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외 지음, 황현산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평점 :
품절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세트의 두 번째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을 읽었단다. <동물 농장>은 이번이 두 번째 읽은 것이란다. 아빠가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 책 읽고 나서 일주일 정도 지나면 거의 잊혀지기 십상인데,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 17년 전에 읽었는데도, 그 줄거리와 처음 읽었을 때의 놀라운 느낌이 아직도 남아 있단다. 아주 세세한 줄거리는 다 기억하지 못했지만, 러시아 혁명 이후 전체주의로 변해가는 모습을 동물에 빗대어 완벽하게 그려냈단다. 줄거리 대부분 생각이 나지만, <열린책들>에서 창립 35주년판으로 나온 책을 일주일 한 권씩 차례대로 읽기로 했는데, 한번 읽었던 책이라고 해서 빼먹고 읽을 수는 없지. 참고로 아빠가 17년 전에 읽은 것은 민음사에서 출간한 <동물 농장>이었단다.

얼마 전에 고세훈 님이 쓰신 조지 오웰에 관한 책을 읽고 너희들에게 이야기해주었잖아. 조지 오웰의 통찰력으로 사회주의가 마르크스가 꿈꾸던 이런 이상사회가 될 수 없다고 꿰뚫어 보고 있었단다. 좌파 지식인으로 직접 사회주의를 결함하고 그것이 쉽게 전체주의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고, 세계 최초 사회주의혁명을 성공했던 러시아가 그걸 증명해 주었지. 그것을 통렬하게 비유해서 쓴 소설이 바로 <동물 농장>이고 말이야. 좌파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좌파를 비판하는 좌파 지식인, 그가 바로 조지 오웰이란다.(아빠는 조지 오웰을 이렇게 생각해.) 너희들의 책장에도 <동물 농장>이 있더구나. 어린이들을 위해 편집되긴 했겠지만, 이 소설이 러시아 상황을 비유적으로 쓴 소설이라는 것을 몰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거란다. 아직 읽지 않은 것 같던데, 한번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


1.

17년 전 처음 읽을 때 이 책의 등장인물, 아니 등장 동물들을 실존 인물의 매칭한 메모를 책갈피로 사용하면서 읽었던 기억이 있단다. 존스는 러시아황제 니콜라스 2, 메이저는 마르크스, 나폴레옹은 스탈린이런 식으로 말이지.. 그때 쓴 독후감을 찾아보니 그 메모가 그대로 남아 있어 다시 옮겨보았단다. 등장 인물, 아니 등장 동물들이 누구를 상징하는지 알면 읽는데 도움이 되었단다.

존즈

러시아황제 니콜라스 2

메이저

마르크스

나폴레옹

스탈린

스노볼

트로츠키

돼지들

볼셰비키

복서

프롤레타리아트

동물반란

러시아 혁명

모지즈

러시아 정교

몰리

러시아 백인/백군

스퀼러

프라우다

개들

비밀경찰

양들

선전대

미니무스

마야코프스키

필킹턴

영국

프레드릭

독일

농장 본채

크렘린

동물재판

모스크바 재판

동물학살

스탈린시대의 대숙청

외양간전투

1918-19년 연합군 침공

풍차 전투

1941년 독일의 러시아 침공

풍차   

소비에트의 5개년 계획들

<잉글랜드의 짐승들>

인터내셔설

….

인간들에게 핍박 받고 살던 동물들이 인간들을 상대로 반란, 아니 혁명을 일으키려고 했단다. 그 전까지는 그 핍박을 바꾸려 하지 순응하고 있던 많은 동물들에게 메이저라는 돼지가 눈을 뜨게 해 주었어. 우리는 할 수 있다. 인간들을 몰아내고 우리들의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말이야.

