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리자 미소의 법칙 - 83퍼센트만 행복하라!
에드 디너, 로버트 비스워스 디너 지음, 오혜경 옮김, 서은국 감수 / 21세기북스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행복의 정의를 실험과 분석으로 설명을 해 놓았다. 

다소 방대한 분량이다. 

이해를 돕기 위한, 검증을 위한 많은 '노력'이 감지된다. 

모나리자 미소에서 유추해낸 행복의 비율이 이 책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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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7-17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어떤 이의 블로그에 갔더니,
'지루하구나' 생각이 들 때가 행복한 때라더군요.

gimssim 2010-07-17 15:42   좋아요 0 | URL
옛날, 중국의 요순시절, 태평성대.
임금이 자기의 공적을 좀 나타내고 싶어서 시골노인에게 이렇게 태평성대인데 나라를 다스리는 임금이 누구냐 물었다잖아요.
노인은 시절이 이렇게 좋은데 임금의 이름을 알 필요가 무에냐고.
아아, 저도 '임금'의 이름을 알고 싶지 않아요.
소설가 박범신은 오늘신문에서 '제발 잠 좀 자게 해달라'고
그리고 내뱉은 일성 '환장하겠네'

저도 생각에 '지루한 생각이 들때가 행복할 때'가 맞는 것 같아요.
 

 

  

구중궁궐의 꽃 능소화 

먼 옛날, ‘소화’라는 궁녀가 임금의 총애를 얻어 하룻밤 임금을 모시게 되고,
그리하여 ‘빈’의 신분으로 격상되지만
이후로 한 번도 소화를 찾지 않는 임금으로 인해 시름시름 앓다가 세상을 떠났다는
슬픈 전설을 가진 꽃이라고 한다.

죽어서도 임금을 기리며, 기다리며, 담장 가에 심겨져
더 멀리 밖을 보려는 듯 담장 위로 고개를 내밀면서 피는 꽃이다.
그래선지 이 꽃은 유난히 담장 너머로 많이 보인다.

비 오는 날, 능소화가 아닌 ‘소화’를 몇 장 찍었다.
오래 전에 암송하던 시구절이 생각이 난다.
‘거리에 비 오듯이 내 마음 속에 눈물비 오네.’   

눈물비 흘리는, 기다림에 지쳐 하릴 없이 떨어져 버린 소화, 능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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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7-17 0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역시 전문가의 시선은 다르군요.
나도 해마다 능소화를 찍지만... 이런 방식으로 찍을 생각은 못했어요.
거리에 비가 내리듯... 보들레르의 시도 있는데.
지금 빛고을은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어요.
하지만 내 마음에는 배가 내리지 않네요.^^

gimssim 2010-07-17 15:43   좋아요 0 | URL
사진은 다른 시선으로 찍어서 다함께 공감할 수 있도록 가야하는 것...
아이구, 잘난척은!
비 맞으며 사진 찍으러 돌아다닌 아줌마의 생색내기라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비로그인 2010-07-17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능소화를 볼 때면,
꽃색이 참 독특하구나..
꽃잎이 다른 꽃보다 두텁구나..

주황, 분홍, 노랑이 섞인 빛깔입니다.
비에 촉촉하게 젖으면 돋보이는 꽃입니다.


gimssim 2010-07-17 15:44   좋아요 0 | URL
비에 젖은 능소화에요.
'돋보인다'는 말이 돋보입니다.

꿈꾸는섬 2010-07-17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사진 좋으네요.^^ 능소화에 얽힌 이야기까지......

gimssim 2010-07-17 15:45   좋아요 0 | URL
능소화는 그 전설 때문에 대부분 담벼락에 심어요.
그래서 담장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지요.
저는 길에 떨어진 능소화에 포커스를 맞춰보았어요.
 
영혼의 집 - The House Of the Spirit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아아, <영혼의 집>

지난 연말 여고 동창 모임에서 앞으로 살아야 할 많은 시간들을 이야기 하면서 “남자는 됐거든”, “결혼도 됐거든” 모두들 이구동성이었다는 에피소드는 이미 얘기했다.
그런데 누가 “그럼 사랑은?” 하고 물었는데 아무도 “됐거든”하지 않았다. 이미 몇 년째 4학년 9반에 머물러 있는 아줌마들이 그 순간만은 ‘아줌마’ 명찰 떼고, 아니 달고서라도 ‘다시 한 번 그대 품에(아랑드롱이 주연한 영화)’을 꿈 꾸는 얼굴이 되었다. 나는 그런 내 친구들의 모습이 좋았다.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아줌마들이지만 다시 한 번 사랑을 피울 ‘불씨’를 가지고 있다는 게 대견스러웠다. 그래서 짐짓 “얘, 입맛 좀 다시지 마” 눙쳤다.

