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아기를 퍼가다
- 5장| 전지전능한 존재들

여기서 전지전능한 존재들이란 아기를 입양보내는 교육을 받고 현장에 투입된 어리고 젊은 사회복지사를 비롯한 사회복지기관 종사자들을 말한다.

˝1945 년에서 1973 년 사이 150만명 이상의 백인 미혼모들은 교회, 미혼모시설, 입양기관, 공공사회복지 제도의 거짓되고, 비윤리적이며, 강압적인 방식에 의해 갓 낳은 아기를 포기하고 입양을 보내야했다.˝(p24)

‘서문‘부터 시작되는 이 책의 첫 문장이 이러하다.
아기를 낳은 엄마 스스로의 결정이 아니라 강압적인 방식에 의해 아기를 빼앗겼다는 것이 무엇보다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는 대학에서 입양 교육을 받고 현장에 대거 투입되었던 입양 복지사들의 역할이 가장 컸다고 할 수 있는데, 이들은 입양 과정에서 자신들이 휘두른 권력이 무엇인지 잘 이해하고 있었다.
이들의 목소리는 작가가 연도별로 수집했던 자료들에 여실히 드러나 있다. 이들은 아기 입양 결정에 책임있는 사람은 누구든 ˝전지전능한 역할을 한다˝고 하거나 누군가를 ˝구원하려는˝ 열정으로 포장하였으며, 이는 타인에게 일어난 곤란한 일을 처리하고 만족감을 느끼는 숨겨진 권력에 대한 욕망을 반영한 것일 수 있을 것이다.

1970년 초반 입양 지침서에 따르면, 미혼모의 친권이 자발적으로 포기되었든, 법적으로 박탈되었든, 입양 기관은 미혼모 자녀의 친권을 이전할 권리를 가지고 있었다. 단 아동에 대한 권리를 이전할 때 친부모의 동의가 필요했다(Child WelfareLeague of America 1971).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아동에 대한 권리 이전 과정에는 권력이 작동하고 있었다. 
즉 미혼모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입양 기관은 사회적 힘을 표상했다. 입양전문가들인 펄먼은 이 점을 잘 인식하고 있었다.

[핵심은 ... 조력자여야 하는 사회복지사는 변화를 주도하는 주체가 되고, 자기 결정권을 가져야 하는 클라이언트는 변화되는 대상이 되고, 둘 사이에 마땅히 있어야 할 타협은 권력의 조작으로 변했다는 점이다. (Perlman 1971: 100)] - P76

1970년대 후반에 이르면 입양 상담사와 미혼모 
사이에 생길 수 있는 긴장감을 다룬 연구가 등장한다. 예를 들면 치담은 미혼모의 의존 정도와 입양 복지사가 가진 권력, 권한과 영향력에 의해 긴장은 심화될 수 있는 점을 지적하며, 상담사들은 선입견과 편견에 솔직해질 것과 모든 결정을 미혼모 스스로가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위기에 처한 사람은 평소보다 더 의존적인 경향이 있으므로 외부의 영향에 더욱 취약하다. 이는 상담사가 클라이언트에게 어떤 행동 방침을 제안할 때 신중해야 함을 의미한다. 클라이언트는 상담사의 제안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심각하게 생각할 경황이 없으므로 최선이라고 하니 그냥 받아들이자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 일시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상황을 부당하게 이용하는 것은 비윤리적이다. . 왜냐하면, 사람들은 쫓기듯 내린 결정을 후회하는 경향이 있으며, 자신이 어떤 결정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모욕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정은 클라이언트의 전 생애 동안 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에 입양 상담사는 반드시 클라이언트가 스스로 결정을 내리도록 도와야 한다. (Cheetham 1977)]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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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02-05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벌써 시작하셨군요!! 저도 곧 따라가겠습니다!!

은하수 2025-02-05 10:23   좋아요 0 | URL
넵~~~ 좀 빨리 시작했어요^^
관내 도서관 전체에서 딱 한 권 있더라구요. 얼마나 다행이예요~~~

이 글 다음이 바로 ‘6. 돈 되는 입양산업‘입니다...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충격적이네요...
 

