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너무 재밌잖아.
순식간에 두 권을 다 읽어버림.

... ... 예를 들자면 내가 아는 사람 중에 본인이 갈릴레오의 직계 후손이라며 엄청나게 자랑하는 사람이 있지.
또 어떤 사람은 자기 조상 중에 메이플라워호에 탄 청교도가 있다고 으스댄단다. 둘 다 자신이 훌륭한 혈통을 타고났으니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은 아니야. 조상이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네가 중요하거나 똑똑한 사람이 되는 건 아니란다. 너를 너답게 만드는 건 조상이 아니야."

"그럼 나를 나답게 만드는 건 뭐예요?"
"네가 선택하는 것들이지. 네가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이 너를 너답게 만든단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해요. 노예처럼요."
"뭐, 그것도 사실이구나."
아이의 말에 담긴 단순한 진리에 목사는 어쩐지 분해졌다.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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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게도 또 선물로 보내주셨다. 손길에 감사^^


1961년 11월
그 옛날 1961년은 여자들이 오후마다 셔츠웨이스트* 원피스 차림으로 이웃집 정원에 모여 수다를 떨던 때였다. 여자들이 애를 차에 잔뜩 태우고도 안전벨트도 채우지 않은 채 별 생각 없이 운전하던 시절이기도 했다. 사람들은 60년대에 시민운동이 일어날 줄은 꿈에도 몰랐고, 그때 시민운동에 참여했던 이들이 그 뒤로도 60년이나 그 운동을 질질 끌리라고는 더더욱 생각지 못했다. 당시는 세계 대전이 끝나고 비밀 전쟁이 시작되었으며, 사람들은 새로운 생각을 품고서 뭐든 할 수 있다고 낙관하기 시작하던 때였다.

*정장 안에 받쳐 입는 남성용 셔츠와 유사한 넉넉한 블라우스 - P15

엘리자베스 조트도 원한을 품고 살았다. 다만 그녀의 원한은 주로여자들이 뒤떨어진다는 통념에 근거하고 있는 가부장적 사회에 대한 원한이었다. 능력이 떨어진다. 지능이 낮다. 창의성이 부족하다남자들이 일터에 나가 우주에서 행성을 발견하고 제품을 개발하고법을 제정하는 등 중요한 일을 하는 동안 여자들은 집에서 아이를 봐야한다는 통념들 있잖은가. - P38

그녀는 아이를 갖고 싶지 않았다. 이점만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도 갖고 일도 하고 싶어 하는 여자들이 아주 많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게 뭐가 잘못이란 말인가? 전혀 잘못이 아니다. 일도 하고 아이도 갖는 건 명확히 남자에게만 주어진 기회였다. - P39

~~ 여자라는 이유로 으레 행정 담당 직원이라고 오해받지 않으며, 미팅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할 때 언제나 자신을 깎아내리거나 더 심하게는 그 결과를 가로채려는 남자들에게 당하지 않으려고 마음의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에서 산다는 건 어떨까. 엘리자베스는 고개를 저었다.

성 평등적 관점에서 보자면 1952년은 참으로 실망스러운 시대였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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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가 사랑한 작가와 작품들...

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리는 더 이상 젊지 않았고, 너무 늦었으며, 모든 것이 잘 안됐다. - P240

가방을 싸는 데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내 짐이라고는가방 세 개밖에 되지 않았다. 옷 가방 하나와 책들을 넣은 가방두 개가 전부인데, 이 호텔 저 호텔을 전전할 때도, 이곳에서 저곳으로 옮겨 다닐 때도 절대 버리지 않았다. 
오래된 《율리시스(Ulysses)> 메두사 출판사 판도 있고, 파베세(Cesare Pavese, 이탈리아의신사실주의 작가)가 번역한 《모비 딕》, 콘래드의 책들, 그리고 누렇게 바랬지만 아직 멀쩡한 《개츠비 (The Great Gatsby, 미국의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의 문고판도 있고, 《마틴 에덴(Martin Eden, 미국의 작가 잭 런던의 소설)》과 나보코프(Vladimir Nabokov, 러시아 태생 미국의 소설가)와... - P242

... 헤밍웨이(Ernest Hemingway, 미국의 소설가)의 책들, 엘리엇과 토머스의 시집들, <보바리 부인(Madame Bovary, 프랑스의 작가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소설)》, 《어제의 세상(The World of Yesterday, 오스트리아의 작가 스테판 츠바이그의 회고록)>, 챈들러 (Raymond Chandler, 미국의 작가)의 책과 《알렉산드리노 콰르텟(Alexandria Quartet, 영국 작가 로렌스 더렌의 4부작 소설)》,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영국의 극작가)와 체호프(Anton Pavlovich Chekhov, 러시아의 극작가)의 책들 모두 가방 두 개에 넣어 갖고 다녔다. -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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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읽어나가기 힘들 정도로 사치와 향락을 일삼는 마리 앙투아네트다. 참 내... 짜증이 마구 올라온다. 와 진짜..!




