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학자의 열대 인문여행> 제3부. 열대의 삶을 그들 입장에서 바라보다.
오후에 마지막 제3부를 읽느라 제법 집중해서 시간을 투자했다. 내일이 반납일이어서... 책 한권을 읽는데 거의 3주 가까이 걸렸다. 그냥 남기고 반납하기 싫어서 집중, 또 집중! 결국 다 읽었다. 어려운 내용은 하나도 없고 술술 읽히는데... 뭔지 모를 아쉬움.
책의 제목이 "인문여행"이어서 내 나름으로 기대가 컸었나보다~~^^ 열대가 넓긴 넓고 거기에 열대의 기후와 식생, 지리정보, 사람들, 그리고 식민 지배와 착취의 역사, 인문, 여행 정보까지 담으려다 보니 "인문여행"에 포커스를 맞춘 것이 아닌 책이 되어버린거 같다. 이영민 교수님은 우리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나 보다. 심층적인 분석을 통한 인문서는 아니었지만 읽을 때는 그래서 편했다.
책 표지에 분명 이렇게 쓰여있다. "최고의 인문 여행서", "무얼 망설이는가? 이 책을 집어 들고 그냥 떠나라! 당신도 열대와 사랑에 빠질 것이다."(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여행에 대한 같은 시선고 방향성을 지닌 든든한 지원군이 생긴 것 같아 책을 읽는 내내 짜릿했다."(<걸어서 세계 속으로>,<세계테마기행> 오성민 PD). 표지는 제대로 보지도 않고 그림만 봤나봐 ㅎㅎ. 책을 다 읽고 이제서야 찬찬히 보니 보인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이 되어 있고 오늘은 마지막 3부의 내용을 집중해서 휘리릭 읽었다. 내용 자체는 딱히 어렵거나 한 것이 아니어서 금방 읽을 수 있다. "제1부 우리는 열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제2부 열대의 자연은 아름답고 풍요롭다." 그리고 오늘 읽은 "제3부 열대의 삶을 그들 입장에서 바라보다"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열대 아프리카는 미개하고 열악한 기반 시설을 가진 후진국, 거기다 오랜 내전을 치르느라 피폐해진 사람들의 삶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있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아프리카의 그 땅이 무려 우리 인류 탄생의 기원지라는 것을 상기해본다면 우리의 편협한 시각으로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되는 곳이라는 생각을 금방 하게 될 것이다.
이 제3부를 읽으면서 얼마 전 읽었던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가 많이 생각났는데, 좀 더 보완해서 <지리의 힘 1,2>를 읽어봐야겠단 생각이 다시 들었다. 자꾸 읽어보고 싶은 책은 늘어나는데 시간은 한정적이라 아쉬울 따름...!
열대에 관한 한 최고의 여행 입문서란 문구답게 나도 동화되어버리고 말았다..ㅠ.ㅠ 코로나 동안 잠들어 있던 여행 욕구가 마구 샘솟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싫어하던 더위도 참을 수 있을 거 같고, 계절을 잘 맞춰간다면 오히려 쾌적하고 색다르고 즐거운 여행을 계획할 수 있을거란 걸 이제는 알게 되었다. 싱가폴도 가보고 싶고(내 주위에 나만 안갔나 봐) 열대 우림의 코타키나발루도 가고 싶어졌다. 카리브해의 칸쿤은 말할 것도 없고 지중해와 카리브해의 풍광을 즐길 수 있는 크루즈도 생각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도 있다니 가보고 싶다. 언젠가는... 가장 큰 수확이라면 내가 정말 그곳을 가게 될지 자신할 순 없지만(진짜 진짜 나도 의외였는데) 아프리카의 세렝게티 사파리 투어도 가보고 싶어진거다. 이 책이 나를 이렇게 물들여버린 거다. 이 이상 더 어떤 설명이 필요할까... 책을 읽다 나도 모르게 자꾸만 뿜뿜하는 일이 비일비재하지만 여행 욕구 뿜뿜은 정말 자제하고 싶지가 않다는 거다.
아... 여행 가고 싶어 ㅈ.ㄱ.ㄷ! ㅁ.ㅊ.ㄱ.ㄴ!