예측 불허의 가능성을 끌어안고

일찍이 신일숙 선생님은 『아르미안의 네 딸들』에서 명언을 남겼다. "미래는 언제나 예측 불허. 그리하여 생은 그 의미를 갖는다." 보드게임을 하다 보면 예측불허의 상황이 당연해진다. 다음에 무슨 카드가 나올지 모른다. 다른 플레이어가 어떻게 끼어들지 모른다. (4) ‘필요한 과제를 제대로 산출했더라도 (5) ‘상황이 변하는 바에 따라 경로를 수정할 필요가 생긴다. 스플렌더라면 바닥에 원하는 색깔의 카드가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든가, 얻으려고 했던 토큰이 똑 떨어진다든가, 내가 목표하던 카드를 누가 먼저 가져가는 등의 일이 벌어진다. 이는 게임을 설계하는 단계부터 전제된 변수다. 상황이 계속 변한다는 사실만이 상수다.


*[아르미안의 네 딸들]에 나오는 저 명언은 만화를 본 지 몇 십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한다. 뇌리에 각인되어 버렸다. 작가도 나와 같은 경험을 했다니.. 신기하지 뭔가. 작가와 나의 나이를 생각하니 더욱 그러하다. - P120

목표를 향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스플렌더에서는 카드를 구매하는 등의 3가지 행동만 허용된다. 플레이어는 어떤 행동을 취하더라도 게임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게 된다. 효율적인지 아닌지 차이가 날 뿐이다. 
반면 인생에서는 게임과 달리 모든 행동이 목표를 향해 쓰이진 않는다. 내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은
무궁무진하다. 이 문장을 쓰는 나는 글쓰기를 그만두고 밥을 먹을 수도 있고, 옥상을 찾아가 상념에 잠길수도 있고,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다. 나의행동은 내 인생을 구성하는 것이지, 게임을 위해 설계된 것이 아니다. 내가 취하는 행동 중에서 프리랜서 게임의 목표를 향해 쓰이는 행동이 얼마나 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이 게임에서 내 행동력은 몇일까? 다시 말해, 나는 인생에서 얼마나 많은 행동을 목표를 향해 사용할 수 있을까? - P121

 따라서 게임은 우리로 하여금 ‘기능적 아름다움에 대한 더욱 명료하고 인식적으로 신뢰할 만한 지각을 가능케‘ 한다. 우리의 행동에는 의미가 있다. 어쩌면 그런 지각이야말로 우리가 게임을 통해 갈구하고 경험하는 최대의 가치, 혹은 게임에 몰입할 때 얻는 최대의 즐거움 아닐까? 

C. 티 응우옌은 이렇게도 말한다. "게임이 주는 가장 큰 즐거움중 하나가 일종의 실존적 위안, 즉 일상 세계의 실존적 복잡성으로부터 도망치는 잠깐의 피난이다."([게임:행위성의 예술], 109면)
이러한 휴식은 우리가 분석 마비로 좌절하지 않도록 기력을 북돋는다. 전략이라고 하면 눈살부터 찌푸리는나도 전략 게임의 사고방식은 습득할 수 있다. 
반짝, 불이 켜진다. - P123

우리 인생도 선택으로 가득해. 하지만 그래봤자 내가 내 인생의 주인공이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왜냐하면 어차피 평생 갈 수 있는 길이
하나뿐이라면 결국 안전한 선택을 할 수밖에없으니까…. 영웅적인 선택도 바보스러운 선택도 할 수가 없어. 원하지 않는 길을 어쩔 수 없이
가야 한다고. 그렇게 우리는 다 자신의 인생에서
소외되는 거야... 
하지만 게임은 그렇지 않아.
선택지가 나타났을 때 알게 되는 거야. ‘나는 저
모든 길을 다 갈 수 있겠구나.‘ 세계의 이면을 다 보고, 모든 가능성의 경로와 결과를 다 볼 수 있겠구나.... 그걸 알게 되는 순간 내 게임을 하는
사람은 세계의 주인공이 되는 거야. 그게 바로
게임이야. 그게 진짜 게임 시나리오라고.