================

(25)

메이저가 말을 계속했다. “이제 더 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 다만 다시 한번 말하건대, 인간과 인간의 모든 방식에 적개심을 갖는 게 여러분의 의무라는 사실을 항상 기억하십시오. 두 다리로 걷는 자는 모두 적이고, 네 다리나 날개를 가진 자는 모두 친구입니다. 그리고 인간과 싸울 때 그들을 닮아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또한 명심하기 바랍니다. 여러분이 인간을 정복할 때에도 그들의 악습을 배워서는 안 됩니다. 어떤 동물도 집에서 살거나 침대에서 자거나 옷을 입거나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거나 돈을 만지거나 장사를 해서는 안 됩니다. 인간의 습관은 모든 나쁜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떤 동물이든 서로를 탄압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약하든 강하든, 현명하든 우둔하든 우리는 모두 형제들입니다.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여서는 안 됩니다. 모든 동물은 평등합니다.

================

메이저가 나머지 동물들을 이끌어 혁명을 주도했으면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을 수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는 이미 나이 많은 돼지였단다. 동물들에게 세상을 보는 눈을 주고 그는 세상을 등지고 말았단다. 그리고 남아 있는 동물들 중에 스노볼과 나폴레옹이라는 돼지들의 주도하여 혁명을 일으키고 농장에서 인간들을 몰아내고 자신들이 접수하게 된단다. 농장을 접수한 그들은 모든 동물들은 평등하다는 내용을 포함하여 동물농장에서 지켜야 할 7계명을 선포하였단다.

================

(39)

7계명은 다음과 같았다.

7계명

1. 두 발로 걷는 자는 누구나 적이다.

2. 네 발로 걷거나 날개가 있는 자는 누구나 친구다.

3. 어떤 동물도 옷을 입어서는 안 된다.

4. 어떤 동물도 침대에서 자서는 안 된다.

5. 어떤 동물도 술을 마시면 안 된다.

6.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여서는 안 된다.

7.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


2.

동물 농장의 주인은 동물들 자신이었단다. 그들은 혁명의 성공에 축가를 불렀단다. 농장에서 쫓겨난 존스는 이웃 농장인 필킹턴과 프레드릭의 지원 하에 동물 농장을 쳐들어오지만, 동물들은 이들을 지켜낸다. 하지만 메이저가 죽기 전에 꿈꾸었던 모두가 평등하고 모두가 행복한 세상은 이 세상에서는 만들기 어려웠단다. 시기와 욕심이라는 인간 본능을 버리기는 쉽지 않았어. 그런 시기와 욕심으로 나폴레옹은 혁명의 파트너였던 스노볼을 시기하게 된단다. 그리고 자신들이 훈련시킨 개들과 양들을 이용하여 스노볼을 동물 농장에서 쫓아내 버렸단다. 몇몇 동물들은 이해가 가지 않았단다. 그래서 항의를 하려는 동물도 있었지만, 나폴레옹 옆에서 무서운 이빨을 보이며 으르렁거리는 개들로 인해 찍소리도 하지 못했단다.

================

(69-70)

동물들은 스노볼이 추방된 데서 받은 충격에도 불구하고 나폴레옹의 발표를 듣고 당황했다. 정당한 이의라도 생각났더라면 몇몇 동물들은 항의를 했을 것이다. 복서조차도 막연히 걱정이 되었다. 그는 귀를 뒤로 젖히고 몇 번이나 앞머리를 흔들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몇몇 돼지들은 나름대로 자신들의 뚜렷한 생각을 말했다. 앞줄에 앉아 있던 어린 식용 돼지 네 마리가 찬성할 수 없다며 날카로운 소리를 꽥 지르더니 재빨리 벌떡 일어나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갑자기 나폴레옹을 둘러싸고 있던 개들이 위협적으로 낮고 으르렁거렸고, 돼지들은 아무 말도 못하고 다시 그 자리에 앉아 버렸다. 그러자 양들이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나쁘다>고 거의 15분 동안이다 큰 소리로 외쳐 대는 바람에 토론은 더 이상 진행되지 못했다.

