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숙의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을 읽다가, 박지원 관련 책들을 찾아보았다. 책꽂이에 두루 꽂혀있는 책들. 그는 너무 멀리 애돌아 왔다. 다시 읽어야할 책들이어서 목록을 만들어둔다.

문장 작법과 병법  
 

글을 잘 짓는 사람은 아마도 병법을 알았던 것인가.

글자는 비유하면 군사이고, 글 뜻은 비유하면 장수이다. 제목은 적국이고 전고와 고사는 전장의 보루이다. 글자를 묶어서 句를 만들고, 구를 묶어 문장을 만듦은 대오를 편성하여 행진하는 것과 같다. 음으로 소리를 내고 문채(文彩)로 빛을 내는 것은 징과 북을 치고 깃발을 휘두르는 것과 같다. 조응은 봉화에 해당하고, 비유는 유격병에 해당하며, 억양 반복은 육박전을 하여 쳐죽이는 것에 해당하고, 파제(破題)를 하고 결속하는 것은 먼저 적진에 뛰어들어 적을 사로잡는 것에 해당한다. 함축을 귀하게 여김은 늙은 병사를 사로잡지 않는 것이고, 여운을 남기는 것은 군사를 떨쳐 개선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로 눈을 감고 가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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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증보판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03년 3월
13,900원 → 12,510원(10%할인) / 마일리지 690원(5% 적립)
2008년 04월 27일에 저장
구판절판
들뢰즈. 가타리의 눈으로 연암을 재해석한 책. 고미숙의 탄력있는 글쓰기 덕에 들뢰즈 가타리의 개념들을 연암의 글에 어떻게 접목했는지, 그로 인해 연암의 글이 어떻게 다시 부활하는지 재미있게 살펴볼 수 있다.
한시미학산책
정민 지음 / 솔출판사 / 1996년 8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2008년 04월 27일에 저장
절판
이미지, 상징, 비유, 은유 등 우리에겐 익숙하지만 늘 헷갈리는 서양의 시론와는 달리 한시를 예로 들어 꼼꼼히 설명을 덧붙인 동양의 시론이라고 하면 될까?
그렇다면 도로 눈을 감고 가시오
박지원 지음 / 학고재 / 1997년 9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2008년 04월 27일에 저장
품절

연암의 산문을 가려 뽑아 번역한 이 글은 번역이 매끄러워 이해가 쉬울 뿐 아니라 글이 참으로 맛깔스럽다. 그러나 글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책 등에 대한 주석이 없어 일일이 찾아봐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비슷한 것은 가짜다- 연암 박지원의 예술론과 산문미학
정민 지음 / 태학사 / 2003년 7월
12,000원 → 12,000원(0%할인) / 마일리지 0원(0% 적립)
2008년 04월 27일에 저장
구판절판
번역한 연암의 글 뒤에 정민 선생님의 해석이 원문보다 훨씬 길게 붙어있다. 당시의 시대상이나 인물간의 관계, 또 내용과 관계된 글 등을 덧붙이고 세세한 설명이 있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원문은 김혈조 선생의 <그렇다면 도로 눈을 감고 가시오>를, 해설은 필요할 때마다 정민 선생님의 글을 찾아 읽으면 효과적인 글읽기가 될 읽기가 될듯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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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 증보판 리라이팅 클래식 1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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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은 그린비에서 펴내는 리라이팅 클래식 001번이다. 리라이팅이 고전을 현대의 시각으로 재해석 하는 것이라면, 어떤 안경을 쓰느냐에 따라 고전은 다양한 모습으로 재탄생할 것이다. 고미숙은 박지원을 읽는데 들뢰즈-가타리의 안경을 선택 했다. 그런데 이 안경의 렌즈는 아무래도 다초점 렌즈인 것 같다.어디를 바라보아도 망막에 정확하게 상이 맺히기 때문이다. 책에서 그녀가 자처하고 있듯이 그녀는 박지원의 열성팬이고,『열하일기』의 중독자다. 그런데 나는 궁금하다. 그녀가 들뢰즈-가타리의 안경을 쓰기전에 박지원의 열성팬이고 『열하일기』의 중독자였는지 혹은 들뢰즈 가타리의 안경을 쓰고 더욱 박지원에게 열광하게 되었는지가. 어찌되었든 고미숙이 박지원의 열성팬이 되는 덕택에 나까지 즐거운 것을 숨기고 싶지 않다. 나는 그녀가 들뢰즈-가타리를 박지원에 대한 찬탄을 보낼때마다 그녀의 변죽을 울려야하는 운명에 놓이게 하는 것이 마냥 즐겁다. 