마리 앙투아네트는 경마, 오페라 극장 무도회, 가면무도회에빠지지 않고 참석하여 날이 새기 전에 귀가하는 일이 없었다. 그렇게 새벽 네 시까지 도박에 빠져 그녀가 잃은 돈과 빚은 이미세간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자포자기한 메르시 대사는 빈에 연이어 보고를 올렸다. - P86

"왕비 폐하께서는 모든 위엄을 잃으셨습니다. 갖가지 오락들이 워낙 쉴 새 없이 이어지기 때문에 왕비 폐하와 진지한 대화를 내눌 틈을 마련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해 겨울처럼 베르사유 궁전이 버림받은 적은 없었다. 메르시 대사는 그녀의 신경질적인 태도와 우울증에 관해 보고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는 요제프 황제께서 몸소 베르사유로 오셔서 상황을 사실대로 보시고 왕비를 설득해 달라고 요청했다. 왕비를 줄곧 지켜봐 왔던 메르시는 지금이 왕비를 왕비 자신으로부터 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 P86

요제프 2세의 파리 여행에는 세 가지 목적이 있었다. 첫째, 매제인 국왕과 남자 대 남자로서 아직도 이루어지지 못한 결혼 생활의 불임 소문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것, 둘째, 오빠로서도박에 빠진 동생을 꾸짖고 그 위험을 깨우쳐 주는 것, 셋째,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두 왕가 사이에 맺은 동맹을 견고하게 다지는것이다. 
하지만 그가 몰래 세운 목적은 한 가지가 더 있었다. 세상의 이목을 끄는 이번 방문을 통해 가능한 한 더 많은 존경과 찬사를 받는 것이었다. 고결하고 뛰어난 재능은 없지만 특히 허영심이 강한 그는 몇 년 전부터 전형적인 황태자 병에 걸려 있었다.
그는 성인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명성을 떨치는 어머니의 그늘에 가려져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마차의 다섯 번째 바퀴‘ 같았다. 자신의 능력이 지적으로도, 도덕적 권위에서도 여제를 뛰어넘을 수 없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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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엄마 마디는 용감했다고 생각된다.
큰 파도가 치는 폭풍 속 바다 한가운데서 처음으로 자식을 잃었다. 아빠 파타, 엄마 마디, 그리고 배에 타고 있는 5명의 자식들, 그리고 섬에 버려진 3명의 아이들은 앞으로 어찌되는 걸까...



자식들을 보호하지 못하는 어미가 도대체 뭔가. 그녀는 지금까지 파타의 무모함을, 어리석은 희망을, 말이 안 되는 시도를 못마땅하게 여겼다. 그러나 로테를 잃어버린 사람은 다름 아닌 자신이었다. 그녀의 실책이었고, 그녀가 초래한 비극이었다. 왜 하필 로테일까? 언덕 위 집에 남겨진 아이들이 그러했듯이, 이번에도 이유 따위는 없었다. 우연을 어쩌겠는가. 사무치는 슬픔을 어쩌겠는가. - P178

솔직히 그녀는 어떻게 살든 상관없었다. 아, 하지만 다른 식구들이 있었다. 그녀는 마음이 서서히 치유될 거라고 믿지 않았다.
기껏해야, 치유 아닌 치유의 길에서 어정거릴 뿐이겠지. 그저 살아가기 위해, 여전히 아침에 일어나기 위해서 상처를 싸매는 정도겠지. 피가 흐르는 곳을 지혈하고 습포를 대는 정도겠지. 아이를 잃은아픔에 연고나 바르는 정도겠지. - P185

하지만 그 정도라 해도 아직은 너무 일렀다. 그녀는 생의 불가피성이 그 특유의 무관심과 체념으로 이런 유의 아픔도 잊게 할 거라고 상상할 수 없었다. 애절한 슬픔이 어머니를 집어삼키고 내쳤다. 그녀에게 시간이 있었다면, 그럴 정신이 있었다면 그래, 만약그랬더라면 그녀는 한쪽 무릎을 꿇고 몇 주 동안이라도 애원하며 버텼을 것이다. - P185