================

시간이 지날수록 7계명은 하나 둘 사라지고 만단다. 동물들은 평등하다고 계명은 나폴레옹과 그를 따르는 돼지들과 개들에 의해 사라진 지 오래되었단다. 그들은 농장에 나오려 하지 않았고, 따뜻한 방안에 처박혀 술을 먹었단다. 그리고 그들의 뜻에 반하는 동물들은 공개재판을 하고 처단하는 일도 있었어. 뿐만 아니라 이해가 가지 않는 사업들도 하였단다. 예를 들어 풍차 같은 것을 건설하는 것이었는데, 이 일로 인해 일하는 시간은 그 전보다 훨씬 늘어났단다. 심지어 존스가 있던 시절보다 더 많은 일을 하는 것 같았단다. 하지만 그만큼 생활이 나아졌냐? 그것도 아니었어. 오히려 먹는 것은 더욱 줄었고 노동의 강도는 점점 세지고, 먹는 것은 점점 형편 없어졌어.

================

(103)

그해 내내 동물들은 지난해보다 훨씬 더 열심히 일했다. 농장의 일상적인 일을 다 하면서 전보다 두 배나 더 두껍게 풍차의 벽을 쌓고 예정된 날짜에 풍차 건설을 끝낸다는 것은 엄청난 노동이었다. 존스 시대보다 더 오랫동안 일하고 먹는 것도 더 나아진 게 없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일요일 아침이면 스퀼러가 기다란 종이 두루마리를 앞발로 들고 각 식량 생산량이 2백 퍼센트, 3백 퍼센트, 혹은 경우에 따라 5백 퍼센트 증가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통계 수치를 발표했다. 동물들은 그의 말을 믿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반란 전의 생활상이 어땠는지 뚜렷이 기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들에겐 통계 수치는 아무래도 좋으니 먹을 것이라도 많이 먹어 봤으면 좋겠다고 느끼는 나날들이었다.

================

많은 동물들이 불만을 가지고 있었지만, 나폴레옹 주변에는 무시무시한 개들이 있었단다. 아무 소리도 못했어. 반항을 하기 위해서는 목숨을 내놓는 용기가 있어야 했지.

복서라는 말이 있었는데, 다른 동물들이 반항하고 나폴레옹을 뒤에서 욕을 해도 복서는 늘 나폴레옹의 뜻을 지지했단다. 그가 하는 일에는 큰 뜻이 담겨 있을 것이라고 말이야. 하지만 그는 늙어 죽을 때까지 일을 했지만, 나아지는 것은 없었단다. 죽고 나서도 그는 농장의 재정을 위해 도살장에 팔려가기도 했단다.

어느 날 집안에 처박혀 있던 돼지들이 오랜만에 농장에 나왔는데 돼지들은 인간들처럼 두 발로 서는 법을 배웠고 얼굴도 사람처럼 변해 버렸단다. 저게 돼지인가? 사람인가? 할 정도로 말이지그들은 더 이상 동물들이 아니었단다. 다른 동물들을 착취하는 동물도 아닌, 인간도 아닌 그 중간의 이상한 존재가 되어 있었단다. 소설은 그렇게 끝이 났단다.

이 책이 처음 출간한 것은 1945년이었단다. 세계 2차대전이 끝나고 난 직후였지. 고세훈 님의 <조지 오웰>이라는 책 이야기할 때 이야기했지만, 이 소설을 오랫동안 출판사로부터 출간거부를 당했다가 어렵게 출간하게 된 것이란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국 소속이었던 러시아를 강하게 비판하는 소설이 부담스러웠던 거지. 그때만 해도 사회주의가 자본주의를 대체할 만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는데 이렇게 강하게 러시아를 비판하였으니 그것 또한 출판을 거부한 이유였을 거야.

1945년 종전 이후 세계는 급격하게 냉전시대에 들어가게 된단다. 우리나라는 냉전의 최전선이라고 할 수 있었고, 그것이 얼마 못한 민족의 비극인 전쟁으로 폭발하고 말았지. 3년 간의 전쟁 뒤에 승부를 내지 못한 전쟁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말이야. 그러니 얼마나 반공 정신이 투철했겠니. 공산주의를 통렬히 비판한 <동물 농장>은 반공정책에 딱 걸 맞는 책이라고 생각했을 거야. 이런 사연으로 한국 전쟁이 일어나기 전인 1948<동물 농장>이 우리나라에 번역 출간되었는데, 이것은 <동물 농장>이 영어가 아닌 다른 나라 언어로 출간한 첫 번째였다고 하는구나. 좀 씁쓸하구나. 지은이는 반공세력이 그렇게 싫어했던 좌파 지식인이었는데 말이야.

