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우(Bayoy) 지형
미국 남부의 독특한 지형으로, 넓고 평탄한
저지대에 물이 찬 늪 또는 유속이 극단적으로 느린 큰 강이다. 주로 멕시코만 연안, 특히 미시시피강 삼각주에 많으며, 텍사스주와 케이트 쇼팽 소설의 주무대가 되는 남부 루이지애나주가 바이우 지형으로 유명하다.

바이우 너머

라 폴(프랑스어로 ‘미친여자‘라는 뜻)이 사는 
오두막을 에워싸고 바이우가 초승달 
모양으로 굽이져 있었다. 강과 오두막 사이에 널찍하게 펼쳐진 버려진 들판으로바이우에서 물이 넉넉히 흘러들면 방목된 소 떼가 그곳에서 풀을 뜯었다. 라 폴은 어딘지도 모를 곳으로 이어진 숲 사이에 마음속으로 가상의 경계선을 그려 놓고 그 너머로는 결코 발을 들이지 않았다.
그녀가 광적으로 집착하는 유일한 일이었다. - P7

서른다섯이 넘은 큰 체격에 수척한 흑인인 그녀의 진짜 이름은 재클린이지만 농장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라폴‘이라 불렀다. 어린 시절에 몹시 놀라서 말 그대로 ‘정신이 나간‘ 뒤로 다시는 제정신을 찾지
못한 탓이다. - P8

라 폴은 본능적으로 나아가는 듯했다. 숲길이 또렷하게 보이는 평탄한 곳에 이르자 라 폴은 다시 눈을 질끈 감았다. 알 수 없는 두려운 세상을 보지 않으려는 듯.
갈대숲에서 놀던 아이가 마을 쪽으로 다가오는 
그녀를 보고는 놀라자빠지듯 소리를 질러 댔다.
"라 폴이다!" 온 힘을 다해 목청이 터져라 그 여자아이가 소리를질러 댔다. "라 폴이 바이우를 건너왔다!"
그 외침은 이내 줄지어 늘어선 오두막집으로 전해졌다.
"저기 봐. 라 폴이 바이우를 건너왔대!"
어린아이, 영감, 노파, 팔에 아이를 안은 젊은 
엄마들 할 것 없이문간이며 창가로 몰려나와 이 놀라운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들 대부분은 그 광경이 불러올 끔찍하고 두려운 미신을 떠올리며 몸서리를쳤다.  "그 여자가 셰리를 안고 있어!" 누군가 소리쳤다.
좀 더 대담한 몇몇은 라 폴 주변에 몰려들어서 그녀 뒤를 바짝 따라오다가 라 폴이 일그러진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면 또 무서운 마음에 잠깐 움찔했다. 라 폴의 눈은 핏발이 서고 검은 입가에는 흰 거품이 가득했다. - P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젠 동네 친구와 멀리 점심 먹으러 갔다 오랜만에 폭풍 쇼핑도 하고 집에 돌아와 저녁 먹고 책을 보고 있었다. 홍정기 작가의 미스터리 소설 <살의의 형태>였는데 어두운 방에서 스텐드 켜고 책상에 앉아 보는데 중간 쯤 '보이지 않는 살의'의 내용이 넘 무서워서 불 켜고 거실에서 남편이랑 티비보다 오랜만의 외출에 지쳐 기절.... 사실은 무서워서 더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사라져 버렸다는...ㅎㅎ  오늘 낮에 보니 별로 무서운 내용도 아녔는데...ㅋㅋㅋ

아무튼 그러느라 내 인생네권을 좀 전에서야 확인해보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거의 별 고민없이 떠오르긴 했다.



<쇼펜하워의 인생론>은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40년 전에 읽었던 책이다. 고등학교 때 윤리 선생님께서 추천해주신 책이었는데 선생님께서 직접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주신 책이었다. 선생님께서 직접 빌려 주신 책이니 읽기는 읽어야겠는데 그때까지 책읽기를 좋아하긴 했어도 문학 위주의 독서를 하던 내게 문학 이외의 독서, 그것도 철학서인 쇼펜하워의 책이라니.... 너무 어려워서 울뻔한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어렵지만 선생님 성의를 봐서? 어찌저찌 끝까지 글자만 겨우 읽고 반납했는데 염세주의자 쇼펜하워의 인생론을 읽어내고 나선 이보다 더 어려운 책이 있을 수 있을까 싶은 자신감에 이 책, 저 책 가리지 않고 열심히 시도한 경험은 내 독서 생활의 소중한 전기를 선물한 책으로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 다음 읽은 것이 대학 졸업하고 20 대 때였는데 역시 그때도 어렵더라는 씁쓸한 기억이! 

