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에게
엄마아빠 우주만큼 땅속만큼 사랑해요
항상 건강하세요
엄마아빠를 사랑하는 혜림이가
2015년 5월 8일 금요일“
어버이날 혜림씨에게 편지를 받았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요즘은 사랑이라는 말이
차고 넘쳐 무슨 홍수처럼 범람하고 있는 것 같다
소생 주위의 집구석들도 아마 다 대동소이.
이 세상이 이렇게도 사랑으로 충만했던가?
다 늙어빠진 소생이 지금은 시시때때로
우리 혜림씨에게 사랑 고백을 하고 있고
우리 혜림씨도 당연히 자랑처럼 당당하게
소생에게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소생이 소시적에는 엄마, 아버지로부터
사랑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는 것 같다.
소생도 엄마, 아버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아니 없다.
그때는 다 그랬던 것 같다.
돌이켜 보면,
사랑이란 말이 범람하는 지금보다
그 말이 어딘가에 꽁꽁 숨어있던 그 시절이
왠지 조금은 그립기도 하다. 그때는 그 말이 귀했다.
뭐, 귀천을 논하자는 것은 아니고
시비를 따지자는 것도 아니다.
그냥 그렇다는 것이다. 넋두리같은.
각설하고,
혜림씨로부터 우주만큼의 사랑을 받고 보니
그 우주만큼이 과연 얼마만큼인지 궁금하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어야 하는 이유다.
너무 무리하게 끌어왔나? 이유같지 않은 이유를
그렇다면, 뭐, 무리수를 둬서 죄송합니다. 호호호
그건 그렇고,
땅속만큼의 사랑은 또 어떤 것인지 궁금해서
혜림씨에게 물어보니 그런게 있다고 한다.
사랑이란 ‘척’하면 ‘착’하고 삼천리로
재빨리 알아차려야 하는데
조금 실망스럽다는 그런 표정이다.
<추신>
사실 <코스모스>는 30여년 전에 우리 집에 있었다. 소생이 중학교 때인가 그랬는데, 큰형님의 책장에 꽂혀 있었고 따거께옵서 소생에게 일독을 권했던 것도 같다. 그때 <코스모스>와 나란히 무슨 쌍둥이처럼 붙어 있던 비슷한 모양과 크기의 <오리진>이라는 책도 생각난다. 인류의 기원에 관한 책이었다. 당시에는 책장을 대충대충 펄럭펄럭 넘기며 사진만 봤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가 소생이 어른이 되어 일가를 이루면서 (결혼해서 분가했다는 말이다.ㅎㅎㅎ ) 이 <코스모스>를 구입했었는데 (역시나 읽지는 않았다.) 어쩌다 도서 대방출시 쓸려 나가서 지금은 가지고 있지 않다. 요즘 다시 각광을 받고 있어 가만히 살펴보니 매우 중요한 저작인 것 같다. 새로 또 구입해야할 모양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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