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구들> 캐럴라인 냅, 북하우스
동네 작은 도서관 서가에서 발견한 책.
적은 책들 속에서 실망할 때도 있지만
가끔 이런 기쁨을 주기도 한다.
내가 평생 느껴보지 못할 ‘거식증‘이라는, 이토록이나 자극적인 주제가 나에게는 너무 생소하고 이해불가한 영역이지만 궁금한 영역이다. 음식을 먹지 않음에 대한 욕구, ˝끊임없이 밀고 당기는 허기의 힘을 가물가물하게나마 의식˝하며, 비만과 식욕, 섹스,쇼핑 등등의 욕구들 저변에 깔린 ˝여자들 특유의 불안, 죄책감, 수치심, 슬픔의 혼합물들˝을 버무려 예술의 형태로까지 끌어올린 것뿐이라는 작가의 경험이 어떤 식으로 쓰여질지 궁금한 것이다.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
그래서 ˝거식증은...˝으로 이어지는 여러 문장들을 읽다 놀랐다.
˝거식증은 여성의 신체에 대해 우리 문화가 갖고 있는 수척하고 앙상한 몸의 이미지들에 대한 한 가지 반응으로, 그러한 이상에 순종하는 동시에 그것을 조롱하며, 섹슈얼리티의 모든 부수적 신호들,
즉 젖가슴과 엉덩이와 궁둥이를 제거하고 대신 그
자리에 현란한 캐리커처, 살과 뼈로 된 잔인한 만화를 남겨둔다. 거식증은 일종의 소리 없는 항거이며, 성인 여성의 몸을 입고사는 경험에 대한 심한 불편함을 표현하는 단식투쟁이다. 거식증은 ... ... 거식증은... ... ˝(56쪽~)
*서론~~ 내면세계와 외부 세계사이의 암묵적 갈등을 내포하고 있는이 이야기는 본질적으로 욕구에 관한 이야기다. 시험해본 적없는 새로운 자유가 주어질 때 함께 솟아나는 불안에 관한 이야기이고, 여자가 성별과 여성성에 관한 깊고 견고하게 뿌리박힌 오래된 규칙들을 시험할 때 솟아나는 죄책감에 관한 이야기다. 자아와 문화의 충돌에 관한 이야기이며, 여전히 여성의 권력에 대해 심히 양가적 태도를 취하는 세계, 욕구와 수치심을 똑같은 정도로 불러일으키고야 마는 세계 안에서 여성의 욕망을 속박하고 있던 고삐가 덜컥 풀어졌을 때 생기는 일에 관한 이야기다. - P47
갈수록 더 시각에 치중하고 상업성이 짙어지는 세계, 여성의 형태가 무자비할 정도로 외현화되는 세계, 여성의 욕망에 관한 관념이 너무나 협소한 틀 안에 갇혀있는 세계에서 한 여성이 자신의 몸과 자신의 욕망에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기가 얼마나 어려운지에 관한 이야기다. 전통적인 심리 구조와 사회구조가 얼마나 오래도록 멀쩡히 버티고서 있을 수 있는지에 관한 이야기이고, 여전히 소녀들에게 자기부정의 씨앗이 뿌려지고 권장되는 방식에 관한 이야기이며,40년에 걸친 법적·사회적 변화가 진정한 대안적 변화를 아직일구어내지 못한 까닭에 우리가 행위 주체성과 주도권을 지니고 있다는 느낌이나, 자신의 욕구는 건전하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만족시켜도 될 타당성과 자격을 지니고 있다는 확신이 부재한다는 이야기다. - P48
1장, 케이크 더하기, 자존감 빼기 굶기의 미끼는, 그 불가해하면서도 유혹적인 낚싯바늘은, 위안이었다. 나를 인간의 갈망이라는 평범하면서도 온갖 위험이가득한 세계에서 끄집어내어 그보다 더 높은 곳에, 고요함의내밀한 왕국에 데려다놓는 듯한, 그 안전함과 억제가 주는 온화한 위안. - P5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