- 김보영의 단편 [저예산 프로젝트], 29면 - P133

그러니까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진짜 게임은
우리에게 진짜 인생을 알려준다. 현실의 나는 미처다 살아보지 못하는 인생이다. 현실 세계에서는 평범하게 한 가지 길만 걷더라도, 게임에서 나는 나를 확장하고 성장시킨다. 게임은 낯선 길을 마음 편히 시도해볼 특별한 자유를 제공한다. "미디어는 메시지다"라는 말로 유명한 마셜 매클루언은 게임을 현대사회에 긴요한 대중 예술로 꼽았다. "우리는 무미건조한 세상 또는 직업적인 삶에서는 단지 존재의 아주 일부분만 사용할 수 있는데 장난과 놀이 속에서는 총체적인 인간으로 회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 P135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게임은 진짜 인생을 누리도록 도와준다. 게임 속 경험이나 성취는 현실이 아니다. 현실이 아니라서 명료하고 매혹적이다. 현실과
다른 세계이기 때문에 마법이 힘을 발한다. 
다양한 게임이 삶을 다양하게 채색한다. 
우리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때, 게임은 그 자리에 남아 우리를 배웅한다. 
"마치 내가 그간 어떤 선택을 했든, 어떤 길을 
걸었든, 우리가 어떤 다툼을 했든, 모든 일들은 세월에 마모되고 윤색되었고, 가장 아름다운 추억만이 이 자리에 남아 빛나고 있다고 말하듯이."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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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아> 이디스 올리비어, 휴머니스트세계문학39

데이비드와 키티는 클러리사의 마음 상태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은 보데넘 아가씨의 별난 고집에 화가 났고, 클러리사를 설득해 같이 드라이브도 가고 도로에서 연습도 하고 싶어 했다. 클러리사의 행동반경이 보데넘 아가씨의 역량에 의해 한정된다는 것이 그들에게는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 P90

애거사가 움직이는 차를 타면 속이 울렁거리기 때문에 클러리사도 움직이지 않는 차만 타야 하고, 애거사가 차 타기를 무서워하기 때문에 클러리사도 도로에서 주행하는 법을 배우면 안되고, 애거사가 클러리사를 데리고 있길 원하기 때문에 클러리사도 애거사 없이는 어디에도 가서는 안 된다니.  - P90

그들은 클러리사가 기대하지도, 바라지도 않은 의분과 연민으로 펄펄 끓었다. 그러나 그들이 그토록 열성적으로 연민을 쏟아부어도 정작 클러리사 자신은 불편을 느끼지 못했다. 그들이 큰소리로 열을 내도 클러리사는 그저 웃으며, 자신은 엄마와 꼭 같고, 엄마가 무엇을 느끼는지 정확히 안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이 차고 안에서 운전하며 즐거워하는 것을 그들이 이해 못하자 상상력이 부족하다고 내심 생각했다.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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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거울>, <부엉이>, <두드림>, <내가 까다롭나요>, <파리의 신문>,
<툰의 클라이스트4>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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핍의 유산 상속자가 남자에 대한 복수와 하잘것 없는 집념으로 배배꼬인 하비셤 아씨가 아니란 사실을 핍이 미리 알았다면 뭔가가 달라졌을까?
하... 하비셤 같은.. 정말 이런 여자들 진짜 너무 싫어! 남의 약점을 쥐고 흔들면서 반응을 지켜보며 즐거워하는 이런 인간들! 어린 두 아이들을 상대로 대체 뭐하는 거니?

드디어,
핍이 말하는 ‘나의 죄수‘ 프로비스 씨가 나타났다.
신대륙으로부터...