책도 얇고 이미 한 번 읽은 책이라서 짧게 쓰려고 했는데, 주저리주저리 길어졌구나. 명작은 두 번 읽어도 강렬함을 주는구나.


PS:

책의 첫 문장: 매너 농장의 존스 씨는 그날 저녁 닭장 문은 자물쇠로 채웠지만 너무 술에 취한 탓에 작은 구멍 닫는 것은 잊어버렸다.

책의 끝 문장: 그러나 이미 어느 쪽이 인간이고 어느 쪽이 돼지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것이 단지 자연의 섭리일까요? 아니면 우리나라가 너무 가난해 이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여유로운 생활을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동지 여러분,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영국은 땅이 기름지고 기후가 온화해 현재 영국에 살고 있는 동물들보다 훨씬 많은 수의 동물들을 배불리 먹이고도 남습니다. 우리 농장의 경우에도 열두 마리의 말과 스무 마리의 암소와 수백 마리의 양을 먹여 살릴 수 있으며, 현재 우리 모두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안락하고 품위 있는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처럼 비참한 상태를 여전히 면치 못하고 있습니까? 그것은 우리의 노동으로 생산한 거의 모든 것들을 인간들이 다 빼앗아 가기 때문입니다. 동지 여러분, 우리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에 대한 해답이 있습니다. 그것은 단 한마디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바로 인간입니다. 인간은 우리의 유일한 적입니다.인간을 여기서 몰아냅시다.그러면 배고픔과 과로의 근원이 영원히 사라질 것입니다 - P21

여하튼 동물들은 잘사는 것 같지 않은데 (물론 돼지들과 개들은 빼고) 농장은 더 부유해진 것 같았다. 어쩌면 돼지들과 개들의 숫자가 불어난 것도 그 한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돼지들과 개들도 나름대로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스퀼러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설명한 대로 그들은 농장 일을 감독하고 조직하는 데 할 일이 많았다. 이런 일들 중 상당 부분은 무지한 다른 동물들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스퀼러는 돼지들은 <문서>, <보고서>, <의사록>, <각서>와 같은 알 수 없는 것들에 매일 엄청난 노력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것들은 글씨로 뒤덮인 커다란 종잇조각으로 글씨가 다 채워지면 즉시 아궁이에 던져져 태워졌다. 이 일은 농장의 복지를 위해 아주 중요하다고 스퀼러가 말했다. 그러나 돼지들과 개들은 자신들의 노동으로 어떤 식량도 생산해 내지 못했다. 게다가 그들의 수는 굉장히 불어났고 식욕도 늘 왕성했다. - P137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청아 2022-03-18 00: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처음에 읽을때 아무생각없었는데 북홀릭님은 흥미진진하셨겠는걸요?!😄 저도 이번에<동물농장> 재독할 때는 각 동물들이 상징하는 인물들,정보들 적어두어야겠어요.

bookholic 2022-03-19 00:28   좋아요 1 | URL
제가 예전부터 기억력이 좋질 않아 등장인물들이 많은 소설들은 적지 않고 읽으면 혼란스럽습니다..^^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새파랑 2022-03-18 07: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역시 북홀릭님은 체계적인 독서를 하시는군요 ^^ 동물농장은 정말 명작인거 같아요 ㅋ 이제 열린책들 35주년 세트 거의 다 읽으셨을거 같아요~!!

bookholic 2022-03-19 00:32   좋아요 1 | URL
체계적인 것보다는, 뭐랄까... 음.. 안 좋은 단어만 떠오르는군요..^^
아무튼, 순서가 있는 것을 순서를 지켜야 하는 체질^^
일주일에 하나씩 읽다 보니 아직입니다~~^^
즐거운 주말 되시고요~~

페크pek0501 2022-03-18 11: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훌륭한 독서법이십니다.^^

bookholic 2022-03-19 00:33   좋아요 0 | URL
아이고, 부끄럽고 고맙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렸지만 기억력이 좋질 않아서 ...^^
칼럼 잘 읽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