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필 탐심 - 인문의 흔적이 새겨진 물건을 探하고 貪하다
박종진 지음 / 틈새책방 / 2024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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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심(探心)과 탐심(貪心) 그 중간 어디쯤에서 요동치는 마음을 눌러야하는 만년필 비기너의 하루가 오늘도 지나가고 있다. 오늘 하루는 탐심(探心)에 가까운 하루~. 수 많은 정보들 속에서 시간과 경험을 쌓아가며 나만의 만년필을 찾아가는 여정은 지금부터다! 그 여정에 꼭 함께 해야 할 고마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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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4-09-19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정판 벌써 읽으셨군요! 이전 판으로 갖고있는데 개정된 부분이 궁금하네요 ^^

은하수 2024-09-19 21:46   좋아요 1 | URL
아~~수하님께서도 만년필 러버시군요~~
전 이책 읽으며 옛날 친정아버지 파카만년필 생각나서 추억에 젖어 재밌게 읽을 수 있었어요.
초보들에게 좋은 책이네요^^
어떤 부분이 바뀌었을까요...^^

건수하 2024-09-20 09:33   좋아요 1 | URL
저도 비기너 쪽에 가까워요 ^^

세세한 개정은 모르겠지만 목차를 보면 뒷부분에 새로운 글이 추가된 것 같아요.
·오래된 것의 매력
·Shall we dance?
·볼펜과 만년필의 암흑기
·동갑내기 학생 만년필
·만년필의 완성은 클립
·생존의 조건
·유행은 어디에서 오는가?

이 글들이 궁금해서 언제 읽어보긴 해야겠습니다 ^^
 

파커51. 몽블랑 149가 명작인 이유

만년필 역시 마찬가지다. 고장이 덜 나고 수리가 편한 게 명작이다. 튼튼하기로는 파커51이 1등이다. 파커51은 내장부품의 균형이 좋다. 사람으로 치면 오장육부가 튼튼해서 장수하는 셈이다. - P222

파커51이 처음부터 내부가 균형이 잡혔던 것은 아니었다. 초기에 장착된 잉크 저장 장치는 구입한 지 몇 년이 지나면 고장이 나곤 했다. ‘버큐메틱vacumatic‘이라 불린 이 장치는 복잡했고,
수리도 쉽지 않았다. 당시 파커의 CEO는 케네스 파커였다. 그는 지금으로 치면 만년필계의 스티브 잡스 같은 인물이었다.  - P222

그는 이 복잡하기 그지없는 버큐메틱을 하루라도 빨리 치우고 싶었나 보다. 기능을 유지한 채 복잡한 물건을 단순하게 만드는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파커는 몇 년간 치열하게 연구했고, 결국 1940년대 말에 30년을 사용해도 문제없다는 에어로매트릭 Aerometric 잉크 충전 장치를 내놓았다.
- P224

새로운 장치는 별다른 설명이 없어도 쉽게 잉크를 넣을 수 있을 만큼 단순하게 제작됐고 고장이 나지 않았다. 로마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은 것처럼 파커51이라는 명작 역시 계속된실패와 부단한 노력이 더해진 끝에 완성된 작품이다. - P224

파커51에 필적하는 몽블랑149도 이와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이야기는 엉뚱하게도 만년필 회사 중 하나였던 펠리칸에서시작한다. 펠리칸은 새로운 잉크 저장 장치인 ‘피스톤 필러‘의 가능성 하나만을 믿고 과감히 만년필 세계에 뛰어든 회사로서,
1929년에 처음으로 만년필을 시장에 내놓은 회사다. - P224

이때만 해도 몽블랑은 펠리칸의 성공을 점치지 못했던 것 같다. 당시 펠리칸이 만년필을 만들 수 있도록 펜촉을 공급한 회사가 몽블랑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몽블랑은 1924년에 이미펠리칸의 ‘피스톤 필러‘와 유사한 잉크 저장 장치에 관한 특허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이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면 펠리칸보다 5년은 앞서 피스톤필러가 장착된 만년필을 양산했을 것이다. -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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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이누마 3단이 다섯 명을 이기면서 첫 시합은 끝났다.
다섯 번째 시합이 끝나자 백군의 승리를 선언
하고 이누마에게는 개인 우승의 은배가 수여됐다. 이것을 받으려 앞으로 나간 그의 얼굴에서는 이미 땀이 닦여 나갔지만 홍조를 띤 뺨에는 승리자의 상쾌한 겸허의 냄새가 풍기는 듯해, 혼다는 이렇게 젊은이다운 젊은이를 오랫동안 가까이서 본 적이 없었다. - P47

속옷 한 장 차림으로 폭포를 맞고 있는 세 젊은이가 모여있고, 그 어깨와 머리 위로 물이 부딪혀 사방으로 튀었다. 젊고 탄력 있는 피부를 때리는 물의 채찍 소리가 폭포 소리에 섞여 들고, 가까이 가면 붉게 달아오른 어깨 피부가 물보라 아래로 매끄럽게 비친다.
혼다의 얼굴을 보자 한 사람이 친구를 쿡쿡 찌르고는 폭포에서 떨어져 공손하게 머리를 숙여 인사했다. 폭포를 양보하려고 한 것이다. - P54

