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집 - The House Of the Spirit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아아, <영혼의 집>

지난 연말 여고 동창 모임에서 앞으로 살아야 할 많은 시간들을 이야기 하면서 “남자는 됐거든”, “결혼도 됐거든” 모두들 이구동성이었다는 에피소드는 이미 얘기했다.
그런데 누가 “그럼 사랑은?” 하고 물었는데 아무도 “됐거든”하지 않았다. 이미 몇 년째 4학년 9반에 머물러 있는 아줌마들이 그 순간만은 ‘아줌마’ 명찰 떼고, 아니 달고서라도 ‘다시 한 번 그대 품에(아랑드롱이 주연한 영화)’을 꿈 꾸는 얼굴이 되었다. 나는 그런 내 친구들의 모습이 좋았다.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아줌마들이지만 다시 한 번 사랑을 피울 ‘불씨’를 가지고 있다는 게 대견스러웠다. 그래서 짐짓 “얘, 입맛 좀 다시지 마” 눙쳤다.

내가 처음으로 메릴 스트립을 만난 것은 마악 스무 살이 되던 해 <디어 헌터>를 통해서였다. 1960년 대 말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한, 미국의 다섯 젊은이의 사랑과 갈등을 그린 영화였다. 그 영화에서 로버트 드 니로도 만났다. 이 걸출한 두 연기파 배우의 만남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디어헌터>는 메릴 스트립의 초기 영화이고 지금까지 오십 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폴링 인 러브>, <아웃 오브 아프리카>, <소피의 선택>,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디 아워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사랑은 너무 복잡해> 등 주옥같은 영화들이 있다.

그녀의 영화는 어느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을 만큼 매력이 있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특히 ‘여성의, 살아있는 심리 묘사’는 여느 여배우의 추종을 불허한다. 언제 기회가 되면 그녀의 모든 영화의 리뷰에 한 번 도전해 볼 참이다. 
 
그 중에서 내가 가장 감명 깊게 보았던 ‘내 생애 최고의 영화’는 1993년 빌 어거스트 감독의 작품인 <영혼의 집>이다.

칠레의 한 정치가 집안에 로사와 클라라(Clara: 메릴 스트립 분)라는 두 딸이 있었다. 로사는 독이 든 음료수를 잘못 먹고 죽고, 심령의 능력을 타고 난 클라라는 이 충격으로 실어증에 걸리게 된다.
로사의 약혼자였던 에스테반(Esteban Trueba: 제레미 아이언스 분)은 자신의 농장을 개척해 엄청난 재산을 모르고 클라라에게 청혼한다. 그녀의 부모는 걱정을 하지만 에스테반을 만나는 자리에서 클라라는 말을 하게 되고 그리하여 그들은 결혼을 한다.
그들 부부는 사랑은 하지만 너무 다른 성격을 가졌다. 온화하고 정이 많은 클라라와는 달리 에스테반은 다혈질로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는 옆도 돌아보지 않는 냉혈한으로 주위사람들에게서 원성을 많이 듣는다. 그런 성격 때문에 아내인 클라라에게 더 다가가지 못하고 인디언 여자와 바람을 피워 태어난 가르시아(Esteban Garcia: 빈센트 갈로 분)를 낳지만 그를 자식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갈수록 난폭해지는 에스테반은 클라라와 친한 누이인 페룰라(Ferula: 글렌 클로즈 분)를 집에서 내쫒고, 보수당 의원이 되어 민중 선동가들을 혹사한다. 그 와중에 외동딸 블랑카(Blanca: 위노나 라이더 분)가 인디언 십장의 아들인 페드로(Pedro: 안토니오 반데라스 분)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자 에스테반은 페드로를 죽이려고 한다. 견디다 못한 클라라는 딸 불랑카를 데리고 에스테반을 떠난다.
블랑카는 페드로와의 사이에서 알바(Alba: 사샤 하노 분)라는 예쁜 딸을 낳게 되고, 그것을 계기로 두 모녀는 에스테반을 용서하고 다시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클라라가 죽고 에스테반은 선거에서 패한다. 옛날의 영화는 사라지고 딸 블랑가가 군부에 잡혀가는데 그녀를 심문하는 자가 바로 에스테반이 인디언 여자에게서 나은 가르시아다. 에스테반은 딸 블랑카의 부탁으로 집안에 숨겨놓은 페트로를 위험을 무릅쓰고 캐나다로 피신을 시킨다. 그로 딸과의 화해를 이루어내고 고향으로 돌아와 클라라의 곁으로 간다.

이 영화는 한 집안의 4대에 걸친 사랑과 기쁨, 성공과 출세, 실패와 몰락, 미움과 용서에 관한 서사극이다.
제레미 아이언스의 냉정하고 빈틈이 없는 연기는 가히 압권이다. 그러나 영화 내내 사랑스런 아내로서, 어머니로서의 자리를 지키고 있던 매릴 스트립의 연기는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잊혀지지 않는다. 다정다감하고 여린 여자였지만 남편에게나 자식에게, 이웃에게, 넉넉한 품을 내어주는 커다란 나무의 역할을 충분히 소화해 내었다.
다혈질이고 인간미가 없는 남편을 담담히 다독이고, 성격적인 문제가 많은 시누이를 이해하고 품어주고, 농장에서 일하는 일꾼들에 대한 배려, 따뜻한 마음 씀씀이, 그리고 외동딸의 사랑에 대해서도 편견이나 왜곡이 없이 그대로 수용하고 받아주는 모습은 너무 아름다웠다.

나 역시 아내로, 어머니로서 살고 있기에 나도 모르게 영화 속의 그 캐릭터가 나의 삶에 멘토가 되어있음을 느낀다. 그렇게 타인을 배려하고, 다가오는 일들에 편견과 왜곡이 없이 살게 되기를 늘 소망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생각할 때면  늘, 딸의 볼을 쓰다듬으며 ‘죽음은 탄생처럼 주어지는 거야. 너무 앞당기려고 애쓰지 마라. 주어진 삶을 살아라.' 나직하게 속삭이는 클라라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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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7-16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보고싶은 영화였는데, 중전 언니 리뷰로 더 보고 싶어졌어요.

저는 메릴 스트립을 <소피의 선택>에서 첨 보았는데, 거기서 엄청 미인으로 그려지잖아요. 그런데 저는 아무리 봐도 메릴 스트립의 뾰족한 코랑 광대뼈가 맘에 안 드는거예요. 덕분에 영화 몰입도 망치고........... 어릴때 봤어염.

하지만 지금은 메릴 스트립이 정말 멋진 배우라고 생각해염!

gimssim 2010-07-16 21:26   좋아요 0 | URL
메릴 스트립은 미인은 아니지요. 몸매도 그렇구...
그런데 마녀고양이님의 말씀처럼 멋진 배우는 맞아요.
보시면 절대 후회안하실 걸요.
여자의 힘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