내가 처음으로 메릴 스트립을 만난 것은 마악 스무 살이 되던 해 <디어 헌터>를 통해서였다. 1960년 대 말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한, 미국의 다섯 젊은이의 사랑과 갈등을 그린 영화였다. 그 영화에서 로버트 드 니로도 만났다. 이 걸출한 두 연기파 배우의 만남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디어헌터>는 메릴 스트립의 초기 영화이고 지금까지 오십 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폴링 인 러브>, <아웃 오브 아프리카>, <소피의 선택>,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디 아워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사랑은 너무 복잡해> 등 주옥같은 영화들이 있다.

그녀의 영화는 어느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을 만큼 매력이 있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특히 ‘여성의, 살아있는 심리 묘사’는 여느 여배우의 추종을 불허한다. 언제 기회가 되면 그녀의 모든 영화의 리뷰에 한 번 도전해 볼 참이다. 
 
그 중에서 내가 가장 감명 깊게 보았던 ‘내 생애 최고의 영화’는 1993년 빌 어거스트 감독의 작품인 <영혼의 집>이다.

칠레의 한 정치가 집안에 로사와 클라라(Clara: 메릴 스트립 분)라는 두 딸이 있었다. 로사는 독이 든 음료수를 잘못 먹고 죽고, 심령의 능력을 타고 난 클라라는 이 충격으로 실어증에 걸리게 된다.
로사의 약혼자였던 에스테반(Esteban Trueba: 제레미 아이언스 분)은 자신의 농장을 개척해 엄청난 재산을 모르고 클라라에게 청혼한다. 그녀의 부모는 걱정을 하지만 에스테반을 만나는 자리에서 클라라는 말을 하게 되고 그리하여 그들은 결혼을 한다.
그들 부부는 사랑은 하지만 너무 다른 성격을 가졌다. 온화하고 정이 많은 클라라와는 달리 에스테반은 다혈질로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는 옆도 돌아보지 않는 냉혈한으로 주위사람들에게서 원성을 많이 듣는다. 그런 성격 때문에 아내인 클라라에게 더 다가가지 못하고 인디언 여자와 바람을 피워 태어난 가르시아(Esteban Garcia: 빈센트 갈로 분)를 낳지만 그를 자식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갈수록 난폭해지는 에스테반은 클라라와 친한 누이인 페룰라(Ferula: 글렌 클로즈 분)를 집에서 내쫒고, 보수당 의원이 되어 민중 선동가들을 혹사한다. 그 와중에 외동딸 블랑카(Blanca: 위노나 라이더 분)가 인디언 십장의 아들인 페드로(Pedro: 안토니오 반데라스 분)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자 에스테반은 페드로를 죽이려고 한다. 견디다 못한 클라라는 딸 불랑카를 데리고 에스테반을 떠난다.
블랑카는 페드로와의 사이에서 알바(Alba: 사샤 하노 분)라는 예쁜 딸을 낳게 되고, 그것을 계기로 두 모녀는 에스테반을 용서하고 다시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클라라가 죽고 에스테반은 선거에서 패한다. 옛날의 영화는 사라지고 딸 블랑가가 군부에 잡혀가는데 그녀를 심문하는 자가 바로 에스테반이 인디언 여자에게서 나은 가르시아다. 에스테반은 딸 블랑카의 부탁으로 집안에 숨겨놓은 페트로를 위험을 무릅쓰고 캐나다로 피신을 시킨다. 그로 딸과의 화해를 이루어내고 고향으로 돌아와 클라라의 곁으로 간다.

이 영화는 한 집안의 4대에 걸친 사랑과 기쁨, 성공과 출세, 실패와 몰락, 미움과 용서에 관한 서사극이다.
제레미 아이언스의 냉정하고 빈틈이 없는 연기는 가히 압권이다. 그러나 영화 내내 사랑스런 아내로서, 어머니로서의 자리를 지키고 있던 매릴 스트립의 연기는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잊혀지지 않는다. 다정다감하고 여린 여자였지만 남편에게나 자식에게, 이웃에게, 넉넉한 품을 내어주는 커다란 나무의 역할을 충분히 소화해 내었다.
다혈질이고 인간미가 없는 남편을 담담히 다독이고, 성격적인 문제가 많은 시누이를 이해하고 품어주고, 농장에서 일하는 일꾼들에 대한 배려, 따뜻한 마음 씀씀이, 그리고 외동딸의 사랑에 대해서도 편견이나 왜곡이 없이 그대로 수용하고 받아주는 모습은 너무 아름다웠다.