혼다는 그 무리에서 이누마 선수의 얼굴을 바로 알아보았다. 사양하지 않고 폭포로 향했다. 그 순간 곤봉으로 때리는 듯한 물의 힘을 어깨부터 가슴까지 느끼고는 곧장 물러나 버렸다. - P54

이누마는 쾌활하게 웃으며 돌아왔다. 폭포 맞는 법을 알려주려는 듯, 혼다를 옆에 두고 양손을 높이 올려 폭포 아래로 뛰어들더니, 일시적으로 흐트러진 물이 무거운 꽃바구니인 것처럼 손가락을 활짝 펴서 받들며 혼다를 보고 웃었다. - P54

그대로 따라 하며 폭포에 다가간 혼다는 문득 소년의 왼쪽옆구리를 보았다. 그리고 왼쪽 유두보다 바깥쪽, 보통 때는 팔 위쪽에 가려지는 부분에 작은 점 세 개가 모여 있는 것을 분명히 보았다. - P55

혼다는 전율하여 물속에서 웃고 있는 소년의 늠름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물 때문에 찡그린 눈썹 아래 연신 깜박이는 눈이 이쪽을 보고 있었다.
혼다는 기요아키의 작별인사를 떠올렸던 것이다.
"또 만날 거야. 분명히 만나게 돼. 폭포 밑에서 "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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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힘들고 어려운 필사가 취미가 되면 마술에 빠진 것처럼 재미있어진다. 이런 마술을 부리는 건 만년필이다. 부장님 취미에 끌려 나가 산에 오르는 게 아니라 벼르고 별러 산 새 등산화를 신고 등산을 할 때처럼 말이다. 순백의 종이에 파란 잉크가 뾰족한 펜 끝으로 샘솟듯 흘러나와 힘들이지 않고 방향만 바꾸어 주면, 종이에 스며들어 사각사각 써지는 글씨가 한 줄, 두 줄 차곡차곡 쌓여 한 페이지가 되면, 한 폭의 그림 같다. - P156

"허허허 그걸 누가 모르냐고. 그 비싼 만년필이 없단 말이지."

이런 말씀을 하신다면 그건 옛말이라고 전해 드리고 싶다. 시내의 큰 문구점에 가면 커피 한 잔 값에 잘 써지는 만년필을 구할 수 있고, ‘치맥‘을 한 번만 참으면 평생 함께할 수 있는 만년필도 살 수 있다. 잉크는 집구석 어딘가를 잘 찾아보면 한두 병쯤 있을 것이고, 없다고 해도 잉크가 그리 비싼 물건이 아니니 금세 구매할 수 있다. 노트는 180도로 잘 펴지고 뒷면 비침이 없는 것을 고르면 된다. 사실 필사의 즐거움을 위해 굳이 비싼 만년필을 구할 필요는 없다. 어떤 만년필이든 1883년에 만들어진 워터맨의 방식을 따르고 있고, 쓰면 쓸수록 점점 좋아지기 때문이다. 결국은 오래 써서 자기 손에 길이 난 만년필이 가장 좋다는 이야기다. - P158

나는 주로 파커45를 사용했는데, 파커45는 가볍고 펜 끝은딱딱한 편이었다. 너무 저렴한 만년필 중에 뚜껑이 깨지거나 밀폐도가 떨어지는 것, 클럽이 끊어지거나 탄력이 떨어지는 제품들이 있는데, 요즘 문구점에서 이런 물건을 취급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 고를 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단지 필사를
할 때누 가늘게 써지는 게 좋다는 말을 해 주고 싶다. - P159

만년필 펜촉 굵기는 EF, F, M, B, BB 등으로 
구분하는데 필사를 한다면 가장 가는 EF 펜촉을 사면 된다. 펜촉의 굵기를 구분하는 알파벳은 그리 어려운 의미가 아니다. F는 ‘fine‘으로 가늘다는 의미다. M은 ‘medium‘으로 중간, B는 ‘broad‘로 넓다는 의미다. EF는 ‘extra fine‘으로 ‘아주 가늘다‘라는 말이다. BB는 넓은 것이 두 개이니 ‘매우 넓다‘는 뜻이다. 그런데 ‘fine‘은매우 적절하게 선택된 단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에게는 ‘좋다‘는 의미가 더 익숙할 텐데, 필기구는 종이라는 한정된 공간안에 많은 글을 정확하게 써야 하기 때문에 가늘고 뾰족한 것이 좋은 대접을 받았다. 그런 면에서 ‘가늘고, 좋다‘라는 두 가지 의미를 갖고 있는 ‘fine‘은 필기구로서 만년필의 본질을 보여주는 절묘한 단어가 아닐까 싶다.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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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프헤드 - 익숙해 보이지만 결코 알지 못했던 미국, 그 반대편의 이야기 알마 인코그니타
존 제러마이아 설리번 지음, 고영범 옮김 / 알마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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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지 않은 소재의 에세이라 처음엔 그 생소함에 당황스럽지만 섬세한 묘사와 생생한 상황 설명으로 인하여 결국 미처 알지 못했던 미국 문화의 속살을 일부 나마 경험하게 된다. 다양한 주제와 연관된 자료와 여러 장르의 음악을 검색하며 읽었던 시간을 기억할 것이다. 올해 읽은 최고의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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