애愛보다는 증憎에 가까운.



톨스토이냐 도스토예프스키냐의 논쟁을 정리해준 책은 도스토예프스키의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었다. 역시 20 대 때 읽은 책인데 톨스토이의 <부활>,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백치> 등등을 읽고 상대적으로 적게 도스토예프스키의 책도 읽었지만 지금 기억하기로 4권?으로 출판되어 있었던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고 나서는 아...! 나에겐 도스토예프스키구나! 하는 깨달음이 왔다고 해야 할까. 이후로 나에게 러시아 최고의 작가는 언제나 대체불가! 도스토예프스키였다.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속 히드클리프의 미친 듯한 사랑의 광기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던 때가 있었다. 그게 진짜 사랑일까??? 집착일까??? 아마도 그건 사랑보단 집착에 더 가까운 것이 아녔을까. <제인 에어>를 읽고 세세한 부분의 부조리함까지는 아녀도 묘하게 반발심이 일어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런 느낌은 대프니 듀 모리에의 작품 <레베카>를 읽었을 때도 이어졌다. 그래서 <자메이카 여인숙>에 더 끌렸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에밀리와 샬럿의 작품을 비교하면서 읽었고 자꾸만 나쁜 남자에 끌리고 있단 걸 자각했었지! 그렇다고 <폭풍의 언덕>의 히드클리프의 사랑이 아름다워서는 아니다. 제인 에어에 등장하는 다락방의 미친 여자나 미쳐버린 히드클리프에 더 끌리는 것은 나도 어쩌지 못하는 본능적인 끌림인지라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을 고르라는 말을 들을 때면 자연스럽게 이 작품이 생각이 난다.



가장 최근의 강렬한 끌림이라면 역시 레이첼 모랜의 <페이드 포>를 들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 성매매에 대한 인식은 마치 자석의 이쪽과 저쪽 끝처럼 양립이 불가능하게 달라져 버렸다. 아니 그에 대한 인식을 확실하게 정립하게 되었다. 이제 뜨뜻미지근한 중간 지대에 머물지 못하게 되었다. 정희진 선생님의 <정희진처럼 읽기>를 놓고 고민을 하긴 했지만 정희진 선생님의 책이 단초를 제공했다면 레이첼 모랜의 책은 확실한 정립을 도와준 책이라 약간의 고민이 있었지만 <페이드 포>를 낙점하기로 했다.



<페이드 포>를 제외하고 나머지 세 권은 너무 오래전 읽은 책이라 표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폭풍의 언덕>은 두 번 읽었지만 다시 읽어야지 싶어 민음사로 다시 구입해 놓았다. 역시 <까라마조프씨네 형제들>이라는 제목으로 열린책들 상,중,하 세 권도 구입해 놓았다. 언제 읽을지는 알 수 없다. 물론 <쇼펜하워 인생론>도 다시 구비해 놓았지만... 지금 다락방 올라가긴 싫어..ㅠ.ㅠ 표지 기억도 안난다. 이 중 어떤 작품이 바뀌게 될까 시간이 흘러 다시 인생네권 한다면 말이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넬로페 2024-04-24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쇼펜하우어 많이 읽으시더라고요.
카라마조프도 포기하기 싫었어요.
하지만 네 권을 골라야하기에~~
차근차근 인용해 주신 책 읽어 보겠습니다^^

은하수 2024-04-24 21:20   좋아요 1 | URL
쇼펜하우어 다시 읽어보고 싶긴 한데 애보단 증에 가까운 감정이 극복이 안되네요^^
다시 읽어보고 싶은 고전 작품들이 참 많은데
시간은 한정적이라 그게 늘 아쉽네요^^
저도 차근차근 읽어보겟습니다~~

새파랑 2024-04-24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ㄷㄷㄷ 40년전이라니요~!

저도 톨스토이 보다는 도스토예프스키~!!

