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의 길 - 상 세이초 월드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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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그대로 짐승이 다니는 길을 짐승길이라 부른다는데, 말만 들어도 오싹해지는 기분이 든다. 어둡고 축축해 언제, 어느 곳에서 번뜩이는 눈을 한 맹수가 튀어나올지 모를 위험에 심장이 바짝 조여오는 기분이 든다. 어두컴컴한 산길을 헤매다 천길 낭떠러지로 굴러떨어질 것 같은 상상에 오들오들 떨린다.

 

요즘 딴 짓(?)을 많이 하는 바람에 책을 하도 띄엄띄엄 읽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서평은 책을 읽은 직후에 쓰자 주의인데, 내내 미루다가 그래도 꽤 재미있게 읽은 책이라 그냥 넘어가기도 서운해서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하는디,

 

주인공이 그여자인지 그남자인지 헷갈린다. 그여자이길 바라는 마음이었으나, 인물이 초반과 달리 주체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아 답답했다. 1960년대의 "여성", 그것도 밑바닥 인생의 입지란 그럴 수밖에 없는가. 초반에 보인 입체적인 모습에 내심 기대가 컸는데 그저 사랑에 빠져 허우적대는 못난 순정여인(?) 정도로 전락한 것에 실망이 컸다. 작가의 시각이 지극히 남성적인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전형적인 일본남성의 시각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저 그시대 그곳에선 으레 그러했으려니 하고 무난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일일이 따져대고 있는 내가 더 우스꽝스러운 지도 모르겠다.

 

"치명적인" 매혹에 대한 욕망(?)을 나타내는 짐승길은 두려움으로 넋이 나갈 것 같지만 한번 들어서면 돌이킬 수 없는 매력이 있다. 겉잡을 수 없는 느낌. 위험한 줄 알면서도 죽음의 길로 들어서는 발걸음을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것이다. 내 스스로 원하는 위험이니까.

 

정재계를 움직이는 숨은 권력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접하는 요즘이다. 어쩌면 그런 큰손(?)들의 의도에 따라 이 세상이 움직여 온 건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끔찍하다. 요즘같은 정국엔 더욱 그래왔겠다 싶다. 꼭두각시를 쥐고 흔들며 살아있는 민중을 철저히 밟아버리는 현실. 해도해도 너무해 이게 현실일까 자꾸 의심하게 되는 잔인한 일들의 연속. "사람만이 희망이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라는 말들을 새기며 그래도 사람의 힘을 믿고 살아왔고, 여전히 그렇게 살아가고 싶은 소망이 있다.

길로 착각할 때가 많다는 짐승길을 사람길과 구분할 수 있다면 팍팍한 현실에도 빛 한 줄기 비추이려나. 물론 유혹에 빠지지 않으려는 단단한 마음이 뒤따라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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