"에스텔라가 너를 어떻게 대하니, 핍? 
에스텔라가 너를 어떻게 대하니?"
하지만 밤에 불길이 깜빡이는 벽난로 옆에 셋이 나란히 앉은 다음에는 더더욱 소름 끼쳤다. 에스텔라 손을 자기 팔에 끼우고 자기 손으로 꼭 움켜잡은 채 에스텔라가 정기적으로 보낸 편지에서 알린 내용을 하나씩 언급하는 방식으로 그동안 매혹한 사내 이름과 상태를 억지로 캐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신적으로 깊은 상처를 입어 중병에 걸린 사람처럼 사내들 이름을 천천히 언급하면서 다른 손으로 목발 지팡이를 짚고 거기에 턱을 괸 채 창백하게 번뜩이는 눈으로 나를 노려보는데, 그야말로 유령이 따로 없었기 때문이다. - P119

나는 여기에서, 남에게 의존한 인생이 천박하게 보여 나 자신이 비참하고 씁쓸한 가운데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여기에서, 하비셤 아씨가 에스텔라를 키운 건 남자에게 복수하기 위한 거란 사실을, 그런 목적을 에스텔라가 충족하기 전에는 나에게 주지 않을거란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여기에서, 에스텔라를 나에게 미리 배정한 이유를 깨달았다. 남자를 유혹하고 고문하고 상처를 주도록 에스텔라를 파견했지만 어떤 숭배자도 에스텔라를 손에 넣을 수 없다는 그래서 에스텔라에게 빠져든 남자는 모두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확 - P119

신이 필요했던 것이다. 나는 여기에서, 상을 줄 사람으로 나를 선정하긴 했어도 나 역시 천재적인 다양한 술책에 똑같은 고통을 겪어야한다는 사실 역시 깨달았다.
나는 여기에, 유산상속을 이렇게 오랫동안 미루는 이유는 물론 지난번에 보호자가 이런 계획을 안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하길 거부한 이유도 깨달았다. 한 마디로 나는 여기에서, 당시에도 하비셤 아씨 입김이 완벽하게 작용했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항상 그랬다는 사실을 확실히 깨달았다. 나는 여기에서, 한 여인이 태양을 피하며 살아가는 저택에 어린 그늘을, 어둠에 싸여서 병들대로 병든 저택에 어린 그늘을 또렷하게 깨달았다. - P120

"그래, 핍, 친애하는 꼬마, 나는 너를 신사로 만들었어! 그렇게 한 사람이 바로 나야! 당시에 나는 맹세했어, 내가 돈을 번다면 너에게 모두 보내겠다고 그런 다음에 또 맹세했어. 내가 열심히 일해서 부자가 된다면 너를 부자로 만들겠다고 자네가 편하게 살도록 나는 힘들게 살았어. 자네가 일할 필요가 없도록 나는 죽으라 일했어.
왜 그랬을까, 친애하는 핍? 내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자네에게 고마운 마음을 느끼라는 걸까? 아니야, 그렇지 않아.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건 비참하게 쫓기던 사람을 네가 살려주었단 사실을, 그래서 커다랗게 성공해 너를 신사로 만들었단 사실을, 그 신사가 바로 너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서야, 핍!" - P146

내가 사내에게 느낀 혐오감은 내가 사내에게 느낀 공포감은, 내가 움츠러들면서도 사내에게 느낀 반감은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 상대가 아주 끔찍한 야수라도 이보다 심하진 않을 터였다.
- P146

하비셤 아씨가 나를 대상으로 계획을 세웠다는 
건 허상에 불과했다. 에스텔라를 나에게 줄 거란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새티스 저택에서 나는 편리한 도구며, 탐욕스런 친척에게 고통을 가하는 수단이며, 다른 상대가 없을 때면 연습대상으로 삼는 모델, 아무런 감정도 없는 모델에 불과했다. 바로 이게 제일 먼저 떠오른 고통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뼈저린 고통은... 
무언지 모를 범죄를 저질러서 유죄 판결을 받은 죄수 때문에, 내가 이런저런 생각에 몰두하던 집에서 당장에라도 잡혀 올드 베일리 입구에서 교수당할 수도 있는 죄수 때문에 매형을 버렸다는 사실이다. - P152

이제 나는 매형에게 절대로 돌아갈 수 없다. 
비디에게도 절대 돌아갈 수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두 사람에게 너무 무가치하게 행동했다는 느낌만 강하게 떠올랐다. 세상 어떤 지혜도 두 사람이 순박하고 성실하게 보여주는 믿음 이상으로 나를 편안하게 할 순 없다. 하지만 나는 내가 지금까지 저지른 잘못을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되돌릴 수 없다. -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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