은하수 2024-04-24 21:21   좋아요 1 | URL
고등학교 2학년때니까 정확히 그렇게 되네요^^
톨스토이 책을 섭렵해놓고 도스토예프스키에 빠지다니...
그런데 책을 읽고 나면 그런 마음이 자연스럽게 들죠~^^

다락방 2024-04-24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인생 네권중에 페이드 포가 겹치다니요!! 뜻깊습니다! 어쩐지 감동이 밀려오네요 ㅠㅠ

은하수 2024-04-24 21:45   좋아요 1 | URL
ㅎㅎ 다락방님 덕분이죠!^^
충분히 그럴만한 책이란 생각이... 저 아니라 댜른 분들 중에 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걸요. 전 이 작가 글 전개방식도 문장도 다 좋았어요. 감탄하며 읽었잖아요~~^^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듯해요~~
 

어젯밤에 생각한대로... 아침에 꿀 두 숟가락 병에서 따라 먹고 책을 읽어 나간다.

아주 오래 전에 구입해두었던 밤꿀인데 아카시아꿀보단 덜 달고 색은 황금색이 아니라 밤색쪽으로 더 진하다. 밤꿀 특유의 풍미가 있다. 그래서 호불호가 갈린다. 아이들은 별로라는데 난 그래서 좋다.



오늘은 "7. 꿀의 진미를 맛보다" 읽고 있는데 꿀을 곁들인 맛있는 요리법이 잔뜩 등장한다.

하지만 요리의 맛을 글로 읽고 있으니 그 맛을 알 수 있을 리 없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음식도 아니라서...

'오펜바흐ㅡ쉬르ㅡ르 마인의 작은 빵, 페페르누스', '아테나이오스에 따른 스타이티타스ㅡ유행에 절대 뒤지지 않는 얇은 크레프, 치즈와 꿀을 입힌 일종의 브릭', '익명의 안달루시아인에 따른 꿀 무아카드(13세기)ㅡ이것은 알려진 누가의 최초 요리법 가운데 하나다', 그리고 '바젤의 레케를리ㅡ부드럽고 풍미를 자랑하는 빵 데피스는 전통적으로 대림절 기간에 준비한다'와 같은 음식, 빵, 과자류와 생소한 식재료들... 내가 제일 자신 없고 관심없는 제과제빵이라 더 어렵게만 느껴진다. 이런 요리법을 읽고 아하~~! 하면서 이렇게 만들면 되겠군 하고 금방 자신만의 레시피로 적용할 수 있는 사람들 정말 있을까? 지난번 알랭 드 보통의 <사유식탁> 읽을 때도 느낀 거지만(거기에도 내가 결코 알지 못할 이탈리아 각종 요리들이 수없이 나왔다ㅠ.ㅠ) 못할 거라는 거 알고 사실 별 관심 없는데도 책을 읽다 보니 부럽긴 하더라는...ㅠ.ㅠ 



못하면 어때서.

눈으로는 책을 읽으면서 난 우리 집 냉장고와 냉동고에 있는 식재료와 음식들을 생각하며 꿀과 어울릴 음식이 뭐가 있을까 쉬지 않고 머리를 굴린다^^

냉동고에서 베이글 한 개 꺼내 놓고 역시 작년 바질 수확해서 만들어 얼려 두었던 바질 페스토와 크림치즈도 꺼내놓았는데...

이게 꿀과 어울리는 조합인가??? 아님 양배추, 사과 채 썰고 거기에 레몬 하나 짜넣고 올리브유 두르고 꿀을 넣으면 되려나???

지난 주 '텐트 밖은 유럽 - 남프랑스'편에 보니까 캠핑 고수 라미란 여사님이 이렇게 만들던데 나도 함 해 먹어 보자꾸나.

오늘 점심은 '바질 페스토와 크림 치즈 바른 베이글'에 '올리브유, 레몬에 꿀을 곁들인 양배추 사과 샐러드' 먹음 되겠다. 

스윗오렌지와 브라운슈가 가미된 '스타벅스 블랙퍼스트 플렌드 홀빈'으로 커피 내려서... 

한마디로 샐러드, 베이글, 커피 되시겠다!



아침부터 택배가 몰아친다. 캬~~~ 얼른 나가서 택배를 뜯어야 한다!

