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부터 기부하려고 했지만 머리카락 싸움 하면 지지않는 반곱슬 '돼지털'이라 생머리로 그냥 두지를 못했다. 그래서 늘 뽀글이 파마를 하고 지냈는데(파마를 하거나 염색을 하면 가공처리 과정에 머리카락이 녹을 수도 있어서 가능하면 머리에 아무런 미용처리(?)도 하지 않기를 권장한다.) 한 2년 정도 미용실 안가고 버텨서 드디어 기부할 머리카락 택배부치고 왔다. 뜨거운 바람으로 머리카락 말리는 고통을 이겨낸 내 자신이 장하다장하다.
다른 건 다 참을 만한데 머리카락 말리는 게 정말 "일" 이다. 머리를 감거나 말릴 때 빠진 머리카락 30가닥 이상도 기부가 된다는 사실을 한 달 전에 알게 됐다.(더 일찍 알았으면 어쩔 뻔 했을까.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걸) 그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땐 '우와~ 쓸데없이 버려지는 머리카락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니' 하고 '기쁘다', '고맙다' 신나서 감상에 빠졌으나, 막상 머리카락을 모으기 시작하니 이건 머리카락 말리는 것보다 더 "일" 이었다. 남편은 그건 하지 말라고 말리는데 자르게 될 머리카락보다 빠진 머리카락이 훨씬 더 길다보니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아까워서 어느새 머리카락을 주워 가지런히 끝을 맞춰 모으고 있는 자신이 바보같으면서도 그만두지 못했다.
남편이 이왕에 하는 거 많이 길러서 확실하게 하라고-당사자가 아니니 참 쉽게 말하는데- 해서 허리까지 길어보려 큰 뜻을 세웠으나 두 가지 장벽(머리카락 말리기, 머리카락 주워서 모으기)을 극복 못하고 어제 잘랐다. 라푼젤이 아무나 되는 게 아니구나. 라푼젤도 갇혀 지냈기에 가능했겠지. 하고 더 버티지 못한 자신을 달래본다. 25cm가 기준인데 30cm 넘었으니 그걸로 만족하련다. 처음이자 마지막 머리카락 나눔.
"야한 생각 많이 하면 머리도 빨리 긴다지. 엊그제 자른 머리가 벌써 덥수룩~" 하는 이승환 노랫말처럼 야한 생각 많이 해서(?) 잡초처럼 잘 자라던 머리가 나이드니 그 속도가 줄기도 하고 올 해 들어 확~ 찌고(?) 확~ 늙어 흰 머리가 부쩍 늘어서 이제는 기부를 할 수도 없겠다.
어제 머리 자르는데 미용사분(남자분)이 덜덜 떠는 거다. 최대한 짧게(최대한 길게 기부하려고 ) 잘라달라고 했고. 미용사분은 긴 머리를 그렇게 짧게 자른 적이 없다며 무지 망설이는 거다. 같이 머리자르러 갔던 남편이 옆에서 "삭발도 했던 사람이니 걱정마세요" 라고 한다. 그 얘기에 미용사분이 과감히 잘라내서 머리카락 모양이 부채꼴이 됐다. 여태 뽀글이파마만 하고 살았지만 이렇게 짧은 아줌마파마는 처음이라 당황스럽다. 정말 아줌마가 돼버렸지만 기부결과이니 기쁘게(?) 받아들여야지. 우리 남편은 나답게 '개념없어 보여서' 잘 어울린단다. 이 쒸~
머리카락 나누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어리고(?) 야한 생각 많이 하고 머리 말리는 일을 기꺼이 감내할 수 있는 사람으로.
머리카락 기부하는 곳 "어머나 운동본부"
어린 암환자들을 위한 머리카락 나눔운동
http://www.givehair.net/page/s2_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