우리가 신석기 혁명이라 부르는 농경문화는 사회적 관점에서 보면 물질적 혁신과 진보가 이루어졌으나 개개인의 관점에서 보면 구성원 모두의 삶의 질이 개선된 것은 아니다. 단일 작물로 특화된 식량자원 생산 방식은 자연환경 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기에 생산 계층을 구성한 대부분의 민초들은 높은 강도의 노동을 강요당하면서 고단하고 궁핍한 삶을 살아야만 했다 이러한 삶이 영양상태의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했음이 고고학 발굴을 통해 증명되고 있다.(231)
이와는 달리 열대 지역에서는 비록 문명에 다다르지는 못했을지언정 집단의 규모를 적절하게 제한하는 방식으로 개인과 공동체가 채워야 할 욕망의 그릇을 작게 빚음으로써 오히려 풍요와 행복을 취할 수 있었다. 이러한 ‘원초적 풍요 사회‘는 자연환경과의 조화, 공동체 생존을 추구하는 평등의 정신 등이 그 바탕에 깔려 있다. 이러한 전통적 생활방식은 오늘날 아프리카에도 이어져 ‘우분투ubuntu‘라고 하는 공동체 지향적 정신의 뿌리를 이룬다. 이 정신의 핵심은 자연환경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공동체 모두가 함께 생존을 위해 노력하는 조화롭고 평등한 관계다. ‘우리가(당신이) 있기에 내가 있다‘는 집단 지향적 인식은 개인보다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는 정신이다.(231~232)
희망봉 발견과 인도 항로 개척 기니만을 돌파한 후 남반구 아프리카의 대서양 연안을 따라 이어진 포르투갈의 신항로는 거침없이 연장되었고, 1488년에는 마침내 바르톨로메우 디아스가 희망봉을 ‘발견‘한다. 여기서 잠깐!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이 ‘발견‘이라는 용어는 사실 유럽 중심의 세계사를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다.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도 마찬가지다. 유럽 사람들이 공식적으로 처음 그곳에 도착하였기에 유럽 사람들에게 발견된 것은 맞지만, 그곳에 이미 살고 있던 현지인의 입장에서는 ‘발견‘이라는 말이 탐탁지 않았을 것이다. ‘발견‘이 단순한 조우와 상호교류로 끝난 것이 아니라 정복과 착취의 제국주의 역사로 이어졌기 때문이다.(263)
이 책에서 나는 열대의 자연과 문화가 ‘아름답고 풍요롭다‘고 예찬했다. 그런데 이 시댕[ 그 아름다움과 풍요로움의 혜택을 더 많이 향유하는 것은 중위도 선진국 사람들이다. 이 같은 풍족한 일상과 우아한 행복의 바탕에 열대의 생태계와 그들의 삶이 깔려 있다는 사실을 외면할 수 없다. 선진국 사람들이 누리는 혜택만큼 열대의 사람들이 그 대가를 충분히 받고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343)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극빈층의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들은 대부분 열대 지역에 위치한다. 2019년 세계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하루 소득액이 1.9달러 이하인 극빈층 비율이 가장 높은 10개 국가는 남수단, 적도기니, 마다가스카르, 기니비사우, 에리트리아, 상투메프린시페, 부룬디, 콩고민주공화국, 중앙아프리카공화국, 과테말라다. 모두 회귀선 안쪽 열대와 사막 지역에 속해 있으며 과테말라를 제외한 9개 국가는 아프리카 대륙에 위치해 있다. 극도로 가난한 이들 국가는 설상가상으로 난폭한 종족 간 분쟁을 겪고 있는 경우가 많다.(344)
그러나 여기서 주목할 것은 그 같은 불안정, 불평등, 극빈곤의 암울한 상황이 열대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책에서도 계속 이야기했듯 대부분 열대 지역이 처해 있는 정치, 경제적 후진성의 이유가 ‘열대‘라는 기후 조건 때문이라는 생각은 더더욱 잘못된 것이라는 점을, 즉 그 원인은 선진국 주도의 식민제국주의 역사와 그 잔재에 의한 현대 정치세력들의 부패와 갈등에 있지 결코 그 자연적 조건이나 인간 본연의 특성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그 속에서 안정된 로컬 사회를 이루고 평등의 전통을 실천하면서 평화로운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보라. ... 함께 여행한 독자들에게도 우열의 관점이 아니라 다름의 관점에서 "피부색, 말은 모두 달라도 우리는 자랑스런 인간이다"라는 노래 가사를 실감할 수 있는 그런 열대여행이 되었기를 바란다.(344~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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