왜냐하면 모두 다 식물들이기 때문에~~~. 플록스, 금낭화, 사피니아, 백당나무, 인동덩굴... 등등

오늘은 해가 들락날락하고 있어서 식물 심기 좋은 날이다. 

바야흐로 나에게 봄은 식물 심기 좋은 계절이다.



아참.. 우리 집 마당에도 벌들이 윙윙 날아다니는 것 같더니...

오늘 아침 발견! 앵두나무에 파랗고 조그만 앵두가 주렁주렁 달렸다~~~~^^

꿀벌은 우리 집 작은 마당에서도 아주 소중한 존재다.







아리스토세네스에 따르면, 피타고라스 학파들은 빠을 꿀과 함께 먹었고, 점심으로 이 음식을 항상 먹은 자들은 병도 없었다고 덧붙인다. 리코스는 또 크리노스ㅡ사르데냐와 이웃해 있다ㅡ의 주민들은 아주 장수했는데, 왜냐하면 늘 꿀을 먹었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꿀이 흘러넘칠 만큼 풍부했다.(180쪽)

꿀이 그 자체로 최상을 보여준 건 요리, 특히 제과류에서였다. 마르티알리스는 "알뜰한 벌이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것은 오로지 맛있는 과자를 위해서다"라고 썼다. 설탕은 서구에서 중세 이전에는 알려지지 않았다. 고대 사회에서는 꿀을 첨가하는 것이 요리를 달게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곡물 빵의 선조 격이라 할 꿀 과자는 제과의 가장 초기 단계였고, 거기에서부터 오늘날의 제과가 탄생한 것이다.
(181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프리카 전통 의학의 한 요소
기독교 국가인 에티오피아에서는 오늘날 신학 수업을 받은 학자들에 의해 의학이 수행된다.
사회적으로 큰 상업적ㆍ상징적인 가치를 갖는 꿀은 치료제로서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그 준비와 제조 기술은 비밀에 부쳐진다.

꿀의 효능이 이리 많으니 거의 만병통치약 수준이다.
집에 잔뜩 있는 꿀... 내일 아침부터 먹어봐야겠다.






꿀을 약용으로 쓰는 것은 오랜 전통이었다. 17세기 말 곤다르에서 발견된 한의학 논문에는 이미 이런 게 기록되어 있었다.

모든 약 중 최고는(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꿀이다. 그 성질은 뜨겁고 건조하다. 의사는 이렇게 말한다. "꿀을 선홍초와 함께 먹으면 죽음을 제외한 모든 병에 다 좋다. 게다가, 한 달에 사흘 이것을 핥아먹거나 매일 아침 세 숟가락씩 먹으면, 갑작스러운 죽음을 피할 수 있다. (게다가) 담즙에 좋아 갑작스러운 화나 짜증을 사라지게 한다. 몸 내부의 해로운 습기를 제거하고, 상처를 가라앉혀주기도 한다. 상처로 생긴 살의 염증 부분을 없애주고 거기서 좋은 새 살이 나오게도 한다. 위도 부드럽게 해준다. 모든 냉병을 사라지게 한다. 이것을 끓인 다음 거품을 걷어내면,다시 뜨겁고 습해진다. 이것을 물에 섞어 먹으면 열이 가라앉는다. 
(인간의) 자연 속성에도 알맞다. 하체 복부의 과다한 피를 사라지게 하고, 담즙 기능과 관련되는 긴장과 조바심도 사라지게한다." - P164

인류에게 꿀은 기원의 음식이다. 초기 황금기에 인간은 야생꿀을 먹으며 살았다. 여기서 황금기란, 인류가 사냥도 농업도 할 필요 없이 영양과 즙이 풍부한 과일을 따기 위해 손만 뻗으면 되었다는 지상의 파라다이스 시절이다. "(...) 벌거벗은 들판은 물결치는 이삭 아래 금빛으로 서서히 물들고, 야생 가시덤불에는 진홍빛 포도송이들이 매달려 있고, 단단한 떡갈나무에서는 꿀이슬이 방울방울  떨어졌다." - P228

