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하러 나가는 김에 분리수거할 재활용품들 가지고 나갔는데 분리수거하는 곳에서 아주아주 귀하신 몸(?)을 발견했다. 대학다닐 때 그렇게나 갖고 싶었던 [한국민족대백과사전], 줄여서 [한.민.백.]이라 불렀던 책이 딱! 있는 거다. '우와우와~ 이거 꿈 아니지?' 너무 비싸서 살 엄두를 못냈던 책인데. 보고서 쓸 때마다 베껴쓰기 좋은 책이었다. 학부 초기에는 지금처럼 인터넷이 잘 돼 있지도 않아서 교수님들이 내주는 과제하기엔 이 책이 가장 좋은 자료였다.
아니, 우리 아파트에 이런 책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 있었다니. 게다가 쓸데없어(?) 보이는 [가례집람]까지. 어쩌면 역사 전공자가 아닐까. 아니면 국어를 전공했을 수도 있고. 그렇다고 해도 이 책을 갖고 있는 일은 드문데. 책이 발행된지 30년 됐다는 것이 조금 아쉽다. 과연 잘 활용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책이 꽤 무거워 끌차에 다 싣지도 못하고 두 번에 걸쳐 나르며 낑낑거렸다. 둘 공간도 없어서 거의 창고로 쓰는 옷방에 아무렇게나 방치해두고 괜히 배부른 기분이 든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될 걸 쓸데없는 짓 했다고 남편이 뭐라 타박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이 책을 버린 누군가에게 감사하며 일없이 가끔 아무데나 펼쳐놓고 읽어볼 생각에 마냥 신난다.