나 역시 아내로, 어머니로서 살고 있기에 나도 모르게 영화 속의 그 캐릭터가 나의 삶에 멘토가 되어있음을 느낀다. 그렇게 타인을 배려하고, 다가오는 일들에 편견과 왜곡이 없이 살게 되기를 늘 소망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생각할 때면  늘, 딸의 볼을 쓰다듬으며 ‘죽음은 탄생처럼 주어지는 거야. 너무 앞당기려고 애쓰지 마라. 주어진 삶을 살아라.' 나직하게 속삭이는 클라라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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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7-16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보고싶은 영화였는데, 중전 언니 리뷰로 더 보고 싶어졌어요.

저는 메릴 스트립을 <소피의 선택>에서 첨 보았는데, 거기서 엄청 미인으로 그려지잖아요. 그런데 저는 아무리 봐도 메릴 스트립의 뾰족한 코랑 광대뼈가 맘에 안 드는거예요. 덕분에 영화 몰입도 망치고........... 어릴때 봤어염.

하지만 지금은 메릴 스트립이 정말 멋진 배우라고 생각해염!

gimssim 2010-07-16 21:26   좋아요 0 | URL
메릴 스트립은 미인은 아니지요. 몸매도 그렇구...
그런데 마녀고양이님의 말씀처럼 멋진 배우는 맞아요.
보시면 절대 후회안하실 걸요.
여자의 힘이란!
 




질투는 나의 힘!...나도 가족 사진

저는 보통 12시쯤 잠자리에 듭니다.
자기 전에 아침 식사 준비를 대충 해두고 블로그나 서재에 올릴 글들도 마무리를 해 둡니다.
사실 오늘 올릴 글은 어제 밤에 만져두었드랬어요.
그랬는데 마녀고양이님의 가족사진을 보고 마음이 바뀌었어요.
순오기님께도 써먹은 말이지만 ‘질투는 나의 힘’입니다.
저도 사진 파일을 뒤져 가족 아니 부부사진을 한 장 찾아냈습니다.
가족이 모두 모여봤자 넷 밖에 안 되는 데 딸이 멀리 있는 탓에 한자리에 뭉치기가 쉽지 않아요.

지난해 여름에 찍은 사진입니다.
세월이 정말 빠릅니다. 벌써 일 년이 지났군요.
남편의 중학교 동창을 거의 삼십 오 년여 만에 만났겠지요.
그 후로 두어 달에 한 번 얼굴을 봅니다.
그가 사는 곳, 우리가 사는 곳의 중간인 경주에서 보기로 한 날입니다.
남편의 친구가 만나서 산책이나 하고 저녁을 먹자고 했다네요.
그 말을 들은 우리 바른생활사나이 복장 좀 보세요.
교회에서 준 아이들 여름성경학교 티셔츠에 산책하기 좋은(?) ‘등산화’입니다.
이런 바른생활사나이 때문에 ‘안’바른생활아줌마는 가끔 숨넘어 가려고 합니다.
나이 들면 유치해 진다고 제가 이곳에서 사진찍어야 한다고 우겼습니다.

때로, 사랑에도 이런 증거가 필요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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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7-15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어머, 중전 언니.. 너무 다정하고 이쁜 사진이셔염!
옆지기님께서 인상이 너무 멋지시네요, 글구 저는 화사한 티셔츠가 맘에 드는데요.
중전 언니의 고운 인상도 좋지만,, 압권은 아래쪽이신데요. 다리 선이 고우세요!

gimssim 2010-07-15 22:36   좋아요 0 | URL
으흠~~~제가 좀 롱다리이긴하죠.
하여튼 그날 바른생활아저씨는 발이 덥다고 내내 칭얼거렸다는 전설!

라로 2010-07-15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유치함이 아름다운으로 승화한 사진이에요~~~.^^

gimssim 2010-07-15 22:37   좋아요 0 | URL
좀 그렇죠.
그것도 소신이라면 소신이어서 계속 가야할 것 같아요.
유치함 버전으로...