동물성과 식물성 간의 이 모호함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감지된다. 그래서 꿀을 사육하는 양봉은 특별히 농업에 포함된다. 야생 벌통과 인간이 만든 벌통을 구분하기 위해 ‘양봉‘ 또는 ‘사육domestication‘이라는 말을 쓸 뿐이다. 그런데 이게 정말 사육인가?
벌의 사육은 암소나 개, 양의 사육과는 다르다. 그래서 ‘사육‘ 대신 ‘재배 culture‘라는 말을 쓰고, 식물을 재배하듯 벌을 재배한다. 또는 양봉을 한다고 말한다.  - P228

목축업에서 동물은 ‘길들여진다‘. 다시 말해, 야생 
상태의 동물과는 다르다. 인간은 그 번식을 통제했고 다른 종을 만들어냈다. 울타리 안에 있지만, 다른 동물이다.
일부 잡종 교배가 일어나긴 하지만, 양봉에서 이 동물은 야생 상태 그대로 있다. 인간은 개나 말, 소의 품종에게 하듯 벌을 완전히 지배하지는 않았다. 이른바 ‘재배‘는 벌들에게 최적의 생존 조건을 보장해주었다. 인간 거주지 근처에 있고, 
"따가면서"(잘라가면서) 수확하는 방식은 식물 재배와 똑같다. 그래서 벌은 그 고유의 속성을 간직한다. - P229

만일 벌이 원하면, 인간들에게서 멀리 떨어져 살 수도 있다. 하지만 젖소는 그렇게 할 수 없다. 더욱이 벌은매해 완전히 다 빼앗기지 않는다. 오히려 벌들이 새 벌통을 만들기 위해 분봉을 하므로, 대손해를 보는 것은 양봉가들이다.
벌은 양봉가가 만들어준 문명 공간에서 살지만 
약간의 야생의 삶을 사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벌이 매혹의 대상이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벌은 재배와 자연이라는 두 세계의 중간에 위치한다.
‘양봉‘이라는 명명 속에 동물과 식물 사이의 모호함이 있지만, 도리어 이런 점이 동물과 식물 사이의 차이가 눈에 띄지 않았던 신화적 황금시대로 돌아가고 싶게 만드는 것이다. - P230

꿀 수확은 종교의식, 기도, 헌주, 터부 등의 틀 아래 도처에 있었다. 이 수확의 결과물은 소중한 것, 즉 먹이고, 보살피고, 보존하는 제품으로 다뤄졌다. 꿀의 가치는 단순히 단맛의 가치를 초원한다. 비록 기원은 이 단맛에서 시작되었지만-부고니아를 치르는 고대 신앙에서는 정화에서 유래되었지만 퇴화 및 쇠퇴를극복하는 차원으로 승화된다. 단순히 꿀이 쇠퇴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라, 음식을 보존하고, 육신을 지킨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달갑지 않은 발효를 미리 조심하게 하는가 하면, 살아 있는 생명체의 건강과 그 에너지를 보존한다. 꿀물을 만들기 위해 발효를하면서 영양이 풍부한 음료를 만들고, 아울러 잠재적 치료 효과와 더 나아가 어떤 불멸성까지 제공하고자 한 것이다. 꿀은 하늘에서 내려온 신화적 음식이며, 인간의 선을 위한 음식으로 생각되었다. 이것이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꿀이 지켜온 명성이다. - P237

9.아름다운 신화를 기억하며
자연과 문화에 부여된 가치를 뒤집어보려는 발상은 좋다. 그렇지만 그 밑바닥에 있는 우리 생각은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꿀은 우리 조상들을 놀라게 한 것만큼이나 우리를 놀라게 한다. 그것은 시대와 문명을 초월해 모든 인간에게서 발견되는 상수이다. - P249

꿀은 ‘기능성 식품‘으로서 오늘날 대문자 N으로 쓰는 자연Nature의 한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 꿀은 과거에 신들이 인간들에게 베푼 혜택의 신호였듯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인간들에게 이로운 것을 준다. 그런 만큼, 우리는 이제 위험에 처해 있는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 천연의 음식인 꿀, 그것을 만드는 벌이 우리가몰두해야 할 주제인 것이다. 