 

고미숙이 사용하는 들뢰즈-가타리의 주요 개념들은 고전의 입문자인 내게 고전으로 들어가는 오솔길을 만들어 주었다. 고미숙의 글쓰기는 경쾌하고, 고미숙의 책 읽기는 유쾌하다. 고미숙은 18세기를 산 박지원과 21세기의 들뢰즈-가타리, 거의 지구 반대편에 위치하는 프랑스 현대철학과 봉건조선의 문장가와의 만남을 주선하는 뚜쟁이의 역할을 완벽하게 해내고 있다. 박지원과 고미숙과 들뢰즈-가타리. 시공을 넘어 이렇게 궁합이 잘맞는 삼각관계라니! 글을 쓰다보니 어째 고미숙이 박지원에게 보내는 열정을 내가 그대로 답습하여 고미숙에게 보내고 있는 꼴이 되어버리는것 같다. 

 

어쨌거나 들뢰즈-가타리의 『천개의 고원』에 실린 기본적인 개념들을 어느정도 이해한 다음이라면 훨씬 더 유쾌한 탄력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들뢰즈-가타리가 사용하는 주요용어들을 이해하는 일은 쉽지 않다. 들뢰즈를 번역하는데 있어서도 『천개의 고원』번역자인 김재인이나 그 책에 대한 해설서를 펴낸 김진경, 또다른 들뢰즈 연구자 이정우 등이 들뢰즈의 주요용어들을 우리말로 옮기는 과정에 미묘한 차이들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 책의 제목에서조차 김재인이나 이정우는 『천개의 고원』이 아닌 『천의 고원』을 더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미묘한 차이들이 고미숙의 박지원을 읽는데는 크게 해가 되지 않는 것 같다.

 

존재론적으로 세계의 중심을 상정할때, 중세적 세계관은 線形的으로 배열된다. 이런 위계적 세계관은 근대적 사유가 시작되면서 주체를 중심으로 圓形的으로 재배열되었다. 현대적 사유는 근대적 주체를 파기하고 어떤 중심도 없는 場으로 인식하며, 이 場은 관계들이 끊임없이 생성되어가는 곳이다. 들뢰즈-가타리는 바로 이런 현대적 사유의 출발점인듯 하다. 들뢰즈-가타리와 박지원이 공명하는 곳도 바로 이곳이 아닐까. 박지원의 몸은 근대화가 시작되기 전 시대 (위계질서가 선형적으로 배열된)를 살았지만 이미 그의 정신은 근현대를 넘나들고 있었던 것일까. 고미숙은 들뢰즈-가타리와 박지원의 '사이'를 끊임없이 넘나들며 그들과 '관계' 맺기를하고 있다. 내가 이해한 바대로라면, 그리하여 그녀는 현대와 고전의 '경계'를 허물고 시간과 공간의 '탈영토화'를 시도하고 있는 셈인데, 내가 들뢰즈-가타리의 용어들을 사용하는 것이 왠지 고미숙의 그것보다 뻑뻑하고 이물스럽다. 하지만 어떠랴. "한 권의 책은 대상도 주체도 가지지 않는다"고 "책을 한 사람의 주체에게 귀속시키지 말라"고 들뢰즈-가타리가 말하지 않았는가. 고미숙의 말처럼 만약 내가 들뢰즈-가타리의 개념을 잘못 사용하고 있다면 그건 내 책임이 아니라 순전히 들뢰즈-가타리의 탓이다.

함께 볼 책

http://blog.aladin.co.kr/734872133/2065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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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미숙, 몸과 우주의 유쾌한 시공간 '동의보감'을 만나다
    from 그린비출판사 2011-10-20 16:53 
    리라이팅 클래식 15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출간!!! 병처럼 낯설고 병처럼 친숙한 존재가 있을까. 병이 없는 일상은 생각하기 어렵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나 역시 살아오면서 수많은 병들을 앓았다. 봄가을로 찾아오는 심한 몸살, 알레르기 비염, 복숭아 알러지로 인한 토사곽란, 임파선 결핵 등등. 하지만 한번도 병에 대해 궁금한 적이 없었다. 다만 얼른 떠나보내기에만 급급해했을 뿐. 마치 어느 먼 곳에서 실수로 들이닥친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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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크업 베이스 겸용 선크림을 찾다가 마음에 쏙 드는 것을 고르지 못했다.  자외선 차단만이라도 제대로 되는 것을 구매하기로 맘먹고 제법 지수가 높은 것을 택했다. 같은 상품이지만 종류가 세가지나 되고 자세한 설명도 없는데 리뷰들을 읽어보고 밑져야 본전이다 싶었다.