울보 2010-07-15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참 보기 좋네요,,

gimssim 2010-07-15 22:38   좋아요 0 | URL
네, 안녕하세요.
가끔 올라오는 님의 글을 보곤 합니다.
좋게 보아주시니 감사해요.
근데 남편은 이 사진 올린 줄 모르니 알면 초상권침해라고 고소 안할라나 모르겠네요.ㅎㅎ

순오기 2010-07-15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하~ 질투는 중전의 힘!!
바른생활 사나이와 안바른생활 아줌마의 환상적인 인증샷~ 최고예요. 최고!!
순오기의 질투도 불러오지만... 둘이 사진 찍어본 게 백만년 전이라구요.ㅜㅜ
티셔츠와 샌들 색상이 잘 맞아요~ 두 분 보기 좋습니다!

gimssim 2010-07-15 22:38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이 인증해주시니 그대로 믿어야지요.
감사해요.

비로그인 2010-07-15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생긴 신랑과 이쁜 신부이군요.
하하


gimssim 2010-07-15 22:40   좋아요 0 | URL
아이구야!
좀 민망하지만 듣기는 좋습니다. ㅎㅎ

pjy 2010-07-15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신혼분위기나는 화사한 사진인데요ㅋㅋ 저희 엄마아빠는 등산화뿐아니라 시커먼 등산복을 아주 좋아합니다..사진마다 웃겨요~

gimssim 2010-07-15 22:41   좋아요 0 | URL
냠편이 입은 바지가 바로 등산복이랍니다.
편해서 좋다네요.
그에 비해서 전 좀 '폼생폼사'과이지요.
 

꿈✩은 이루어진다...서재 갖기

며칠 전 서재에 관한 페이퍼를 읽었겠지요. 간단하게 세월이 가면 이루어진다는 답글을 달았습니다.
저도 아이들이 공부할 때는 제 책상은 식탁이었지요. 날마다 책상 타령, 서재 타령을 했드랬습니다.
그 무렵, 오정희 작가가 쓴 글을 읽으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다독였지요.
오정희는 작가가 된 이후에도 한참동안 자신의 서재는 물론 책상도 없었다고 합니다.
어느 날, 작품을 위한 현장 답사를 갔다가 돌아와 늦은 저녁밥을 준비하며 울면서 아이들에게 이렇게 얘기했다네요. “봐, 엄마는 작가인데 책상도 없지, 마음 놓고 작품을 구상하고 준비할 시간도 모자라.”
그래서 아이들이 “이사 가면 제일 큰 방을 엄마가 써.” 라고 했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 납니다.
제대로 된 책상과 방해 받지 않는 서재는 정말 저의 꿈이었어요.
그런데 별로 노력을 하지 않았는데 세월이 가니 그 꿈이 이루어지네요.
아이들이 자라서 집을 떠났어요. 당연히 아이들 책상 두 개가 남았어요. 그리고 남편의 책상도 그대로 있지요.
남편은 원래 집에만 오면 와식(식사 때 외엔 누워서 지냅니다) 생활을 하니 책상이 별로 필요가 없지요. 책을 소파에 누워서, 침대에 누워서 보니까요.
그건 젊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는데 가장이고 아이들 아버지라 큰 맘 먹고 좋은 책상을 장만했드랬지요. 아마 우리 집에서 가장 비싼 가구일거에요.
남편에게 별로 소용에도 닿지 않는 큰 책상을 제가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딸아이 책상 하나를 덧붙였지요. 저는 엄청 큰 책상을 좋아하거든요.
지난 봄, 이사를 하면서 책을 많이 정리했어요. 남편과 몇날 며칠을 싸웠어요. 정리하자, 가지고 가자. 밤중에 몰래 치우고 엄청 잔소리 들었어요.
결혼하고 십 년 쯤 지났을 때 집안이 전소되는 화재를 만나 살림살이를 다 잃었는데 그리고 나서 장만한 것들로 다시 넘칩니다.
예수쟁이라 이 땅에서의 삶은 나그네 삶이라고 생각하며 사는데, 나그네는 짐이 가벼워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실재 생활을 그렇지가 못한 것 같아서 이사를 하면서 얼마나 민망했던지요.
급기야는 “내 사전에는 무얼 ‘산다’는 말은 이제 없다”고 공언하기에 이르렀는데 이사 오니 새집에 책을 쌓아두고 살기가 좀 그랬어요.
벽 세면을 열세 개의 책장으로 채우고 간신히 큰 창문 쪽만 햇살을 받으려고 두었어요.
저는 있는 책을 더 줄이자고 했고 남편은 책장을 더 사자고 했어요.
저는 언성을 높였어요. “아! ‘산다’는 말 좀 그만해!”
그러자 남편은 이렇게 소리쳤어요. “여보, 책장 두 개만 더 ‘구입’하자.”
결국 책장을 두 개 더 ‘구입’해서 그런대로 책을 꽂긴 했어요.
저는 새벽기도 갔다가 일곱 시쯤 집에 오면 이 서재에서 아침 시간을 보냅니다.
아이들도 집에 없고 남편은 책상을 사용하지 않으니 서재는 온통 제 차지입니다.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컴퓨터에 접속해 님들의 글도 읽습니다.
제가 서재를 갖기 위해 한 일은 오로지 ‘오래 버티기’였습니다.
세월이 가니 꿈이 이루어지네요.