마침내, 우리의 이 감미로운 곤충은 환경보호의 
표준이 되었다. - P249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곡 2024-04-22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물받은 꿀을 통 안 먹다가 호밀빵에 곁들여봤는데 괜찮습니다 ㅎㅎ

은하수 2024-04-22 20:11   좋아요 1 | URL
호밀빵이 담백고소하니 꿀과도 잘 어울리겠어요. 저도 빵 먹을 때 곁들여 보겠습니다^^
 

흰 하늘과 섞여들어가는 흰 평원을 어지럽히는 건 그 구멍, 얼음위의 깨진 별뿐이었다. 바람도, 생명도, 소리도 없었다.


한 쌍의 손이 물에서 나와 각진 구멍의 가장자리를 더듬었다. 탐색하는 손가락이 아주 작은 협곡의 경사면을 닮은, 구멍의 두꺼운 안쪽 벽을 기어올라 표면까지 나오는 데는 꽤 시간이 걸렸다. 가장자리 너머에 이른 손은 갈고리처럼 눈을 움키고 당겼다.
머리가 나왔다. 헤엄치던 사람이 눈을 떴다. 그는 지평선조차 보이지 않는 광활하고 단조로운 풍경을 바라보았다. 길고 흰 머리카락과 턱수염이 지푸라기 빛깔이 들어간 끈으로 묶여 있었다.
그에게는 고통스러워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설령 숨이 찼더라도 날숨에서 나오는 김은 아무 색깔 없는 배경 속에서 보이지 않았다. 그는 팔꿈치와 가슴을 얕은 눈밭에 올려놓고 몸을 돌렸다. - P9

그는 구멍에서 몸을 끌어낸 뒤 얼음을 깰 때 썼던 손도끼를 집어들었다. 벌거벗은 채로 잠시 멈춰 서서 눈을 가늘게 뜨고, 환하지만 태양은 없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이 늙고 강인한 그리스도처럼 보였다.
그는 손등으로 이마를 훔친 뒤 허리를 숙여 소총을 집어들었다. 그때에야 텅 빈 광활함에 가려졌던 그의 거대한 신체 비율이분명히 드러났다. 손에 들린 소총은 장난감 카빈총처럼 보였다.
남자가 총열을 쥐고 있었음에도 개머리판이 땅에 닿지 않았다.
소총을 가늠자로 삼으면, 남자가 어깨에 걸치고 있는 손도끼는사실 완전한 크기의 도끼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남자는 인간성을유지하는 선에서 가능한 최대의 몸집을 가지고 있었다.
- P10

"불가에 머물러라." 남자가 조용히 말했다.
남자가 그들에게 말을 건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남자들은휘청거리다가 제자리에 멈춰 섰다. 그 요구에 따르는 것과 복종하지 않는 것, 똑같이 두려운 두 선택지를 가늠해보는 듯했다.
"그런 이야기 대부분은 거짓말이다." 남자가 다시 말했다. "모든게 거짓인 건 아니다. 대부분이 그렇다는 거다. 내 이름은." 그는 그렇게 말하며 나무통 위에 앉았다. 팔꿈치를 무릎에 대고 이마는 손바닥에 댄 채 깊이 숨을 들이쉬더니 허리를 세워 앉았다.
지쳤지만 위엄 있는 모습이었다. 채취 작업자와 선원들은 각자의자리에서 고개를 숙인 채 그대로 남아 있었다. 소년이 죽 늘어서있던 통 중에서 작은 것 하나를 굴리며 앞으로 나왔다. 그러고는용감하게도 남자 곁에 그 통을 놓고 앉았다. 키 큰 남자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인 것 같았다. 그러나 그 동작은 워낙 순식간에 지나갔고, 별 뜻 없이 고개를 갸웃한 것일 수도 있는, 감지하기 어려운 움직임이었다. - P17

"호칸이다." 남자가 불속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첫번째 모음은U로 발음되었는데 즉시 o로 변했다가 다시 a로 변했다. 다만 소리가 연달아 변한다기보다는 왜곡되거나 휘어져 단 하나의 소리에 세 가지 소리가 동시에 들어가도록 발음해야 했다. "호칸 쇠데르스트룀. 성을 써야 했던 적은 한 번도 없다. 한 번도 써본 적 없다. 아무도 내 이름을 발음하지 못한다. 여기에 도착했을 때 나는영어를 할 줄 몰랐다. 사람들이 내 이름을 물었다. 나는 호칸이라고 대답했다." 그가 가슴에 손바닥을 대고 말했다. - P1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