화이트를 구매했는데 전체적으로 환한 느낌을 전해준다. 많은 양을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물건을 받고보니 너무 적다는 느낌이 들었다. 크림타잎이 아니라 플루이드타잎인데, 아이들 수두 걸릴때 바르는 물약 정도의 농도로 얇게 발리고 퍼짐성도 우수하다. 커버력은 전혀 없다는 것이 아쉽다. 이것 바르고 메베 바르고, 파우더 살짝 하고나니 느낌은 아주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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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와 철인정치의 시대 2 - 정조 시대를 읽는 18가지 시선
이덕일 지음 / 고즈윈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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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와 철인정치의 시대1』권이 정조와 노론과의 대립구도 속 정치, 사회문제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2권은 정조라는 임금의 개인사에 포커스를 맞추었다. 사도세자의 묘소를 이장하기 위해 건설한 화성 신도시, 어린시절부터 암살의 위협으로 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밤 늦도록 깨어있어야 하는 생활에서 비롯된 독서습관, 자신을 살리기 위해 죽음을 택했던 아버지 사도세자와 노론의 일원으로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아간 어머니, 강화도에 유배된 이복형제 등 가족관계가 밀도 있게 그려진다. 

노론은 숙종의 차남이었던 연잉군 금을 영조로 추대하였지만, 그의 아들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두고 굶겨 죽이는데 앞장섰다. 정조는 자신의 어린시절 한여름 뒤주에 갇혀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채 죽어가는 아버지를 지켜보아야했던 기억을 지울 수 없다. 연산군은 생모가 사사당했다는 말을 듣고 폭군이 되었는데, 하물며 죽어가는 아버지의 모습을 지켜본 정조의 가슴은 어떠했을까. 외적환경은 폭군 연산보다도 더 비통했지만 그는  한 사람의 아들이기보다 한 나라의 왕이기를 택했다. 하지만 정조는 평생동안 자신이 사도세자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잊어본 적이 없었다. 그는 아버지의 묘소를 이장하기 위해 축조한 화성 신도시를 건설하는데 있어서도 단 한명의 원성도 사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임했다. 정약용, 조심태 등을 기용하여 처음으로 강제 부역이 아닌 도급제 임금노동을 실시한 것 등이 그 예이다. 
 
그는 비단옷도 사양하고 거친 무명옷을 즐겼고, 사형수의 심리도 직접 하였으며,과거시험 문제 또한 직접 출제하였으며 경연장에서는 어느 신하보다 깊고 빼어난 학자였다. 평생을 일에 파묻혀 살았어도 자신이 계획한 바를 다 이루지 못하고 의문사를 당해 안타까움을 더해준다.
 
책 끝에 부록으로 첨부된 <정조어록>은 정조의 시문집인 『홍재전서』와 『일득록』에 실린 정조의 육성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책을 좋아한 정조의 독서에 대한 어록은 깊이 새겨두어야할 것들이 많다.웬만한 독서에 관한 책보다 훨씬 울림이 크다. 일과를 정해놓고 글을 읽고, 많이 읽기보다 치밀하게 읽기에 힘쓰고, 신기한 것을 보려고 힘쓰기 보다 평상적인 것을 보려 힘쓸 것 등 그의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말들이 힘을 지닌다. 책의 본문에도 나오지만 新民과 親民의 글자 한 자의 차이에도 깊이 천착한 독서군주의 남다른 모습에 깊이 고개가 숙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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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주린 사람은 삼킬 수 있는 것이면 뭐든 가리지 않는다. 질보다 양으로 승부한다. 그러나 끼니를 거르지 않을 정도만 되면 먹고싶은 음식, 맛있는 음식을 찾게 되는 것은 본능이다.

독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전단지에 실린 짧은 문구조차 반가웠다던 사람도 있지만, 책을 늘 읽는 사람은 시간만 죽였다는 느낌을 주는 책을 가장 혐오하며, 단 한 구절이라도 가슴을 치는 글을 만나게 되면 책 표지까지 쓰다듬게 되고 작가가 누구인지, 번역은 누가 했는지, 출판사는 어디인지 살펴보게 되는 것 같다.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한 가장 효과적인 독서법은 어떤 것일까 궁금해질때 가끔은 다른 이들의 독서법을 참고하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읽은 책도 있고 아직 읽지 않은 책도 있어 리스트를 만들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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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독서의 기술
헤르만 헤세 지음, 김지선 옮김 / 뜨인돌 / 2006년 10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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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책
박민영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05년 9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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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최근 읽었던 책중에 가장 밑줄을 많이 긋게 된 책. 어떤 분의 리뷰를 보고 구매했는데 thanks to를 못하고 책을 구매한 것이 가장 아쉽다.
독서의 기술
모티머 J.애들러 외 지음, 민병덕 옮김 / 범우사 / 1993년 3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양탄자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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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에 있어서의 단계를 설정하고 영역별 책읽는 방법을 제시해주는 책
책을 읽는 방법- 히라노 게이치로의 슬로 리딩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김효순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3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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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방법>이지만 <소설을 읽는 방법> 이라는 제목이 더 어울리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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