그런데 이 무슨 조홧속인지 이렇게 좋은 서재를 두고 가끔은 식탁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궁상을 떨기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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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7-14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중전님
노랑장미 열 송이를 보냅니다(마음속으로..). 하하


gimssim 2010-07-15 06:48   좋아요 0 | URL
노랑장미의 꽃말이 질투라던가요?
아무튼 전 노랑장미 좋아한답니다.
무지 감사드립니다.
잘 받았습니다.

마녀고양이 2010-07-14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집 서재랑 비슷한 가구 배치라서, 어쩐지 익숙함을 느꼈어요. ^^
저희는 딸아이 하나라서, 방 하나를 서재로 차지하고 있어요.
서재방에 있으면 어쩐지 푸근한 느낌이 들어서,,, 좋아해여~

gimssim 2010-07-15 06:50   좋아요 0 | URL
저런 책장의 배치가 효율적이더라구요.
전 방 가운데 책상이 있는 스타일을 좋아합니다.
집의 어느 한 곳,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지요.

saint236 2010-07-14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럽습니다. 저희 집은 서재는 있지만 그 안에 애들이 짐을 넣어 놓고 빨래를 널고. 서재로서는 유명무실합니다. 간신히 컴퓨터나 하고 있습니다.

gimssim 2010-07-15 06:52   좋아요 0 | URL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시기를 거치지 않을까요?
아이들이 자라는 것은 정말 순식간이에요.

hnine 2010-07-14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반전이 반짝!입니다 ^^

gimssim 2010-07-15 06:54   좋아요 0 | URL
반전은 다소 느닷없기는 하지만
새로운 기대감을 주지요.
가끔 그런 것을 꿈 꿉니다.

pjy 2010-07-14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세월 기둘려서 생긴 서재인데..익숙한 식탁이 편안하시겠지요^^;

gimssim 2010-07-15 06:57   좋아요 0 | URL
선택의 폭이 넓어진 거지요.
'익숙한 것과의 결별'은 아마 없을 것 같아요.

라로 2010-07-15 0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래버티기를 해볼래요~~~(음,,,이상하게 중전님이 올리시는 페이퍼마다 다 따라하고 싶어진다는~~~.ㅎㅎㅎ)

gimssim 2010-07-15 06:58   좋아요 0 | URL
결국 오래 버티는 사람이 이기는 겁니다.
매사에 그런 걸 느낍니다.

순오기 2010-07-15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오래버티기로 이뤄낸 서재보다 식탁을 애용한다에 공감의 추천입니다.^^
열세 개의 책장이라니~ 굉장한 서재네요.

gimssim 2010-07-15 22:45   좋아요 0 | URL
이사할 때 그 많은 책을 제가 일일이 다 묶었다는 거 아닙니까?
고물장수 아저씨가 트럭을 몰고 지나가다가 횡재한 얼굴로 왔다가 실망한 얼굴로 갔답니다.
이 책 다 집에 들여놓을 거냐면서...

순오기 2010-07-17 01:52   좋아요 0 | URL
고물장수 아저씨에 빵 터졌어요.ㅜㅜ
우리도 옥상방에 올린 책은 완전히 바래서 못 쓰겠기에 트럭 불러 버렸더랬어요. 그랬더니 가져가신 분이 피자 한 판 시켜주더군요.^^

gimssim 2010-07-17 06:53   좋아요 0 | URL
때로 책보다 피자가(! 이런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