버텼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아이 다섯은 배에 타고 있고 셋은 언덕위 집에 남았다. 해류, 폭풍우, 굶주림은 방해 공작에 들어갔다. 게다가 그녀는 여전히 보트의 항적을 따라 그들을 뒤쫓는 바다 괴물의 흔적을 가끔 보았다. 애들 아빠는 몸이 부서져라 노를 저었고 리암과 마테오도 교대로 힘을 썼다. 저녁이 오고 비로소 노를 놓을 때그 손은 부들부들 떨렸고 그들의 낯빛은 허깨비처럼 핏기가 하나도 없었다. 모든 것이 긴급의 냄새를 맡았다. 마디도 그 점을 고통만큼이나 확실하게 느꼈다. 그래서 허리를 곧추세우기 위해 지팡이를 짚듯, 그녀도 무릎을 일으키고 제자리로돌아왔다. 어머니는다시 어머니가 되었다. 그녀는 유령 꼴이 되어버린 여섯 식구를 보았다. 그들은 이 열흘 사이에 혼이 빠져나간 것처럼 서서히 지워졌고, 이제 그림자 혹은 점으로 찍힌 형상에 지나지 않았다. - P185

그렇지만 예전과 지금은 하늘과 땅만큼이나 달랐다. 보트에 타고 있는 아이의 수가 달라졌으니까. 마디는 그 수를 헤아리지 않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다 기억하고 있었다. 하나하나. 꿈이라면 꿈,
망상이라면 망상처럼. 그녀는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아홉번의 출산을 떠올렸다. 그 모든 난산과 순산을 모조리 돌아보았다.
시간을 죽이려고 그랬을까? 로테를 잃은 슬픔을 누그러뜨리고 그애를 상상 속에서라도 자꾸만 되살려내고 싶어서였다. 그 애를 낳을 때의 기억에 그녀는 좀 더 오래 머물렀다. 정말이지, 그 고통과환희의 순간을 다시금 살 때면 오만 감정이 다 북받쳤다.
- P186

"내가 달려들면 그 틈에 배를 섬에 댈 수 있을 거예요."
"뭐라고?"
아버지는 아들을 잡으려고 손을 내밀었다. 아이는 주저하지도않고 그대로 몸을 던졌다. 마테오는 보트 너머로 뛰어내렸고 아버지는 말릴 겨를이 없었다. 조금 전에도 그의 옆에 있던 아들이 다음순간-1초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이미 배 안에 없었다. 그는 아들의 몸뚱이가 바다에 빠지는 소리조차 듣지 못했다. - P209

아버지는 천지도 뒤흔들 것 같은 비명을 길게 토했다. 마디의 비명, 리암의 비명이기도 했다. 세 사람은 분명히 보았다.
소용돌이와 희끄무레한 물거품이 갑자기 반쯤 침몰한 배를 버리고 몇 미터 옆으로 재빨리 옮겨갔다. 칼날이 햇빛을 받아 번쩍하고 빛났다. 괴물이 울부짖는 소리, 아이의 비명, 그리고 시뻘겋게변해버린 그 주위의 바닷물, 다 부질없었다. 아버지는 듣지 않았고,보지 않았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는 노를 집어들었고 지옥에떨어진 자처럼 미친 듯이 육지를 향하여 노를 저었다. - P209

"죄송합니다. 부인, 실은・・・・・・ 섬이 아예 없었습니다."
어머니가 쓰러지는 순간 아버지는 얼른 팔을 내밀어 그녀를 부축했다. 그는 확인을 구하듯 이렇게 물었다.
"뭐라고요?"
마디의 입이 벌어졌다. 천지를 찢을 듯한 비명이 그녀 속에 있건만, 밖으로 터져 나오지 못했다. 파타는 자기 몸까지 부들부들 떨리는 것을 느꼈다. 드디어 마디의 입에서 거의 알아들을 수 없는 목소리가 나왔다.
"뭐라고요?"
"그 지역은 완전히 수몰되었습니다. 두 분이 말씀하시는 그 마을 소재지에도 순찰을 나가봤는데 완전히 바다가 되어 있더군요.거기에 남은 사람이 있었다고요?" -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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