단을 기웃거려 보기도 하고 인터넷을 뒤져보기도 했지만 별다른 비결을 알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마음 내키는대로 일단 심어보자 싶어 로즈마리를 사다가 발코니 앞에 조르륵 심어놓았다.  처음엔 발코니 창문만 열면 로즈마리 향기가 풍겨 얼마나 감격에 겨워했는지... 그러나 장마철에 접어들자 로즈마리는 다 썩어서 죽고 말았다.  알고보니 허브들은 밖에서 겨울나기도 어렵고 특히 물조절을 잘해야 한단다.  그러니 장마철을 견뎌냈다고 하더라도 겨울에 다 얼어죽고 말 운명이었던 것이다.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화단에 심은 것들은 모두 비실비실거리기만 했다.  장미도 그렇고, 철쭉도 그렇고, 금낭화도 여리고 약해서 금방이라도 어떻게 될 것만 같았다. 

아무래도 뜰가꾸기에 관한 원예서적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에 찾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내가 화단을 가꾸면서 저지른 치명적(?) 실수는 뭔가를 심어야 한다는 생각만 한 것이다.  이 책에서 뜰을 가꾸는 사람은 먼저 흙부터 가꾸어야 한다고 말한다.  따지고 보면 지극히 당연한 말인데도 불구하고 난 꽃이 만발하고 싱싱한 채소를 따먹는 꿈에 빠져서 실질적으로 해야 할 일을 보지 못한 것이다. 

이 책은 무척 친절하다. 어려운 말로 읽는 이를 주눅들게 하지도 않고 읽다 보면 나도 이책의 부제처럼 '꽃과 채소로 가득 찬 뜰 만들기'를 이뤄낼 수 있을 것 같다.  꼭 밖깥 뜰이 아니더라도 베란다에 미니정원을 만드는 일부터 화분을 관리하는 법까지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고, 좋은 흙을 만드는 법이라든가 씨뿌리는 시기와 방법들, 해충 대처법, 씨 모으기와 보관법, 가꾼 작물을 이용하는 방법 등 실질적인 뜰가꾸기 법이 온전히 담겨 있다. 

내년을 다시 꿈꾼다.  이 겨울이 가고 다시 봄이 올 무렵 흙을 건강하게 만들고 씨앗과 모종을 심고 가꾸어 올해보다 더 아름다워진 나의 작은 뜰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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