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중궁궐의 꽃 능소화
먼 옛날, ‘소화’라는 궁녀가 임금의 총애를 얻어 하룻밤 임금을 모시게 되고,
그리하여 ‘빈’의 신분으로 격상되지만
이후로 한 번도 소화를 찾지 않는 임금으로 인해 시름시름 앓다가 세상을 떠났다는
슬픈 전설을 가진 꽃이라고 한다.
죽어서도 임금을 기리며, 기다리며, 담장 가에 심겨져
더 멀리 밖을 보려는 듯 담장 위로 고개를 내밀면서 피는 꽃이다.
그래선지 이 꽃은 유난히 담장 너머로 많이 보인다.
비 오는 날, 능소화가 아닌 ‘소화’를 몇 장 찍었다.
오래 전에 암송하던 시구절이 생각이 난다.
‘거리에 비 오듯이 내 마음 속에 눈물비 오네.’
눈물비 흘리는, 기다림에 지쳐 하릴 없이 떨어져 버린 소화, 능소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